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년 8개월에 걸친 법정 다툼이 끝났습니다

등록 : 2020.11.27 09:24:21   수정 : 2020.11.27 09:25:28 이학범 기자 dvmlee@dailyvet.co.kr

2017년 4월, 알고 지내던 한 동물보호단체 대표님께 연락을 받았습니다. 대구에 있는 H동물보호협회(이하 H협회)에 문제가 있고, 내부 고발자가 관련 제보를 하고 싶다는 얘기였습니다.

내부 고발자를 만나 내용을 듣고 자료를 보니 상황이 매우 심각했습니다. 국내 최초의 동물보호단체로 알려진 H협회가 정상화되기 위해 공론화가 필요해 보였습니다. 사회적 공론화를 위해서는 메이저 언론을 통해 상황이 알리는 게 중요하다고 생각했고, 유명 동물방송 PD님께 개인적으로 연락을 드렸으나, 취재가 성사되지 않았습니다.

고민을 거듭한 끝에 7월 말, 데일리벳에서 단독 보도 형태로 총 4차례에 걸쳐 관련 사건을 보도했습니다(기사 3건, 위클리벳 1회).

첫 번째 기사 : https://www.dailyvet.co.kr/news/animalwelfare/81231

두 번째 기사 : https://www.dailyvet.co.kr/news/animalwelfare/81258

세 번째 기사 : https://www.dailyvet.co.kr/news/animalwelfare/81370

위클리벳 : https://youtu.be/V8ufPalk34Y

내부 고발자의 제보와 관련 증거(사진, 영상, 영수증, 서류 등)를 확인했을 뿐만 아니라, 해당 지자체 담당자와 통화하고, H협회 개인 봉사자, H협회에 동물을 맡겼었던 보호자도 취재했습니다. 또한, H협회가 다니는 동물병원 2곳도 직접 방문했으며, 다른 동물보호단체 관계자 및 전문가들의 의견도 청취했습니다.

나름 열심히 취재했고, H협회의 정상화를 바라는 마음에 기사를 게재했으나 돌아온 건 고발장이었습니다.

우선, 2018년 3월 기사삭제가처분이 청구됐습니다. H협회 대표가 기사를 삭제해달라고 가처분신청을 한 것이죠. 기사와 영상을 모두 지우고, 비슷한 내용의 글도 올리지 말라는 내용이었습니다. 이를 위반하면 H협회 대표에게 위반행위당 100만원을 지급하라는 내용도 담겼습니다.

다행스럽게도, 지역 법원과 서울고등법원까지 가서 재판을 받은 끝에 가처분 신청이 기각됐습니다.

재판부는 여러 가지 설명과 함께 “이 기사를 허위라고 단정하기 어렵고, 언론중재법에서 정한 정정보도 청구권, 반론보도 청구권 및 추후보도 청구권을 행사하지 않은 상태에서 기사의 완전한 삭제를 요구하는 가처분에 대해서는 보전의 필요성을 쉽사리 인정할 수 없다”며 “이 사건 신청은 이유 없으므로, 이를 모두 기각한다”고 판시했습니다.

하지만, 몇 달 뒤 형사고소가 들어왔습니다. 죄명은 ‘정보통신망이용촉진 및 정보보호등에 관한 법률’ 위반(명예훼손)과 업무방해였습니다.

고소인은 H협회 대표와 전 한국동물약국협회 회장이었던 임 모 약사였습니다. 지난 2014년에도 저를 한 번 형사고발 했던 인물입니다.

왜 고소인에 약사가 포함됐는지 궁금하실 텐데요, H협회에서 사용한 약들을 택배로 보내준 사람이 바로 임 모 전 회장이었기 때문입니다. 그는 나중에 약준모(약사의 미래를 준비하는 모임) 회장도 됐습니다.

임 모 약사는 H협회에 약을 택배로 배송해주고, 의약품 목록과 자신의 계좌번호, 금액이 적힌 영수증을 함께 첨부했고, 약사법 위반으로 기소유예 처분도 받았습니다.

형사고발 건에 대응하기 위해 경찰서를 여러 차례 방문해 조사를 받았습니다. 수차례 조사를 받으며 관련 증거와 자료를 추가로 제출한 끝에 서울중앙지방검찰청으로부터 불기소처분을 받았습니다(혐의없음-증거불충분). 여기에 다 소개할 수는 없지만 정말 수많은 분이 자기 일처럼 걱정해주시며 저를 도와주셨습니다. 진심으로 감사드립니다.

이로써 모든 법정 다툼이 끝났다고 생각했는데 아니었습니다. 이번에는 민사소송이 들어왔습니다. H협회 이름으로 ‘기사삭제 청구’가 된 것입니다. 사건 판결 확정일 다음날부터 삭제하지 않은 기사에 대해 매일 10만원을 지급하라는 내용도 있었습니다.

또 법원에 가서 재판을 받는 일이 반복됐습니다. 이 과정에서 제가 한 얘기는 늘 같았습니다. 충분한 취재와 증거 확인을 거쳐 쓴 기사고, 기사의 목적도 H협회의 정상화를 바라는 것이었다는 점입니다. 그렇게 2심까지 간 끝에 지난 11월 19일 수원고등법원에서 ‘항소를 기각’하며 민사소송에서도 원고가 패하게 됐습니다. 이로써 제가 썼던 기사들은 그대로 남게 됐습니다.

가처분, 형사, 민사까지 끝났지만, 또 어떤 일이 벌어질지 알 수 없습니다. 그러면 또 열심히 준비해서 대응해야겠지요. 지금까지 해왔던 것처럼 말입니다.

이렇게 글을 올리는 이유는 2017년 4월부터 민사소송까지 끝난 2020년 11월 현재까지의 일을 저 스스로 돌아보고, 짧게나마 여러분께 공유해야 할 것 같아서입니다.

부족한 글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어려운 시기인데요, 다들 몸 관리 잘하시길 바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