거즈에 포비돈 뿌려놓고 “피 토한다” 조작한 테크니션에 징역형

허위사실적시 명예훼손, 업무방해 등으로 징역 8개월 선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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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년 전 수의계를 떠들썩하게 했던 ‘일명 포비돈 조작 사건’에 대한 1심 판결이 나왔다. 결과는 징역형이었다.

서울중앙지방법원은 3월 28일 정보통신망법 위반(명예훼손) 및 업무방해죄로 고발된 피고인 B씨에게 징역 8개월을 선고했다.

본지가 입수한 판결문을 바탕으로, 사건의 경과를 다시 살펴본다.

2021년 7월, 한 공중파 메인 뉴스에 ‘밤새 피 토하는 반려견…방치하고 잠든 수의사’라는 제목의 보도가 나왔다. 보도에 따르면, A동물병원 야간 과장 수의사는 수의테크니션 B씨가 “강아지가 계속 피를 토한다”고 보고했음에도 별다른 대응 없이 잠을 잤다고 한다.

뉴스에는 B씨가 직접 촬영한 영상과 B씨의 인터뷰 내용이 모두 담겼다.

이 같은 뉴스가 보도되자 A동물병원은 엄청난 비난과 항의를 받았고, 사건 발생 이후 얼마 지나지 않아 결국 폐업하고 말았다.

하지만, B씨가 주장한 ‘혈토’는 애초에 존재하지도 않았다. 공개된 동물병원 CCTV 영상을 보면, B씨가 거즈에 액체를 묻히는 장면이 그대로 나온다. B씨는 이 거즈를 들고 A수의사에게 다가가 “과장님, OO(강아지 이름) 이거 또…”라고 말했고 A수의사가 ‘그럴 거예요’라는 등의 말만 하고 별다른 반응을 보이지 않는 모습과 포비돈이 묻은 거즈가 함께 나오는 영상을 촬영해 기자에게 전송했다.

뉴스에서 B씨는 “네 번째 혈토를 했을 때 말해 주었는데 ‘그럴 거다’ 하면서 다시 자는 거예요”라고 인터뷰했고, B씨의 멘트는 8시 뉴스를 통해 그대로 방영됐다.

2021년 7월 7일 새벽, B씨가 거즈에 포비돈을 묻히는 모습

서울중앙지방법원은 “이 사건 범행은 조작된 소품을 이용하여 촬영된 동영상과 인터뷰가 결합된 방식으로 허위 사실을 적시하여 그 범행 수법이 매우 불량하고, 위 동영상 및 인터뷰가 지상파 방송의 뉴스에 보도되어 그 파급력과 전파가능성이 매우 컸던 점, 이 사건 범행 이후 해당 동물병원이 폐업하는 등 피해자에게 심각한 피해가 야기됐다”고 판시했다.

또한 “피해자가 엄벌을 탄원하고 있는 점, 피고인(B씨)이 이전에도 사문서위조죄 등으로 벌금형을 받은 전력이 있는 점이 불리한 양형조건으로 작용했다”고 덧붙였다.

다만, 피고인이 이 사건 범행을 인정하고, 피해자에게 1,000만 원을 형사공탁 하는 등 피해 회복을 위해 노력한 점, 이 사건 이전에 벌금형 1회 외에 다른 전과가 없었던 점, 이 사건 범행에 의해 모든 피해가 발생하였다고 보기 어려운 점 등을 고려해 징역 8개월을 선고했다.

이번 판결에 대해 B씨 측과 검사 측 모두 항소한 것으로 알려졌다.

A동물병원은 뉴스를 방영한 방송사를 대상으로 정정보도 청구 소송도 진행 중이다. 지난해 11월 이에 대한 1심 판결이 나왔는데, A동물병원이 언급된 다른 기사 1건을 제외하고, 이번 사건이 언급된 기사들에 대한 ‘정정보도’ 및 ‘기사 삭제’ 및 일부 ‘손해배상’을 하라는 판결이 나왔다.

재판부는 “이 사건 동물병원을 운영하는 원고는 위와 같은 허위사실의 보도로 인하여 그 명예가 중대하게 침해되는 손해를 입게 되었다고 볼 수 있는 점, 이 사건 기사 중 XX와 OO(강아지이름)와 관련된 허위사실이 차지하고 있는 비중이 매우 큰 점, 반면에 기사를 그대로 존치시켜야 할 공익이 허위사실 적시로 인하여 침해된 원고의 인격적 법익보다 무겁다고 보기도 어려운 점 등을 고려했다”고 전했다.

정정보도 청구 민사소송도 현재 진행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다만, 해당 방송사는 최근까지 관련 뉴스 및 영상(유튜브 채널 포함)을 지우지 않고 공개하고 있었다. 본지가 확인한 결과, 이틀 전인 4월 7일까지도 뉴스 영상이 공개되어 있었으나, 4월 9일 현재는 모두 비공개된 상태다.

이번 사건이 언급된 해당 방송사 기사 제목들
방송사 홈페이지 검색 결과, 이번 사건에 대한 뉴스가 검색되지 않는다.
방송사 유튜브 채널 검색 결과, 이번 사건에 대한 뉴스 영상이 나오지 않는다. 이틀 전(4월 7일)에도 영상은 존재했었다.

한편, 이번 사건을 계기로 수의사협회 차원의 ‘온라인 대응팀’이 필요하다는 주장이 힘을 얻고 있다. 수의사가 원장 1명뿐인 1인 동물병원이 전체 동물병원의 70%에 육박하는 상황에서 개별 동물병원이 언론사 및 반려동물 커뮤니티, 각종 SNS에서 일어나는 각종 비방성 글에 적극 대응하기란 사실상 불가능하기 때문이다.

A동물병원 역시, 3년 가까이 법적 다툼을 이어가며 승소 판결을 얻어 냈지만, 아직 법정 싸움을 계속 해야 할 뿐만 아니라, 손해배상청구를 통해 그동안 입은 피해를 모두 돌려받을 수 있을지도 의문이다.

서울시 송파구에 있었던 A동물병원은 16채널 CT와 1.5T MRI 장비까지 갖춘 대형동물병원이었다. 이 동물병원이 폐업하면서 입은 피해와 수년간 법적 다툼을 하며 쏟은 시간과 비용까지 고려하면 피해액은 수 십 억원에 달할 것으로 보인다.

거즈에 포비돈 뿌려놓고 “피 토한다” 조작한 테크니션에 징역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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