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도적인 동물실험 늘리려면 `전임수의사 확충해야`

실험동물수의사회 포럼, 연구자가 고려해야 할 인도적 동물실험 조명

등록 : 2019.03.26 06:03:39   수정 : 2019.03.26 17:22:36 윤상준 기자 ysj@dailyvet.co.kr

한국실험동물수의사회가 인도적인 동물실험을 주제로 현장 실태와 개선방향을 조명했다.

국내 동물실험기관 운영진들을 대상으로 인도적인 동물실험의 중요성을 알리는 한편, 기관내 실험의 동물복지 실태를 관리할 실험동물 전임수의사(Attending Veterinarian, AV)가 확대되어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한국실험동물수의사회는 22일 오송첨단의료산업진흥재단 C&V센터에서 ‘연구자가 고려해야 할 인도적 동물실험’을 주제로 2019 KCLAM 포럼을 개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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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물실험윤리위원회 있지만..실효성은 기관별 편차

국내에서 동물실험을 실시하려면 각 기관별로 구성된 동물실험윤리위원회(IACUC, 이하 윤리위)로부터 윤리적·과학적 타당성을 심의받아야 한다.

동물복지를 고려한 환경에서 사육하고, 실험과정 중에 겪는 고통을 최소화하며, 실험 종료 시 인도적으로 안락사하는 것이 주요 원칙이다.

하지만 이날 포럼에 따르면 윤리위가 제 기능을 발휘하는지, 실제 동물실험이 윤리위에서 승인받은대로 원칙대로 진행되는지를 두고서는 현장마다 편차를 보였다.

농림축산검역본부 동물보호과가 지난해 국내 설치된 윤리위 385개소 중 60개소를 선별해 운영실태를 조사한 결과, 적합 판정을 받은 곳은 3개소에 불과했다. 나머지는 보완권고나 개선명령, 과태료 등이 부과됐다.

각 윤리위가 승인한 동물실험계획 중 일부를 무작위로 추출해 심의과정을 복기한 조사에서도 미흡점이 드러났다.

동물실험대체법 적용 가능성에 대한 사전검토가 형식상에 그치거나, 실험동물 사육환경의 풍부화(Enrichment) 여부에 대한 기재란이 아예 없는 경우도 있었다.

검역본부 문지영 연구사는 “지난해부터는 환경풍부화나 수의학적 관리 등 실험동물 복지실태도 함께 조사하고 있다”며 “환경풍부화를 제공하는 곳이 생각보다 적었고, 전담 수의사를 갖추지 못한 곳이 많았다”고 설명했다.

검역본부가 동물실험시설 50개 기관을 대상으로 실험동물 복지 실태를 조사한 결과 환경풍부화 옵션을 제공하는 곳은 21개소에 그쳤다. 기관 내 전담 수의사가 존재하는 곳도 14개소에 불과했다.

실험동물이 열악한 환경에서 학대 받는 문제는 내부고발로 이어지기도 한다. 이날 검역본부가 소개한 비인도적 동물실험 관련 민원 사례

실험동물이 열악한 환경에서 학대 받는 문제는 내부고발로 이어지기도 한다.
이날 검역본부가 소개한 비인도적 동물실험 관련 민원 사례

실험동물 전임수의사 확충, 경영진 인식개선 필요하다

이날 포럼에서는 실험동물의 고통에 적절히 대처하는 사례도 소개돼 눈길을 끌었다.

가톨릭대학교 실험동물연구실의 주영신 수의사는 마우스를 중심으로 동물실험과정에서 발견된 건강·복지 문제에 대응한 케이스를 소개했다.

가령 번식과정에서 다툼이 벌어지면 상처치료는 물론 번식환경을 조정하고, 안와채혈 과정에서 문제가 생기면 해당 개체를 치료하는 동시에 담당 실험자가 추가 교육을 받을 수 있도록 권고하는 등 방식도 다양했다.

하지만 이 같은 관리사례는 비교적 규모가 크고 전임수의사 인력을 갖춘 일부 기관에 한정된다는 지적이다.

이날 포럼에 참가한 한 업계 수의사는 “실험동물 복지문제에 관심이 있는 운영진이 전임수의사를 두고 운영하는 곳과 그렇지 않은 곳 사이에 동물복지 편차는 매우 크다”고 꼬집었다.

허용 전 실험동물수의사회장은 “연간 실험횟수가 비교적 적은 소규모 기관들의 동물복지수준을 높이는 것이 주요 과제”라며 “실험기관 경영진의 동물복지 인식이 부족하면 개선이 요원한만큼, 탑다운(top-down) 방식으로 동력을 만들 수 있도록 개선요구를 지속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실험동물수의사회 관계자는 “동물실험이 보다 인도적으로 진행되려면 실험동물의 건강과 복지를 전반적으로 관리할 수 있는 전임수의사의 채용이 늘어나야 한다”며 “시설 관리자에 대한 교육도 제도화해야 한다”고 제언했다.

당장 위 사례처럼 실험과정에서 다친 실험동물을 적절히 치료하거나, 과도한 고통을 받고 있는 실험동물의 인도적 안락사시점을 결정하기 위해서는 수의사 인력이 필요하다는 것이다.

‘수의사가 있는 동물실험기관에서도 복지문제가 고쳐지지 않는다’는 일각의 지적에 대해서는 “기관 내에서 전임수의사가 활동할 수 있는 제도적 기반이 함께 마련되어야 한다”고 설명했다.

수의사가 있다 하더라도 실험동물의학 분야에 심화된 전문성을 갖추지 못했거나, 다른 업무가 과중하거나 경영진으로부터 외면받으면 별다른 역할을 할 수 없다는 얘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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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쁜 동물복지는 나쁜 과학으로 이어진다`

이날 초청강연에 나선 동물보호단체 ‘동물을 위한 행동’의 전채은 대표(사진)는 “실험동물들이 건강하지 못하면 실험의 성과도 나빠질 수밖에 없다”며 인도적인 실험동물 통증관리의 중요성을 강조했다.

동물실험을 완전히 중단하는 것이 현실적으로 불가능한만큼, 실험 과정에서 3R원칙을 최대한 실현해야 한다는 것이다.

전 대표는 “누구도 동물을 학대하길 원하지 않지만 실험동물을 잘 돌보고 정을 붙일수록 안락사하기 힘들어지다 보니, 오히려 실험동물의 복지문제를 외면하는 방식으로 반응하기도 한다”며 이 같은 문제를 줄이기 위해 “안락사나 실험동물 고통관리를 가능한 세세히 명문화하고, 실험자들이 이들 원칙을 지킬 수 있도록 유도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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