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 고시의 문을 열고 수의전문성을 펼치다, 환경부 정수명 사무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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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한수의사회에 신고된 수의사 14,195명 중 공무원은 1,885명으로 임상에 이어 가장 많은 수의사들이 활동하고 있는 분야입니다.

최근에는 일반 수의직∙수의연구직 공무원 외에도 5급공무원 공개채용, 즉 고시에 도전하는 수의사와 수의대생들이 늘고 있습니다. 2013년 5급행정 공채시험(행정고시)에는 수의사 4명과 수의대생 1명이 합격하기도 했습니다.

이들보다 먼저 환경직 기술고시를 패스하고, 현재 환경부 생물다양성과에서 야생동물 관련 업무를 추진 중인 정수명 사무관을 데일리벳이 만났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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Q. 수의과대학 재학 중에 기술고시를 패스하고 5급 사무관이 되셨습니다. 임상이나 연구, 취직 등 일반적인 진로가 아니라, 어려운 고시를 택했던 이유는 무엇이었나요?

기술고시를 보기로 결심한 시기는 본과 3학년이 끝났을 무렵입니다. 본과 3학년까지 마치고, 졸업을 1년 앞두고 나니, 임상과 연구는 저의 적성에 맞지 않는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먼저 임상은 손으로 직접 생명을 다루는 직업인데, 평소 손으로 하는 작업의 정교함이 떨어지고 실수도 많아 계속할 자신이 없었습니다. 또한 연구는 몇몇 흥미로운 분야도 있었으나 지속적으로 한 분야에 깊은 전문성을 쌓고 나아가 새로운 미지의 영역까지 알아낼 자신도 없었습니다.

일단 가장 보편적인 진로인 임상과 연구가 나의 적성과 맞지 않는다고 생각하니, 어떠한 일이 적성에 맞을지 생각해보기 위하여 대학생 때 쌓은 경험을 돌이켜보는 시간을 가졌습니다.

본과2 학년 학교 프로그램의 일환으로 네팔로 해외봉사를 갔던 경험, 사회적 기업에 대한 연구를 하는 서울대학교 동아리 WISH 활동 경험 등이 가장 제가 즐겁게, 그리고 비교적 잘 할 수 있는 일이었습니다.

네팔과 같은 개발도상국에 공적개발원조(ODA)를 하거나 사회적 기업을 육성하는 등 민간 영역에서는 활성화되기 어려운 공적 가치를 추구할 수 있는 직업이 공무원이라고 판단했습니다. 그에 대한 구체적인 정책을 입안할 수 있는 사무관이 되기 위하여 고시를 선택하였습니다.

Q. 일반적인 행정고시가 아닌 환경분야의 기술고시를 치르셨습니다. ‘환경사무관’이라고 하면 환경 관련 학과 출신이 보는 시험이라는 이미지가 강한데, 환경 분야를 택하셨던 이유가 있나요? 수의사를 위한 기술고시 분야는 없는지요?

기술고시에는 여러 분야가 있습니다. 토목, 건축 등이 가장 많은 사람을 뽑는 직렬이고, 환경은 연평균 4명을 선발하는, 비교적 소수직렬입니다.

기술고시 중 수의 직렬도 있으나 실제로 근래에는 시험이 시행되지 않고 있는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수의직렬을 제외하고는 환경직렬의 시험과목이 가장 수의학과에서 배우는 과목과 연관이 있습니다. 시험과목은 환경화학, 환경미생물학, 상하수도공학, 환경계획학 등 4가지인데, 이 중 환경화학과 환경미생물학은 수의학과 예과와 본과에서 배운 내용 중 화학, 미생물학의 세부적인 내용을 다루고 있습니다.

기출문제를 접하고 난 후 환경화학과 환경미생물학은 비교적 친숙하게 공부를 시작할 수 있다고 판단하여, 비교적 생소한 상하수도공학과 환경계획학도 도전해보기로 결심했습니다.

참고로 기술고시에는 전문적이고 깊은 내용이 출제되지는 않으며, 환경학의 특성상 생물과 화학분야가 중요하게 다루어져, 수의학과의 진입장벽은 그다지 높지 않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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Q. 환경부의 생물다양성과에서 일하고 계십니다. 이름부터 ‘야생동물’을 다루는 부서라는 느낌을 받는데요, 어떤 일을 하고 계신지 잠깐 설명해주세요.

생물다양성과는 야생생물을 다루는 부서입니다. 「야생생물 보호 및 관리에 관한 법률」, 「생물다양성 보전 및 이용에 관한 법률」 등 야생생물 관련 법률을 총괄하고 있습니다.

저는 현재 야생생물법 관련 업무를 맡고 있으며 야생동물 질병관리, 동물복지 및 동식물원법 제정, 야생동물 구조센터 총괄, 국제적멸종위기종(CITES) 관리 제도개선에 관한 사항을 맡고 있습니다.

이 중에서도 야생동물 질병관리는 불과 몇 년 전에는 생물다양성과 업무 분장에도 없을 정도로 비중이 없는 업무였습니다. 하지만 최근 야생조류 고병원성 AI의 발생 등으로 그 중요성이 매우 강조되고 있습니다.

Q. 지난해에는 동물원법 발의, 서울동물원 사고 등 동물원 관련된 이슈가 많았습니다. 현재 동물원의 법적∙행정적 관리가 불분명한 측면이 있지만, 그 중에서도 환경부가 가장 큰 역할을 담당하고 있다고 할 수 있는데요, 환경부에서는 동물원 문제 개선을 위해 어떤 노력을 하고 있나요?

동물원의 열악한 사육환경으로 인해 야생동물 폐사하거나 안전사고가 발생하곤 합니다.

이 같은 문제를 개선하기 위하여 현재 동물원에서 보유한 야생생물 중에서도 가장 보호가치가 큰 ‘국제적멸종위기종(CITES)’과 관련된 제도를 개선하고 있습니다.

올해 7월부터 시행되는 「야생생물 보호 및 관리에 관한 법률」 개정안에 따라서, 호랑이나 사자 등 일부 국제적멸종위기종을 인공적으로 증식하거나 사육하기 위해서는 적정한 사육시설을 갖추어 등록해야 합니다.

또한 동물원에 대해서 사육시설 등을 적정 관리하도록 규제하는 동시에 국가차원에서 필요한 사업은 지원할 수도 있어야 할 것입니다.

장기적으로는 동물원, 식물원, 수족관 등의 기관이 야생생물을 보호하고 증식시키는 “현대판 노아의 방주”의 역할을 할 수 있도록 국가 차원에서 지원하고 관리하는 법률을 마련하도록 관계부처와 협의 중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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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호주 양자간 회담에 참석한 정수명 사무관

Q. 5급공무원 고시를 합격한 수의사의 숫자는 많지 않은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수의사로서 고위공직에 있는 것에 어떤 역할이 있다고 생각하시나요?

중앙부처에서 일하는 공무원은 정책을 기획하며, 그에 따라 법과 예산, 조직을 다루는 업무를 합니다. 업무의 담당자인 공무원이 사회적 문제를 어떠한 시각으로 바라보는지, 문제의 어떠한 부분을 특히 중요하게 생각하고 해결하고자 하는지는 그 업무에 꽤 많은 영향을 미칩니다.

수의사는 타 전공자가 놓칠 수 있는 부분까지 고려해 보다 과학적인 판단을 내릴 수 있을 뿐만 아니라 동물의 생명을 다루는 전문가로서, 무시되기 쉬운 동물의 입장에서 동물권의 존중, 야생동물의 보호와 같은 정책을 입안할 책임이 있다고 생각합니다.

실제로 농림축산식품부에는 방역이나 검역 업무를 담당하는 부서가 거의 수의사로 구성될 정도로 수의사 출신의 공무원 선배님들이 많습니다. 가축질병의 방역뿐만 아니라 동물복지농장, 동물보호법 등의 업무도 담당하는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Q. 비슷한 맥락에서 야생동물을 다루는 환경부에서 수의사들이 담당하는 부분은 현재 어느 정도인지, 앞으로 어떤 방향으로 발전해나가야 할 지 말씀해주세요.

환경부에서 수의사가 담당하는 대표적인 업무는 아프고 다친 야생동물을 치료하는 야생동물구조센터 운영입니다.

2006년부터 시작하여, 전국 11개 지자체에서 구조센터를 운영 중이며, 환경부는 이에 대한 설치비와 운영비를 국고로 보조하고 있습니다.

또한 철새의 AI 발생 등이 지속됨에 따라, 환경부에서도 구조와 치료를 넘어선 질병관리 업무의 비중과 중요성이 커지고 있습니다.

현재 국립환경과학원에도 수의사 출신의 연구사님이 철새 등 야생동물 질병 연구를 하고 계시며, 과학원에 BL3 실험실이 설치됨에 따라 수의사의 비중이 커질 것입니다.

신종 전염병의 발생, 해외 전염병의 국내 유입 우려 등이 존재하는 만큼 앞으로도 야생동물의 질병 연구 및 관리 분야로 업무가 발전해나갈 것으로 보입니다.

     

현재 환경부 산하에는 농림축산검역본부와 같은 수의연구기관은 없어, 전국 수의과대학의 도움을 많이 받고 있습니다.

야생동물 구조센터도 11개 중 6개는 대학교에서 위탁 운영 중이며, 신규로 설치되고 있는 대전도 충남대학교에서 위탁 운영할 계획입니다.

그 동안 수의과대학은 환경부에 야생동물의 수의학적 치료 및 질병관리의 중요성을 일깨우고, 문제가 발생할 때마다 전문적인 자문의견을 주시는 등 많은 기여를 해주셨습니다.

앞으로도 각자의 성과나 영향력 확장에 치우치지 않고, 서로 협력하여 야생동물 질병 관리 분야의 발전과 후학 양성에 함께 노력해주셨으면 합니다.

전문가 집단으로서 특유의 배타성과 권위의식, 독자적 성격 등의 담벼락은 낮추고, 합리적이고 논리적인 전문성과 사회문제를 해결하고자 하는 공적인 마인드가 필요하다고 생각이 듭니다.

Q. 지난해 5급 공무원 시험에 합격한 수의대생이 전국에서 5명이 있을 정도로, 수의대에서의 관심도 높아지고 있습니다. 수의대생으로서 고시를 준비하며 힘들었던 점은 없는지, 고시를 고려하고 있는 후배 수의대생들에게 조언을 해주신다면?

수의사로서 고시를 준비하여 중앙부처에서 일하는 것은 본인에게도 전문성이라는 강점이 있을 뿐 아니라, 수의학의 발전에도 좋은 일이라고 생각합니다.

저는 상대적으로 전공수업과 시험의 부담이 적은 본과 4학년 시기에 고시를 준비하였는데, 환경직이라는 과목이 상대적으로 생소하게 느껴졌으나 시간이 지날수록 수의학과도 연관성이 있다는 것을 깨달으며 공부했습니다.

후배 수의대생 여러분도 고시에 대해서 막연한 두려움을 가질 필요는 없습니다. 선택 가능한 진로 중 하나로 고민하는 것이 좋을 듯 합니다. 다만 본인의 적성과 소질, 하고 싶은 일에 대한 고민은 철저하게 해야겠지요.

Q. 끝으로 수의사로서 혹은 공직자로서, 앞으로 이루고 싶은 일이나 꿈이 있다면?

환경직 시험을 본 이유는 야생동물의 보호 및 질병관리 업무를 하고 싶어서였는데, 운 좋게도 지금 그 업무를 추진 중에 있습니다.

현재 추진 중인 야생동물 질병관리 업무가 성공적으로 정착하기를 바랍니다.

그리고 나아가 우리나라의 환경 보전에 일조할 수 있는 공직자가 되고 싶습니다.

     

[인터뷰] 고시의 문을 열고 수의전문성을 펼치다, 환경부 정수명 사무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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