녹음하고 내용증명 보내는 직원, 방어권일까 괴롭힘일까

최수환 노무사의 인사노무칼럼 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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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물병원을 운영하다 보면 직원과의 갈등 상황을 피하기 어렵다. 업무 태도에 대해 주의를 주거나 징계 절차를 밟은 뒤, 해당 직원의 태도가 오히려 공격적으로 바뀌는 경우가 있다. 원장이 업무 지시를 할 때마다 스마트폰을 꺼내 녹음을 시작하고, 동료 직원들에게는 법적 대응을 하겠다며 위협하는 식이다. 본인은 부당한 처우로부터 자신을 지키기 위한 정당한 권리 행사라고 주장한다.

소규모 사업장인 동물병원에서 이런 일이 벌어지면 병원 전체가 흔들린다. 원장은 필요한 지시조차 꺼리게 되고, 다른 직원들은 눈치를 보며 위축된다. 그렇다고 아무런 조치 없이 방치하면 상황은 악화되기만 한다.

이번 화에서는 직원의 방어권 행사가 어디까지 보호받을 수 있는지, 그 선을 넘었을 때 원장이 어떻게 대응해야 하는지를 실제 판례를 중심으로 정리해 본다.

*   *   *   *

먼저 녹음에 대해 짚고 넘어가야 한다. 직원이 원장과의 대화를 녹음하는 것 자체는 통신비밀보호법 위반이 아니다. 통신비밀보호법이 금지하는 것은 대화 당사자가 아닌 제3자가 몰래 녹음하는 행위다. 대화에 참여하고 있는 당사자가 상대방의 동의 없이 녹음하는 것은 현행법상 처벌 대상이 아니며, 그 녹음 파일은 민사소송이나 노동위원회 절차에서 증거로 사용될 수도 있다.

따라서 직원이 녹음을 한다는 사실만으로 징계하거나 제지하는 것은 적절하지 않다. 문제는 녹음이라는 행위 자체가 아니라 녹음을 둘러싼 방식과 맥락이다.

직원에게 방어권이 있다는 것은 사실이다. 징계 절차에서 소명할 기회를 보장받아야 하고, 부당한 처우에 대해 이의를 제기할 수 있다.

대법원도 징계 과정에서의 진술에 다소의 허위나 과장이 있다고 하더라도 그것만으로 방어권을 초과했다고 보기 어렵다는 입장이다(대법원 2007. 5. 11. 선고 2007다2145 판결 참조). 즉, 방어권의 범위는 상당히 넓게 인정된다.

그러나 그 행사의 방식이 합리적 범위를 벗어나면 이야기가 달라진다. 이와 관련하여 참고할 만한 판례가 있다. 서울행정법원(2021구합87118 판결)은 징계를 받고 복직한 직원 A씨에 대한 재징계(정직 3개월)가 정당한지를 다툰 사건이다.

A씨는 최초 징계해고를 받았으나 중앙노동위원회에서 양정이 과다하다는 이유로 부당해고 판정을 받아 복직했다. 문제는 복직 이후에 벌어졌다.

A씨는 복직 후 상급자의 업무 지시 과정에서 거부 의사를 밝히는 상급자 앞에서 일방적으로 녹음을 반복하고 서명을 강요했다. 녹음 도중에는 상급자에게 법적 리스크를 경고하고 지위를 폄하하는 발언을 했다. 법원은 이 행위에 대해 당시 어떠한 불법행위나 긴급한 증거 수집의 필요성이 없었다는 점을 짚었다.

상급자가 정당한 업무 지시를 하는 과정에서 거부 의사를 분명히 밝혔음에도 이를 지속적으로 반복한 것은 상급자로 하여금 법적 분쟁의 부담을 느끼게 하여 정당한 지휘권을 행사하지 못하도록 심리적으로 압박하는 행위라고 판단했다.

내용증명 발송도 문제가 됐다. A씨에 대한 우려를 노조 게시판에 올린 직원뿐 아니라 단순히 공감 표시를 한 동료 6명에게까지 무더기로 법적 책임을 묻겠다는 내용증명을 보냈다.

A씨는 자신의 명예를 지키기 위한 최소한의 조치라고 주장했으나 법원은 이를 받아들이지 않았다. 게시판의 글이 사실에 부합하는 정당한 활동이었다는 점, 글을 쓴 사람뿐 아니라 공감만 표시한 동료들에게까지 내용증명을 보낸 점을 종합하여 그 자체로 상당한 정신적 위협과 위축감을 유발하는 행위라고 보았다.

법적 수단의 강력함을 이용하여 동료들과의 관계에서 실질적 우위를 점한 괴롭힘 행위라는 것이 법원의 판단이다.

결국 법원은 A씨의 행위가 정당한 방어권 행사가 아니라 업무상 적정 범위를 넘어선 직장 내 괴롭힘에 해당한다고 보았고, 정직 3개월의 재징계가 정당하다고 결론 내렸다.

핵심은 이렇다. 방어권 행사 자체가 문제가 되는 것이 아니라, 그 행사가 합리적 범위를 벗어나 타인을 위협하고 조직의 정상적인 운영을 방해하는 수준에 이르면 그것은 더 이상 방어권이 아니라 별도의 징계 사유가 된다.

위 판례에서 법원이 괴롭힘을 인정한 근거를 정리하면, 직장 내 괴롭힘의 세 가지 요건이 모두 충족되었기 때문이다.

첫째, 지위 또는 관계 등의 우위다. 괴롭힘이라 하면 보통 상급자가 하급자에게 가하는 것을 떠올리지만, 반드시 그렇지는 않다. 법적 수단을 선제적으로 활용하여 상대방이 자유롭게 의사를 표현하거나 업무를 수행하지 못하게 만드는 것도 관계의 우위에 해당할 수 있다.

위 사건에서 법원은 A씨가 녹음과 내용증명이라는 법적 도구의 강력함을 이용하여 상급자와 동료 모두에 대해 실질적 우위를 점했다고 본 것이다.

둘째, 업무상 적정 범위를 넘는 행위다. 자신의 권리를 지키기 위한 증거 수집이라 하더라도, 긴급한 채증의 필요성이 없는 상황에서 상대방의 거부를 무시하고 반복적으로 녹음과 서명을 강요하거나, 사실에 부합하는 글에 공감만 표시한 동료들에게까지 법적 책임을 묻겠다고 내용증명을 보내는 것은 적정 범위를 넘어선다.

셋째, 신체적이나 정신적 고통을 주거나 근무환경을 악화시키는 결과다. 내용증명을 받은 동료들이 보복의 두려움과 불안에 떨며 고충을 토로했고, 상급자가 정당한 업무 지시를 주저하게 된 상황이 이에 해당한다.

동물병원에서 이런 일이 벌어졌을 때, 단순히 느낌이 불쾌하다는 것만으로는 괴롭힘으로 인정받기 어렵다. 그러나 위 세 가지 요건이 충족되는 구체적 사실이 있다면, 그것은 방어권이 아니라 괴롭힘이다. 중요한 것은 그 구체적 사실을 기록으로 남겨 두느냐의 여부다.

동물병원은 인원이 적고 공간이 좁다. 직원이 다섯 명인 병원에서 한 명이 이런 행동을 시작하면 나머지 네 명 모두가 영향을 받는다. 진료 중에도 긴장감이 이어지고, 다른 직원들이 퇴사를 고민하기 시작하면 병원 운영 자체가 흔들린다. 규모가 작은 만큼 갈등이 미치는 영향은 일반 기업보다 훨씬 크다.

이런 상황에서 원장이 가장 먼저 해야 할 것은 감정적으로 대응하지 않는 것이다. 녹음기를 들이미는 직원 앞에서 화를 내거나 언성을 높이면 그 녹음 내용이 오히려 원장에게 불리한 증거가 될 수 있다.

업무 지시는 개인적인 감정이 아니라 병원의 운영 기준에 근거한 것임을 분명히 하고, 이의가 있다면 별도의 절차를 통해 소명하도록 안내하는 것이 맞다. 지시의 내용이 업무 기준에 부합한다면 상대가 백 번 녹음하더라도 그것은 괴롭힘의 증거가 아니라 원장의 정당한 업무 지시를 증명하는 자료가 된다.

두 번째는 해당 직원의 행위를 기록으로 남기는 것이다. 언제 어떤 상황에서 어떤 행동을 했는지를 구체적으로 기록해 두어야 한다. 녹음을 반복한 날짜와 상황, 동료에게 위협적 발언을 한 내용, 내용증명 발송 사실 등을 정리해 두면 이후 징계 절차를 진행할 때 근거가 된다.

세 번째는 다른 직원들의 피해 상황을 파악하는 것이다. 동료 직원들이 해당 직원의 행위로 인해 불안감을 느끼고 있다면 이는 직장 내 괴롭힘에 해당할 수 있는 사안이다. 피해를 호소하는 직원이 있다면 그 내용을 서면으로 확보해 두는 것이 좋다.

문제가 벌어진 후에 대응하는 것보다 사전에 기준을 갖추는 것이 훨씬 낫다. 취업규칙이나 사내 규정에 직장 내 괴롭힘 금지 조항을 두고, 방어권 행사를 명목으로 한 행위라 하더라도 업무상 적정 범위를 넘어 타인에게 정신적 고통을 주는 경우에는 별도의 징계 사유가 될 수 있다는 점을 명시해 두면 된다.

동물병원은 상시 5인 이상이면 직장 내 괴롭힘 금지 규정(근로기준법 제76조의2)이 적용된다. 10인 이상이면 취업규칙 작성 의무가 있다.

규모와 관계없이 괴롭힘에 대한 사내 기준이 문서화되어 있으면 문제가 생겼을 때 원장이 조치를 취할 수 있는 법적 근거가 생긴다. 반대로 아무런 기준 없이 원장의 판단만으로 조치를 취하면 부당징계라는 역공에 취약해진다.

제21화(보러가기)에서 징계의 정당성은 사유의 존재, 절차의 적법성, 양정의 적정성이라는 세 가지 축으로 판단된다고 설명한 바 있다.

방어권 남용에 대한 징계도 마찬가지다. 해당 행위가 왜 문제인지를 구체적 사실로 특정하고, 사전에 정해 둔 절차에 따라 소명 기회를 부여한 뒤 처분해야 한다. 감정이 아니라 기록된 사실과 규정에 근거해서 움직여야 원장도 직원도 보호받을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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데일리벳 관리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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