뿔쇠오리 보호 위해 결국…길고양이 포획 후 마라도 밖으로 이송

제주도 세계유산본부, 1일부터 마라도 길고양이 포획·반출 시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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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연기념물이자 멸종위기 야생생물 Ⅱ급인 뿔쇠오리를 위협한다는 지적을 받은 마라도의 길고양이들이 결국 마라도 밖으로 이송된다.

제주도 세계유산본부는 “마라도 길고양이를 섬 밖으로 내보내기로 했다”며 고양이 구조팀이 3월 1일부터 길고양이 포획작업에 나선다고 밝혔다.

고영만 제주도 세계유산본부장이 직접 “올해 마라도에서 죽은 뿔쇠오리 4마리가 발견되는 등 매년 사체가 발견되고 있다”며 “문화재청·동물보호단체와 함께 뿔쇠오리가 고양이가 공존할 방안을 고민한 결과, 길고양이를 이송하기로 결정했다”고 설명했다.

또한, 길고양이의 사냥으로 인해 죽은 것으로 추정되는 뿔쇠오리 사진(위)도 공개했다.

뿔쇠오리는 전 세계에 단 5~6천 마리 남아 있는 멸종위기종이고, 우리나라에 섬에 300~400쌍 정도 서식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그중 마라도는 뿔쇠오리가 서식하는 세계 유일의 유인도다.

2016년 환경부가 발표한 ‘철새양자회의국가보고서’에 뿔쇠오리를 위협하는 주요 요인으로 ‘고양이’가 꼽혔고, 2019년에는 서울대 산림과학부 대학원에서 관련 논문이 발표되기도 했다. 논문에는 “주인이 없는 들고양이는 안락사 혹은 외부 반출을 해서 뿔쇠오리에 대한 포식률을 낮춰야 한다”는 내용이 나온다.

현재 마라도에는 60~100마리의 길고양이가 서식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제주도 세계유산본부 측은 주민이 양육하기를 원하는 고양이는 포획·반출대상에서 제외하고, 나머지 고양이는 포획 후 섬 밖으로 이동시킨다는 방침이다.

마라도 밖으로 반출된 고양이는 우선 본부가 별도로 마련한 시설로 옮겨져 제주도야생동물구조센터에서 건강검진을 받는다. 이후에는 유기동물없는 제주 네트워크(이하 유동네)가 고양이에 대한 보호·관리를 담당한다. 보호 시설의 경우 당초 40평으로 계획되었으나, 유동네가 공간 협소 문제를 제기하여 120평으로 확대됐다.

무분별한 고양이 포획과 주먹구구식 외부 반출에 반대해 온 ‘철새와 고양이 보호 대책 촉구 전국행동’은 “멸종위기종 뿔쇠오리뿐 아니라 마라도에 서식하는 야생동물의 보호는 필요하며, 이를 위한 대처로써 반드시 고양이 반출 조치가 필요했다면 이 또한 존중한다”고 밝혔다.

이어 “마라도 고양이 반출은 끝이 아니라 공생의 시작이 되어야 한다”며 “반출 후 스트레스와 급격한 환경 변화로 인해 고양이들이 고통받는 일이 없도록 주기적인 모니터링이 이루어져야 하고, 이후 시설 운영을 위한 예산과 계획도 체계적으로 수립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다만 “마라도의 경우 섬 전체가 천연보호구역으로 지정된 문화재로서 문화재법을 근거로 일방적인 고양이 반출이 강행되었지만, 이는 특수한 경우일 뿐 다른 지역에 동일하게 적용할 수 없다”며 “고양이 반출과 같이 일차원적이고 단순한 접근이 아닌, 생태계에 미치는 복합적인 영향을 다각도로 분석하여 올바른 방안을 도모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뿔쇠오리 보호 위해 결국…길고양이 포획 후 마라도 밖으로 이송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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