직무스트레스 높은 수의사들..정신건강 위해 명심해야 할 것은

KAHA 컨퍼런스, 수의사 정신건강 위한 웨비나 강의 마련 눈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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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의사는 큰 직무스트레스를 겪는다. 일반인에 비해 극단적 선택을 시도하는 경우도 많다.

2020년 머크애니멀헬스가 미국 수의사 2,871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수의사 웰빙연구’에서 당시 최근 1년간 극단적 선택을 생각해본 수의사의 비율은 일반인에 비해 2배 이상 많았다.

극단적 선택을 시도한 비율도 일반인에 비해 2.7배나 높은 것으로 드러났다.

김무석 수의사가 최근 발표한 ‘수의사의 직무스트레스가 심리적 소진에 미치는 영향: 성별과 진료직무의 조절 효과’ 연구에서도 국내 수의사가 경험하는 직무스트레스가 상당히 높은 것으로 조사됐다.

해당 연구에서 한국인 직무스트레스 측정 도구(KOSS)로 측정한 수의사의 직무스트레스는 평균 98.36점으로, 선행연구에서 통상적으로 높은 직무스트레스로 여겨지는 점수(남자 56.6점, 여자 56.7점)보다 더 높았다.

수의사의 삶의 질과 정신건강에 대한 관심이 점차 높아지면서, 지난달 열린 한국동물병원협회(KAHA) 온라인 학술대회도 관련 강의가 마련됐다.

서울아산병원 정신건강의학과 조을아 교수와 Helping Hands Pet Hospice의 Cherie Buisson 수의사가 연자로 나섰다. Buisson 수의사의 강의는 힐스코리아가 제공했다.

“우울증 환자의 탓을 하거나 비난하면 안 돼”

치료받을 수 있도록 지지와 격려 보내야

‘전문직 종사자들의 건강한 정신건강 – 우울증과 자살’을 주제로 강연에 나선 조을아 교수(사진)는 우울증의 진단기준부터 관련 오해와 진실, 위험성과 치료방안을 폭넓게 소개했다.

조 교수는 “우울증은 완치가 가능하고, 초기 치료를 잘 하면 재발하더라도 금방 회복될 수 있다”고 강조하면서도 우울증을 방치하면 극단적 선택으로 이어질 수 있다고 경고했다.

보건복지부와 한국생명존중희망재단이 공동으로 발간한 ‘2022 자살예방백서’에 따르면 대한민국의 인구10만명당 자살은 24.6명으로 OECD 회원국 중 1위를 차지하고 있다. 평균(10만명당 11명)보다도 훨씬 높다.

2020년 기준 전문가 및 관련 종사자 자살자는 636명으로 전체(13,195명)에서 약 5% 비율을 차지하고 있다.

조을아 교수는 주변에서 자살이 의심되는 사람이 있다면 ‘자살’이라는 단어를 직접적으로 언급하고 물어볼 것, 또 죽지 말라는 성급한 말보다는 상대방의 말을 천천히 들어준 뒤에 적극적으로 도울 것 등을 강조했다.

조 교수는 전문직 종사자로서 정신건강을 유지하기 위해 할 수 있는 일로 ▶내가 할 수 있는 것들을 하기 ▶거리를 두고 내 상황을 객관적으로 바라보기 ▶기분과 생각, 사실을 구별하기 등의 예시를 들었다.

또한 ▶6개월마다 정기적으로 정신건강검진 ▶우울증이 의심된다면 일단 전문가와 상담하기 ▶자살에 대해서는 심각하게 생각하고 적극적으로 대응하기 ▶내 감정 잘 다스리기 등을 명심하고 실행에 옮길 것을 당부했다.

환자의 죽음에 슬픈 감정을 느끼는 것은 자연스러운 일

슬픈 감정을 인정하고 통과해야

2000년 미시시피주립대를 졸업한 Cherie Buisson 수의사(사진)는 세계 최초의 공인 호스피스 및 완화치료 수의사(CHPV: Certified Hospice and Palliative Care Veterinarian)중 하나다.

현재는 Helping Hand Pet Hospice를 운영하며 보호자의 집에서 반려동물을 돌보고 안락사하는 일을 수행하고 있다.

Buisson 수의사는 ‘환자의 죽음에 대처하기: 환자가 사망했을 때 자기 자신을 잃지 않는 방법’ 강의에서 수의사가 겪을 수 있는 트라우마를 막기 위한 감정조절법을 소개했다.

수의사가 경험할 수 있는 죽음은 다양하다. 병원 안팎에서 환축이 예상치 못하게 죽을 수 있고, 병원 내 구성원의 실수에 의해 죽을 수도 있다. 안락사도 수의사가 겪을 수 있는 죽음에 해당한다.

환축의 죽음을 겪고 힘들어하는 동료 수의사가 있다면 스스로 자책하거나 비난하지 않도록 주변에서 지지와 위로를 아끼지 않아야 한다.

환축을 잃은 수의사에게는 ▶비슷한 경험을 이미 해 본 사람(멘토, 친구 등)과 대화하기 ▶정신 건강 전문가와 상담하기 ▶자기 감정을 돌아보는 시간을 많이 갖기 ▶통제 가능한 것(자신)에 집중하고, 통제 불가능한 것들은 놓아 보내기 등을 시도해볼 것을 제안했다.

연자는 “환자가 예상치 못하게 죽음을 맞이했을 때 수의사가 충격 받고 슬픔을 느끼는 것은 정상적인 반응”이라며 “슬픔은 극복할 수 없으며 그저 통과해 나가는 것”이라고 조언했다.

그러면서 “스스로 회복될 수 있도록 자신에게 관용을 베풀고 시간을 주어야 한다”고 당부했다.

우울감 등 말하기 어려운 고민이 있거나 주변에 이런 어려움을 겪는 가족ㆍ지인이 있을 경우 자살예방 상담전화 ☎1393*, 정신건강 상담전화 ☎1577-0199, 희망의 전화 ☎129, 생명의 전화 ☎1588-9191, 청소년 전화 ☎1388 등에서 24시간 전문가의 상담을 받을 수 있습니다.

김예진 기자 yejinkim@chungbuk.ac.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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