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제역·ASF는 ‘내우외환’ 동물용 항생제 남용·수의사처방제는 ‘방치’

한국돼지수의사회 기자간담회 개최..돼지 진료·방역체계 전반 문제 지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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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돼지수의사회(회장 엄길운)가 7월 14일(화) 성남 수의과학회관에서 기자간담회를 열었다.

이날 간담회에서는 돼지 진료와 방역체계 전반이 도마에 올랐다. 엄길운 회장의 진단 속에는 내우외환의 위기에 놓인 양돈 질병 문제가 드러났다.

미국, 중국, 동남아에서 발생한 돼지 질병은 여지없이 유입된다. 하지만 정확한 유입경로는 오리무중이다. 조기 발견에 번번이 실패하며 도축장으로 감염축이 출하되는 상황이 거듭되고 있다.

진료 기반 문제도 여전하다. 수의사처방제는 유명무실하다. 농장 전담수의사 제도나 거점동물병원은 논의 단계에만 머물러 있다.

한국돼지수의사회 엄길운 회장

엄길운 회장은 “전세계적으로 바이러스의 진화와 창궐이 폭등하고 있다”면서 “국내 양돈산업을 위협할 새로운 질병은 이미 다음 순번을 기다리고 있다”고 지적했다.

올 초 홍역을 치른 아프리카돼지열병(ASF)은 이미 동남아에서는 대응이 더 어려운 만성형으로 진화했다. 스페인, 이탈리아 등 유럽 선진국에서도 돼지생식기호흡기증후군(PRRS)으로 수백만 마리의 돼지를 살처분했다. 무서운 속도로 확산되고 있는 SAT1형 구제역은 당장 이번 겨울에 국내에 유입될 수도 있다.

하지만 예방을 기대하긴 어렵다. 엄 회장은 “당진의 ASF가 애초에 왜 발생했는지에 핵심이 있는데, 보다 구체적인 연구나 조사로 이어지지 못하고 있다”고 꼬집었다.

당진 ASF 발생농장은 잡아내는데 수개월이 소요됐고, 그 와중에 출하된 돼지에 대한 추적을 놓쳐 혈장단백질 사료 오염과 전국 확산의 빌미를 제공했다. 하지만 애초에 당진에서 뜬금없이 발생한 ASF의 원인은 여전히 오리무중이다. 방역당국의 발표는 외국인 노동자나 불법 축산물 수입 등 위험요인 열거에 그쳤다.

최근 예천에서 발생한 구제역도 마찬가지다. 도축장 설비에 대한 능동예찰 과정에서 구제역이 포착됐다. 농장 단계에서 잡아냈어야 할 감염축이 방역당국의 레이더망 아래에서 도축장으로 출하된 셈이다. 당진 ASF와 유사하다. 그 구제역 바이러스가 어디에서 와서, 현재도 어디에 돌아다니고 있는지도 모를 일이다.

엄 회장은 “작년 전남, 올해 경북에 이어 3번째, 4번째 구제역이 언제든 나올 수 있다. 그게 집단사육지역이 아니길 바랄 뿐”이라며 답답함을 토로했다.

그러면서 대만의 사례를 해법으로 지목했다. 중국과 인접한 대만이나, 북한과 인접한 한국이나 구제역 유입 위험은 별반 다르지 않은데, 한국은 전두수 백신정책을 하면서도 발생을 거듭하는 반면 대만은 백신 미접종 청정국을 달성했다는 것이다.

“대만은 출하 돼지에서 감염항체(NSP항체)가 검출되면 농장 문을 닫아야 할 정도로 강력한 정책을 시행했다. 그것이 청정화의 비결”이라며 실질적인 백신접종과 국경검역, 물류관리 등 주요 요소를 참고해 한국에도 도입해야 한다고 제언했다.

한국돼지수의사회가 7월 14일 성남 수의과학회관에서 엄길운 집행부 첫 기자간담회를 개최했다.

돼지농가에서 만연된 항생제 오남용과 수의사처방제를 두고서는 비판적인 시각을 내비쳤다.

OECD 국가 중 중국을 제외하면 가장 많은 동물용 항생제를 사용하고 있는데, 항생제 내성은 물론 국산 축산물에 대한 소비자 신뢰와 직결된 문제임에도 정부와 생산자 모두 방치하고 있다는 것이다.

한국돼지수의사회 최종영 전 회장이 2024년부터 2025년까지 수행한 ‘양돈 항생제 수의사 처방 실태조사 및 개선안 제시’ 연구에서 전국 돼지농장 150개소의 항생제 사용실태를 조사한 결과, 수의사 처방이 있는 비율은 17.6%에 그쳤다. 모든 동물용 항생제가 수의사 처방대상으로 지정되어 있지만, 항생제 10개 중 8개가 불법적으로 팔렸다.

그럼에도 정부는 수의사 처방제 도입 13년이 지나도록 제대로 된 단속 한 번 하지 않았다.

이날 간담회장을 찾은 대한수의사회 우연철 회장은 “수의사회 차원의 고발에 나선 적은 있지만, 수의사처방제에 대한 단속이나 실질적 처벌로 이어진 사례는 거의 없다”면서 “준법할 수 있도록 하는 조치가 반드시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법을 만들어도 단속을 하지 않으니 ‘가장 싼 가격에 생산성을 개선할 수 있는’ 항생제 사용을 억제하길 기대할 수 없다는 것이다.

엄길운 회장은 “돼지수의사가 가진 사회적 책무는 국민에게 안전한 먹거리를 제공하는 데 있지만, 국가는 그에 합당한 권한을 부여하지 않고 있다”며 “농식품부 조류인플루엔자방역과가 동물용의약품 정책을 관리하는 현행 조직 하에서는 변화의 의지를 기대할 수 없다”고 비판했다.

이 같은 문제를 해결하고, 수의사가 농장을 진료하고 약품을 적정하게 사용할 수 있게 뒷받침하는 제도로 ‘거점동물병원’이나 ‘농장 전담수의사 제도’ 등이 거론되어 왔다. 하지만 아직 실현을 기대하기는 어렵다.

엄길운 회장은 “(농장 전담수의사 제도에 대해서는) 한돈협회 허락을 얻어오면 하겠다는 것이 정부의 입장”이라며 “안 하겠다는 이야기나 다름없다”고 꼬집었다.

거점동물병원도 관련 민·관 논의가 아직 출발 단계에 있긴 하지만, 축종별로 확연히 다른 소·돼지·가금의 진료·방역을 한데 아우르기에는 난맥상이 있다고 지적했다.

그럼에도 필요성은 거듭 강조했다. 우연철 회장은 “가축의 질병은 축산 생산성의 최대 위험 요인이다. 적정한 수의료 서비스를 통해 저감해야 한다. 그러자면 농장동물 의료체계를 확립해야 한다”면서 “거점화된 진료시스템이 소·돼지·가금 수의사를 양성하는 연수 기능과 권역의 가축전염병 방역에도 역할을 할 수 있다”고 기대했다.

구제역·ASF는 ‘내우외환’ 동물용 항생제 남용·수의사처방제는 ‘방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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