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 수산질병관리사로도 모자라 꿀벌질병관리사, 곤충질병관리사까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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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해 8월 진행된 거창군수의사회 무료 순회진료의 일환으로 수가축병원 수의사들이 지역 양봉농가를 진료하는 모습

7일(화) 국회의원회관에서 열린 ‘양봉산업 위기 대응 및 질병관리 체계 구축 정책토론회’에서는 양봉산업을 위협하는 질병 문제를 다각도로 조명했다. 현장의 주요 문제들 중 하나로 ‘전문가 부족’이 지적됐다. 꿀벌을 전문적으로 진료하는 수의사가 부족하다는 것이다.

수의사가 양봉농가에서 채취한 시료로 정밀검사를 의뢰하고 그에 따라 해법을 찾을 수 있도록 컨설팅 사업(양봉농가 질병관리 지원사업)이 도입됐지만, 현장은 좀처럼 호응하지 않고 있다. 참여 농가가 적다 보니, 책정된 예산도 다 쓰지 못해 규모가 줄어들 판이라고 한다.

40%의 자부담 비율이 영세한 양봉농가에게는 너무 높다는 것이 주요 원인으로 지목됐지만, 자문단에 대한 만족도 문제도 거론됐다. 수십 년 경력의 양봉농가가 보기엔 꿀벌을 진료한 지 얼마 안된 수의사들이 성에 차지 않는다는 얘기다.

그러면서 거론된 것이 꿀벌질병관리사, 곤충질병관리사다. 이날 토론회 좌장을 맡은 경국대 정철의 교수는 수의대생·수의사에 대한 꿀벌·양봉 교육 강화와 더불어 곤충질병관리사 혹은 꿀벌질병관리사라는 새로운 직역을 만드는 것도 방법이라고 말했다. 수산질병관리사를 예로 들면서다.

꿀벌을 진료하는 수의사가 적은 것도, 수의과대학에서 제대로된 교육을 하지 못하고 있는 것도 사실이다. 축산법상 가축으로 포함된 ‘식용곤충’도 마찬가지다. 관리·교육 모두 수의대와 수의사들 사이에서 사각지대에 놓여 있다.

그나마 수생동물질병학은 전공과목이고, 국가시험에도 출제된다. 꿀벌이나 곤충은 그렇지도 않다. 수산질병관리사 사태가 되풀이되지 않으리란 법이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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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실 국내 수의과대학에서 ‘졸업 직후 곧장 기초적인 진료가 가능할 정도’의 임상교육이 되지 않고 있다는 문제는 축종을 가리지 않는다. 소, 말, 돼지, 가금 등 주요 농장동물은 물론 반려동물마저 마찬가지다. 여기에 꿀벌이 들어갈 틈을 현실적으로 얼마나 만들 수 있을지 모르겠다.

그럼에도 외면만 할 수는 없다. 농장동물 관련 과목에서 함께 다루든, 별도의 선택과목을 만들든 해법을 모색해야 한다.

10개 대학이 모두 별도로 진행하기는 사실상 어려운 만큼 한데 모으는 것도 방법이다. 제주대에서 주최하는 말, 농장동물 임상실습교육이 좋은 예다. 제주대의 ‘산업동물임상실습 하기계절 교육과정’에는 전국의 수의대생이 모이는데, 여기서 꿀벌임상실습을 진행한 사례도 있다.

2021년 열린 제주대 산업동물임상실습 하기계절 교육과정.
꿀벌질병에 대한 실습도 진행됐다.

한국양봉농협 동물병원의 허주행 박사는 “최근 영국에서도 한국인 수의대생이 실습을 왔다”고 전했다. 에든버러와 글래스고 대학의 수의대생들이었는데, 현장실습 학점으로도 인정됐다는 것이다. 해당 대학에서도 짧지만 이론 수업이 진행됐다고 한다.

한국도 불가능하지 않다. 이미 한국양봉농협 동물병원에는 매년 수의대생들이 실습을 온다. 전국 수의대생들이 모이는 평창 산업동물임상교육연수원에 벌통이라도 놔야 할 판이다.

2021년 대한꿀벌수의사회가 출범한 것은 그나마 다행이다. 출범 직후부터 매년 대한수의학회에서 세션을 운영했다. 그와 연계해 양봉장 실습교육도 자체적으로 진행해왔다. 이를 더 확대하기 위한 지원도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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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한꿀벌수의사회에 따르면, 현재 꿀벌을 전문적으로 진료하는 수의사는 10명이다. 도별로 권역을 나눠 전국에서 30명 정도가 진료한다면 우선 적정할 것으로 내다봤다. 아직 양봉농가의 실질적인 진료 수요가 어마어마한 것도 아닌 셈이다. ‘꿀벌질병관리사’ 같은 별도의 직역이 필요할 정도라고는 보기 어렵다.

다만 이들이 꿀벌 진료에 대한 전문성을 충분히 축적하는데 시간이 필요하다. 아직은 어려움을 겪고 있지만, 컨설팅 사업이 그 기반이 될 수 있다. 실질적인 진료활동 없이 편법으로 흐르지 않도록 잘 관리하는 것과 더불어 자부담 비율을 줄이거나 없애 농가 참여를 늘려야 한다. 농가 자부담 완화를 전제로 컨설팅 비용도 현실화해야 한다. 10회 이상의 왕진을 요구하면서 400만원을 지급하는데, 부족함이 있는 것이 사실이다.

그렇게 꿀벌 진료에 전력투구할 수의사의 풀(pool)을 만들어야, 질병 관리를 개선할 토대를 세울 수 있다. 그저 관행대로 관납 약품을 살포하고, 자가진료에 기대는 현행 방식으로는 다양화된 꿀벌 질병에 대응하기란 요원하다.

아울러 특정 축종에, 특정 영역에 수의사가 당장 부족하다고 ‘OO질병관리사’를 만들자는 접근법은 공중보건에도 부합하지 않는다. 사람과 동물의 건강뿐만 아니라 동물 각 축종의 건강은 서로 연결되어 있기 때문이다.

현장에는 이미 ‘연결된’ 부작용이 파다하다. 수산질병관리사가 생기면서 그들이 처방할 수 있는 ‘수산용의약품’들이 나오고, 이들은 가격경쟁력을 바탕으로 다시 양돈장과 양계장에 흘러들어가고 있다. 생선 양식장에서 쓰던 옥시테트라사이클린은 주변 양봉장에서 꿀벌들이 먹을 설탕물에 부어진다.

‘OO질병관리사’가 또 생기면 이런 문제가 더 늘어날 수밖에 없다. 약품을 다루면서 진료하는 직역이 많아질수록, 관리체계는 복잡해지고, 실효성은 저하되며, 부작용은 커진다.

원헬스를 위한 책임은 물론 권한까지 수의사에게 효율적으로 집중되어야 하는 이유다.

[기자수첩] 수산질병관리사로도 모자라 꿀벌질병관리사, 곤충질병관리사까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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