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의대생 76.4% “수의과대학 학생 윤리강령 필요해”
대한수의과대학학생협회, 수의대생 대상 윤리강령 설문조사 진행

대한수의과대학학생협회(수대협, 회장 이은찬) 설문조사 결과, 국내 수의대생 상당수가 ‘학생 윤리강령’ 제정 필요성에 공감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최근 수의사의 사회적 책임과 윤리적 판단을 둘러싼 사회적 논의가 이어지면서, 전문직으로 진입하기 이전 단계인 수의과대학 교육의 역할도 함께 주목받고 있다. 이러한 논의는 직역 전반의 신뢰 형성과 맞닿아 있다.
수대협은 예비 수의사인 수의과대학 학생에게 윤리적 기준 확립이 필요하다는 인식에 따라, ‘수의과대학 학생 윤리강령’ 제정을 5기 집행부의 주요 사업으로 시행 중이다.
해외 주요 수의과대학과 국내 의과대학에는 윤리강령 존재…국내 수의과대학은 부재
수대협에 따르면, 미국, 유럽, 영국, 호주 등 해외 주요 수의과대학에서는 이미 학생 행동강령 및 윤리강령을 통해 학생의 학습 태도, 전문직으로서의 책임, 동료 및 사회에 대한 의무를 명문화하고 있다고 한다.
수대협은 또한, 국내 의과대학에도 각 대학이 자체적으로 마련한 윤리강령과 대한의사협회가 제정한 윤리강령을 통해 의학직업전문성의 필요성, 스승·선후배 및 동료에 대한 존중 등의 내용을 규정하고 있다고 전했다.
반면 국내 수의과대학에는 학생을 대상으로 한 윤리강령이나 행동 지침이 마련돼 있지 않은 상황이다. 수대협은 이에 대해 “학생 개개인이 미래 수의사로서 갖추어야 할 도덕적 기준과 윤리적 책임 의식을 체계적으로 확립해 나갈 수 있는 제도적 장치가 부족함을 의미한다”고 밝혔다.
이어 “국내 수의과대학 학생 윤리강령 제정을 통해 수의대생이 지켜야 할 바람직한 행동 기준을 제시하고, 학부 단계부터 학생 스스로가 미래 수의사로서 마주하는 다양한 윤리적 상황을 성찰하며 판단할 수 있도록 돕는 출발점을 마련하고자 한다”고 윤리강령 제정 취지를 설명했다.

수의대생, 수의사 윤리강령·신조 인지도 낮아
수대협은 윤리강령 제정에 앞서, 국내 수의과대학 학생들의 의견을 수렴하기 위한 설문조사를 했다. 7월 14일부터 27일까지 진행된 설문조사에는 10개 수의과대학 재학생 약 3,300명 중 437명이 참여했다. 조사 결과는 학생 윤리강령의 보편성과 타당성을 확보하기 위한 기초 자료로 활용될 예정이다.
설문 결과, 수의사회에 이미 마련된 윤리적 기준과 선언 내용이 학생들에게 자연스럽게 인식되고 해석될 수 있는 접점이 충분히 형성되지 않았음이 드러났다.
대한수의사회 ‘수의사의 윤리강령’을 모르는 학생이 44.9%였으며, 58.4%의 학생은 ‘수의사의 신조’를 들어본 적이 없었다.
‘윤리강령’ 또는 ‘신조’에서 요구되는 윤리적 덕목을 수의과대학 정규 교육과정을 통해 충분히 함양할 수 있다고 생각하는지를 묻는 질문에 ‘매우 그렇다’고 답한 학생은 12.8%에 그쳤다.
이러한 상황은 학생들이 스스로 평가한 수의윤리 역량 수준에서도 일정 부분 반영됐다.
수대협은 “수의윤리 역량 실태에 대한 조사에서 다수의 학생들이 윤리 관련 내용을 정규 교육과정을 통해 접하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해당 가치가 실제 판단 기준으로 충분히 내면화되고 있다고 확신하기에는 한계가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고 해석했다.

수의윤리 역량 전반 ‘미흡’, ‘수의사와 법’ 영역 가장 낮아
설문의 ‘수의윤리 역량 실태 조사’ 항목은 세계동물보건기구(WOAH, 구 OIE)가 제시한 Day 1 Skills와 한국수의학교육인증원·한국수의과대학협회가 공동으로 제시한 ‘수의학교육 학습성과 모델’을 바탕으로 구성됐다.
응답 결과, ‘수의사와 법’ 영역에서 학생들의 인지가 가장 낮았으며, ‘전문직업성’, ‘수의사의 윤리’, ‘동물복지’ 등 다른 영역도 전반적으로 평균 4점(5점 만점) 미만에 머물렀다. 수대협은 “윤리 관련 지식과 가치가 실제 판단과 행동의 기준으로 내면화되기까지 추가적인 교육적·구조적 보완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수의대생 10명 중 8명 가까이 ‘윤리강령 제정 필요’에 공감
‘국내 수의과대학 학생만을 위한 윤리강령 제정이 필요하다고 생각하는가’라는 질문에 응답자의 76.4%가 ‘그렇다’ 또는 ‘매우 그렇다’고 답했다. 예과 1학년에서 필요하다는 응답률이 가장 높았다(예1 85.90%, 예2 74.03%, 본1 73.56%, 본2 72.97%, 본3 80.70%, 본4 71.88%).
학생들은 윤리강령 제정을 통해 ▲윤리 의식 수준의 상향 평준화(64.5%) ▲예비 수의사로서의 책무 인지를 통한 전문직업성 강화(58.8%) ▲정당한 행동 규범의 기준 제시(55.8%) 등을 기대하고 있었다.
윤리강령에 포함돼야 할 핵심 가치로는 ‘동물복지 및 윤리 준수’가 79.9%로 가장 높은 응답률을 기록했다. ▲직업윤리 및 책임감(73.9%) ▲자기 역량 인식 및 지속적 전문성 개발(52.6%) ▲수의사-보호자-환자 관계 정립(43.5%) ▲적절한 응급처치의 의무(43.2%)가 그 뒤를 이었다.
자유 의견에서는 윤리강령이 단순 선언에 그치지 않고, 교육과 실천을 통해 지속적으로 작동하는 규범으로 설계되길 바란다는 요구가 확인됐다.
선언에 그치지 않는, 실효성 있는 윤리강령이 되기 위해
수대협은 학생 윤리강령을 수의사의 법적 책임을 규정하는 장치가 아니라, 학부 단계에서 학생들이 윤리적 쟁점을 인식하고 성찰하며 학습해 나갈 수 있도록 돕는 교육적 기준으로 설정하고 있다.
수대협은 윤리강령이 선언에 그치지 않고, 학생들이 실제 상황에서 윤리적 판단을 내리는 데 참고할 수 있는 기준으로 작동할 수 있도록, 제정 과정에서 중요하다고 생각되는 요소를 조사했다. 그 결과, ‘사례 중심의 실용적인 조항 포함(52.4%)’, ‘윤리 교육과 연계해 비판적으로 수용하고 체화할 수 있는 방식(40.5%)’, ‘학생 참여 기반의 강령 개정 및 피드백 시스템 구축(39.8%)’ 등의 의견이 제시됐다.
윤리강령 제정을 총괄하는 수대협 교육정책국 유채현 국장은 “학생 윤리강령 제정은 학부 단계에서 윤리 의식을 내면화하고 전문직업성을 강화하는 중요한 출발점이 될 것”이라며, “나아가 수대협은 수의인문사회학컨퍼런스와 함께 전국 10개 수의과대학 학생의 전문직업성 함양에 기여하는 체계로서 기능하기를 기대한다”고 말했다.
수대협은 다가오는 제3회 수의인문사회학컨퍼런스에서 설문조사 결과를 바탕으로 한 예비 발표를 할 예정이다. 이후, 수의과대학 학생 집단 내 의견 수렴을 통해 실효성 있는 윤리강령으로 정착시킨다는 방침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