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부] 농장도 과학적 근거에 기반한 차단방역 조언에 귀를 기울인다

발생·비발생농장 비교해보니 ‘대인소독시설’에 눈길..과학 근거 마련할 데이터 공유 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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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대성 교수가 2022년 검역본부에서 서울대·고려대 연구진과 함께 국제학술지 Preventive Veterinary Medicine에 발표한 논문은 차단방역요소에 초점을 맞췄다(Preventive effect of on-farm biosecurity practices against highly pathogenic avian influenza (HPAI) H5N6 infection on commercial layer farms in the Republic of Korea during the 2016-17 epidemic: A case-control study).

국내 산란계 농장들 중 2016년-2017년 H5N6형 고병원성 AI 발생농장과 비발생농장의 5대 차단방역요소를 비교했다. 울타리, 구서, 대인소독시설, 전실, (계사 간 이동시) 장화 갈아신기다. 이들 요소는 각 농장별로 설치(수행) 유무만을 OX로 구분했다.

차단방역요소를 준수하는 농장일수록 고병원성 AI가 덜 발생하는지, 5대 요소 중에서는 어떤 요소가 상대적으로 더 중요한지 규명하기 위해 환례대조군연구(case-control study)를 실시했다.

이를 위해 당시 H5N6형 AI가 발생한 산란계 농장 148개소 중 차량출입기록·공간데이터가 없는 34개를 제외한 114개 농장을 실험군으로 설정했다.

비발생 산란계 농장 154개소 중 H5N6형 AI 발병 전에 차단방역요소가 조사된 농장 129개소를 대조군으로 설정했다. 대조군의 차단방역요소 여부는 2016년 가을 고병원성 AI 발생 이전에 별도로 조사됐다.

차단방역요소의 설치(수행) 외에도 고병원성 AI 발병 여부에 영향을 미칠 수 있는 요인은 다양하다. 각 산란계 농장별로 철새도래지와의 거리나 계군 규모, 인근 논·주거지역 비율 등에 따라 AI 바이러스에 노출될 위험 정도가 다를 수 있다.

연구진은 이들 요소도 공변량(covariates)으로서 분석에 포함시켰다.

(자료 : 유대성 교수)

그 결과 대인소독시설, 장화 갈아신기가 감염위험 감소와 통계적으로 유의적인 연관성을 보였다.

특히 대인소독시설의 발생농장과 비발생농장 간의 오즈비(odd ratio)는 0.002였다. 발생농장일수록 대인소독시설이 없는 경우가 많고, 비발생농장일수록 대인소독시설이 있는 경우가 많았는데, 그 격차가 매우 컸던 셈이다.

반면 울타리, 전실, 구서는 발생-비발생농장을 가르는 유의미한 연관성을 보이지 않았다.

이에 대해 유 교수는 “2016년 당시에는 전실이 있다고 해도 제대로 운영되는 경우가 적었다. 어느 정도 자리 잡은 지금 전실의 효과를 다시 분석하면 높은 수치가 나올 수 있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논문에서는 다루지 않았지만 여러 차단방역요소를 다 설치(시행)하는 경우 오즈비는 더 낮아진다. 차단방역요소를 많이 준수할수록 좋다는 점은 (데이터상에서도) 명확하다”고 덧붙였다.

 

농장은 뭐가 더 중요한지 궁금하다..사람을 막는 것이 핵심

유 교수는 “차단방역을 위해 필요한 것들이 너무 많다 보니 농장에서는 뭐부터 해야 할 지를 헷갈려 한다”며 “우선순위에 있는 차단방역요소가 무엇인지 알아보기 위해 데이터를 분석했다”고 전했다.

연구결과를 기반으로 가장 중요한 위험요인으로 꼽힌 것은 ‘사람’이다. 일단 바이러스가 농장 내부로 들어오면 축사 내부로 유입될 수 있는 경로가 다양한 만큼, 가급적 바이러스 오염원 자체가 들어오지 않도록 해야 한다는 것이다.

여기에 대인소독시설이 핵심이다. 울타리도 야생동물보다는 사람을 막는 효과가 더 중요하다고 덧붙였다.

유 교수는 “산란계 발생농장의 CCTV를 확인해보면 정말 사람 출입이 잦다. 직원이 돌아다니는 것은 물론이고, 지역 주민이 계란을 사러 오는 경우도 있다”고 꼬집었다.

 

양질의 데이터 만들고 민간과 공유해야

이러한 환례대조군 연구가 가능했던 것은 가금농장 컨설팅 사업을 통해 산란계 농장의 방역실태를 사전에 점검했던 덕분이다. 발생농장과 비교할 수 있는 비발생농장의 데이터가 확보되어 있었던 것이다.

유 교수는 “해당 데이터가 가금수의사분들이 만들어 주신 양질의 데이터라 가능했다”고 전했다.

데이터를 만드는 주체도 중요하다. 방역당국도 때마다 가금농장 방역실태를 점검하지만, 차단방역요소들 모두 안 하면 과태료 등의 처벌을 받는 것들이다. 오히려 OX를 솔직히 가르는 결과물을 내놓기 어렵다.

유 교수는 방역관련 데이터의 질과 투명성을 강조했다. 일선 수의사가 참여해 양질의 데이터를 만들어내고, 방역당국이 방역정책을 펼치면서 만들어지는 데이터와 함께 민간에 공개되어야 한다는 것이다.

이를 통해 현장 가축방역에 필요한 분석을 하고, 분석 과정에서 추가로 필요한 데이터가 무엇인지 알아내고, 다시 이를 조사하고 분석하여 향후 수립하고자 하는 정책에 대한 근거를 제시하는 선순환 방식의 ‘데이터 기반 방역체계 지원시스템’이다.

유대성 교수는 “농장도 역학 연구에 따른 근거에 기반해 조언하면 굉장한 관심을 보인다”면서 “방역이나 역학조사로 생산된 데이터를 검증된 민간전문가와 공유할 수 있는 협업체계 마련이 필요하다”고 제언했다.

[2부] 농장도 과학적 근거에 기반한 차단방역 조언에 귀를 기울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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