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태환 수의사 칼럼 ⑦] 어디갔니 딩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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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80년 8월 호주 북부 울루루 국립공원..

태어난 지 2개월 된 아기가 사라졌다.

이 아이를 살해한 사람들은 부모로 알려졌다. 자동차안에 아이의 핏자국과 가위가 발견된 것이다. 엄마는 살인혐의로 종신형을, 아빠는 살인 방조죄로 집행유예를 선고받았다.

2012년, 호주 치안법원은 엄마, 아빠가 범인이 아니라고 선고하였다.

사건 발생 32년 만에 부모의 누명이 벗겨진 것이다.

진범은 따로 있었다. 오늘 이야기는 이 진범에 관한 것이다.

오스트레일리아는 거대한 섬으로 여섯 번째 대륙으로 분류한다.

지구가 태어나고 나서 44억년이 지날 즈음,  공룡이 지구를 뒤덮다가 사라져 갈 백악기 말엽에 아시아대륙에서 커가란 땅덩이가 갈라져 갔고 그 사이에는 바닷물이 채워졌다.

그 땅은 대륙에서 고립되어 독립적인 생태계를 이루어 왔다. 식물은 유칼리과 아카시아가 대부분을 이루고 캥거루, 코알라 같은 유대류나 오리너구리, 바늘두더지 같은 단공류 등이 번성하여왔다. 육식동물은 상대적으로 발달하지 못하였다.

그러다 4~5만 년 전 마지막 빙하기에 동남아시아 여러 섬나라들과 호주 사이의 바닷길이 가까워지고 얕아지자 동남아시아 사람들이 호주로 바닷길을 건너가기 시작했다. 6000여 년 전부터 4000여년 사이에는 이들은 개도 함께 데려갔다. 이들은 호주의 원주민 애버리진 Aborigine의 기원을 이루고 이들이 데려간 개들은 인간의 품을 벗어나 광활한 호주대륙의 자연으로 들어갔다.

그 개들은 그렇게 자연으로 들어가 캥거루니 코알라니 이런 동물을 잡아먹으면서 거친 호주의 사막과 산지에서 훌륭히 적응하며, 호랑이 사자가 없는 호주 대륙 최고의 포식자가 되었다.

한편 1788년 아서 필립이 이끈 11척의 선단이 죄수 726명을 태우고 잭슨항(오늘날의 시드니)에 내항함으로서 호주는 영국의 죄수 유형지 식민지가 되었다. 19C 금광의 발견으로 중국인 노동자의 대량유입으로 순수 유럽계 백인 혈통주의를 내세우는 백호주의 정책을 1973년까지 유지함으로서 유색인은 물론 원주민 애버리진도 거의 사라질 지경까지 왔다.

남한의 78배정도 되는 대륙에 고작 2000여만 명이 사는, 대부분 오지로 남아있는 이곳에 야생개들은 캥거루뿐만 아니라 가끔 양을 공격하기도 한다.

1980년의 영아살해사건의 진범이 바로 이 야생개였음이 밝혀졌다.

이 개가 바로 딩고다.

호주딩고
딩고. 호주들개라고도 불린다.

인간에 의해 최초로 가축화된 동물인 개가 인간을 버리고 야생으로 돌아간 최초의 사건이다.

지구에는 5000만~1억 종 정도의 생명체가 있는데 그 중 사람들에게 알려진 건 고작 150만 종 정도에 불과하다.

그 중 포유동물이 5,000 여 종, 이 무수히 많은 생명체중 인간과 가장 친한 동물은 바로 개가 아닐까 싶다.

3~4000만 년 전 육식동물은 재빠른 스피드로 사냥을 하는 완전육식동물 고양잇과 동물과 지구력으로 끝까지 사냥감을 추적할 수 있는 개과로 나뉘어 오늘날에 이르렀다. 개는 어느 날 인간에게 다가왔다.

중동의 아인 말라하 지방의 12000년 쯤 되는 유적에서 나이든 할아버지가 새끼 강아지를 손에 쥔 채 무덤에서 발견되었을 정도로 인간과 개의 유대관계는 오래전부터 이어져 왔다.

그 이래로 소 돼지 양 말 등이 차례차례 가축화가 되었지만 개처럼 인간과 교감하며 친구처럼 지내는 동물은 5000여종의 포유류 중 개가 사실상 유일하다. 단 하나 고양이를 제외하고…

개는 오늘날 수백 가지의 품종으로 나뉘어 사람들의 사랑을 받고 있다. 100kg에 가까운 마스티프 품종부터 1kg 정도 밖에 되지 않는 치와와 품종까지 목양견, 사냥개, 스피츠 부류, 경비견에서 소형 토이 종에 이르기까지 도저히 같은 종(species)이라 하기도 힘들 정도로 다양하다.

인간의 가장 오래된 친구 개는 이제 스누피처럼 복제 견까지 나오게 되었고, 종종 개의 죽음으로 슬퍼하는 사람들의 요청으로 복제 견으로 다시 태어나고 있다.

미국의 가정에서는 약 8000만 마리를 키우고 있고 우리나라도 400만 마리 정도를 키우고 있으며 앞으로 더욱 늘어날 전망이다.

오늘날 인간에게서 개를 떼어놓고 생각할 수도 없고, 개에게서 인간을 떼어놓고 생각할 수도 없다. 오늘날의 인류는 개를 너무 좋아하고 이들과 함께하는 인류라는 의미에서 Homo canis, 개는 인류와 함께하는 개라는 의미에서 canis Sapiens라 불러도 되지 않을까싶다. (그런 의미에서 고양이를 좋아하는 인류는 Homo felis, 인간속의 고양이라는 의미의 felis Sapiens라고 해도 될 듯)

그러나 수 백 가지 품종의 개중에 호주의 이 개들은 유일하게 인간의 품에서 벗어나 야생화에 성공하였다.

사막과 초지가 대부분을 이루는 대륙 호주에서 ‘개는 인간이 없으면 못살 것’처럼 생각하는 사람들을 놀리기나 하듯이 자연 속 에서 살아가는 딩고에게 말이 통한다면 묻고 싶다.

딩고, 그 거친 야생으로 왜 갔니?

사람들에게서 도망쳐 달아난 거니 아니면 사람들을 버리고 떠난 거니? 지금은 행복하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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