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려견에 먼저 나타난 증상…가습기 살균제 사건 미리 막을 수 있었다

사람과 동물과 환경의 건강은 하나...원헬스 개념 주목해야

등록 : 2017.03.07 16:07:32   수정 : 2017.03.07 16:13:09 이학범 기자 dvmlee@dailyvet.co.kr

가습기 살균제 영유아 사망사건이 언론에 보도되기 6년 전인 지난 2006년. 한 집에 사는 4마리의 반려견이 원인을 알 수 없는 호흡기 증상을 보이다가 사망했다. 부검을 통해서도 원인을 밝히지 못했지만, 시간이 흘러 ‘가습기 살균제 사망사건’이 이슈화 된 이후, 가습기 살균제 때문에 반려견들이 죽었다는 것을 추정할 수 있었다.

이를 계기로 사람과 동물과 환경의 건강이 별개의 것이 아니라 하나로 연결되어 있다는 ‘원헬스(One Health, 하나의 건강)’ 개념에 다시금 주목해야 한다는 의견이 제기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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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월 5일 방영된 SBS 스페셜 462회 ‘바디버든 2부 독성유전’ 편에서 가습기 살균제 사건이 소개됐다.

가습기 살균제 때문에 많은 사람들이 원인도 모른 채 호흡곤란을 겪다가 사망했고 2011년 이후 사건이 알려지기 시작했으며, 지난해 열린 국정조사(가습기살균제 사고 진상규명과 재발방지대책 마련을 위한 국정조사)를 통해 문제가 구체적으로 전국에 드러났다.
  

SBS 스페셜 측은 “탄광에서 일하는 광부들의 카나리아는 사람보다 유독가스에 민감해 위험을 미리 알려주는 역할을 한다. 이런 카나리아처럼 동물들은 종종 인간에게 나타나는 위기에 대한 징조로 여겨지기도 한다”며 “가습기살균제 사건은 6년 전 막을 수 있었다”고 밝혔다.

이어 한 일화를 소개했다.

가습기살균제 영유아 사망사건이 언론에 보도되기 6년전 인 2006년부터 한 동물병원에 급성호흡기 질환으로 입원했던 반려견들이 줄지어 사망하는 사건이 벌어졌다. 제작팀은 6년 전 당시 강아지들을 돌봤던 동물병원과 4마리나 동일 질환으로 입원하거나 안락사 시켜야 했던 반려견 보호자를 취재해, 당시 역학조사를 벌인 결과와 동영상, 진료 기록 등을 통해 가습기살균제와 동일한 증상으로 사망한 정황 등을 추적했다.

SBS 스페셜 측은 “만일 그 때 뭔가 조치를 취할 수 있었다면 소중하고 안타까운 희생은 막았을지도 모른다”고 안타까워했다.
  

당시 반려견들을 진료한 수의사는 “나중에 가습기 문제라는 걸 직감했었다. 나타나는 증상이 너무나 똑같았고, 가습기 살균제 문제가 2006년도부터 우리나라에 발생했었는데 동물 환자들도 그 때 발병했었기 때문”이라며 “당시에는 가습기 살균제가 문제일 거라고는 상상도 못했다”고 말했다.

이어 “강아지들이 폐의 면적도 작고 아무래도 가습기를 더 가까이 위치하는 경우가 많기 때문에 아마 사람보다 더 빨리 증상이 나타났다고 생각한다”며 “당시 원인 규명을 철저하게 했다면 가습기 살균제 문제로 고통 받는 분들을 많이 줄일 수 있지 않았을까 한다”고 덧붙였다.

동물에 나타난 증상에 대해 제대로 파악했다면 사람에게까지 이어지는 피해를 조금이나마 예방할 수 있었다는 것이다. 

원헬스 개념을 잘 설명해주는 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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방송에서는 인간과 동물의 건강이 어떻게 연결되어 있고, 인간의 삶이 동물과 환경 생태에 어떤 영향을 미치는 지에 대해 다른 예를 들어 설명했다.

무당개구리를 연구하는 강창구 씨(캐나다 칼든대학교)는 “전국 각 지역에서 무당개구리를 채집하다보니 무당개구리의 기형이 발견되었는데, 재밌는 것은 사람들이 모여 고기를 구워먹거나 모기약을 뿌리는 캠핑장 같은 곳에서 기형 개구리들이 더 많이 발견됐다”고 말했다.

실제 사람들의 활동이 많은 곳에서 무당개구리의 기형발생률이 10~15%더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또 다른 예도 소개됐다.

인간과 함께 서식하고 있는 텃새 조류인 까치를 분석해 본 결과, 도시에 서식하는 까치에서 팝스(잔류성유기오염물질)가 더 높게 검출됐다. 이를 통해 인간이 도시 환경은 물론 그 환경에 사는 동물에게까지 영향을 주고 있음이 밝혀졌다.

연구에 참여한 문효방 교수(한양대 휴먼생태분석연구실)는 “도시 환경을 구성하는 물이나 퇴적물 혹은 공기에도 도시가 농촌보다 대부분의 유해물질 농도가 높은데, 그 속에 서식하고 있는 텃새 조류인 까치의 경우에도 그 결과를 잘 반영했다”고 말했다.

이어 “사람보다 훨씬 더 민감한 조류에서 발견되는 것은 사람에게서 곧 나타날 전조현상으로 볼 수 있으며, 이를 통해 ‘이 물질은 적어도 관리가 필요하겠구나’는 것을 알 수 있다. 즉 사람에게서는 일어나서는 안 될 일들을 미리 파악해서 다양한 대책을 세울 수 있는 수단으로 활용 가능하다”고 전했다.
 

한편, 메르스(MERS), 사스(SARS), 에볼라 출혈열, 신종플루, AI 등 사람과 동물이 함께 감염되는 질병(인수공통전염병) 수가 점차 늘어나고 있다. 세계동물보건기구(OIE)는 “최근 20년간 새로 발생한 전염병의 70% 이상이 인수공통전염병”이라고 밝히기도 했다.

세계적으로 인수공통질병의 위협이 커지는 가운데 이에 대한 대처를 위해서는 여러 분야의 공동 대응이 필요하다는 인식도 높아지고 있다. 그리고 이러한 공동 대응의 기본 개념으로 원헬스가 각광받고 있다. 

사람의 보건과 동물의 보건, 환경의 문제가 별개가 아니라는 개념이 바로 원헬스(One Health)의 개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