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넷 동물병원에서 팔리는 처방식‥유통구조 붕괴 임계점 오나

동물병원 전용 제품 인터넷 판매하는 신종 샵병원 출현..뾰족한 대책 없다

등록 : 2019.02.11 11:15:31   수정 : 2019.02.11 11:18:25 윤상준 기자 ysj@dailyvet.co.kr

동물병원에서는 개, 고양이의 각종 질병을 치료하거나 재발을 방지하기 위해 처방식 사료를 활용하고 있다. 간, 신장, 심장, 피부, 하부요로기계 등 각종 질환부터 다이어트, 집중치료 등 목적도 다양하다.

‘처방식(Prescription diet)’이라는 이름에 걸맞게 사료지만 수의사의 처방에 따라 사용해야 한다. 동물병원을 통해 공급되는 것이 당연하다. 다양한 유통경로를 병행하는 펫푸드 업체도 처방식 라인은 동물병원에만 공급하고 있다.

하지만 이 같은 유통구조에 균열이 생기고 있다. 이른바 ‘인터넷 동물병원’으로 불리는 처방식 인터넷 판매업체들 때문이다.

 

동물병원 전용제품 인터넷으로 판매하는 신종 샵병원..임계점 왔다

포털사이트에 ‘OO 처방식’으로 유명 브랜드의 처방식을 검색해보면 인터넷 판매경로를 손쉽게 찾을 수 있다. 개별 사이트를 운영하는 곳도 있지만 네이버 쇼핑이나 11번가, G마켓, 쿠팡 등 오픈마켓 사이트 입점도 활발하다.

동물병원에만 공급되는 처방식이 어떻게 인터넷으로 팔릴 수 있을까. 이들 판매업체가 모두 동물병원과 결탁했거나 동물병원 스스로 인터넷 판매에 나선 곳이기 때문이다.

각종 오픈마켓에서 처방식 판매에 나선 통신판매업체 중 상위에 검색되는 17개소를 조사한 결과 모두 서울, 경기, 인천 등 수도권에 위치한 동물병원과 연계된 정황이 포착됐다.

통신판매업 등록상 주소지에 동물병원이 있는데, 통신판매업 대표자와 동물병원 원장의 이름이 같은 식이다.

아예 대놓고 ‘OO동물병원 직영스토어’라고 광고하거나 동물병원 이름을 그대로 활용한 곳도 어렵지 않게 찾을 수 있다.

이들 인터넷쇼핑몰이 별도의 홈페이지를 운영하거나 서울의 P동물병원, 수원의 H동물병원, 용인의 W동물병원 등 네이버 쇼핑에 입점하는 방식으로 통신판매에 나서는 곳도 있다.

판매처별로 차이는 있지만 동물병원으로 공급되는 메이저 처방식 라인을 판매하고 있다. 영양제나 기능성 보조제 등 동물병원 전용으로 공급되는 다른 제품까지 함께 판매하는 경우도 많다.

포털사이트에 '처방식'을 검색하기만 해도 어렵지 않게 구입처를 찾을 수 있다

포털사이트에 ‘처방식’을 검색하기만 해도
어렵지 않게 구입처를 찾을 수 있다

사료업계 관계자 A씨는 “처음에는 경기도의 한 동물병원장이 고객서비스 차원에서 시작했던 처방식 인터넷 판매가 점점 커지자, 펫유통업계까지 ‘인터넷 동물병원’ 사업에 뛰어들고 있다”고 말했다.

이른바 ‘바지수의사’를 고용해 동물병원을 차리고, 동물병원 전용 제품을 공급받은 후 인터넷에 판매하는 신종 샵병원이라는 것이다.

A씨는 “이미 일부 지역에서는 ‘컨테이너 채로 납품한다’는 얘기가 있을 정도로 처방식을 비롯한 동물병원 전용제품 영업매출의 상당 부분을 인터넷 동물병원이 차지하고 있다”며 처방식 시장에서도 인터넷으로 흘러 들어가는 비중을 10% 이상으로 추정했다.

이러한 변칙적인 유통구조가 점차 자리잡아가면서 임계점에 이르렀다는 것이 A씨의 진단이다.

인터넷 동물병원을 차리려는 펫 유통업체가 끊이질 않는데다, 동물병원 스스로 전용제품 인터넷 판매에 나서는 경우도 늘어나고 있다는 것이다.

위에 조사한 17개 업체들 대부분이 2017년과 2018년에 통신판매업으로 등록된 신생업체라는 점도 이 같은 주장을 뒷받침한다.

A씨는 “처방식의 인터넷 난매가 심해지면 오남용 부작용도 우려되지만, 동물병원에서의 처방식 시장 자체가 붕괴될 수도 있다”고 지적했다. 더 이상 대책을 미룰 수 없다는 것이다.

 

의약품과 달라 공정거래법 저촉 소지

또다른 사료업계 관계자 B씨는 “인터넷으로 처방식을 판매하는 것으로 추정되는 동물병원을 자체적으로 모니터링하고 있지만, 아예 공급을 제한할 수도 없어 답답하다”고 토로했다.

‘인터넷 동물병원’의 제품 공급 요청을 사료회사가 거절하면 공정거래법에 저촉될 소지가 높다는 것이다.

처방식은 수의사 처방과 지속적인 관리 없이는 부작용이 발생할 수 있지만, 법적으로는 결국 사료다. 의약품과 달리 판매하는데 법적인 제한이 없다.

때문에 ‘동물병원 매장에서만 판매하라’는 조건을 붙이고, 이를 지키지 않는 동물병원에 공급하지 않는다면 공정거래법상 금지된 구속조건부 거래행위에 해당될 수 있다는 설명이다.

B씨는 “반려동물의 건강과 복지 차원에서 처방식이 부작용 없이 유통될 수 있도록 법적 제도가 마련되어야 한다”면서도 “농장동물 사료와 반려동물 사료도 제대로 구분되어 있지 못한 현행 사료관리법으로는 갈 길이 멀다”고 꼬집었다.

 

콘택트렌즈는 법개정으로 인터넷 판매금지 ‘처방식도 부작용 위험 있는데’

처방식과 비슷한 사례로는 ‘콘택트렌즈’를 들 수 있다. 2011년 의료기사법이 개정되면서 안경사가 개설한 안경업소가 아니면 콘택트렌즈를 판매할 수 없게 됐다. 인터넷 판매도 금지됐다.

이는 시력이나 안과질환 여부에 맞지 않는 렌즈를 사용할 경우 사용자의 눈건강을 해칠 수 있기 때문이다.

콘택트렌즈와 마찬가지로 처방식도 오남용 시 심각한 부작용을 겪을 수 있다.

처방식을 먹어야 하는 개, 고양이 환자는 다른 음식이 제한되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질환에 맞춰 특정 영양성분을 늘리거나 줄이는 것으로, 사람으로 치자면 강력한 식이요법이다.

일선 동물병원의 C원장은 “처방식을 인터넷으로 판매하게 되면 오남용될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며 부작용을 우려했다.

가령 소화기계 처방식의 경우 췌장염 등 기저질환을 배제하지 않고 사용하면 증상이 오히려 악화될 수 있다. 피부 알러지용 처방식도 무턱대고 사용하면 효과를 거두기 어렵다.

전해질 함량을 조절한 처방식은 장기간 급여하면 체내 불균형이 초래될 수 있어 동물병원의 정기적인 모니터링이 필요하다.

C 원장은 “처방식을 관리하려면 법제도 정비가 필요하다지만 당장 실현 가능성이 있는지조차 의문”이라며 “그 와중에 난매되는 처방식으로 반려동물들이 부작용을 겪고 ‘동물병원 전용 제품’이라는 유통구조 자체가 망가지게 될 것”이라고 지적했다.

처방식을 처방하는 문화도 선결과제다.

업계의 수의사 D씨는 “서울의 일부 동물병원에서 처방식을 아예 매대에 진열하지 않은 것을 보고 느끼는 바가 많았다”고 말했다. 의약품과 마찬가지로 진료실 뒤편 공간에서 보관하다가, 진료과정에서 필요한 환자에게만 원장이 직접 내어주는 방식이다.

D수의사는 “매대에서 집어서 카드를 긁나, 인터넷에서 클릭해서 사나 소비자 입장에서는 별 차이가 없지 않나”며 “수의사 처방 하에 사용될 수 있도록 법제화를 추진해야 하겠지만, 동물병원 자체적으로 문화를 만들어가는 것도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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