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래류 사육 국내 8개 수족관 중 상주 수의사 있는 곳은 5곳 뿐

민관공동조사로 고래류 사육시설 부실 관리실태 드러나


0
글자크기 설정
최대 작게
작게
보통
크게
최대 크게

울산 돌고래 폐사 사건을 계기로 이정미 국회의원, 동물권단체 케어, 동물자유연대, 핫핑크돌핀스, 환경부, 해양수산부가 공동으로 국내 8개 고래류 사육시설에 대한 민관합동조사를 실시했다. 서울대공원이 1984년 돌고래 쇼를 시작한 이래 33년 만에 처음 진행된 합동조사였다.

조사 결과, 고래류 사육시설의 전반적인 부실 관리실태가 드러났으며 특히 8개 수족관 중 상주 수의사가 있는 곳은 5곳에 불과했다. 이마저도 수의사 숫자가 1명으로 턱없이 부족했다.

201703aquarium2

돌고래 생활공간 법적 기준 미달 

공동조사단은 좁은 돌고래의 생활공간, 전무한 환경풍부화 시설, 열악한 의료 환경 등을 확인했다고 밝혔다.

고래류 사육시설 8곳 모두 총면적은 법적기준을 만족했지만, 여러 개로 쪼개진 개별 수조의 면적은 법적기준 (수면적 84㎡, 깊이 3.5m이상 )을 충족시키지 못했다. ‘울산 장생포 고래박물관’의 경우 10번 돌고래를 격리 중인 수조는 38㎡로 법적기준의 절반에 불과했다. 보조수조는 칸칸으로 나뉘어 있어서 실제 공간은 훨씬 비좁았다.

흰고래(벨루가)를 사육하고 있는 ‘거제씨월드’의 경우에도 수조가 칸칸으로 나뉘어 있어서, 돌고래가 많은 시간을 보내는 개별 수조면적은 법적기준을 충족하지 못했다. 공도조사단은 “하루 100km 이상을 이동하는 돌고래들에게 수조 길이 20~30미터는 매우 좁은 공간일 수밖에 없다”고 전했다.

열악한 사육환경에 노출된 돌고래의 극심한 스트레스에 대한 징후도 관찰됐다.

한 자리에서 반복적으로 뛰어오르거나, 계속에서 벽에 부딪히는 정형행동이 ‘거제씨월드’에서 확인된 것이다. ‘거제씨월드’는 이미 큰 돌고래 6마리가 폐사한 곳이다.

상주 수의사 없는 곳도 있어..법적 서류 제출 확인 못해

돌고래의 건강을 관리하는 수의사가 상주하는 업체는 8곳 중 5곳 뿐이다. 상주 수의사가 없는 3곳(1곳은 촉탁수의사)은 협진형태로 수의사가 고래류의 건강을 관리하고 있었다.

합동조사단은 “수의사가 상주하는 5곳도 법적으로 구비하도록 한 서류를 제출하지 않아 수의적 의료행위가 적절하게 이루어지고 있는지 확인할 수는 없었다”고 전했다.

또한 “대부분 수족관 전체를 한 명의 수의사가 담당하고 있어 질병 또는 상해가 발생하면 적절히 치료를 할 수 있을지 의문”이라고 덧붙였다.

수족관의 상주 수의사가 필요하다는 점과 수족관 당 상주 수의사가 숫자가 늘어야 한다는 지적이다.

201703aquarium vet

업체 관리기준 제각각, 기본 매뉴얼도 없었다

‘거제씨월드’의 경우, 물냉각시설을 갖추고 있지 않아 수온 14도 내외에서 사는 흰고래(벨루가)에게 여름철 20도 이상의 물을 공급하고 있는 것으로 확인됐다.

국내에서는 흰고래(벨루가)에 대한 관리기준이 없어, 상대적으로 크기가 작은 큰돌고래 관리기준을 흰고래(벨루가)에게 적용하고 있었다.

업체들은 염도, 수온, 잔류염소농도, 대장균 등을 공통의 기준 없이 제각각으로 관리하고 있었다. ‘여수 및 제주 한화아쿠아플라넷’, ‘울산 장생포고래박물관’ 등 3곳은 적조발생, 해수염도변화, 지하수 오염 등에 대한 위기대응매뉴얼을 갖추고 있지 않았다. ‘제주 마린파크’는 매뉴얼이 있다고 표시했으나 근거 자료를 제출하지 않았다.

특히, 최근 일본 다이지에서 큰 돌고래 두 마리를 수입해 1마리를 폐사시킨 ‘울산 장생포 고래박물관’의 경우에는 사육사 관리 매뉴얼조차 없는 것으로 확인됐다.
   

국제멸종위기종 고래류 폐사 22마리…실제로는 70여 마리 이상 추정

국제멸종위기종 고래류 폐사현황의 경우 환경부가 업체들로 받은 자료를 취합하면 22건(22마리)이지만, 공동조사단의 일원인 핫핑크돌핀스의 자체 조사에 따르면 폐사한 고래류는 최소 70여 마리 이상이 된다.

48마리 이상 숫자 차이가 나는 원인은 ▲고래류 인공증식 미신고 ▲업체들 간의 내부 거래 미신고 등이다.

 

수족관 업체의 민관공동조사 방해와 조사의지 없었던 정부

조사기간 중 일부 수족관 업체는 민관공동조사를 거부하거나 방해하는 행위도 서슴지 않았다.

‘거제씨월드’와 ‘제주 마린파크’는 국회 보좌진과 동물보호단체의 현장출입을 거부하고, 보안각서 서명을 요구하여 1~2시간 조사를 지연시켰다. ‘롯데아쿠아리움’, ‘울산 장생포고래박물관’, ‘제주 마린파크’, ‘제주·여수 한화 아쿠아플라넷’ 등 5곳은 여과시설, 사료시설 등을 점검하는 조사단 인원수를 1~2명으로 제한했다.

정부의 부실한 사전준비와 현장대응도 문제였다.

정부가 수질조사도구를 준비하지 않아 8곳 중 2곳만 실시하고 나머지는 육안으로 확인했으며, 심지어 그 수질 조사결과 역시 3월 28일 현재까지 제출되지 않았다. 뿐만 아니라 동물보호단체가 민·관 공동조사를 위한 점검표를 사전에 작성해 정부에 제공했으나 업체에는 전달되지 않아 조사가 비효율적으로 진행되었다.

합동조사단 측은 “정부 산하기관인 국립수산과학원(고래연구센터), 해양생물자원관, 해양환경관리공단, 국립생물자원관의 전문가들에게 조사평가서를 작성하게 하지도 않은 점도 정부의 미온적 태도의 대표적인 사례”라고 밝혔다.

 

정부, 고래류를 포함한 전체 수족관 실태조사 다시 해야

합동조사단은 “공동조사를 통해 고래류 수족관 관리가 업체에 따라 수질조사 등이 제각각 진행된 것을 확인했으며, 정부는 1년에 1번 점검표 없이 형식적인 정기점검을 수십 년간 해왔던 것을 확인했다”며 “이런 관리 소홀은 업체의 공동조사거부와 법적서류미제출 등과 무관하지 않다”고 말했다.

이어 “고래류 한 종에 대한 수족관의 관리실태가 이러한데, 수많은 해양 동식물의 관리가 어떨지 미루어 짐작된다”며 “사실상 수족관은 수십 년간 방치되어 온 법의 사각지대였다. 환경부와 해수부는 이번 민관공동조사의 한계를 바탕으로 수족관 전체에 대한 종합점검을 실시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한편, 이번 조사를 통해서 이정미 의원과 동물보호단체들은 폐쇄할 시설의 돌고래들을 바다쉼터로 옮겨 더 나은 환경에 살도록 하는 ‘돌고래 바다쉼터 추진위원회(가칭)’를 구성할 예정이다.

고래류 사육 국내 8개 수족관 중 상주 수의사 있는 곳은 5곳 뿐

Loading...
파일 업로드 중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