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 라오스로 떠난 부부 수의사 박용승·김은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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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재 우리나라는 구제역이나 고병원성 조류인플루엔자 등 치명적인 가축전염병이 끊이지 않고 있습니다.

전염병의 전파는 전 세계 어느 국가도 예외가 아닙니다. 특히 전염병을 예방하고 치료하기 위한 대책이 미흡한 개발도상국의 경우에는 피해의 정도가 더더욱 심각합니다.

이러한 국가들은 추가적인 피해를 최소화하기 위해 수의학적 수준이 높은 여러 국가의 지원을 필요로 합니다. 이의 일환으로 우리나라 수의사들도 개발도상국, 특히 아시아 국가로 봉사를 가는 경우가 늘어나고 있습니다.

이 중에서 라오스로 이주하여 우리나라의 수의학적 지식을 통해 현지의 어려운 상황을 해결하는데 도움을 주고 있는 자랑스러운 한국 수의사분들이 있습니다. 바로 박용승(43), 김은옥(39) 부부인데요.

이 부부 수의사님들은 라오스의 수도 비엔티안으로 이주하여 가축의 사양관리와 질병 감시를 하면서 5년간 헌신적인 삶을 살고 있습니다.

한국에서 배운 기술로 개발도상국 사람들을 도우며 봉사의 삶을 살고 있는 박용승, 김은옥 수의사님을 데일리벳에서 만나 라오스로 가게 된 계기, 라오스에서 수의사로서의 삶, 앞으로의 계획 등에 대해 이야기를 나눠봤습니다(인터뷰는 박용승 수의사님 위주로 진행되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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Q. 어떤 계기로 라오스에 가게 되셨는지?

저희 부부는 건국대학교 수의학과 학부생으로 학교에 다닐 때 만나서 교제를 시작했는데, 둘 다 기독교인이어서 함께 선교여행을 다닐 기회가 많았습니다. 방학을 이용해 1년에 한번 정도 제 3세계에 오가면서 향후 어떻게 사는 것이 보람된 삶일지 함께 많은 이야기를 나누다 보니 ‘수의사가 된 후에도 남을 위해 봉사하는 삶을 살아야 겠다’는 공통의 비전을 갖고 있다는 것을 알게 되었습니다.

각자 수의사로 생활하면서 매년 휴가철이면 함께 이주할 나라를 찾아 여행을 다녔습니다.

라오스로 가야겠다고 생각을 한 것은 2010년도였습니다. 인도차이나반도를 돌고 있었을 때 라오스의 축산대학 교수님을 만나게 되었습니다. 그리고 라오스의 소들이 떼죽음 당했는데 원인도 모르고 넋을 놓고 있다는 사실을 알게 되었습니다. 그 이야기를 듣고 저희는 라오스에 우리가 도움을 줄 수 있는 것이 많겠다고 생각했습니다. 그 이후로 태국에서 8개월 정도 태국어를 배운 후 2011년도에 라오스로 이주하게 되었습니다.

Q. 수의사로서 지금까지 어떠한 활동을 하셨는지?

학생일 때부터 해외에 나가 수의사로 봉사하는 삶을 살겠다고 다짐했지만, 졸업 후 바로 외국으로 나가기보다는 한국에서 수의사로서 실력과 자질을 갖춘 뒤 나가는 것이 좋겠다고 판단했습니다. 그렇게 10년 동안 한국에서 준비를 하면서 꿈을 키웠죠.

저는 개발도상국은 반려동물보다 산업동물이 많을 거라 생각하여 3년간 산업동물 임상 분야에 종사했습니다. 임상경험을 쌓은 후에는 사료회사와 다국적 제약사에서 근무하며 수의사로서 다양한 경험을 쌓았습니다.

아내(김은옥 수의사님)는 처음 5년 동안 반려동물 임상 경험을 쌓았습니다. 그 후에 개발도상국의 경우 전염병에 대한 진단이 중요할 것이라고 판단하여 동물전문 진단회사에서 근무했습니다.

2011년에 라오스로 처음 이주한 후에는 라오스에 있는 ‘가나안 농군학교’ 교장선생님 만날 기회가 있었습니다. 농군학교에서 돼지농장을 하고 계셨는데 사양관리와 질병감시를 위해 수의사가 필요하다고 말씀하셨고 이후로 같이 일을 하게 되었습니다.

저는 현재 ‘가나안 농군학교’라는 NGO의 라오스 지부 봉사단원으로 활동하고 있습니다.

우리나라에서 해외 봉사단을 지원하는 시스템은 크게 두 가지가 있습니다. 국가에서 직접 한국국제협력단(KOICA)을 통해 지원하는 시스템과 국제개발협력민간협의회(KCOC)를 통해 비정부단체(NGO)를 지원하는 시스템입니다. 저희 단체는 국제개발협력민간협의회의 지원을 받아 라오스에서 봉사하고 있는 셈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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Q. 라오스에 동물병원을 개설했다고 들었습니다. 제약은 없었는지 궁금합니다.

한국에서 라오스로 돌아가는 대로 아내가 병원을 전적으로 맡아서 운영할 예정입니다(인터뷰는 두 분의 수의사님께서 한국에 잠시 방문했을 때 진행됐습니다). 아내는 이제 봉사단원 생활을 끝마쳤고, 저는 2년 더 봉사단원으로 활동한 뒤에 아내와 함께 동물병원을 꾸려갈 예정입니다.

저희가 외국인 최초로 동물병원 개설을 허가받았는데요, 저희 이후로 3명의 외국인이 추가로 허가를 받아 현재 라오스에는 총 4개의 동물병원이 외국인에 의해 운영되고 있습니다.

라오스는 원래 수의과대학이 없고, 수의사도 없었습니다. 그런데 몇 년 전 국립 수의과대학이 1개 생겨 지난해부터 첫 수의과대학 졸업생이 배출되기 시작했습니다. 하지만 아직까지는 면허 제도는 없고, 연수를 받고 수료증을 받는 형식입니다. 수의사 면허증이 없다 보니 규제도 적은 편이라, 외국인도 수의 업무를 할 수 있는 자격(예를 들면, 한국 수의사 면허증 등)을 제시하면 큰 규제 없이 동물병원을 개설할 수 있습니다.

Q. 라오스 수의계는 상황이 어떠한가요? (동물병원 현황이나 국가 수의방역 시스템 등) 

한국의 검역본부 격인 라오스 정부의 수의학 관련 관공서(veterinary center)에 방문한 경험이 있는데 일정 수준의 진단시설을 갖추고 있긴 하지만 이를 운영할 만한 기반은 아직까지 부족한 상태입니다.

라오스는 고온다습한 지역이다 보니 기생충이나 진드기 관련 질병이 매우 만연해있습니다. 하지만 수도를 제외하고는 아예 동물병원 자체가 없고, 사람이 아닌 동물을 돈을 들여 치료할 수 있는 분위기도 아닙니다. 백신 등 의약품 공급도 매우 열악합니다.

그래도 수도인 비엔티안의 경우에는 한인을 포함한 외국인도 어느 정도 살고 있고, 경제력을 갖춘 현지인도 꽤 살고 있어서 소동물병원 운영이 어느 정도 가능합니다. 수도인 비엔티안에만 현재 19개의 동물병원이 운영 중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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Q. 앞으로의 계획이 있다면?

처음 라오스에 갔을 때는 가나안 농군학교 봉사단원이라는 것이 참 감사했습니다. 하지만 봉사단원의 신분이다 보니 농장관리 외에 다양한 방법으로 수의학 분야에 기여를 하는 데에는 어느 정도 제약이 있는 것이 사실입니다. 그래서 봉사단원 활동을 정리하고 동물병원 운영을 생각했습니다. 장기적으로는 봉사단원이 아닌 개인 봉사자로서의 활동을 이어나갈 생각입니다.

라오스에서 생활한 지 4년 반 정도가 지났습니다. 처음에는 저희가 가진 수의학적 지식을 베풀고 싶었지만 금방 한계에 부딪혔습니다. 현지인들의 도움이 있었기 때문에 조금씩 수의사의 역할을 할 수 있었습니다.

이제 저희도 어느 정도 정착을 하는 단계입니다. 이제 시작이라고 생각합니다. 이를 토대로 앞으로 저희와 같은 일을 하게 될 후배들에게 도움이 되고 싶습니다. 처음에 겪을 수 있는 어려움을 헤쳐 나갈 수 있도록 조언도 해주는 든든한 지원군이자 징검다리 역할도 하고 싶어요.

Q. 마지막으로 하고 싶은 말이 있다면?(특별히, 후배 수의사들과 수의대 학생들에게)

제가 졸업할 즈음에 가졌던 생각은 ‘한국에는 정말 뛰어난 수의사가 많다’는 것이었습니다. 그래서 저의 가치를 실현할 수 있는 분야가 한정적일 것이라고 생각했습니다. 좀 더 생각을 넓혀보니 한국이 아닌, 저의 전문적인 소양을 필요로 하는 국가가 있을 것이라는 생각이 들었고 그 곳에서는 저의 가치를 활용할 수 있을 것이라 믿었습니다.

어떻게 사는 것이 의미 있는 삶일까?

각자 나름대로의 생각이 있을 것입니다. 제가 말씀드릴 수 있는 것은 라오스와 같은 개발도상국에는 자신의 가치를 실현하고 본인이 원하는 일을 즐겁게 할 수 있는 기회가 많다는 것입니다. 물론 어느 정도 포기해야할 부분은 있지만 남들이 흔히 종사하는 분야에서 아웅다웅 사는 것 보다는 자신의 능력을 십분 발휘할 수 있는 다양한 활동을 해보는 것도 좋은 경험이 될 것입니다.

‘이것이 아니면 안 된다’는 생각보다 다양하고 넓은 시각을 가지시길 바랍니다.

[인터뷰] 라오스로 떠난 부부 수의사 박용승·김은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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