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년에 희생되는 실험동물 287만 마리…그들에게 자유를 허하라

실험동물 복지 개선을 위한 토론회 개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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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해 1년간 동물실험에 사용된 시험동물 수는 무려 총 287만 마리. 게다가 수 년 째 실험동물 수가 매년 증가하고 있다. 특히, 실험 후에 정상적인 상태를 보이는 동물도 많지만 특별한 처리 규정이 없어 대부분의 건강한 실험동물도 안락사 되는 것이 현실이다. 이 같은 상황에서 실험동물의 복지개선을 위한 토론회 ‘비글에게 자유를 허하라’가 개최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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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동민 국회의원과 동물복지문제연구소 어웨어(대표 이형주)가 공동 개최한 이번 ‘비글에게 자유를 허하라’ 토론회는 15일(목) 오전 10시부터 12시까지 국회의원회관에서 개최됐다.

어웨어의 이형주 대표가 한국일보 애니칼럼에 기고한 ‘비글에게 자유를 허하라’라는 제목을 토론회 이름으로 그대로 따왔다.

함께 토론회를 주최한 기동민 의원은 지난 4월 ‘동물실험 이후 정상적으로 회복된 동물은 일반에 분양하거나 기증할 수 있도록 하는 근거를 마련하는 내용’의 동물보호법 개정안과 ‘동물실험시설에서 무등록 실험동물공급자로부터 실험동물을 공급받는 것을 금지하는 내용’을 주골자로 하는 실험동물에 관한법률 개정안을 발의한 바 있다.

일명 실험동물지킴이법안 2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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왼쪽부터 기동민 의원과 이형주 대표

“동물실험 이후 건강한 실험동물도 대부분 안락사 되는 것이 현실”

발제는 서울대학교 수의과대학 박재학 교수가 맡았다.

박재학 교수는 포도 독성 실험 후 건강한 4마리의 비글을 입양 보낸 사례를 소개하면서 “동물실험이 끝나고 나면 건강한 개체라도 대부분 안락사 시키는 것이 현실이지만, 4년 전 실험 후에도 건강한 4마리의 비글을 입양 공고한 뒤 입양 보낸 적이 있다”고 밝혔다.

현행 동물보호법은 “동물실험을 한 자는 그 실험이 끝난 후 동물이 회복될 수 없거나 지속적으로 고통을 받으며 살아야 할 것으로 인정되는 경우에는 가능하면 빨리 고통을 주지 아니하는 방법으로 처리하여야 한다”라고 규정하고 있다.

이 때문에 대부분의 경우 실험이 끝난 동물은 안락사 되는 것이 현실이다.

박재학 교수는 “기동민 의원이 발의한 동물보호법은 상당히 인도적인 법안”이라며 “동물실험 후 건강한 개체는 안락사하지 않고 입양 보내자는 것”이라고 평가했다.

하지만 실험동물의 입양이 마냥 좋은 것만은 아니다. 박 교수는 실험동물 분양 시 고려할 점도 언급했다.

▲건강한 개체 판단의 기준 모호 ▲분양 후 추적관리가 어려운 점 ▲실험동물 입양 후 실험, 범죄, 번식견 등 다른 목적으로 이용되는 경우 등 실험동물 입양 시 생길 수 있는 문제점도 고려해야 한다는 것이다.

박재학 교수는 “실험동물을 입양 받은 사람이 그 동물을 번식시켜 실험동물로 판매하거나 번식견으로 활용하는 등 문제가 발생할 수 있다”고 강조했다.

“실험동물공급자, 등록제 아닌 허가제로 바꿔야”

박재학 교수는 또한 ‘무등록 실험동물공급자로부터 실험동물을 공급받는 것을 금지’한 기동민 의원의 법안에 대해 “이 법이 통과되면 과학적 검증이 제대로 된 실험동물을 연구에 사용하여 그 결과의 신뢰성을 확보할 수 있으며, 반려동물을 실험동물로 활용하는 일이 없어질 것”이라고 긍정적으로 평가했다.

이어 “실험동물은 철저한 과학적인 토대 위에서 번식되어야 하며 고통을 최대한 줄일 수 있는 인도적인 처치를 받아야 한다”며 “그러기 위해 실험동물공급자를 등록제가 아닌 허가제로 전환해야 한다”고 말했다.

 
발제에 이은 토론회에서는 고은경 한국일보 기자가 좌장을 맡았으며, 박재학 교수, 이형주 대표, 명보영 수의사(버려진동물을위한수의사회), 윤문석 연구관(농림축산검역본부), 이남희 과장(식품의약품안전처), 전재명 과장(서울시 동물보호과)이 토론자로 나섰다.

“수의대에서부터 실험동물 관련 발전이 필요하다”

명보영 수의사는 수의대의 노력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명 수의사는 “과거 수의과대학에서 개 한 마리를 두고 여러 명의 학생이 채혈을 하는 경우도 있었다”며 “지금은 많이 발전했다 하더라도 (실험동물의 복지와 윤리에 대한) 수의계와 수의과대학의 고민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이어 “서울대학교 수의과대학에서 몇 년 전 동물복지형 실습을 위해 실습용 개·고양이 모형을 도입했으나, 비싼 가격 때문에 전체 수의과대학 실습에 많이 활용되는 것 같지는 않다”며 “수의과대학에서 다른 부분에 대한 투자는 많이 하면서 이런 부분에 대한 관심은 적은 것 같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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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대학교 수의과대학에 도입된 실습 모형

“법안 통과 후 활성화시키기 위한 사례가 필요하다”

이형주 대표는 “발의된 법안이 통과되더라도 실제로 실험동물의 입양이 활성화 하는 것이 더 중요하다”며 “사례를 잘 만들어서 알려야 한다”고 말했다.

실험기관에서 실험 후 동물의 입양을 활성화해야 하는 분위기 조성을 위해 정부기관이나 서울대 수의대 등에서 먼저 좋은 사례를 만들어 사회적인 풍토를 이끌고 나가야 한다고 전했다.

“현실적인 조건도 고려해야 한다”

법의 취지와 원칙적인 방향은 맞지만, 과연 현실적으로 적용 가능한 지 고민이 필요하다는 지적도 있었다.

윤문석 연구관은 “법의 내용을 보면, 실제 법을 시행해야 하는 정부기관 입장에서 상당한 고민이 생긴다”며 “현실적이고 구체적인 조건들에 대해 앞으로 정부, 학계, 산업계, 보호단체에서 모여서 지속적으로 논의해야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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왼쪽부터 우원식 원내대표, 양승조 보건복지위원장, 김상희 의원, 박홍근 수석부대표, 위성곤 의원

한편, 이 날 토론회에는 우원식 더불어민주당 원내대표, 양승조 보건복지위원장, 박홍근 원내 수석부대표, 김상희 보건복지위원회 의원, 위성곤 농해수위 의원, 남인순 보건복지위원회 의원, 유동수 의원 등 7명의 의원이 토론회 축하를 위해 참석했다.

동물보호법(농림축산식품해양수산위원회)과 실험동물에관한법률(보건복지위원회)을 다룰 2개의 상임위 의원들과 동물복지국회포럼 소속 의원들이 참석했다는 데 의미가 컸다.

양승조 보건복지위원장은 “1년에 실험동물이 280만 마리 이상 발생하고, 동시에 8만 마리 이상의 유기동물도 발생한다”며 “이 법안이 통과되면 실험동물 뿐 아니라 반려동물의 복지도 높일 수 있다. 문재인 정부에서 중앙, 지자체에 동물복지 전담부서를 두겠다는 공약을 세웠는데 그에 맞는 토론회”라고 말했다.

박홍근 동물복지국회포럼 공동대표는 “문재인 대통령이 찡찡이, 마루 등을 청와대에 데려갈 정도로 동물에 관심이 많다”며 “정부차원, 국회차원에서 동물복지 문제 개선을 위해 노력하겠다. 동물복지와 관련해서는 여야가 있을 수 없다”고 강조했다.

실험동물지킴이법안 2종을 대표발의하고 이 날 토론회를 주최한 기동민 국회의원은 “이 날 토론회가 실험동물의 복지에 대한 사회적 공감과 합의의 시발점이 되길 바란다”고 전했다.

공동 주최한 어웨어의 이형주 대표는 “동물의 복지를 보장하자는 것이 ‘사람의 생명과 건강보다 동물이 중요하다’는 뜻으로 잘못 받아들여지는 경우가 많다. 그러나 동물복지는 사람의 것을 빼앗아 동물에게 주자는 것이 아니다”라고 강조했다.

1년에 희생되는 실험동물 287만 마리…그들에게 자유를 허하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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