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꿀벌수의사회 만든다` 대한수의사회 벌질병특위 출범

수의사 외면하는 양봉 임상, 처방전 발급 실질적 문제로 이어져..내년 꿀벌수의사회 창립 목표

등록 : 2020.08.03 11:52:21   수정 : 2020.08.03 11:52:23 윤상준 기자 ysj@dailyvet.co.kr

수의사회 내에 벌 임상 관련 대책기구가 처음으로 마련됐다. 양봉농가 대상 처방전 발급 등 현안 해결방향을 논의하는 한편, 내년까지 (가칭)한국꿀벌수의사회 창립을 추진한다.

대한수의사회 벌질병대책특별위원회(위원장 임윤규)는 7월 31일 성남 수의과학회관에서 첫 회의를 열고 꿀벌 임상현장의 현안과 대책을 논의했다.

수의사는 꿀벌을, 양봉농가는 수의사를 외면하고 있다

축산법상 가축으로 분류된 꿀벌은 수의사가 치료를 담당해야 하는 동물이지만 외면받고 있는 실정이다.

꿀벌 임상에 전념하고 있는 수의사는 꿀벌동물병원 정년기 원장과 한국양봉농협 허주행 수의사 정도로 알려져 있다. 이들 모두 이번 특위에 참여했다.

정년기 원장은 “(꿀벌 분야에) 수의사들이 의무를 다하지 못하고 있다. 대학에서도 꿀벌에 대한 교육은 없다”며 “양봉농가에 갔을 때도 ‘당신이 뭘 아느냐’며 무시 받았다. 여기에 대응하는데만 3년이 걸렸다”고 지적했다.

수의사들이 꿀벌을 외면하고 있는 만큼 양봉농가도 수의사의 전문성을 인정하지 않는다는 것이다. ‘농가가 동물병원에 문제 있는 벌집을 가져갔더니 벌을 무서워 한 수의사가 도망쳤다더라’는 웃지 못할 이야기도 덧붙였다.

검역본부에서 꿀벌 질병 관련 업무를 담당하고 있는 조윤상 특위 부위원장도 “꿀벌 관련 질병진단기관에 있는 수의사 분들조차 꿀벌에 대한 기본적인 소양 교육을 받지 못한 상태”라며 “농가들에게 위생관리를 어떻게 해야 할지 제시해주지 못하고 있다”고 꼬집었다.

이대로는 제2의 수산질병관리사 사태가 벌어질 수 있다는 지적이 나오는 이유다.

반면 수의사가 양봉 진료만으로 먹고 살기 어려운 환경이 문제라는 주장도 제기됐다. 관납에 집중된 시장이 수의사의 설 자리를 없앤다는 것이다.

김태환 위원은 “양봉 관련 약품시장의 80% 이상이 관납이라 동물병원에 처방전을 요구하는 경우는 일부에 그친다. 수의사가 양봉 관련 진료로 업을 영위하기는 쉽지 않다”며 “시장이 커지면서 수의사의 역할도 확대되는 방향으로 변화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양봉농가에 처방해줄 수의사 찾기 어려워..’공수의 활용하자’ 제안도

이날 특위에서는 양봉 현장에서 큰 문제로 떠오른 수의사처방제도 도마에 올랐다.

양봉농가에서도 부저병 등 질병에 항생제를 써야 하는데, 처방대상으로 지정된 항생제를 처방해줄 수의사를 찾기 어렵다는 것이다.

이에 대해 지자체별 공수의를 활용하는 방안도 제기됐다. 임윤규 위원장은 지역 공수의에게 양봉 관련 교육을 실시하고, 농가의 요청에 대응할 수 있도록 하는 방향을 제시했다. 양봉 농가가 위치한 농촌 위주로 공수의가 많다는 점은 장점이다.

하지만 일선 공수의들이 적극적으로 참여할 지는 미지수다. 현재 대부분의 공수의는 소 진료에 집중돼 돼지, 가금 관련 역할도 기대하기 어려운 실정이기 때문이다.

이날 특위에서는 관납약품 공급에만 쏠린 정부 예산을 수의사의 진료활동을 보조하는 방향으로 돌려야 한다는 의견도 제기됐다.

농가가 부담없이 수의사 진료를 요청할 수 있고, 수의사도 양봉 진료로 충분한 수입을 얻을 수 있는 환경을 만들어야 한다는 것이다.

9월 벌질병특위 인준..내년까지 한국꿀벌수의사회 창립 목표

특위는 향후 한국양봉학회에 수의사 참여를 늘리고, 내년 특위 주최의 심포지엄을 개최할 계획이다.

내년 가칭 ‘한국꿀벌수의사회(Korean Honeybee Veterinarian Association)’을 창립하는 것이 목표다.

대한수의사회는 오는 9월로 예정된 2020년도 3차 이사회에서 벌질병대책특위를 인준할 방침이다.

허주형 대한수의사회장은 “모든 축종별로 수의사 직능단체가 정립되어가고 있지만 꿀벌을 다루는 단체만 없다”며 “꿀벌수의사회가 대수 산하단체로 독립 신설될 수 있도록 중앙회 차원에서 지원하겠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