‘덴마크도 2035년으로 미뤘는데..’ 2030 모돈 군사 의무화 두고 현장 우려

군사 도입했다 포기한 농가도..전국 의무화하면 국내산 돈육 생산량 감소 ‘금겹살’ 우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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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양돈연구회가 12일 한돈협회 안성지부에서 ‘현장 주도 동물복지 – 한국형 동물복지’를 주제로 양돈연구포럼을 개최했다.

양돈업계 관계자 100여명이 운집한 이날 포럼에서는 2030년 의무화되는 모돈 군사 사육을 두고 우려의 목소리가 거듭됐다.

군사를 도입하면 모돈을 더 적게 키워야 하는 반면 노동력은 더 들어간다. 임신성적 관리도 훨씬 어려워진다. 국내 모든 돼지농장에 강제로 적용되면 돼지고기 생산량이 급감해 가격이 폭등할 수 있다는 전망도 나왔다.

12일 양돈연구포럼에서 소개한 제일종축 동물복지 양돈장의 임신돈 군사 사육.
김유성 선진 양돈기술혁신센터장은 군사 도입에 따른 현장 애로사항을 함께 전했다.

덴마크도 2035년까지 스톨 금지 연기

한국이 더 빠르다

난이도 높은 군사 사육..도입했다 포기도

2020년 개정 축산법이 시행되면서 돼지농장의 스톨(사육틀) 사육이 제한됐다. 교배 후 6주까지만 스톨을 허용하고, 그 이후로는 여러 마리를 한 공간에 풀어 키우는 ‘군사’ 방식을 적용해야 한다.

다만 기존 농가의 시설 부담을 감안해 10년의 유예기간을 부여했다. 2030년부터 전면 의무화된다.

이날 토론의 좌장을 맡은 서울대 김유용 교수는 모돈 군사 의무화를 두고 “무척 위험한 생각”이라고 지적했다.

김유용 교수는 “스톨 관련 규정을 법제화한 곳은 한국과 덴마크뿐이다. 덴마크조차 법 적용을 2035년까지로 잠정 연기했다”며 “덴마크를 직접 방문해보면 거기도 ‘동물복지 사육에 대한 준비가 안되어 있다’고 말한다”고 강조했다.

동물복지 선진국인 덴마크보다도 한국의 규제가 더 빠르다는 것이다.

미국은 주별로 다르다. 미국 농무부(USDA)에 따르면, 지난해까지 임신틀(gestation crate) 사용을 금지한 곳은 9개주에 그친다. 이들 모두 돼지 생산이 크지 않은 주들이다. 9개주의 생산량을 합쳐도 미국 전체 생산량의 3%에 불과하다.

군사 사육의 난이도가 높다는 점도 지목됐다.

군사를 실시하면 돼지들 간의 서열 싸움이 불가피하다. 격렬한 싸움으로 상처 입는 돼지가 발생하는 것은 물론이고, 유산이나 식불 등 문제가 있는 모돈을 발견해 조치하기도 어려워진다.

야심차게 먼저 군사를 도입한 농장마저 곤두박질친 생산성적과 늘어난 업무부담을 견디지 못하고 기존 스톨로 되돌아간다는 것이다.

김유용 교수는 “제 실험농장도 모돈자동급이기(ESF)를 도입했다가 결국 다시 철거했다”면서 “(서열다툼에서 이긴) 강한 개체가 자동급이기 앞을 막아버리면 약한 개체는 먹지도 못한다. 사람이 매번 일일이 치워 주기도 불가능하다”고 말했다.

포럼에 참여한 한 관계자는 “군사를 도입하면 직원들의 업무 부담이 크게 증가한다. (돼지들이) 엄청 싸운다. 가뜩이나 외국인 노동자로도 해결이 안될 만큼 인력난에 시달리고 있는데, 군사 농장은 더 외면받을 수밖에 없다”고 지적했다.

(자료 : 미국 농무부)

군사 의무화로 생산량 감소

구제역 파동처럼 돼지고기 가격 오를 것

수입축산물 대체 우려..비관세무역장벽으로라도 써야

군사 의무화로 인한 돈육 생산량 감소도 우려됐다. 생산량 감소는 국내산 돈육 가격 상승과 자급률 저하로 이어질 수 있다는 것이다.

한별팜텍 박성원 부장은 “군사를 도입하면 실질적인 사육면적은 20%가량 감소한다. 농가의 매출도 그만큼 줄어들 수밖에 없다”고 지적했다.

엄길운 피그월드동물병원장은 “(군사 의무화로) 모돈이 15%가량 줄어들면 돈육 가격은 크게 상승할 것이다. 돼지고기와 소고기를 고민할 수준까지도 오를 수 있다”면서 “이미 2010-2011년 구제역 사태의 선례가 있다”고 꼬집었다.

2011년 구제역 당시 돼지고기 시장 공급량이 30% 이상 감소하면서 돼지 지육 가격도 전년대비 60% 상승한 바 있다.

군사를 위해 상승한 가격을 소비자들이 기꺼이 지불한다면 괜찮지만, 그럴지도 미지수다.

동물복지문제연구소 어웨어가 지난해 10월 전국 성인남녀 2천명을 대상으로 설문조사를 벌인 결과, 모돈 스톨사육 개선에 필요한 추가비용을 지불할 의향이 있다고 응답한 비율은 71.8%에 달했다. 다만 추가 지불할 의향이 있는 비용은 평균 17%선에 그쳤다.

국내산 돈육 가격이 오르면 그 자리는 수입산이 대체할 수도 있다. 군사를 의무화할 거라면 비관세무역장벽으로라도 활용해야 한다는 지적까지 나왔다.

박성원 부장은 “남미 등지에서 값싸게 들어오는 수입육에는 (군사 의무화) 규제를 적용하지 않는다면 국내 농가로서는 납득할 수 없다”면서 “수입축산물에 대해 한국의 동물복지 축산규정을 적용해야 농가들도 받아들일 여지가 있다. 유럽도 동물복지를 비관세무역장벽으로 활용하려 하고 있다”고 말했다.

양돈농가 군사 전환 거부 다수

2030년 이전에 백지화·연기 전망도

어웨어가 지난해 11월 국내 양돈농장 농장주 125명을 대상으로 벌인 설문조사(농장주125명 포함)에서 모돈 스톨사육시설의 군사 전환 여부를 묻자 ‘개선 의향 없음(농장 운영 종료)’ 응답이 32.8%을 기록했다.

농장동물 복지에 대한 인터넷 설문조사에 응할만큼 관련 이슈에 상대적으로 관심이 있는 양돈농장으로 볼 수 있는데도, 군사가 의무화되면 농장을 아예 닫겠다는 극단적인 응답이 가장 많았던 것이다. 2021년 조사에서는 이 같은 응답이 43.3%에 달했다.

한돈협회 자체 조사 결과는 더 좋지 않다. 이날 포럼에서 이병석 한돈미래연구소 부소장은 “한돈협회 자체 조사에서는 양돈농가의 86%가 군사 전환을 거부하고 있다”고 말했다.

군사 사육에 여러 현실적인 어려움이 있는 만큼 2030년 이전에 군사 의무화가 백지화되거나 연기될 것이란 전망도 나왔다.

군사 의무화를 관철하려면 정부의 지원책이 필요하다는 지적도 거듭됐다.

독일 등 해외에서는 동물복지사육을 도입한 농장에는 추가적인 사육시설을 허가해주는 방식의 지원책을 활용한다는 것이다.

박성원 부장은 “사육면적이 감소하는만큼 농장을 더 늘릴 수 있도록 허가해주어야 한다. 국토부와의 협의, (농장 증축을 막는) 지역조례 등을 정부가 해결해야 한다”고 말했다.

‘덴마크도 2035년으로 미뤘는데..’ 2030 모돈 군사 의무화 두고 현장 우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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