농장동물복지 중요해 94%, 계란 사육환경표시 안다 27%, 복지란 산다 7%

어웨어, 농장동물 복지 국민인식조사..동물복지 축산물 홍보∙판로확대 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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농장동물 복지가 중요하다는 인식이 높은데 반해, 복지와 직결되는 사육환경표시제를 잘 알거나 실제로 동물복지 축산물을 구매하는 비율은 낮은 것으로 조사됐다.

(사)동물복지문제연구소 어웨어는 16일 여의도 국회의원회관에서 열린 ‘농장동물 복지 향상 방안 모색을 위한 국회토론회’에서 관련 인식조사 결과를 소개했다.

 

복지 중요하다 94% > 계란 사육환경표시 안다 27% > 동물복지란 주로 산다 7%

인식조사는 어웨어 의뢰로 엠브레인퍼블릭이 지난해 10월 28일부터 6일간 전국 성인남녀 2천명을 대상으로 진행됐다.

그 결과 ‘농장동물 복지가 중요하다’고 응답한 비율은 94%에 달했다. 공장식 축산에 대한 개선이 필요하다는 응답비율도 비슷한 수준으로 높았다.

농장동물 복지를 높이면 생산성은 떨어지고 가격은 올라간다. 소비자가 동물복지를 위해 더 비싼 값을 부담해야 농장동물 복지를 높일 수 있다.

그러자면 소비자가 동물복지 축산물을 얼마나 사는지, 적어도 여러 제품 중에 동물복지적으로 나은 방식으로 생산된 제품이 무엇인지 구별할 수 있는지가 중요하다.

하지만 이번 인식조사에서는 ‘중요하다’는 인식과 실제 행동 사이의 괴리가 확인됐다. 동물복지 축산물을 잘 구매하지 않을뿐더러, 이미 시행되고 있는 제도도 잘 알지 못한 것으로 드러났다.

(자료 : 동물복지문제연구소 어웨어)

산란계는 동물복지 축산이 상대적으로 더 활발한 축종이다. 동물복지 인증을 받은 축산농장 425개소 중 절반이 넘는 226개소가 산란계다.

게다가 동물복지 인증농장이 아니어도 모든 계란에는 사육환경을 표시하고 있다. 계란에 표기된 이력번호는 ‘산란일자(4자리)+농장고유번호(5자리)+사육환경(1자리)’으로 구성된다.

이번 실태조사에서 계란 사육환경 표시제에 대해 알고 있거나 들어본 적 있다는 응답은 75%에 달했다. 하지만 어떤 숫자가 사육환경을 뜻하는지 제대로 아는 비율은 그 절반에 그쳤다.

‘난각번호의 마지막 자리가 사육환경을 뜻한다’는 것을 아는 응답자들 중에서도 4명 중 1명은 어떤 숫자가 어떤 사육환경을 의미하는 지까지는 몰랐다.

결국 2천명의 응답자들 중 계란에 표기된 난각번호를 바탕으로 어떤 사육환경에서 길러진 것인지 제대로 아는 비율은 27%에 그쳤다.

실제 구매로 이어지는 비율은 더 낮다. 주로 소비하는 계란의 종류를 묻는 질문에 동물복지인증란을 택한 응답자는 7%에 그쳤다.

어웨어 이형주 대표는 “사육환경 표시제에 대해 정확히 알고 있는 응답자는 27%에 불과하다. 세금을 들여 4년 넘게 운영한 제도인데도 그렇다”면서 “대국민 홍보를 강화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난각번호 마지막 자리 숫자가 사육환경을 나타낸다.
(1 방사사육, 2 축사내평사, 3 개선된 케이지, 4 기존 케이지)

 

인증축산물은 50~80% 더 비싼데..

동물복지 위해 더 부담할 비용은 평균 17%

2025년부터는 국내 돼지농가에서 임신돈의 스톨(사육틀) 사육기간이 4주로 제한된다. 그 외의 기간에는 군사로 키워야 한다.

이를 위해 모돈사육시설을 바꾸려면 공사비도 들고, 공사기간 동안 사육이 중단되면 경제적 피해가 불가피하다. 전환을 마친 이후에도 사육규모가 줄어들면서 생산비 인상이 불가피하다.

이번 국민인식 조사에서는 응답자의 71.8%가 모돈 스톨사육 개선에 필요한 추가비용을 지불할 의향이 있다고 답했다. 추가 지불할 수 있는 비용은 평균 17.77%로 나타났다.

스톨 사육을 제한하면서 돼지의 복지를 개선하는 대신 높아진 돼지고기값을 감수하겠다는 것인데, 얼마나 감수할 수 있는지, 실제로 감수할 지가 관건이다.

동물자유연대 채일택 정책팀장은 이날 토론문에서 추가지불의사의 수준이 부족하다는 점을 지목했다. 모 온라인 마켓에서 판매되는 돼지 등심을 기준으로 동물복지 인증 돼지고기는 100g당 2,480원인 반면, 일반(비인증) 돼지고기는 1,380~1,580원에 그쳤다는 것이다.

인증-비인증 돼지고기의 가격 편차는 50~80%로 인식조사에서의 추가지불의사(17.77%)보다 훨씬 컸다.

계란·닭고기에 비해 돼지고기가 동물복지 축산물의 판로를 찾기 더 어렵다는 점도 지적됐다.

대한한돈협회 왕영일 감사는 “돼지고기는 선호·비선호 부위를 나누다 보니 동물복지 인증 축산물이라 하더라도 유통에서의 어려움이 크다”고 말했다.

동물복지 인증 돼지고기를 생산·유통하고 있는 돈마루의 안형철 대표도 “동물복지 축산물이 차지하는 시장이 굉장히 작고, 판로개척도 쉽지 않다”고 토로했다.

 

동물복지 축산물 판로 늘어야..급식 식자재 활용 아이디어도

이날 토론회에 참여한 업계·동물보호단체 관계자들 모두 해법은 소비자에게 있다고 입을 모았다. 동물복지 축산물을 더 많이 소비해야 동물복지 사육도 늘어날 수 있다는 것이다.

안형철 대표는 “강제로 먹지 말라고 한 것은 아니었는데도 개식용은 계속 감소했다”며 “소비자분들이 가치 소비를 해주시면 (동물복지축산이) 자연스럽게 늘어날 것”이라고 전망했다.

그러면서 동물복지 축산물의 판로확대를 위한 지원정책도 제안했다.

안 대표는 “무항생제 축산물이 학교 급식에 주로 공급되면서 많은 도움이 됐다”면서 “가령 학생들에게 먹이는 축산물부터 동물복지를 고려한다면 인증농가들에게 도움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이형주 대표는 “동물복지 축산으로의 전환을 유인할 수 있는 지원책과 함께 (동물복지 축산물의) 판로 확대도 필요하다”며 “농장동물 복지 향상을 위한 민·관·산·학 협력체계를 구축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농장동물복지 중요해 94%, 계란 사육환경표시 안다 27%, 복지란 산다 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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