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미 수의사법에 강제 동원 조항 있는데…재난관리자원에까지 포함되나

황운하 의원 `재난 발생 시 의료인력 효율적 활용하기 위해` 법안 대표발의

등록 : 2020.08.28 11:02:35   수정 : 2020.08.29 20:13:55 이학범 기자 dvmlee@dailyvet.co.kr

의사들이 의대정원 확대, 공공의대 신설 등에 반대하며 파업을 이어가는 가운데, 재난 시 의료인력을 효율적으로 활용하는 법안이 발의됐다. 법안에서 구제역까지 예시로 든 만큼, 수의계의 관심이 필요한 상황이다.

재난관리자원에 ‘인력’ 포함…“코로나19와 같은 상황에서 의료인력 효율적으로 활용하기 위한 법”

황운하 국회의원(더불어민주당, 대전 중구)은 24일 ‘재난 및 안전관리 기본법’ 개정안을 대표발의했다.

현행법상 재난관리책임기관이 비축·관리해야 하는 재난관리자원은 장비, 물자, 자재 및 시설 등으로 규정되어 있는데, 여기에 ‘인력’을 추가하는 내용이다.

법안을 발의한 의원들은 “재난관리자원이 물적자원으로만 구성되어 있어서 구제역, 메르스, 코로나19와 같이 의료인력 등 인적자원이 절실히 필요해도 이러한 인적자원을 재난 발생 시 효율적으로 활용하기 위한 법적 근거가 미흡한 실정”이라며 “재난관리자원에 ‘인력’을 포함시킴으로써 재난 시 효율적 대응을 제고하려는 것”이라고 법안 발의 취지를 설명했다.

의료계는 해당 법안이 ‘의료와 의사를 공공재로 간주하려는 것’이라며 반대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

노환규 전 대한의사협회장은 기고문을 통해 “재난 발생 시 의료인력을 효율적으로 쓰기 위한 게 입법 취지라니 의사를 공공재로 사용하기 위한 근거를 마련하고 있는 것”이라고 밝혔다.

이번 법안은 황운하, 김경협, 김민철, 김성주, 김영호, 남인순, 박영순, 박정, 송기헌, 신정훈, 유동수, 이상민, 장철민, 진선미 의원(이하 더불어민주당)이 공동발의했다.

현행법(왼쪽)과 개정안(오른쪽) 내용

“수의사도 대상이 되는 것 아니냐” 우려

수의사법에 이미 ‘수의사 강제 동원 조항’ 있고, ‘질병관리본부 요청에 협조해야 하는 조항’도 신설

한편, 이번 법안에 대해 수의계 일각에서도 우려가 포착된다.

예시로 든 질병에 ‘구제역’이 포함되어 있고, 메르스와 코로나19도 인수공통감염병인 만큼 수의사도 해당하는 것이 아니냐는 것이다.

이미 수의사법에 ‘수의사와 동물병원에 대한 지도·명령(일명 수의사 강제 동원) 조항’이 있는데, 이제 재난관리자원으로까지 포함되어야 하냐는 불만도 나온다.

수의사법 30조

실제 수의사법 제30조(지도와 명령)에는 ‘농림축산식품부장관, 시·도지사 또는 시장·군수는 동물진료 시책을 위하여 필요하다고 인정할 때 또는 공중위생상 중대한 위해가 발생하거나 발생할 우려가 있다고 인정할 때에는 대통령령으로 정하는 바에 따라 수의사 또는 동물병원에 대하여 필요한 지도와 명령을 할 수 있다’는 내용이 있다.

여기에 ‘농림축산식품부장관은 인수공통감염병의 방역(防疫)과 진료를 위하여 질병관리청장이 협조를 요청하면 특별한 사정이 없으면 이에 따라야 한다’는 조항도 추가됐다.

규제 일변도 수의사법 개정안, 수해 피해 가축농가 지원 ‘동물의료지원반’ 구성, 수의대 정원 확대 추진까지…의사파업 사태, 먼 얘기 아니다

의사파업 사태를 다른 세상 얘기로만 볼 것이 아니라, (수의계가) 경각심을 느끼고 대비책을 세워야 한다는 주장도 있다.

21대 국회에 발의된 수의사법 개정안이 모두 규제일변도 법안(동물병원 진료부 발급 의무화, 동물진료항목 표준화, 진료비 사전고지제 등)이고, 최근 수의사협회의 의견을 묻지 않고 ‘동물의료지원반’을 구성한 것을 보면, 앞으로도 ‘지원 없이 공적 역할’을 강조하는 정책이 계속 추진될 수 있다는 것이다.

최근 농림축산식품부는 긴급 동물의료 지원을 위해 전국 46개소 가축방역기관에 ‘동물의료지원반이 꾸렸는데, 가축방역관, 공수의, 축협 소속 수의사들이 지원반에 포함됐다.

익명을 요구한 한 수의사는 “지난 20대 국회에서 한 국회의원이 가축방역관 처우에 대한 고민 없이 수의대 정원 확충을 쉽게 얘기하지 않았느냐”며 “그런 일이 되풀이되지 않으리라는 보장이 없다”고 강조했다.

지난 2017년 국회 농림축산식품해양수산위원회 공청회에서 한 국회의원이 ‘시군 지방 수의직공무원(가축방역관)에 수의사들이 지원하지 않는다’는 설명을 듣고, “공무원 경쟁률이 100대 1이 넘는데 수의사들만 안 온다니 기가 찬다”며 “수의사가 부족하면 수의대 정원을 늘리도록 교육부에 요청할 수 있다고 생각한다”고 말한 바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