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상담료 110배 차이? 소비자 현혹하는 소비자연맹, 소비자단체 맞나

진료비 직접 조사 해놓고 현실적 한계 충분히 언급 안 해...자극적 기사 양산 원인 제공


0
글자크기 설정
최대 작게
작게
보통
크게
최대 크게

한국소비자연맹이 2월 4일 동물병원 관련 소비자피해 접수 사례를 분석 결과를 발표했다.

이에 따르면, 최근 3년간(2023~2025년) 1372소비자상담센터에 접수된 동물병원 관련 피해상담 건수는 576건이었으며, 이중 의료행위 관련이 310건, 진료비 관련이 192건, 부당행위 관련이 74건이었다.

소비자연맹은 특히 “진료비 게시 제도 시행 이후에도 의료행위 관련 피해가 전체의 53.8%, 진료비 관련 피해가 33.3%를 차지하는 등 분쟁이 구조적으로 반복되고 있는 것으로 확인됐다”며 “진료 전 설명 부족과 비용 사전미고지 피해는 오히려 증가 추세를 보여, 동물병원 진료 과정 전반의 투명성 강화와 제도 보완이 필요하다는 지적이 제기된다”고 밝혔다.

2023년부터 동물진료비 게시제, 예상진료비 고지제, 동물진료비 공시제가 시행됐지만, 소비자에게 실질적인 도움이 안 되고 있다는 것이다.

그러면서, 2025년 동물진료비 공시제 결과를 바탕으로 시도별 진료비의 최저·최고가를 자극적으로 비교·공개했다.

▲ 상담료 : 최저 1천원에서 최대 11만원 ▲ 초진료 : 1천원에서 6만1천원 ▲입원비(개) : 최저 1만원에서 최고 20만원으로 20배 ▲심장사상충 예방약 등 투약조제비 : 최저 1천원에서 최대 9만 ▲혈액검사 : 최저 1만원에서 최고 15만원으로 최대 15배의 격차 ▲초음파 촬영 등 영상검사 : 최저 1만원에서 최고 32만5천원까지 최대 32.5배라고 언급했다.

한국소비자연맹 보도자료 중 발췌
소비자연맹 보도자료 발표 후 게재된 기사들

소비자연맹의 보도자료 발표 이후, “부르는 게 값?”, “반려인이 호구인가” 등의 자극적인 표현과 함께 ‘상담료 최대 110배 차이…동물병원 고무줄 진료비’, ‘동물병원 초진료 격차 61배’ 등의 제목을 딴 기사가 쏟아지고 있다.

문제는 한국소비자연맹이 동물진료비 조사를 직접 시행했다는 점이다. 정부, 수의사회와 함께 동물진료비 조사 방법을 논의하고, 진료비 조사를 수행함으로써 동물진료비 공시제의 한계점을 누구보다 잘 알고 있는 단체가 소비자연맹이다.

진료항목과 진료행위가 표준화되어 있지 않은 상황에서 진료비 조사는 애초에 정확할 수 없다.

보도자료에서 예시로 든 초진비(1천원~6만 1천원)의 경우, 병원에 따라 혹은 상황에 따라 형태가 다양하다. 일반적인 반려동물병원은 검사비나 약값과 함께 청구되는 초진비를 생각하지만, 행동진료병원이나 피부전문병원 등은 초진에 수 시간이 소요되고 초진료도 훨씬 높다.

‘지역별로 최저 1천원에서 최대 9만원까지 격차가 났다’고 지적한 심장사상충 예방약 등 투약조제비도 한계가 명확하다. 시장에서 선호하는 약은 심장사상충을 포함해 다른 내외부 기생충까지 모두 예방해주는 의약품이다. 이러한 의약품은 ‘심장사상충 예방비’에 포함해야 할까 ‘광범위 구충비’에 해당할까. 심장사상충 예방약 자체도 먹이는 약, 바르는 약, 주사제 등 다양하며, 같은 성분이라도 오리지널 의약품인지 제네릭인지에 따라 가격이 달라진다.

한국소비자연맹은 이 같은 사실을 명확하게 인지하고 있다. 그럼에도 한계점에 대한 구체적인 설명 없이 단순하게 최저, 최고 금액을 비교해버렸고, 자극적인 기사 양산의 원인을 제공했다.

“검사 항목별 세부 기준과 비용 산정방식에 대한 설명이 충분하지 않을 경우 소비자가 과다 청구나 과잉 진료로 인식할 가능성이 크다”, “동물병원 진료비 게시 제도가 ‘알려주는 제도’에 그칠 뿐, 소비자를 보호하는 제도로는 충분히 작동하지 않고 있음을 보여준다”는 설명으로는 자극적인 기사 양산을 막지 못했다.

소비자를 위한다는 소비자단체가 소비자에게 부정확한 정보를 제공하고, 소비자를 현혹한 셈이다.

자세한 설명 없이 최저·최고 금액만을 소개하면서 동물진료비가 수십 배씩 차이가 난다는 자료를 발표하는 게 정말 소비자를 위한 길인지 돌아보길 바란다.

[사설] 상담료 110배 차이? 소비자 현혹하는 소비자연맹, 소비자단체 맞나

Loading...
파일 업로드 중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