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 충북대 수의역학 민경덕 교수 “반려동물 임상도 역학 활용”

등록 : 2022.04.11 09:46:28   수정 : 2022.04.11 10:22:03 강예린 기자 juliekang@hanmail.net

최근 20년간 전 세계적으로 신종·재출현 인수공통감염병이 늘어나면서 인간과 동물의 밀접한 관계에 대한 관심이 급격히 증가하고 있습니다.

수의역학(Veterinary Epidemiology)은 인간과 동물 집단 내에서 일어나는 유행병의 원인을 규명하는 학문으로 동물 사이에서 전염되는 질병과 동물에서 사람으로 전파되는 질병에 대한 이해와 예방에 도움을 줄 수 있는 중요한 학문입니다.

서울대학교 보건대학원에서 석사 및 박사학위를 취득하여 서울대학교 보건환경연구소에서 연구조교수로 근무하다가 올해 충북대학교 수의과대학 수의역학 교수로 임용된 민경덕 교수를 만나 ‘수의역학’의 중요성에 대해 알아봤습니다.

Q. 역학이라는 분야가 생소한 독자들이 있을 것 같습니다. 역학이란 무엇인가요?

역학(epidemiology)의 학문적 정의는 질병과 같은 건강 관련 사건들(health-related event)이 언제, 어떤 개체(군)에서 발생하고 있는지에 대한 분포를 연구하거나 그런 분포에 영향을 주는 결정요인을 파악하는 학문이에요. 그리고 그것을 활용해서 정책에 적용하는 것까지도 역학이라고 이야기할 수 있어요.

이런 설명이 잘 와닿지 않을 수 있기 때문에 약간 거칠게 표현하자면, 역학을 하는 사람(역학자)을 두 가지 이미지로 말씀드릴 수 있습니다.

첫 번째는 탐정.

지금 코로나19나 조류인플루엔자 관련 뉴스에서 많이 등장하는 역학조사관을 생각하시면 쉬울 것 같아요. 직접 현장에서 역학을 하시는 분들이죠. 역학조사관은 해당 질병이 어디서 왔고 어디로 전파될 것인지 직접 조사해서 정책적으로 연결하는 임무를 수행해요.

두 번째는 컴퓨터 화면에 여러 가지 코딩을 입력하고 있는 프로그래머.

여러 프로그램을 활용해서 다양한 형태의 데이터(환경적인 데이터, 동물병원 EMR 자료, 인터넷 자료 등)를 종합·분석하여 질병 발생의 원인을 규명하거나 개체군 수준에서 향후 질병 유행의 흐름을 예측하거나, 개체 수준에서 질병에 걸릴 확률이 얼마나 되고 어떤 약물을 복용할 때 치료될 확률을 얼마나 되는지 계산하는 것이에요.

Q. 역학에 관심을 가지게 되신 계기가 있나요? 또, 역학을 전공하시게 된 계기는 무엇인가요?

저도 처음에는 대부분의 수의대생과 비슷하게 동물을 직접 치료하는 수의사를 생각하고 수의대에 입학했어요.

하지만 로컬 동물병원 실습을 나가면서 임상 분야는 저와는 잘 맞지 않는다고 느꼈어요. 또, 본과 생활을 하며 기초 과목 실습을 해보게 되었는데 이것도 적성에 안 맞더라고요. 수의사가 대표적으로 갈 수 있는 분야가 임상 아니면 실험 분야인데 두 개가 다 마음에 들지 않아 앞으로 뭘 해 먹고 살 수 있을까 고민이 많았어요(웃음).

이러한 저의 성향과 맞으면서도 수의사로서 역량과 전문성을 활용할 수 있는 분야에 대해 열심히 고민하면서 찾아보던 중 국제보건활동가가 눈에 들어왔어요. 조금 거창하게 들릴 수 있겠지만 그 당시에는 WHO, OIE, FAO 혹은 여러NGO 단체에서 활동하면서 인류 보건에 도움을 줄 수 있는 직업을 가져야겠다고 생각했죠.

그래서 그런 곳으로 진출을 하려면 무엇을 공부해야 할지, 어떤 무기가 있어야 할지 고민을 하다가 역학 공부를 하면 좋겠다는 생각을 가지고 역학을 본격적으로 공부하기 시작했습니다.

Q. 어떻게 역학을 공부하셨나요?

진로 목표를 국제보건활동가로 잡고 이를 수의공중보건학적인 개념으로 접목해보았어요. 그렇지만 우선 human public health 등 공중보건 분야의 전반적인 학습이 필요했으며 역학을 제대로 공부하기 위해 통계학적·수학적인 여러 가지 방법론들을 배워야 했죠. 그리고 당시에 제가 미필이었기 때문에 군대 문제 해결 등의 여러 가지를 고려해서 서울대학교 보건대학원에서 역학 공부를 시작하여 석박사 과정을 밟게 되었습니다.

사실 박사를 졸업할 때까지도 국제보건활동가를 염두에 두고 공부를 했어요. 그렇지만 대학원에서 연구를 중점적으로 하다 보니 연구에 재미를 찾았어요. 또, 제가 좋아하는 역학 연구를 하면서도 국제보건에 이바지할 수 있겠다는 생각이 들더라고요. 그래서 박사 졸업 후에 진로의 방향을 바꿨습니다. 연구자로서의 진로는 뒤늦게 찾은 셈이죠(웃음).

Q. 주로 어떤 내용의 역학 연구를 하셨나요? 교수님의 연구 분야에 대해 설명해주세요.

여러 가지 연구를 하고 있는데 크게 두 가지 카테고리로 나눠볼 수 있을 것 같아요.

첫 번째는 예측 연구인데요. 지금 코로나19로 예를 들면 확진자 수, 정점 시기, 사망자 수 등을 예측하는 것이죠. 현재 말라리아, 쯔쯔가무시병 같은 인수공통감염병의 시기적·지역적 예측 관련 연구과제를 진행하고 있어요.

두 번째는 인간과 동물 간의 접점에 대한 연구입니다. 산림파괴, 야생동물 종다양성 감소 등의 환경적인 요인으로 인해 인간과 동물의 접점이 높아짐에 따라 야생동물에서 사람으로 넘어오는 인수공통감염병의 위험성이 얼마나 높아지는지에 대한 연구를 하고 있죠. 또한, 어느 지점에서 어떤 요인이 로드킬의 발생을 높이는가에 대한 연구도 수행하고 있어요.

앞으로는 반려동물 임상분야의 역학연구를 좀 더 비중 있게 진행해 보고 싶어요. 관련 데이터를 수집하기도 어렵고, 수집된 데이터들을 표준화하기도 어려워서 현재까지 수의역학분야에서 상대적으로 연구가 덜 된 분야라고 할 수 있는데, 연구가 덜 된 만큼 제가 기여할 수 있는 부분도 클 것으로 생각합니다.

Q. 수의학에서 역학이 왜 중요하다고 생각하시는지요?

역학자의 모습은 많은 분이 일반적으로 생각하는 수의사의 모습, 예를 들어 흰 가운과 스크럽복을 입고 치료를 하거나 피펫을 들고 연구하는 수의사와는 사뭇 다릅니다. 약간은 마이너해보이기도 하죠.

그럼에도 불구하고 역학은 중요합니다. 수의학 전반에서 활용될 수 있는 부분이 많기 때문이죠.

첫 번째, 정책의 평가에서 역학이 활용돼요. 과거의 정책을 평가하는 데 있어서 역학을 활용될 수 있으며 평가결과가 있어야 앞으로도 정책을 유지 또는 변경할 것인지 결정하는 데 도움을 줄 수 있죠.

예를 들어, 고병원성 조류인플루엔자(HPAI)로 인한 방역대 설정을 반경 몇 km로 해야 경제적 피해를 최소화하면서도 전파를 막을 수 있는지 역학적 연구결과를 통해 의사결정에 도움을 줄 수 있습니다.

동물병원 진료비 공시제의 경우에도 보호자들이 그 정책에 정말로 호응하고 있는지, 반려동물 건강에 있어서 긍정적으로 작용하고 있는지 등을 역학적으로 분석할 수 있어요.

두 번째로는 인간과 동물의 접점에 대한 내용을 살피는데 역학이 활용될 수 있어요.

제가 직접 하는 분야이기도 합니다. 예를 들어 반려동물을 기르면 사람의 정신건강에 도움이 된다는 말은 많지만, 구체적으로 어떤 질병에 얼마나 도움이 되는지 과학적인 근거가 있어야 제대로 이야기할 수 있잖아요. 또한, 현재 코로나19 때문에 젊은 연령층에서 우울증의 유병률이 상당히 증가하고 있는데 반려동물을 기르면 정말로 그런 우울증 발생을 예방하는 데 도움이 될지에 관한 연구도 역학을 통해 이뤄질 수 있어요. 또 이러한 연구 자료는 동물을 직접 관리하는 수의사의 가치나 위상이 증가할 수 있는 부분이라고도 생각해요.

세 번째, 임상분야에서도 역학이 사용될 수 있어요.

역학을 활용해 전자차트와 같은 정보를 이용해서 내과적인 처치나 약의 효과를 평가할 수 있습니다. 수의사가 약의 효능에 있어서 몇 마리의 개체, 혹은 개인적인 경험만으로 이야기하는 경우도 있는데, 역학적인 개념을 도입하면 그게 정말로 과학적인 증거가 있는 주장인지 아닌지 판단하는 데 쓰일 수 있습니다. 이를 근거 기반 수의학이라고도 하죠.

좀 더 나아가서 최근에는 정밀의학의 개념이 도입되고 있어요. 엑스레이 사진으로 골밀도를 판독할 수 있는 진단보조 툴을 개발한다든지, 유전체 분석결과, 마이크로바이옴 분석결과 등 빅데이터들을 딥러닝·인공지능 알고리즘을 활용하여 질병 발생·예후 예측에 활용해서 수의사들에게 도움을 줄 수 있죠.

사실 딥러닝 분야는 전통적인 역학은 아닌데 아무래도 역학자들이 데이터를 잘 다룰 수 있다 보니 의학 분야의 역학자들은 이미 그쪽으로 많이 진출하고 있어요. 수의학쪽에서도 수의임상에 도움을 줄 수 있는 방향으로 연구나 기술 개발이 많이 이루어질 것으로 예상합니다.

Q. 역학 전공을 했을 때 진출할 수 있는 직업은 어떤 것들이 있을까요?

우선 다양한 국제기구에서 일할 수 있어요. 실제로 OIE, FAO, WHO에서 활동하는 역학전공 수의사들이 적지 않아요. 역학전공자만 국제기구에 갈 수 있는 것은 아니지만, 국제기구업무 내용을 보면 상대적으로 강점이 있는 것 같아요. 이외에도 국내 공공기관, 질병관리청, 검역본부, 국립야생동물질병관리원, 동물위생시험소, 감염병 지원단 등이 있어요.

디지털 헬스케어 분야도 한가지 옵션이 될 수 있다고 생각해요. 아직 이 분야로 진출한 수의사는 많지 않지만, 데이터를 능숙하게 다룰 줄 아는 의사들은 디지털 헬스케어 관련 사업을 직접 창업해서 운영하거나 이미 설립된 기업의 CTO로 진출하는 경우가 많아지고 있습니다. 앞으로 역학전공 수의사들도 이런 분야에 진출할 기회가 점점 많아질 것으로 생각해요.

Q. 국내에서 역학을 공부할 수 있는 곳이 어디인가요?

관심 있으신분들은 이제 충북대학교 수의과대학에 오셔서 공부하시면 됩니다(웃음). 역학 전체로 보면 보건대학원이나 의과대학에서 석박사 과정을 통해 트레이닝을 받을 수도 있고, 전공 교수님들이 많이 계시진 않지만 몇몇 수의과대학에서도 가능합니다.

그런데 국내 수의과대학에서 역학교육이 상대적으로 덜 활성화 된 면은 있습니다. 해외에는 역학 관련 교수님들이 많이 계시는데, 국내는 상대적으로 역학 관련 교육이 덜 활성화되어있는 것 같아요. 역학이 수의학에서 중요한 기능이 많기에 역학교육이 조금 더 활성화될 필요가 있다고 생각해요.

사실 미래의 의학을 이야기할 때 가장 많이 나오는 이야기가 ‘데이터 중심 의학’이거든요. Data literacy, 즉, 데이터를 다룰 수 있는 능력, 데이터에 기반해서 근거를 해석할 수 있는 능력이 많이 요구되고 있어요. 수의학에서도 그런 트렌드는 마찬가지예요. 그것을 방증하는 것이, 최근에 국내 수의과대학에서 미국 혹은 유럽 수의학교육 인증을 목표로 하는 대학이 많은데 교육 인증 가이드라인에 Data literacy에 대한 내용이 빠짐없이 나와요. 그리고 2019년에 미국수의과대학협회(AAVMC) 사무총장님께서 서울대를 방문해서 Data literacy가 중요하고 앞으로도 더 중요해질 것이라고 이야기 하셨어요.

이러한 데이터 역량을 배우기 위해 무엇보다 수의과대학에 역학에 대한 교육과정을 활성화하는 것이 중요해요. 그러기 위해서는 교원 확보가 중요하다고 생각해요. 현재 몇 분 계시지만 상대적으로 매우 부족한 상태입니다. 다행히도 지금 역학으로 박사 과정을 밟고 계시거나 박사 교육을 받으신 분들이 국내외에 계세요. 그분들이 활동할 기회가 좀 더 생겼으면 좋겠습니다.

Q. 마지막으로 독자들과 수의대생들에게 하고 싶으신 말씀이 있으신가요?

제가 학부생이었을 때처럼 실험과 임상 분야 둘 다 안 맞는 분들에게 역학이라는 분야도 있으니 잘 고려해보라고 말씀드리고 싶어요.

직업을 고민하실 때 임상과 같이 대중적인 분야로 갈 게 아니라면 좀 더 많은 생각을 해야 해요. 학생들 입장에서 ‘직’과 ‘업’에 대한 생각을 구체적으로 하면 진로를 찾는데 조금 수월하지 않을까 생각합니다. 어떤 ‘직’을 가질 것인지, 예를 들어 어떤 기관에 어떤 직책을 가진 연구원이 될 것인지, 그리고 그런 ‘직’을 가졌을 때 어떤 ‘업’을 하고 싶은지, 연구직으로 간다면 거기서 어떤 일을 하고 싶은지에 대한 생각을 곰곰이 하셨으면 좋겠어요.

강예린 기자 juliekang@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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