러시아가 최초 개발한 동물용 코로나19백신,동물 접종 필요할까?

전문가들 `반려동물보다는 밍크 산업 피해 줄이는 데 도움 될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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러시아가 최근 세계 최초로 동물용 코로나19 백신 등록을 마쳤다고 밝혔다. 미국의 다국적 동물용의약품 회사 조에티스(Zoetis)도 동물용 코로나19 백신을 개발 중인 가운데, 현시점에서 동물에게 코로나19 백신 접종이 필요한지 살펴보자.

러시아 과학자들이 코로나19 백신 개발 과정에서 토끼에게 접종하는 모습(2020년 12월, 러시아 블라디미르) @러시아 연방동물보건센터

러시아 정부는 이달 초 “러시아의 연방동물보건센터(Federal center of animal health)가 개발한 Carnivak-Cov Vaccine 백신을 등록했다”며 “전 세계 최초로 허가된 동물용 코로나19 백신”이라고 발표했다.

러시아 정부에 따르면, 개, 고양이, 밍크, 여우 등 다양한 동물을 대상으로 수개월 간 테스트를 거쳐 등록됐으며, 실험동물 모두에서 바이러스 항체가 확인됐고 면역력이 최소 6개월간 지속됐다고 한다. 또한, 미국, 캐나다, 싱가포르, 폴란드 등 여러 국가 기업이 이 백신에 관심을 보였다고 덧붙였다.

우리나라에서도 반려동물의 코로나19 감염이 여러 차례 확인된 바 있다.

이런 상황에서 동물용 코로나19 백신 개발 소식이 전해지자 “반려동물도 코로나19 백신을 접종해야만 할까?”라는 궁금증이 생긴다. 전문가들의 의견은 어떨까.

“현 상황에서는 반려동물 아닌, 사람에 대한 백신 접종만으로 충분”

“반려동물보다 사람에게 바이러스 전파하는 밍크에게 도움 될 것”

러시아의 동물용 코로나19 백신 개발 소식에 많은 사람이 ‘반려동물’을 떠올리지만, 정작 이 백신이 환영받을 분야는 밍크 산업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네덜란드, 덴마크를 중심으로 모피 산업을 위해 밍크를 대량 사육하는 농장(밍크 농장)에서 코로나19가 집단 발병해 수많은 밍크가 죽고, 살처분당했다. 덴마크에서만 1천 7백만 마리 이상의 밍크가 살처분됐다. 프랑스, 아일랜드도 밍크를 살처분했으며, 미국과 캐나다에서도 밍크 감염 사례가 보고됐다.

특히, 네덜란드와 덴마크에서는 밍크 간 코로나19 전파뿐만 아니라, 밍크에서 사람으로의 전파 의심 사례도 나왔다. 덴마크의 경우 바이러스가 밍크에서 유전적으로 진화하여 새로운 변종이 된 후에 다시 사람에게 전파됐다는 증거까지 확인된 상황이다.

러시아 정부 역시 “이 백신이 코로나19 바이러스의 (동물 몸 안에서의) 돌연변이 발생을 방지하고 밍크 농장 등 동물 기반 산업을 지키는 데 도움이 될 것”이라고 공식 발표했다.

이처럼 밍크 농장에 코로나19 동물백신 접종이 필요하다는 데는 큰 이견이 없다. 반면, 반려동물의 코로나19 백신 접종에 대해서는 ‘아직까지 불필요하다’는 전문가들의 의견이 많다.

개, 고양이 등 반려동물로부터 사람으로의 코로나19 전파가 확인되지 않았고, 임상증상도 크게 보이지 않기 때문에 바이러스 접종이 불필요하다는 것이다.

세계소동물수의사회(WSAVA)는 “현재까지 확인된 사실을 종합하면, 코로나19에 감염된 반려동물은 주로 사람으로부터 감염되고 임상증상이 있는 경우에도 매우 약하고 제한적인 증상을 보였다”며 “이는 현 상황에서 개, 고양이, 페럿 등 반려동물에게 코로나19 백신접종이 필요하지 않음을 시사한다”고 설명했다.

반려동물의 감염경로가 <확진자→반려동물>이므로, 사람에게 코로나19 백신 접종이 충분히 진행되어 집단 면역이 발생하면, 자연스레 반려동물 감염도 줄어들 것이라는 설명이다.

미국 주요 언론에 따르면, 미국 농무부(USDA)도 “공중보건 관점에서 (반려동물의 코로나19) 백신 접종은 필요하지 않다”는 입장이다.

유인원에 접종된 조에티스의 동물용 코로나19 백신…밍크용으로 개발 중

한편, 동물용 코로나19 백신을 개발 중인 조에티스는 지난해 3월 홍콩에서 전 세계 최초 반려견 코로나19 양성 사례가 나오자, ‘개·고양이용 코로나19 백신’ 개발에 착수했고 지난해 10월 개와 고양이에게 효과적이고 안전하다는 내부 판단을 내린 것으로 알려졌다.

그러나, 조에티스도 반려동물용으로 출시하기에 앞서, 전시동물과 밍크 농장을 위해 이 백신을 활용하고 있다.

조에티스의 백신은 이미 지난 2월 유인원에 접종됐다.

지난 1월 샌디에이고 야생동물 공원(San Diego Zoo Safari Park)의 고릴라 8마리가 코로나19에 감염되자 관계자가 조에티스에 연락했고, 샌디에이고 야생동물 공원의 9마리 유인원(오랑우탄 4, 보노보 5)이 조에티스의 코로나19 백신을 맞은 것이다.

이 백신은 현재 밍크용으로 개발 중이며, 미국의 밍크 농장에서 테스트한 결과 밍크에서 강력한 면역반응을 나타내는 것으로 확인됐다. 현재 조에티스는 이 백신을 밍크 농장을 위해 사용할 방법을 미국 농무부와 논의 중이다.

전문가들은 “사람과 유전적으로 유사한 유인원에서의 코로나19 감염은 바이러스 변형과 사람으로의 재전파 등 공중보건학적으로 큰 위험성이 있으며, 밍크의 경우 이미 바이러스 변형과 사람으로의 재전파가 확인됐다”고 설명했다.

즉, 현 상황에서는 반려동물에 대한 코로나19 백신 접종보다 밍크, 유인원에 대한 백신 접종이 ‘공중보건학 측면’에서 더 우선이라는 것이다.

러시아가 최초 개발한 동물용 코로나19백신,동물 접종 필요할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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