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원대 수의대, 2026학번부터 통합 6년제 도입 ‘통합과 유연함’
6년제 이후 국내 수의대 중 처음으로 예과·본과 구분 없애, 커리큘럼 전반 변화 예고..졸업·유급 요건 변화도
강원대학교 수의과대학이 2026학번부터 통합 6년제로 전환한다. 1998년 6년제 도입 이후 국내 수의과대학에서 예과·본과의 구별을 두지 않고 통합 학제를 도입하는 것은 강원대가 처음이다.
통합 6년제 전환은 최정훈 전 학장 집행부에서 주도했다. 내부 구성원 설득과 도입 청사진 마련, 강원대학교 학칙 개편에 이르기까지 굵직한 준비 작업을 마친 후 윤병일 신임 학장에게 바통을 넘겼다.
통합 6년제 도입을 위한 학칙은 지난 4월에 개정됐다. 최정훈 전 학장은 “(통합 6년제 도입의) 출발선에 서기까지 2년이 걸렸다”면서 “3주기 수의학교육 인증에 대비하려면 변화가 필요하다는 데서 출발했다”고 말했다.
첫 통합 6년제 학번이 될 26학번이 졸업하기까지 향후 6년간 변화의 세부사항을 조정해갈 것이라고도 덧붙였다.

임상교육 강화하려면..비효율적 예과에 손 대야
최 전 학장은 “2023년부터 통합 6년제를 위한 논의를 시작했다. 그해 12월 학장에 취임하면서 본격적으로 추진했다”면서 3주기 인증 대비와 예과의 비효율적 교육 문제 개선을 학제 전환의 계기로 지목했다.
곧 적용될 3주기 인증기준은 대학동물병원 임상로테이션 600시간을 포함한 현장실습 1,200시간을 확보하도록 요구한다. 수의기본진료수행지침·수의기본임상술기지침을 활용한 실습교육을 실시해야 한다. 이처럼 임상 교육 강화를 강조하는데, 이를 위한 공간을 확보하려면 교육과정의 대대적 개편이 필요하다는 것이다.
예과에서 수의학과 직접적인 관련이 적은 과목을 배운다는 점도 문제로 지적했다. 그에 대한 불만은 오래도록 축적됐고, 소속감 저하가 의대를 바라보는 반수생 이탈확대로 이어지면서 학사 운영마저 불안정해졌다. 당장 돌아오는 해에만 10명 이상의 편입생을 받아야 하는 실정이다.
최 전 학장은 “타 대학의 움직임을 먼저 보자는 보수적 의견도 일부 있었지만, 교수진들 사이에서 변화의 동력을 만들 수 있었다”고 말했다. 2주기 수의학교육 인증을 준비했던 내부 TF가 6년제 전환 실무에도 그대로 참여했다.
3+3 체계, 수의과학자-임상수의사 양성과정
‘통합’과 ‘유연함’
겹치는 실습은 합치고, 전공수업일도 모아
임상과목 들으면서 교양수업도 듣는다
강원대 수의대가 제시한 통합 6년제 교육과정은 크게 3+3체계다. 1~3학년의 ‘수의과학자 양성과정’과 4~6학년의 ‘임상수의사 양성과정’으로 구분된다. 3주기 인증기준이 기초·예방·임상수의학의 기존 분류를 ‘기본수의학-임상수의학’으로 이원화한 것을 반영한 셈이다.
예과가 따로 없으니 예과 과목도 따로 없다. 내년에 입학할 26학번은 첫 학기부터 바로 해부학, 발생학, 면역학, 생화학을 배운다. 2학기에는 조직학, 생리학이 따라붙는다.
본과에서 몰아 듣던 전공과목이 1학년까지 내려온만큼, 예과에서 몰아 듣던 교양도 퍼뜨린다. 강원대 교양교육 규정에 따라 G-Share(첫 학기)·기초교양(1학년)·글로컬교양(2학년)은 저학년에 배치하되, 졸업까지만 선택적으로 들으면 되는 ‘균형교양’ 15학점은 4~5학년까지 학기당 1~2과목을 자율적으로 수강하는 형태다.
월요일부터 금요일까지 빽빽한 기존의 본과수업을 떠올려보면 ‘임상과목을 배울 4~5학년에 교양과목까지 들을 수 있을까’ 의문이 드는 것도 사실이다. 이에 대해 두 교수는 ‘통합과 유연함’을 원칙으로 제시했다.
전공수업을 주2~3일 정도로 몰아 배치하고, 실습도 통합실습으로 전환한다면, 학생들이 교양과목을 들을 수 있는 ‘요일’을 확보할 수 있다는 것이다. 이처럼 전공수업과 통합실습이 있는 요일을 학년·학기마다 조금씩 다르게 배치하면, 학생마다 원하는 교양과목을 들을 수 있는 타이밍을 잴 수 있다.
이근식 부학장은 “초반의 교양과목은 수의대생들과 함께 듣고, 진정으로 스스로 선택할 수 있는 균형교양과목은 다른 전공 학생들과의 접점이 될 것”이라며 수의대생들이 폐쇄성에서 벗어날 수 있는 계기가 될 것이라 기대했다.
유연함의 또다른 핵심은 통합실습이다. 1~3학년 과정 중 해부학이나 조직학 등 정형화되어 있으면서도 특징적인 실습은 최대한 보장하되, 세포 배양이나 유전자 분석 등 기존의 여러 과목에서 겹치던 실습은 통합해 효율화 한다.
1학년 2학기부터 시작될 통합실습은 크게 ‘형태학’과 ‘기능학’으로 나누어 구성할 계획이다. 이 부학장은 “졸업 전에 해봐야 할 기초실습의 리스트를 만들고, 이를 통합실습 과목들에 배치하는 형식이 될 것”이라고 예고했다.
이론 과목에 반드시 실습이 바로 따라붙는 ‘1과목 1실습’의 고정관념에서 벗어났다는 점도 눈길을 끈다. 해부실습도 1학년 1학기가 아닌 2학기에, 통합실습의 일환으로 시작된다.
이 밖에도 기존의 유전학·세포생물학·분자생물학 등 예과형 과목을 Pre-Vet 개념의 수의생명과학 과목으로 개편하고, 봉사·실습 과목이나 논문작성 과정 과목도 신설된다.
졸업논문 요건 재도입
기본수의학 필기시험, 임상술기 평가도
강원대 수의대는 이번 개편을 통해 졸업 요건을 강화한다. 졸업 논문을 작성하고, 기본수의학 필기시험과 임상술기 평가를 모두 통과해야 한다.
졸업논문은 수의과학자 양성과정의 핵심 변화 중 하나다. 동물병원 진료와 로테이션 지도로도 업무가 과중한 임상과목 교수는 자율적으로 참여하되, 나머지 교수진은 반드시 졸업논문 지도교수로 참여해야 한다. 1학년 2학기부터 3명 내외의 학생이 팀을 이뤄 교수의 지도를 받는다.
실험논문, 증례보고 등 논문 유형에는 제한이 없지만, 3명 이하의 학생이 1편 이상의 논문을 작성해야 한다. 이 부학장은 “세부 규정은 현재 내규로 마련 중”이라면서도 “사실상 1인 1논문의 개인과제에 가까운 형태가 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졸업논문과 임상교육을 매개로 학생 1명에게 기초수의학 교수 1인과 임상수의학 교수 1인이 지도하는 형태를 제시했다.
이 부학장은 “예전에는 임상과목의 졸업논문을 선택해서 임상대학원에 진학하기 위한 발판으로 활용하는 경우도 있었지만, 새로 도입될 졸업논문은 기초수의학을 중점적으로 다룰 계획”이라고도 덧붙였다.
전공수업을 몰고 실습을 통합하며 생긴 공간에 교양과목은 물론 졸업논문 작성을 위한 활동을 채우는 방식이다.
기본수의학 필기시험은 기본수의학 교육과정이 끝나는 3학년 2학기 말에 치를 예정이다. 일본의 수의과대학에서 본과 2학년말에 치르는 임상입문시험과 비슷한 시기이지만, 일본의 임상입문시험이 불합격할 경우 본3 진급을 제한하는 것과 달리 강원대의 기본수의학 시험은 졸업까지만 통과하면 되는 방식이다.
이와 함께 4~6학년 임상교육 과정에서 배운 술기 능력을 평가하는 시험도 도입한다. 아직 실제 시행까진 4년 이상이 남아 있어 구체적 평가 방식을 추후 확정할 예정이다.

2과목 F학점까지는 유급 안 시킨다
이처럼 졸업 요건은 강화하지만, 유급 요건은 완화한다. 기존에는 한 과목만 F학점을 받아도 유급이 불가피했지만, 통합 6년제에서는 3과목이 F일 경우에만 유급 처리할 방침이다.
최 전 학장은 “한 과목만 낙제하면 1년을 다시 해야 하는 것은 너무 가혹하다”면서도 “F학점 과목의 재수강은 각자가 알아서 할 문제”라고 선을 그었다.
앞서 교양과 전공과목을 함께 들을 수 있도록 시간표를 개편하는 과정에서 이른바 ‘전공수업요일’을 학기마다 다르게 배치하면, F학점을 받은 과목을 유급하지 않고도 재수강할 수 있을 가능성이 생긴다.
다만 특정 학생의 재수강을 위해 전체 학사 구성을 변경하는 일은 없을 것이란 전제를 함께 제시한 것이다.
비슷한 문제는 편입생과도 연관된다. 2028년부터 본과1학년이 아닌 3학년으로 들어오게 될 편입생도 1~2학년에 배치된 전공과목을 들어야 하기 때문이다.
임상교육 강화는 남은 과제
4학년부터 시작되는 임상수의사 양성과정은 2년의 수업과 1년의 임상로테이션·현장실습으로 구성된다.
4~5학년에는 기존의 본과 3~4학년에서 진행하던 임상과목 강의를 배치하면서 통합실습을 적용한다. 직업전문성 강화를 위한 커뮤니케이션 과목도 배치한다. 6학년은 전공·교양 강의 없이 완전한 로테이션과 현장실습으로 운영한다.
최 전 학장은 “통합 6년제 임상로테이션의 세부 사항은 아직 유동적”이라며 “코로나19를 지나며 사라진 외부실습 환경도 재구축해야 한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통합 6년제 전환이 가능했던 전제 조건으로 임상교육 강화에 대한 공감대를 지목했다. 교육과정 전반을 효율화하며 확보한 시간에, 더 나은 임상교육을 채우겠다는 의지가 있어야 한다는 것이다.
최근 개발된 수의기본진료수행지침, 수의기본임상술기지침 등이 결국 추후 수의사 국가시험 실기평가 도입을 예견한 변화인만큼 그에 대응할 수 있는 교육과정을 중장기적으로 만들어가야 한다는 점도 강조했다.
최 전 학장은 “(통합 6년제 학생들의) 임상교육까지는 아직 시간이 있으니 세부내용은 계속 수정·보완될 것”이라고 덧붙였다.
‘지원해주면 변화하겠다’ 대신 ‘변화할 테니 도와달라’
통합 6년제 전환 도전은 이제 출발선이다. 청사진은 있지만, 26학번이 한 학년을 올라갈 때마다 세부적인 교육과정을 손봐야 한다.
최 전 학장은 “다른 수의과대학 일부에서도 통합 6년제에 대한 관심이 있다고 들었다”면서 “저희도 출발선에 서기까지 2년이 걸렸다. 대학마다 환경도 워낙 다르다”고 말했다.
섣불리 조언하기 어렵지만, 3주기 인증기준이 제시한 수의학교육 개선 방향을 중심으로 생각해야 한다고 귀띔했다.
이 부학장은 강원대학교 본부(총장 정재연)의 적극적인 관심과 지원이 필요하다고 지목했다. 이 부학장은 “‘(지원을) 해주면 변화하겠다’가 아니라 ‘변화할테니 지원해달라’며 먼저 자구노력에 나선 것”이라며 “교수가 먼저 움직이고, 학생들에게 협조를 구하고, 대학 본부의 도움을 구하려고 한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세부 프로그램은 계속 만들어가고 있다. 내년 3월에 입학생이 들어오면 통합 6년제 교육과정과 논문·시험 등의 졸업요건을 세부적으로 알릴 계획”이라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