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성수의 당뇨관리 정복하기②] 개, 고양이 당뇨는 많이 다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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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재를 시작하고 많은 원장님들에게서 여러 통의 전화 및 메일을 받았다. 평소에도 매일 몇 통 정도의 질문을 받고 있지만 그 수가 좀 더 늘어난 것 같다.

늘 문의하시는 환자에 대한 내용들 외에도 격려의 말씀들이 있었는데 이 자리를 빌어서 깊은 감사를 드린다. 문의가 늘어나다 보니 이 전에 비해 답변을 드리는 것이 자꾸 지연되어 죄송스럽다는 말씀도 함께 올려야 할 것 같다.

하지만 연재가 진행되면서 최소한 당뇨 환자에 대해서 문의 주시는 내용들 중 많은 부분들은 별도의 답변을 드리지 않아도 스스로 해결하실 수 있을 것이라 기대해 본다.

이번 연재에서는 개와 고양이의 당뇨의 원인과 차이점에 대해 적어보려고 한다.

        

당뇨(Diabetes mellitus, DM)는 인슐린의 절대적 또는 상대적인 결핍으로 인하여 발생하는 대표적인 내분비 질환이다.

당뇨라는 이름에는 어원이 있는데, Diabetes는 ‘siphon; 대기의 압력을 이용하여 액체를 하나의 용기에서 다른 용기로 옮기는 데 쓰는 관’을 의미하며 당뇨 환자들의 요량이 많다(다뇨증)는 사실에서 유래하였다. Mellitus는 ‘sweet; 달다’라는 의미를 가지며 당뇨 환자들의 혈당과 요당이 높다는 데서 유래하였다고 한다.

따라서 ‘당뇨; Diabetes mellitus’라는 이름에는 이미 1) 공복 시 고혈당 (fasting hyperglycemia) + 2) 요당 (glycosuria) + 3) 다뇨증이라는 의미가 포함되어 있으며, 다뇨증(polyuria)이 있는 환자는 결국 4) 보상성의 다음증 (polydipsia)을 보이므로 당뇨(diabetes mellitus)라는 이름만 제대로 알아도 임상 수의사들이 자주 헷갈려 하는 상황들을 줄일 수 있을 것이다.

예를 들어 다음/다뇨 증상을 보이면 바로 당뇨인가 헷갈릴 수 있다. 혈당이 높지만 요당은 검출되지 않는 단순 고혈당 환자를 당뇨로 오인하는 경우도 그러하다.

혈당은 정상인데 요당만 검출되는 경우인 신성당뇨(Renal Glycosuria)는 당을 재흡수 하는 신장(세뇨관)의 역치가 낮은 환자에서 뇨스틱에서는 당이 검출되지만 혈당은 정상인 경우를 말한다. 사람에서는 매우 흔하지만 동물에서는 잘 알려져 있지 않은 편이며, 대부분 임상증상은 비 특이적인 경우가 많다.

경험적으로 후천적인 판코니 증후군이나 신장 세뇨관 질환과 연관된 경우가 많았으며, 특히 몇 년 전부터 중국산 간식(특히 저키류)을 섭취하는 환자에서 종종 진단되고 있다. 이런 경우 인슐린 부족이 문제가 아니라 신장이 문제이므로 인슐린 투약은 지시되지 않는다.

141126 김성수 당뇨
대기의 압력을 이용해 한 용기에서 다른 용기로 액체를 옮기는 관인 Siphon

개와 고양이 모두에서 당뇨병은 결국 췌장의 베타 세포(ß–cell)의 소실 혹은 기능 이상에 의해 유발된다. 하지만 주 원인과 발병기전, 위험인자들에는 차이가 있는 편이다.

먼저 개의 경우 베타 세포의 소실은 급격하고 진행성이며, 그 원인은 매우 복합적이다.

1) 면역매개성 ß-cells 파괴 (약 50%) 및 수포 변성 (vacuolar degeneration),

2) 췌장염 (약 28%),

3) 유전적 소인 (상염색체 열성 유전),

4) 병발질환 및 감염

등의 원인에 의해 발생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최근의 연구 결과에 의하면 개의 당뇨의 경우에는 비만과의 관련성은 명확하지 않은 것으로 밝혀졌다.

거의 대부분이 Type 1 당뇨 (1형 당뇨; IDDM; Insulin-Dependent-Diabetes Mellitus)이며, 베타 세포가 거의 파괴되므로 절대적인 인슐린 결핍 상태 (“NO” residual insulin)이다.

따라서 개의 당뇨를 조절하기 위해서는 반드시 외인성 인슐린 (exogenous insulin) 투약이 필요하다. 최근의 통계에 의하면 개의 경우 거의 99%에 육박하는 환자가 Type 1이라고 알려져 있다.

평균적으로 8세 령 (범위; 2~14년 령)에서 주로 발생하며, 암컷이 수컷에 비해 2배 정도 더 잘 발생하는데 그 이유는 발정 주기와 관련된 여성 호르몬의 변화(특히 diestrus 시에 췌장 islet cell의 소진)와 유선조직에서 분비되는 성장호르몬(growth hormone)에 의해 인슐린의 생산/작용이 영향을 받기 때문이다.

특정 품종의 개들(Austrailian terriers, beagles, samoyeds, keeshonden3)에서 감수성이 높다고 알려져 있는데, 특히 국내에서도 흔히 볼 수 있는 품종들 중에서는 미니어쳐 슈나우져 (약 10배나 더 높은 비율로 발생)와 푸들 (약 4배 더 많이 발생)에서 가장 많이 발생한다. (Freeman, 2001)

     

고양이의 경우 베타 세포의 소실 및 기능 이상은

1) 인슐린 저항성,

2) 랑게르한스섬 아밀로이드증 (islet amyloidosis),

3) 만성 림프구성-형질세포성 췌장염 (chronic lympho-plasmacytic pancreatitis)

등에 의해 유발된다고 알려져 있다. 개와는 달리 Type 2 당뇨 (2형 당뇨; NIDDM; Non-Insulin-Dependent-Diabetes Mellitus)가 많으며, 고양이 당뇨 환자의 약 30~50%가 이에 속한다고 알려져 있다.

하지만 고양이 당뇨의 발병 기전이나 위험 인자들에 대한 연구가 진행됨에 따라 아주 최근에는 최대 70~80% 정도의 고양이가 Type 2에 해당하고 진정한 Type 1 당뇨는 그 비율이 불과 20~30%라고 말하기도 한다.

사람에서도 흔한 Type 2 당뇨는, 베타세포의 기능 이상 외에도 인슐린에 대한 민감도(sensitivity)가 감소하거나 저항성(resistance)이 증가하여 해당 조직이나 세포가 인슐린에 잘 반응하지 못하는 상태를 말한다. 따라서 인슐린 양이 부족하지 않더라도 발생할 수 있으며(“Possible” residual insulin), 이에 해당하는 환자에서 인슐린은 정상이거나 감소되어 있고 심지어는 오히려 많은 경우도 있다.

따라서 이런 환자에서는 당뇨 초기에 식이요법, 체중조절, 혈당 강하제 및 원발 원인에 대한 치료를 통해 해당하는 위험인자들이 해소된다면 당뇨 상태에서 회복되는 경우도 있을 수 있다.

하지만 아쉽게도 우리가 주로 다루고 있는 개에서는 극히 드문 상황이며 몇 년 후 고양이 당뇨환자들을 많이 접하게 된다면 반드시 참고해야 할 것이다.

     

고양이 당뇨에서 입증된 당뇨 유발 및 위험인자들은 연령, 비만, 성별, 중성화 여부, 유전적 소인, 식이 등이다.

특히 사람과 마찬가지로 가장 강력한 인자들은 ‘연령’과 ‘비만’인데, 연령과의 관련성을 보면 평균 10년령에서 발생하며, 75%의 환자가 8~13년령에 집중적으로 발생한다. 즉 나이가 많을수록 그 발생 비율이 급격히 증가하는데, 예를 들어 7~10년령의 고양이는 약 8.3배 더 발병 위험이 높고, 10세 이상의 경우에는 약 15배나 더 높은 위험성이 있다고 한다.

체중의 경우 비만한 고양이는 그렇지 않은 고양이에 비해 약 6배 정도 인슐린에 대한 민감성이 감소한다고 하는데, 통계에 의하면 6.8kg을 넘으면 약 3.9배 더 높은 발병 비율을 보인다고 한다.

또한 중성화한 수컷에서 그 발생비율이 가장 높으며, 유전적으로는 버미즈 (Burmese)고양이에서 다른 품종에 비해 약 3배 정도 높은 발생 비율을 보인다고 알려져 있다.

최근의 연구에서는 domestic shorthaired cat 들에서의 발생 비율도 높은 편이라고 알려지고 있다 (알려진 발생비율은 domestic shorthaired : 약 200마리 중 1마리, 버미즈 : 약 50마리 중 1마리, 8년령 이상의 버미즈 : 약 10마리 중 1마리다!).

식이에 있어서는 무엇보다 전형적인 육식동물인 고양이의 특성상 탄수화물이 많은 식이를 섭취하는 것이 상당한 연관성을 가진 것으로 알려져 있다. 많은 당뇨 고양이의 경우 식이를 고양이에 친화적인 고단백 식이로 교체해주는 것만으로도 당뇨조절에 도움이 되거나 심지어는 초기 당뇨 상태에서 정상으로 회복하기도 한다.

아직 국내 임상 수의사들이 고양이에 대한 경험이 충분치 못한 국내 상황에서 특히 고양이 당뇨에 대해서는 알려주고 싶은 흥미로운 사실들과 유용한 정보들이 너무나 많다. 하지만 연재 초기부터 아직 환자를 본 적이 없으실 수도 있는 대다수의 임상 수의사들에게 고양이에 대해 너무 많은 부분을 할애하면 연재의 흥미가 떨어질 것이 우려되는바, 보다 상세한 이야기들은 연재 후반에 다시 다루도록 하겠다.

     

필자는 특히 동물이 너무 좋아서 수의사가 된 전형적인 케이스이다. 그 중에서도 다행히 우리의 주 고객(?)인 개를 가장 사랑한다. 하지만 임상을 하면 할수록 고양이라는 동물의 마력에 빠져들게 되는데 이는 대부분의 수의사들도 마찬가지일 것이다.

특히 신기하게 생각하는 부분은 역사적으로도, 문화적으로도, 생리적으로도 사람과 상대적으로 친밀한 개보다 의외로 완전한 육식동물인 고양이의 질환들이 더 사람과 가까운 면이 많다는 것이다.

즉, 사람과 마찬가지로 나이가 든 고양이들은 주기적인 건강검진과 함께 뱃살을 빼주어야 할 것 같다. 믿거나 말거나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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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성수의 당뇨관리 정복하기②] 개, 고양이 당뇨는 많이 다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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