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의사가 설계하고 IT가 구현한다” 창업경진대회 대상 따낸 수의학도 전우호·최도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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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1회 농업·농촌 공공데이터+AI 활용 창업경진대회가 지난 4월부터 6월까지 열렸습니다.

농식품 공공데이터와 인공지능(AI) 기술을 활용한 아이디어나 제품·서비스를 공모한 이번 대회에서 전북대학교 수의과대학 학생과 동문 수의사로 구성된 ‘한벳AI’팀이 2건이나 대상(농림축산식품부장관상)을 수상했는데요,

양돈 농장의 질병 관리에 도움을 주기 위한 서비스를 개발·기획한 전우호, 최도현 학생을 데일리벳 학생기자단이 만났습니다.

(왼쪽부터) 최도현, 전우호 학생

전우호 : 전북대학교 수의과대학 24학번으로 본과 1학년에 재학 중인 전우호입니다. ‘한벳AI’ 팀의 저희 둘 모두 면역학 실험실에서 김원일 교수님의 지도하에 공부하고 있습니다.

최도현 : 안녕하세요. 전북대학교 수의과대학 24학번 본과 1학년에 재학 중이며, 학업과 병행하며 한벳AI 팀에서 활동하고 있는 최도현입니다.

최도현 : 한벳AI는 서로 다른 전문성을 가진 팀원들이 모여 시너지를 내고 있는 팀입니다.

성균관대학교 경영학과와 컴퓨터공학을 복수전공한 전우호 학우와 한양대학교 정보시스템학과 출신인 제가 기초적인 IT 및 AI 기술을 담당하고 있습니다. 여기에 평소 AI와 수의학의 융합에 깊은 관심을 가지고 계신 전북대학교 출신 수의사 김한울 선배님께서 수의학적 방향성과 실무적 검증을 이끌어주고 계십니다.

마지막으로 연세대학교 경영학 학·석사 출신이자 전북대학교 수의예과 재학 중인 권지은 님이 합류해 전체적인 팀 운영과 기획을 탄탄하게 잡아주면서, 총 4명이 완벽한 삼박자를 이루어 활동하고 있습니다.

전우호 : 성균관대 재학 시절, 사람의 피부질환을 AI로 탐지하는 연구를 논문으로 발표한 경험이 있습니다. 이후 수의학을 공부하면서 이 기술을 수의 영역에 적용할 지점을 찾고 있었는데, 이번 대회가 공공데이터를 활용해 그 시도를 해볼 좋은 기회라고 생각했어요.

최도현 : 한양대 공대 재학 시절 쌓았던 IT 지식과 웹 개발자로서의 실무 경험은 인공지능을 독학하는 데 큰 밑거름이 되었습니다. 성대 시절부터 AI를 깊이 공부했던 우호 형의 도움 덕분에 훨씬 수월했고요.

그러다 전북대 면역학 실험실에서 김원일 교수님의 PRRS(돼지생식기호흡기증후군) 전파 양상에 관한 강의를 듣던 중, ‘AI 기술을 결합하면 바이러스 전파 경로와 변이를 정확히 예측할 수 있겠다’는 확신이 들었습니다. 이때 IT와 수의학이 하나로 연결되었고, 자연스럽게 이번 농림축산식품부 공공데이터 활용 창업경진대회까지 도전하게 되었습니다.

전우호 : 저는 수의학을 공부하면서 IT에도 익숙한 덕분에, 수의 현장이 무엇을 필요로 하는지 알고 서비스를 기획할 수 있었습니다. 그리고 그 기획을 직접 구현까지 할 수 있어서 기획과 개발 사이의 간극이 크지 않았던 점이 큰 강점으로 작용했다고 생각합니다.

최도현 : 가장 큰 강점은 개발 도메인에 대한 깊은 이해와 실행력에 있었다고 생각합니다. 과거 공대에서 창업을 준비할 때는 도메인을 개발할 능력은 있었지만, 막상 ‘시장은 무엇을 필요로 할까’를 고민하며 능력을 발휘하는 데 한계가 있었습니다.

반면, 수의대에 와보니 현장에는 해결해야 할 비효율과 미개척 과제들이 넘쳐나지만, 이를 구현할 개발 자원과 역량이 턱없이 부족한 상황이었습니다.

저희 팀은 현장의 진짜 문제를 정확히 짚어내는 수의학적 시각과, 이를 곧바로 고성능 기술로 찍어낼 수 있는 IT 역량을 동시에 갖추고 있습니다. 그 누구보다 빠르게 ‘필요한 기술’을 ‘현장에 맞게’ 구현해 낼 수 있다는 점이 우리의 가장 강력한 무기입니다.

K-PRRS Zyra 화면

최도현 : 이번에 대상을 수상한 ‘K-PRRS Zyra’는 공공데이터와 AI 기술을 활용해 양돈 농가의 최대 난제 중 하나인 돼지생식기호흡기증후군(PRRS)을 단 5초 만에 진단하고, 향후 확산 경로까지 예측하는 SaaS 플랫폼입니다.

축산 동물의 질병 유입 경로를 완벽히 차단하는 것은 이상적이지만, 현실적으로 막대한 비용 문제가 가장 큰 걸림돌입니다. 저희는 유입 경로를 정확히 유추해 낼 수 있다면, 전체 방역이 아닌 위험 구역만 국소적으로 차단하여 비용을 대폭 절감할 수 있다는 점에 착안해 프로젝트를 구상했습니다.

최도현 : 저희를 지도해주신 김원일 교수님의 전문 분야였다는 점이 가장 큰 계기였습니다.

수의대에 입학했을 때만 해도 PRRS라는 질병에 대해 들어본 적도 없었는데, 교수님께 직접 배우면서 이 질병이 양돈 산업 전반에 얼마나 엄청난 타격을 주는지, 그리고 여전히 명확한 해결책을 찾기 어려운 문제라는 점을 깊이 알게 되었습니다.

축산업계의 거대한 골칫거리인 만큼, 제가 가진 IT·AI 기술을 활용해 이 문제를 정면으로 부딪쳐 해결해 보고 싶다는 열정이 생겼죠.

최도현 : PRRSV의 계통수(Phylogenetic Tree)를 구축하고 서열을 구분하는 과정은 저희 실험실의 김환주 박사님의 자문을 받았습니다. MAFFT로 서열을 정렬하고, EPA-ng로 계통수를 배치한 뒤 GAPPA로 Lineage를 분류하는 정통적인 파이프라인을 기본으로 삼았습니다.

하지만 더 높은 정확도와 안정성을 확보하기 위해 미네소타 대학교의 밴더왈(VanderWaal) 교수님께 직접 자문을 구했습니다. 밴더왈 교수님은 딥러닝 기법을 활용해 바이러스 서열을 분류했을 때 정확도가 크게 향상되었던 사례를 상세히 설명해 주셨어요. 그 조언에 큰 영감을 받아 저희 분석 모델에 적극적으로 녹여낼 수 있었습니다.

최도현 : 현재 저희 플랫폼은 크게 두 가지 핵심 분석 도구를 기반으로 방역을 지원하고 있습니다.

우선 ‘ORF-5 시퀀스 분석 툴’은 PRRS 바이러스의 ORF-5 유전자 서열 정보를 입력하면, 해당 바이러스의 특징을 신속하게 분석하여 정보를 제공해줍니다. 다른 하나인 ‘위험도 평가 시스템’은 농가에서 진행한 설문 조사 결과와 진단 데이터를 시스템에 입력하면, 이 데이터를 바탕으로 현재 농가의 질병 위험도를 수치화하여 분석하고, 구체적으로 어떤 부분을 개선해야 할지에 대한 맞춤형 가이드를 제시해줍니다.

이 서비스들은 직관적으로 농장 상태를 파악하고, 데이터에 기반한 방역 의사결정을 내릴 수 있도록 돕습니다.

최도현 : 현장 진료에서 백신은 필수적인 방어 수단이지만, 바이러스의 변이가 워낙 잦은 PRRS의 특성상 현재 시판 중인 백신이 현장의 변종 바이러스에 실질적인 방어 효과를 내지 못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또한, 축산 동물의 질병 유입 경로를 완벽하게 통제하는 것은 비용 문제로 인해 사실상 불가능에 가깝습니다.

하지만 본 플랫폼의 전파 예측 모델을 통해 바이러스가 유입된 정확한 경로를 유추할 수 있다면, 전체 농장을 폐쇄하거나 과도한 예산을 쓸 필요 없이 해당 취약 부위만 국소적으로 완벽하게 차단할 수 있습니다. 수의사들은 감이 아닌 명확한 데이터에 근거하여 농가에 가장 경제적이면서도 효과적인 방역 솔루션을 제안할 수 있게 됩니다.

최도현 : 궁극적으로는 PRRS에 국한되지 않고, PED(돼지유행성설사병) 등 양돈 산업에 큰 타격을 주는 전반적인 주요 질병 개선 서비스로 확장해 나갈 계획입니다. 축산 현장의 데이터 흐름과 방역 정보가 분산된 현재 구조 속에서, 저희 플랫폼이 축산 데이터의 중심축 역할을 하도록 키워가고 싶습니다.

전국 양돈 농가의 필수 방역 데이터를 자연스럽게 모이게 함으로써, 개별 농가의 질병 관리 수준을 높이는 것은 물론이고 국내 양돈 산업 전체의 체질을 개선하고 선진화하는 표준방역 인프라로 성장시키는 것이 목표입니다.

PAMS

전우호 : PAMS(Pig Acoustic Monitoring System), 우리말로는 ‘돈방 기침 AI 모니터링·전파 패턴 분석 조기 경보 시스템’입니다. 양돈 농장의 각 돈방에 마이크를 달고 기침 소리를 감별해내는 아이디어를 제시했습니다. 여기에 더해 호흡기 질환별 기침 소리 분별 연구를 발전 가능성으로 제안했습니다.

스마트팜코리아가 공개한 국내 6개 농장 돼지 기침 음성 데이터로 학습시킨 CNN 모델이, 이 소리를 실시간으로 건식 기침·복식 기침·소음으로 분류합니다. 현재 테스트셋 기준 정확도 97%까지 나왔습니다.

전우호 : 해외에 ‘사운드톡’이라는 서비스가 있는데요. 돼지 기침을 자동으로 변별하는 AI서비스입니다. 다만 여러 가지 한계로 국내에는 도입에 실패해 시장에서 사실상 퇴출된 상황입니다.

해외에서 실효성이 입증된 서비스라 국내의 실정에 맞게 기획한다면 국내 양돈 사업에 큰 기여를 할 수 있지 않을까 해서 국내 데이터로 학습한 AI 서비스, PAMS를 제안하였습니다.

전우호 : 먼지나 암모니아 때문에 나는 기침은 모든 돈방에서 거의 동시에 터집니다. 원인이 공기 전체에 공통으로 깔려 있으니까요.

반면에 감염성 기침은 한 방에서 시작해서 시차를 두고 옆방으로 넘어갑니다. 그렇게 발원 돈방을 추정합니다. 마지막으로 그다음에 올라간 방들이 물리적으로 붙어 있는 방인지, 그리고 환기 방향상 공기가 흘러가는 쪽인지를 확인하는 과정을 거쳐 기침이 확산하고 있음을 판별하게 됩니다.

전우호 : PAMS의 핵심 아이디어 중 하나가 기침 데이터가 농장주뿐만 아니라 담당 수의사에게도 연동된다는 것인데요. 해외 유사 시스템 임상 연구에서도 경보 대응 시간이 미사용 대비 평균 2.6일 단축된다는 결과가 나온 만큼 생산성에 좋은 방향으로 기여할 수 있을 것으로 생각합니다.

전우호 : 첫째, 동물복지입니다. 기침은 통증과 호흡곤란의 신호입니다. 조기 발견은 결국 동물이 아픈 상태로 방치되는 시간을 줄이는 일입니다.

둘째, 항생제 오남용 저감입니다. 현장에서 어느 돈방이 문제인지 특정이 안 되면, 결국 돈군 전체에 사료나 음수로 일괄 투약을 하게 됩니다. PAMS는 문제 돈방을 집어내기 때문에 표적 치료로 범위를 좁힐 수 있습니다. 투약 대상 두수가 줄면 항생제 사용량이 줄고, 그만큼 내성균 선택 압력도 줄어듭니다. 원헬스(One Health)의 관점에서 사람의 건강에도 좋은 영향을 미칠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셋째, 국가 방역망 차원입니다. 조기 발견은 대규모 확산과 살처분을 막는 가장 값싼 방법입니다.

전우호 : 파일럿 농장을 선정하고 데이터를 축적한 뒤 효용성을 검증하고 싶습니다. 또 실험실 등 통제된 환경에서 서로 다른 질병을 공격접종하고 기침 데이터를 확보해서 어떤 차이점이 있는지 분석하는 연구를 한 다음 기침을 통한 질병 감별 이동식 디바이스를 만들어보고 싶습니다.

전우호 : 지금 저희 모델은 건식·복식 기침 이진 분류를 97% 정확도로 하지만 어떤 질병인지를 말하지는 못합니다. 그런데 병원체마다 기침의 음향 파라미터가 다르다는 연구 근거들이 축적되고 있습니다.

흉막폐렴인지, 유행성 폐렴인지, PRRS 관련인지를 소리로 추정하는 데까지 가는 게 다음 목표입니다.

(왼쪽부터) ‘한벳AI’ 전우호, 최도현, 권지은 학생

전우호 : 앞으로는 수의영상의학에 AI를 접목하는 연구를 이어가고 싶습니다. 인의 영상의학에 비해 수의 쪽은 축적된 데이터가 절대적으로 부족하고, 그 탓에 AI 도입 속도도 더딘 것이 현실입니다. 저는 이 격차를 좁혀서 양돈 및 반려동물 영상판독의 정확성과 효율을 높이는 데 기여하고 싶습니다.

최도현 : 앞으로 임상 수의학적 전문성과 첨단 컴퓨터 비전 및 딥러닝 기술을 더 깊이 결합하는 연구에 지속적으로 도전하고 싶습니다. 지금은 농장동물과 가축전염병이라는 거시적인 방역 문제에 AI를 활용해 현장의 문제를 풀어나가고 있지만, 시야를 넓혀 반려동물 임상 진단 분야까지 기술을 확장할 여지도 남겨두고 있습니다.

전우호 : 예전에 어느 블로그에서 본 “멈춤보단 천천히라도”라는 문장이 오래 기억에 남습니다. 수의학과 IT를 동시에 공부하다 보면 집중이 분산돼 어느 한쪽을 놓아버리게 되는 순간이 올 수 있습니다. 그럴 때 완전히 멈추는 대신 속도를 늦추더라도 관심과 흥미를 놓지 않는다면, 결국 좋은 결과로 이어질 것이라 생각합니다.

최도현 : 수의학과 IT의 융합은 어느 한쪽만 알아서는 진정한 효과를 만들기 어렵습니다. 수의학이라는 도메인 지식 위에 프로그래밍이나 데이터 사이언스라는 도구를 얹는 과정이기 때문에, 두 분야 사이의 간극이 있어 쉬운 일이 아닙니다.

하지만 IT 지식으로 해결할 수 있는 문제 상황들을 많이 접하고, 또한 수의학에서 생기는 문제들을 접한다면 그 사이에서 연결 지을 수 있는 문제들이 보이기 시작합니다. 저도 아직 부족하다고 생각해서 조언을 주는 게 부끄럽지만, 문제를 정의하고 작은 것부터 해결하는 과정을 거치다 보면 기술의 융합이 가능해질 것입니다.

기현빈 기자 gusqlsrl@naver.com

“수의사가 설계하고 IT가 구현한다” 창업경진대회 대상 따낸 수의학도 전우호·최도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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