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는 수의사를 원하지 않는다` 해양수산부의 불편한 진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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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양수산직 임용 공고에 수의사 제외 수차례..그때마다 수의사회 항의로 변경

검역업무 담당자 채용 아니라는 이유로 빠져나가기도

지난 10월 29일 발표된 해양수산부 「2013년 기술직(해양수산) 공무원 경력경쟁채용시험 공고」에서 ‘수의사’는 찾아볼 수 없었다.

국립수산물품질관리원에서 수산물 검역∙검사 업무 등을 담당할 해양수산직렬 일반수산직류 공무원의 응시자격요건으로 수의사가 제외된 채 수산질병관리사 및 수산관련 기술사, 기사, 산업기사만을 제시한 것.

수산물 검역∙검사 업무는 수산생물질병 관리법 제22조에 의해 수의사 또는 수산질병관리사가 담당하도록 되어있음에도 불구하고 수산질병관리사만 포함된 것이다.

10월 29일 최초 공고문에 대해 대한수의사회가 항의했고 결국 지난 5일 변경공고를 통해 응시자격에 수의사를 포함시켰다.

이런 일이 처음이라면 담당자의 실수로 인한 해프닝으로 치부할 수 있겠으나, 수산분야 공직채용에서 수의사를 배제하려는 듯한 움직임은 그 동안 계속되어 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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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9년 1월 30일 국립수산과학원 해양수산직 채용공고에 수의사가 제외되었다가 수의사회 조치로 2월 4일 수의사를 포함시키도록 변경된 공고문

2009, 2011, 2012 수산과학원과 수산관리원에서도 같은 일 벌어져

농림수산검역검사본부에서까지 해양수산직 수의사 채용 배제되기도

2009년초 국립수산과학원에서 시행한 해양수산직 특별채용시험에서도 이번과 같은 일이 있었다.

수산동물 방역 및 검역을 담당할 해양수산직 8급공무원을 뽑는데 최초공고에서는 응시자격으로 수산질병관리사와 어병기사만을 명시한 것이다. 그 뒤 수의사회의 항의로 5일 만에 수의사를 포함하도록 변경됐다.

2011년 5월 국립수산물품질검사원(현 국립수산물품질관리원) 해양수산직 공무원을 채용할 당시에도 수의사는 응시자격에서 제외됐다.

9급공무원 채용이긴 했지만, 수산질병관리사는 포함됐음에도 불구하고 수의사는 없었던 것. 수의사회 관계자에 따르면 당시 검사원 측은 담당업무에 ‘검역’이 포함되지 않았기 때문에 수의사를 응시자격에 의무적으로 포함시킬 필요는 없다는 입장을 보였다. 

하지만 공무원은 자주 담당업무를 변경한다. 때문에 채용된 인원이 수산물품질검사원(현 수산물품질관리원)에서 담당하는 검역업무를 맡게 될 가능성이 높다는 점에서 해당 입장을 그대로 받아들이기는 힘들다. 

게다가 수산질병관리사의 면허범위를 포함하고 있는 수의사가 수산질병관리사가 응시할 수 있는 자리에 응시자격이 주어지지 않는다는 것은 국가제도의 취지에도 맞지 않다고 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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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1년 5월 11일 국립수산물품질검사원 해양수산직 공무원 채용공고문. 담당업무가 검역이 아니라는 이유로 수의사는 제외됐지만 수산질병관리사는 포함되어 있다.

해양수산 관련기관의 수의사 채용 거부는 수산물 검역∙검사업무가 농림수산검역검사본부(현 농림축산검역본부)로 통합됐던 작년에도 이어졌다. 공무원 수의사의 상당수가 소속된 검역본부에서마저 2012년 3월 공고됐던 경력경쟁채용시험 해양수산직 채용에서 수의사가 제외된 것.

그 방법도 교묘했다. 공고문 상단 채용공고에는 지원자 전공분야에 수의학을 포함시켰지만 하단 응시자격에서는 수의사 면허증을 배제했다. 말하자면 수의학과를 졸업한 수의사가 다른 수산관련 자격증을 따야 지원할 수 있도록 만들어 놓은 것이다. 수산질병관리사 면허증에는 정상적으로 응시자격이 주어졌다.

당시 해양수산직 채용을 담당한 수산물관리과 측은 “업무에 따라 필요직종을 선택할 수 있으며, 이번 임용이 검역보다는 양식이나 환경 쪽에 초점이 맞춰져 있어 수의사를 제외했다”는 입장을 취했다. 수의사회가 항의했지만 재발방지 다짐을 받는 선에서 일단락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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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2년 3월 21일 농림수산검역검사본부 해양수산직 공무원 채용 공고문. 채용개요에는 수의학 전공자가 포함되어 있지만 응시자격에는 수의사가 제외됐다.

같은 수의사도 수의직은 7급, 해양수산직은 8급?

대수, 7급지원 경력조건 인정분야 확대 요구 관철..수의장교∙공중방역수의사 포함

이번 해수부 해양수산직 채용에 수의사가 포함됐지만 경력조건을 둘러싼 갈등도 있었다. 수의사면허증 소지자는 8급 해양수산서기에 지원할 수 있도록 했고, 7급 해양수산주사보 지원에는 관련 분야 3년 이상의 경력을 요구했기 때문이다.

현행 공무원임용시험령에 따르면 수의사 면허증 소지자는 관련 경력 없이 해양수산직렬 일반수산직류 7급공무원에 지원이 가능하다. 관련 분야 3년 이상의 경력조건은 6급 임용에 적용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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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무원임용시험령에 규정된 경력경쟁채용등을 위한 자격증 구분표. 수의직 공무원은 해당 규정에 따라 7급부터 임용된다.

해수부 관계자는 “그 동안 수의사와 수산질병관리사 등을 주로 8급으로 채용해왔기 때문에, 7급 지원요건을 8급과 동일하게 적용할 경우 먼저 들어온 사람과의 형평성 문제도 있고, 인사 관리 상 곤란한 부분이 있어 내부적으로 경력조건 추가를 결정했다”고 설명했다. 대신 경력조건의 적용 범위에 있어 수의사회 측의 요구를 수용했다.

대한수의사회는 “경력조건사항은 수의사 뿐만 아니라 해양수산 관련 기사나 수산질병관리사에게도 모두 법적으로는 없어도 되는 조건을 (해수부 자체적으로) 요구한 것”이라면서 “수생동물의학 관련 대학원 연구경력이 인정됨은 물론 수의장교, 공중방역수의사 복무기간도 관련 분야 경력으로 인정받을 수 있게 됐다”라고 밝혔다.

대한수의사회에 따르면 현재 정부 내 해양수산직 공무원으로 근무하는 수의사는 단 3명. 수산동물 방역∙검역에 수의전문성 향상이 절실한 상황이다. 이번 채용 원서접수는 오는 21일까지 진행된다.

 

`우리는 수의사를 원하지 않는다` 해양수산부의 불편한 진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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