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 초등교사에서 수의대생으로…‘엄마 수의대생’ 권진아를 만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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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년 500명이 넘는 학생들이 수의과대학에 들어와 6년의 시간을 함께 지내며, 각자의 방식으로 웃고 울고 성장하며 수의사의 꿈을 향해 나아갑니다.

수의대생의 대학 생활은 조금은 특별합니다. 예과와 본과로 나뉜 커리큘럼, 거기서 오는 다른 맛의 대학 생활. 실습을 제외하면 학기 내내 계속 사용하는 강의실, 쉬는 시간의 재잘거림까지…. 이 모든 것이 수의대생만의 독특한 일상을 만듭니다.

이번 수의대생 인터뷰의 주인공은 전남대학교 수의과대학 권진아 학생(@bang._.zzi)입니다. 권진아 학생은 ‘초등교사 의원면직 후 수의대에 편입한 29살 이야기’, ‘만삭 수의대생의 하루’, ‘엄마 수의대생의 하루’ 등 인스타그램 릴스를 통해 자신만의 조금 특별한 수의대 생활을 솔직하게 전하고 있습니다. 초등교사에서 수의대생으로, 그리고 임신과 출산을 거쳐 엄마 수의대생으로. 남들과는 조금 다른 길을 걸으며 수의사의 꿈을 향해 나아가고 있는 권진아 학생을 데일리벳 학생기자단이 만나 이야기를 들어봤습니다.

교사로 근무한 지 4년 정도 됐을 때였습니다. 여름방학을 앞두고 앞으로 어떤 일을 하며 살아가고 싶은지, 지금의 직업이 저와 정말 잘 맞는지 진지하게 고민하게 됐어요.

반려견을 키우면서 동물병원을 자주 다녔는데, 그때마다 수의사라는 직업이 정말 멋있어 보였습니다. 솔직히 ‘나도 수의사가 되고 싶다’는 생각조차 못 할 정도였어요. 저에게는 너무 전문적이고, 쉽게 도전할 수 없는 동경의 대상 같은 직업이었습니다.

이직을 고민하던 시점에 자연스럽게 수의대 편입도 찾아보게 됐습니다. 편입 모집 요강을 보니 토익과 생물을 준비하면 지원이 가능하더라고요. 문과 출신이라 생물은 제대로 공부해 본 적도 없었는데, 이상하게 ‘한번 해볼 수 있지 않을까?’라는 근거 없는 자신감이 생겼습니다. 그래서 바로 토익학원에 등록하고 생물 강의를 결제했어요.

지금 생각해 보면 왜 그렇게 자신감이 있었는지는 저도 잘 모르겠습니다(웃음). 그래도 그때는 그냥 할 수 있을 것 같았어요. 그 선택 하나가 지금의 제 인생을 완전히 바꿔놓을 줄은 정말 몰랐습니다.

초등학교 교사 시절

많은 분들이 교사 생활이 힘들어서 그만둔 거냐고 물어보시는데, 사실은 그렇지 않습니다. 저는 작은 시골학교에서 근무했는데 학생들도 정말 예뻤고, 학부모님들과 동료 선생님들도 좋은 분들이 많았습니다. 지금도 그 시절은 감사한 기억으로 남아 있습니다.

다만 시간이 지날수록 ‘내가 이 일을 60살 너머까지도 즐겁게 할 수 있을까?’라는 고민이 들기 시작했습니다. 경제적인 부분도 현실적인 고민이었습니다. 출퇴근 비용과 생활비를 제외하면 생각보다 여유가 많지 않았고, 발령에 따라 앞으로 어디에서 살게 될지 알 수 없다는 점도 저에게는 꽤 크게 다가왔습니다. 저는 농촌에서 자라서인지 도시에서 살아보고 싶은 마음이 있었고, 앞으로는 제가 살아갈 지역도 직접 선택하며 살고 싶었습니다.

무엇보다 제 성향과 직업이 잘 맞지 않는다는 걸 느꼈습니다. 저는 노력한 만큼 결과가 보이고, 목표를 하나씩 이루어 가는 과정에서 동기부여를 받는 편입니다. 물론 교사라는 직업은 아이들의 성장을 지켜보는 보람이 정말 큰 직업이지만, 아이들을 위해 더 해주고 싶은 마음이 있어도 현실적인 제약이 많았습니다. 때로는 더 해주고 싶은 제 마음이 오히려 학부모님께 부담으로 전달되는 경우도 있었고요. 그런 경험들을 하면서 ‘좋은 교사’가 되고 싶은 제 마음과 현실 사이에서 조금씩 무력감을 느끼게 됐습니다.

처음부터 수의대만 생각했던 건 아닙니다. 손으로 무언가를 만들고 배우는 걸 좋아해서 네일아트도 진지하게 배웠고, 국가자격증까지 취득했습니다. 하지만 오래 할 수 있는 직업은 아니라는 생각이 들었고, 결국 오래전부터 동경하던 수의사라는 직업이 다시 떠올랐습니다.

편입 준비는 생각보다 훨씬 어려웠습니다. 토익은 23번 시험을 보고 나서야 만점을 받았고, 생물은 같은 강의를 여러 번 반복해서 들었습니다. 저는 꾸준한 사람은 아닌 것 같아요(웃음). 대신 고민은 짧게 하고 일단 실행해 보는 편입니다. ‘수의대 준비해 볼까?’라는 생각이 들자마자 토익학원에 등록하고 생물 강의를 결제했고, 주변 사람들에게도 “나 수의대 갈 거야.”라고 먼저 말하고 다녔습니다. 그러고 나니 오히려 중간에 포기할 수가 없더라고요.

지금 생각해 보면 그때는 그저 새로운 도전을 해보고 싶다는 마음이었습니다. 그런데 그 선택 하나가 제 인생 전체를 바꿨습니다. 편입을 준비하면서 지금의 남편을 만났고, 지금은 딸과 함께 새로운 삶을 살아가고 있습니다. 그래서 지금도 그때의 선택은 제 인생에서 가장 잘한 선택이었다고 생각합니다.

만삭 수의대생의 하루 1편

사실 특별한 원동력이 있었다기보다는 휴학을 하고 싶지 않았습니다. 저는 29살에 다시 대학에 왔기 때문에 1년이라는 시간이 얼마나 소중한지 누구보다 잘 알고 있었거든요.

어떤 분은 인생을 길게 보면 1년 정도는 쉬어가도 괜찮다고 말해주기도 했습니다. 물론 그 말도 맞다고 생각합니다. 그런데 저는 인생이 늘 길 것이라고 생각하며 사는 편은 아닙니다. 언제 끝날지 모르는 게 삶인데, 그런 삶에서 1년은 결코 짧은 시간이 아니라고 생각했어요. 졸업도 취업도 모두 1년씩 늦어진다고 생각하니 저에게는 휴학이 쉽게 선택되지 않았습니다.

또 하나는 ‘한 번 휴학하면 끝이 없을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었습니다. 출산 때문에 휴학하면, 아이를 낳고 나서는 육아 때문에 또 휴학하고 싶어질 것 같더라고요. 그러다 보면 계속 미루게 될 것 같아서 차라리 처음부터 휴학 없이 끝까지 해보자는 마음을 먹었습니다.

출산 예정일이 기말고사 직후였던 것도 다행이었습니다. 물론 아기가 일찍 나올 수도 있으니까 시험기간 내내 정말 조마조마했죠(웃음). 다행히 금요일에 마지막 기말고사를 마쳤고, 이틀 뒤인 일요일 저녁에 진통이 시작됐습니다. 지금 생각해도 정말 아슬아슬했던 것 같습니다.

그리고 무엇보다 동기들의 존재가 정말 컸습니다. 휴학을 하면 함께 학교를 다니던 친구들과도 자연스럽게 학년이 달라지잖아요. 저에게는 그게 생각보다 큰 아쉬움이었습니다. 시험기간에도 친구들이 많이 도와줬고, 함께 공부하고 같은 목표를 향해 나아갈 수 있었기 때문에 무사히 본과 1학년을 마칠 수 있었다고 생각합니다.

처음에는 많이 걱정하셨던 부모님도 결국에는 제 선택을 믿고 응원해 주셨고, 남편 역시 늘 곁에서 힘이 되어줬습니다. 혼자였다면 쉽지 않았을 텐데, 가족과 동기들의 도움 덕분에 휴학 없이 본과 1학년을 마칠 수 있었습니다.

사실 원래 SNS를 열심히 하는 사람은 아니었습니다. 사진도 잘 안 올리고, 제 일상을 다른 사람들에게 보여주는 데도 큰 관심이 없었어요.

그런데 초등학교에서 함께 근무했던 선배 선생님께서 “교사를 하다가 수의대에 간 사람은 많지 않을 텐데, 나중에 책 한번 써봐.”라고 말씀해 주셨습니다. 저는 책도 잘 안 읽고 글 쓰는 재주도 없어서 그냥 웃으면서 넘겼죠(웃음).

그런데 그 말을 듣고 나니까 꼭 책이 아니어도 제 이야기를 남길 방법이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마침 릴스가 많이 올라오던 시기였고, 교사에서 수의대생이 된 이야기, 만삭으로 학교에 다닌 이야기, 엄마 수의대생의 일상처럼 제가 겪는 일들을 있는 그대로 기록해 보고 싶었습니다.

솔직히 다른 마음도 있었습니다(웃음). 주변을 보면 다들 자기만의 강점이나 개성을 콘텐츠로 만들더라고요. 그런 모습이 대단해 보이기도 하고 부럽기도 했습니다. ‘나도 한번 해볼까?’ 하는 마음도 있었어요.

그런데 막상 시작해 보니 조회수보다도 제 이야기에 공감해 주시거나 “덕분에 용기를 얻었다”는 메시지를 보내주시는 분들이 더 오래 기억에 남았습니다. 임신했을 때는 오히려 릴스를 만들 시간이 있었는데, 출산하고 나니 육아 때문에 생각보다 시간이 잘 나지 않더라고요(웃음). 예전만큼 자주 올리지는 못하지만, 앞으로도 제 삶의 이야기는 천천히 계속 기록해 보고 싶습니다.

가장 기억에 남는 릴스는 출산 당일을 기록한 영상입니다. 많은 분들이 관심을 가져주신 영상이기도 하지만, 저에게는 제 인생이 가장 크게 바뀌는 순간을 담은 영상이라 가장 특별하게 기억에 남습니다.

그날은 남편이 저녁도 차려주고 케이크도 불면서 평범하게 하루를 보내고 있었는데, 갑자기 화장실을 계속 가게 되더라고요. 뭔가 이상해서 장난 반 진담 반으로 ChatGPT에 물어봤더니 “더 이상 화장실 가지 말고 바로 병원으로 가세요.”라는 답변이 나왔습니다(웃음). 그런데 이미 다녀온 뒤였습니다. ‘이거 큰일 났네?’ 싶어서 급하게 병원으로 갔죠. 병원에 도착하니 이미 출산이 임박한 상태였고, 입원한 지 3~4시간 만에 아기를 만날 수 있었습니다. 화장실에서 너무 힘을 줘서 그런 걸까요?(웃음)

순산했다고 안심했는데 다음 날 새벽에는 화장실에서 남편을 부르며 “나 어지러워..”라는 말을 끝으로 그대로 기절하기도 했습니다(웃음). 지금도 그 순간은 잊히지 않습니다.

그래도 제가 이 릴스를 가장 특별하게 생각하는 이유는 출산 때문만은 아닙니다. ‘만삭 수의대생의 하루’가 ‘엄마 수의대생의 하루’로 바뀌는 시작점이기도 하고, 엄마가 되기 전과 후의 저는 정말 많이 달라졌거든요. 생활도, 마음도, 삶에서 중요하게 생각하는 가치도 많이 바뀌었습니다. 그래서 이 릴스는 앞으로도 조회수와 상관없이 저에게 가장 소중한 영상으로 남을 것 같습니다.

사실 큰 변화는 없습니다. 학교에서는 여전히 본과 2학년 수의대생이고, 집에 가면 7개월 된 딸을 키우는 엄마일 뿐이에요. 예전과 크게 달라진 건 없는 것 같습니다.

가끔 같은 학교 학생분들이 “학교에서 봤어요.”라며 DM을 보내주실 때가 있는데, 아직도 조금 민망합니다(웃음). 저는 그냥 학교 다니는 학생인데 괜히 행동도 조금 더 조심하게 되는 것 같아요.

가장 많이 오는 DM은 수의대 편입을 준비하는 분들이나 이직을 고민하는 분들입니다. 특히 교사분들이 “용기를 얻었다”고 말씀해주시거나, 수의대를 꿈꾸는 학생들이 “도전해보고 싶어졌다”고 보내주실 때는 정말 뿌듯합니다. 그런데 한편으로는 ‘내가 뭐라고…’하는 마음도 들어요. 저는 제 이야기를 있는 그대로 올렸을 뿐인데, 누군가에게 작은 용기가 됐다는 건 정말 감사한 일인 것 같습니다.

사실 이 질문은 저도 아직 답을 찾는 중인 것 같습니다(웃음).

예전에는 교사에서 수의대생이 되는 과정이나 만삭으로 학교에 다니는 이야기처럼 자연스럽게 기록할 수 있는 소재가 많았습니다. 그런데 출산하고 나니 하루가 육아로 가득 차더라고요. 그러다 보니 ‘계속 육아 이야기를 하는 게 맞을까?’, ‘아니면 수의대생답게 조금은 전문적인 내용을 담아야 할까?’ 하는 고민을 정말 많이 하고 있습니다.

그래서 오히려 예전보다 영상을 올리는 게 더 어려워졌습니다. 무엇을 보여드려야 할지 고민하다 보니 쉽게 카메라를 켜지 못할 때도 많아요.

그래도 한 가지는 변하지 않을 것 같습니다. 억지로 콘텐츠를 만들기보다는 그때그때 제가 살아가고 있는 모습을 솔직하게 기록하고 싶습니다. 지금은 엄마 수의대생으로 살아가는 일상이 제 삶의 대부분이고, 시간이 지나면 또 다른 이야기가 생기겠죠. 그 변화들도 자연스럽게 함께 담아보고 싶습니다.

가장 기대되는 건 로컬 실습입니다. 앞으로 제가 수의사가 되었을 때 가장 가까이에서 마주하게 될 환경을 직접 경험해볼 수 있는 시간이니까요.

교사 생활을 하면서 느낀 게 하나 있습니다. 교대생일 때, 교생실습을 할 때, 그리고 실제 교사가 되었을 때는 정말 다르더라고요. 학생의 입장에서 바라보는 직업과 직접 그 직업을 살아가는 건 생각보다 차이가 컸습니다. 그래서 수의사라는 직업도 지금 제가 상상하는 모습과 실제는 또 많이 다를 거라고 생각합니다.

사실 작년에는 편입과 임신, 출산이 겹치면서 로컬 실습을 경험해 보지 못했습니다. 그래서 더 기대되는 것 같아요. 로컬 병원에 나가면 수의사 선생님들이 실제로 어떤 하루를 보내시는지, 어떤 고민을 하며 일하시는지, 책에서는 배울 수 없는 이야기들을 가까이에서 들어보고 싶습니다.

‘좋아하는 일이 직업이 되면 오히려 싫어질 수도 있다.’는 말을 종종 듣곤 합니다. 저도 교사를 하면서 직업은 막연히 동경하는 것과 직접 살아보는 것이 다르다는 걸 배웠습니다. 그래서 수의사라는 직업도 막연히 동경하기보다 먼저 현실을 직접 경험해보고 싶습니다. 그리고 그 현실 속에서도 ‘나는 이 일을 오래 하고 싶다’는 마음이 드는 직업이었으면 좋겠습니다.

사실 아직 어떤 전공을 선택할지는 고민 중입니다. 손으로 하는 걸 좋아하고 결과가 눈에 보이는 일을 좋아해서 외과에 관심은 있습니다. 다만 남편도 외과를 전공하고 있어서 같은 길을 갈지, 서로 다른 분야를 선택할지는 조금 더 고민해 보려고 합니다.

그런데 전공보다 더 많이 생각하는 건 ‘어떤 수의사가 되고 싶은가?’입니다.

저는 보호자와 소통을 잘하는 수의사가 되고 싶습니다. 환축을 잘 치료하는 건 당연한 기본이지만, 동물은 직접 아프다고 말할 수 없기 때문에 결국 보호자와 얼마나 잘 이야기하고 신뢰를 쌓느냐도 정말 중요하다고 생각합니다.

교사로 일할 때도 학생만큼이나 학부모와의 소통이 중요했습니다. 그때는 그 경험이 수의사가 되는 데 도움이 될 거라고는 생각하지 못했는데, 지금은 오히려 저만의 강점이 될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듭니다. 교사를 그만둔 건 맞지만, 그 시간까지 버리고 온 건 아니니까요.

수의대 생활이 생각보다 만만한 건 아닌 것 같습니다. 저도 시험기간만 되면 늘 걱정이 많아요. 시험을 앞두고는 ‘이번에도 잘 넘길 수 있겠지?’ 하면서 괜히 별걱정을 다 합니다. 다행히 이번 학기는 본1보다 성적이 조금 올라서 혼자 조용히 뿌듯해하고 있습니다(웃음).

편입도 해보고, 임신도 해보고, 출산도 해보고, 육아도 하면서 학교를 다니다 보니 아직도 매 학기 배우는 게 참 많은 것 같습니다. 공부도 그렇고, 육아도 그렇고요. 남은 학교생활도 지금처럼 하나씩 경험하면서 후회 없이 잘 보내보고 싶습니다.

이 글을 읽고 계신 수의대생분들도 각자만의 수의대 생활을 보내고 계실 텐데, 언젠가는 “그땐 그랬지..” 하면서 웃을 날이 오지 않을까 싶습니다.

우리 모두 무사히 졸업해서 같은 수의사로 만나면 반갑게 인사해 주세요. 그리고 앞으로도 엄마 수의대생으로 살아가는 이야기가 궁금하시다면 인스타그램 @bang._.zzi에서 계속 기록해 보겠습니다. 종종 놀러 와 주세요(웃음).

박연우 기자 pyw2196@naver.com

[인터뷰] 초등교사에서 수의대생으로…‘엄마 수의대생’ 권진아를 만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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