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려견 행동문제, 타고난 기질은 인정하며 행복한 공존법 찾아야

KABA, 반려견 보호자 교육으로 첫 걸음..반려견 정신건강 관심·진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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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반려동물행동의학협회(KABA, 회장 나응식)가 7일(일) 서울 건국대 학생회관 프라임홀에서 토크콘서트를 개최했다. 수의사가 아닌 보호자 대상 교육으로 첫 걸음을 내딛어 의미를 더했다. 반려견의 정신 건강, 스트레스 문제에 대한 인식을 넓히는데 초점을 맞췄다.

나응식 회장은 “반려동물에 대한 생각들이 과학적 근거에 기반한 동물행동의학 연구와 교육을 통해서 이루어졌으면 한다”면서 “행동의학 저변 넓히고, 동물학대와 같은 안타까운 일들이 벌어지지 않도록 인식 변화를 이끌어가겠다”고 말했다.

   

이날 연자로 나선 하이반려동물행동클리닉 이우장 원장과 놀로 행동클리닉 설채현 원장 모두 개가 사람의 30개월 전후 수준으로까지 감정이 발달한다는 점을 지목했다.

정서적 성숙을 마치는 시기가 4~6개월령으로 사람보다 다소 빠르지만 공포, 흥분, 괴로움, 만족감, 즐거움, 화남, 두려움, 애착 등 다양한 감정을 가지게 된다는 것이다.

다만 사람과 달리 ‘자아’를 인식하지 못하는 개들은 자부심이나 수치심, 죄책감 등을 인지하지 못한다. 오랜 시간 외출했다 돌아온 집이 난장판이 되어 있을 때 ‘반려견이 서운한 마음에 복수하려고 그랬다’는 식의 의인화된 해석은 사실과 다른 셈이다.

이우장 “개도 정신건강 문제를 겪을 수 있다”면서 “개도 불안·공포·우울과 유사한 정서적 문제를 겪는다는 과학적 증거가 늘어나고 있다”고 말했다.

이에 대한 적극적 치료도 증가하고 있다는 점이 주목했다. 퍼듀 수의과대학 니와코 오가타 교수팀이 2025년 미국수의사회지(JAVMA)에 발표한 연구를 인용하면서다.

연구진이 밴필드 체인 동물병원에서 확보한 진료기록 3,246만건을 분석한 결과, 행동문제(공격성, 분리불안, 공포/불안)로 분류된 진료의 비율이 2010년 1%에서 2020년 10.2%로 10년새 10배나 늘었다.

이 원장은 “행동 관련 문제를 단순히 교육·관리의 문제로만 보지 않게 된 인식 변화를 드러낸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보호자들이 반려견의 정신건강을 위해 다양한 도움을 줄 수 있다는 점을 조언했다. 반려견이 편안한 지, 불편한 지 구분할 수 있도록 몸짓(바디랭귀지)을 잘 읽어내는 것이 첫 걸음이다. 불편한 자극은 최소화하되 일관된 루틴과 예측가능성, 규칙적인 운동과 놀이를 제공해야 한다.

놀로 행동클리닉 설채현 원장은 인정과 노력의 균형을 지목했다. 타고난 기질을 교육만으로 완전히 바꿀 수 없다는 점을 인정하는 한편, 행복한 공존을 고민하는 노력을 기울여야 한다는 것이다.

설 원장은 ‘개가 사람을 공격하는 것은 서열 때문이다’, ‘너무 예뻐해주면 분리불안이 심해진다’ 등 잘못된 선입견을 과학적 근거를 기반으로 논파하면서 반려견의 행동을 수정하기 위한 노력(modification)뿐만 아니라 관리(management), 약물처치(medication)까지 3M 요소를 통합적으로 고려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다른 개들과 접하는 걸 무서워하는 기질의 반려견이라면 ‘애견카페에 가서 행복하게 뛰노는 모습’을 바라지 않는 편이 좋고, 택배박스 도착하는 소리에 더 민감한 반려견이라면 바깥 소리를 줄일 현관 중문 설치부터 고려하는 식이다.

설 원장은 “관리와 교육만으로도 잘 해결되지 않는 사례가 많다는 걸 경험한다”며 동물행동의학에서 약물을 활용해 문제를 해결해나가는 접근법도 함께 소개했다.

황철용 서울대 교수(사진)는 피부질환과 행동 문제의 연결고리를 조명했다.

알러지 등 다양한 원인으로 소양감이 발생하면 긁어서 피부가 손상되고, 손상된 피부에 감염이 발생하면서, 더 가려워지는 악순환이 이어진다는 점을 지목하면서 “스트레스가 악순환을 가속화하는 요인이 된다”고 강조했다.

생물다양성이 낮은 도시환경과 초가공된 펫푸드 등과 함께 반려견의 정신건강도 피부 문제를 심화시키는 요인이 될 수 있다는 것이다.

이어 송중현 충남대 교수는 내원한 반려견이 받는 스트레스를 줄이기 위해 동물병원이 기울이는 다양한 노력을 소개해 눈길을 끌었다.

   

이날 토크콘서트에 참여한 반려견 보호자들을 대상으로 벌인 설문조사 결과 특별한 행동 문제가 없다는 응답은 31%에 그쳤다. 보호자들은 과도한 짖음이나 분리 불안, 공격성, 산책 시 문제 행동 등을 고민하고 있었다.

하지만 이를 해결하기 위해 인터넷·유튜브·서적을 독학했다는 응답이 46%로 가장 많았다. 동물병원 수의사에게 상담하거나 약물 처방을 요청했다는 응답은 21%에 그쳤다(복수응답).

그럼에도 수의사가 행동 문제를 다른 질병문제만큼 중요하게 다뤄야 한다는데 91%가 동의했다. 수의 행동 전문가에게 전문적인 상담을 받을 의향도 91%에 달했다.

반려견 보호자 대상 교육행사로 출발한 KABA는 내년 상반기 고양이 보호자를 대상으로도 토크콘서트를 개최할 예정이다.

수의사 대상 온라인 교육(연4회)과 비수의사 종사자 대상 온라인 교육(연2회), 수의사 대상 오프라인 컨퍼런스를 열 계획이다.

KABA의 러브테일 봉사단이 이미 김포 지역 사설보호소에서 첫 봉사활동을 펼쳤다는 소식도 함께 전했다.

나응식 회장은 “수의사만을 위한 단체가 아닌, 보다 친근하게 반려인과 동종업계 종사자분들과 협력하는 KABA가 될 것”이라며 많은 관심과 참여를 당부했다.

반려견 행동문제, 타고난 기질은 인정하며 행복한 공존법 찾아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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