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수의사와 반려동물 진료를 실험도구 취급한 청와대

靑경제수석 ‘반려동물 원격의료 도입 검토하겠다’ 논란


0
글자크기 설정
최대 작게
작게
보통
크게
최대 크게

반려동물 임상이 사람 원격의료의 시험대 취급을 받았다. 동물의료체계를 실험동물이나 마찬가지로 여긴 셈이다.

5월 29일자 한국경제신문에 따르면, 전날 한경 밀레니엄포럼에 초청 연자로 나선 윤종원 청와대 경제수석이 반려동물 원격의료 도입을 검토하겠다는 뜻을 밝혔다.

의료계 반대로 막혀 있는 원격의료를 반려동물에 도입해 효과를 검증하자는 제안을 두고 ‘참신한 아이디어’라며 검토하겠다고 답한 것이다.

국내 동물의료체계에서 반려동물의 원격의료는 심각한 부작용이 우려된다. 그럼에도 청와대 핵심인사가 ‘사람에서 못하게 하니 동물에 한 번 해보자’는 가벼운 인식을 드러낸 것에 안타까움을 금할 수 없다.

사람 환자와 달리 동물 환자는 말이 통하지 않는다. 수의사가 직접 동물을 보지 못하면, 수의학적 판단을 내리기 위해 필요한 최소한의 정보조차 확보하기 어렵다. 반려동물에서 사람보다도 원격의료에 더 신중해야 하는 이유다.

원격의료를 한다 한들 처치에 필요한 약품을 사용하기도 어렵다.

반려동물 치료에 사용되는 의약품의 상당수는 인체용 전문의약품인데, 우리나라에서도 수의사는 동물병원 진료과정에서는 전문의약품을 사용할 수 있지만, 처방전을 발급할 권한은 없기 때문이다.

의료계에서도 원격의료에 대한 우려가 높다. 환자 안전에 오히려 해가 된다는 지적이 이어지는데다가, 의료전달체계 상으로도 부작용 소지를 내포하고 있다.

가뜩이나 종합병원으로 환자가 쏠리는데 성급히 원격의료를 시작했다가 3차의료기관에서 대부분의 환자를 진료하는 형태로 의료전달체계가 무너질 수 있다는 것이다.

이는 반려동물 동물병원에도 그대로 적용된다. 아직 전달체계 자체가 명확히 자리잡지 못한 동물의료에서 원격의료는 개원가에 재앙적인 빈익빈부익부 현상을 초래할 수 있다.

지난 4월 국회에서 열린 동물병원 의료서비스 토론회에서 우연철 대한수의사회 전무는 “의료계에서 원격진료를 막으니 동물병원으로 온다. 대상이 동물이다 보니 굉장히 쉽게 여긴다”라며 “동물진료업은 테스트베드가 아니다”라고 성토했다.

백 번 양보해 원격의료를 검토한다고 해도, 이는 ‘수의사와 반려동물 환자, 보호자들을 위해 원격의료가 필요하다’는 인식과 과학적 근거가 출발점이어야 한다.

의료계에서 원격의료를 추진하기 위한 명분 쌓기 용도로 수의사와 반려동물을 이용한다니, 어불성설이다.

청와대부터 반려동물 진료를 실험도구로 여기는 판국이니, 이번 정부에게 동물의료체계 정비를 추진할 자격이 있는지 되묻지 않을 수 없다.

[사설] 수의사와 반려동물 진료를 실험도구 취급한 청와대

Loading...
파일 업로드 중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