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냥감에서 보전해야 할 바다환경의 지표로’ 국내 고래연구 기반 만들어야

2023 고래 보전 국제컨퍼런스 개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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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3 고래 보전 국제컨퍼런스가 11일과 12일 양일간 국립중앙박물관에서 열렸다. 대회 첫 날인 11일에는 ‘인간과 고래의 과거, 현재, 미래’를 조명했다.

고래는 과거 수산자원이었다. 사냥, 포경의 대상이었다. 하지만 이제는 보전의 대상으로 여겨진다. 세계 각국이 고래 서식지를 보호하거나, 좌초된 고래를 연구해 해양 오염의 실태를 분석하는 등 활발한 보전활동을 벌이고 있다.

이날 소개된 뉴질랜드, 중국, 홍콩, 이탈리아 등의 고래 연구는 수백, 수천마리 단위였다. 하지만 한국은 아직 연간 부검하는 개체도 100마리에 미치지 못한다. 인프라도 열악하다.

이영란 플랜오션 대표는 국제적인 연구협력과 함께 국내 연구기반을 마련하기 위한 제도·인프라 개선 필요성을 촉구했다.

 

좌초된 고래 연구, 조직연구로 해양 환경오염 분석도

고래 보전은 국제적 접근 필요

뉴질랜드 메시대학 카렌 스톡킨 교수는 “좌초한 고래에 대한 연구는 고래에 대한 종합적인 지식을 만들어가는 기회인 동시에 원헬스 측면에서 바다의 건강을 평가하는 기회도 된다”고 말했다.

메시대학은 좌초한 고래를 부검·연구하면서 조직은행을 구축했다. 1992년부터 30년 넘게 26개종의 고래 1,800여마리에서 1만개 이상의 조직을 확보했다.

이를 기반으로 해양플라스틱 오염의 심각성이나 기후변화의 영향을 분석하고 있다. 가령 참돌고래 체내 과불화화합물(PFAS) 검출량을 분석한 결과 PFAS 제조국가 근처에서 발견된 참돌고래에서 더 높은 식이다.

기존에 좌초되던 고래의 발견지점이 점점 고위도로 이동하거나, 열대지역에서 주로 발견됐던 돌고래가 뉴질랜드에 좌초하는 현상은 기후변화를 반영한다.

대만보전의학연구소 Wei-Cheng Yang 교수는 “2016년 이후 대만에서의 고래 좌초가 늘어나고 있다”고 말했다. 대만은 1996년 대만 고래류 좌초 네크워크(TCSN)를 설립해 좌초 고래를 구조하거나 부검·연구하고 있다. 이에 따르면 1994년부터 2022년까지 1,200건 이상, 약 1,800여 개체의 좌초가 보고됐다.

Yang 교수는 “어업도구를 비롯한 다양한 플라스틱이 거의 모든 해양포유류에서 발견된다”면서 “이들은 물리적 이물로서뿐만 아니라 화학물질 오염원도 내뿜으면서 문제를 야기한다”고 지적했다.

오염물질이 고래에 면역독성을 야기하면서 피부질환이나 기생충·세균 등의 심감염을 일으킨다는 것이다.

Yang 교수는 “(고래를 위협하는) 오염, 소음, 사고, 질병 등의 문제는 대만만의 문제가 아니다. 국제적 문제라는 점을 인식하고 해결책을 함께 모색해야 한다”고 제언했다.

해양국가들 고래 보전·연구 앞서가는데..

국내 제도정비, 인프라 확충 필요

이영란 대표는 고래 보전을 위한 기반으로 ▲기초조사 ▲좌초·엉킴 등에 대한 대응체계 ▲부검·생물학적 연구 ▲법률규정 ▲네트워크 등을 지목했다.

고래에 대한 기초조사나 생물학적 연구를 실시하려면 연안으로 좌초된 개체를 활용해야 한다. 이날 컨퍼런스에 참여한 연구자들도 각자의 나라에서 조사한 좌초현황이나 관련 연구를 소개했다.

홍콩은 2017년부터 만6년간 홍콩 해역에서 좌초된 고래류 241마리 중 210마리에 virtopsy를 실시했다. CT나 MRI를 활용한 정밀부검이다. 이를 통해 폐사원인도 분석했다. 210마리 중 70마리(33%)가 어구 얽힘이나 선박 충돌 등 인간 활동으로 인해 폐사한 것으로 추정됐다.

이탈리아는 2015년부터 2020년까지 좌초 보고된 고래 1,236마리 중 586개체를 검사·분석했다. 2016년 창설된 이탈리아 좌초 네크워크(ISN)를 통해서다.

이탈리아 파도바 대학 산드로 마자리올 교수는 “좌초 개체들에서 검출된 세균 일부는 인간활동의 영향을 받은 것으로 보인다. 인수공통으로 감염되는 세균도 있다”며 “고래가 어떤 환경에서 살아가는지 통합적으로 큰 그림을 그리려면 좌초 개체를 활용한 부검연구, 바이오뱅크 구축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반면 한국의 상황은 아직 열악하다. 이영란 대표는 “국내에 고래류 부검실을 갖춘 곳은 고래연구소가 유일하다. 부검에 참여하는 수의사도 5명 정도”라며 인프라 확충 필요성을 지목했다.

좌초 개체에 대응할 체계나 네트워크가 미흡하다는 점도 지적했다. 좌초한 고래류를 연구할 수 있도록 연결되지 못한 채, 해경이 1차 출동해 그대로 폐기하는 경우가 많다는 것이다. 이날 컨퍼런스에서 발표한 해외 각국과 달리 좌초 통계조차 제대로 잡히고 있지 않다.

이영란 대표는 “혼획에서는 한국이 통계도 비교적 투명하고, 어업 과정에서 혼획을 줄이기 위한 연구도 진행되고 있다”며 “(좌초 고래류 대응에) 전문가가 참여할 수 있는 제도적 기반과 네트워크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제돌이 방류 후 달라진 시선

랴오둥반도의 점박이물범은 백령도에도 온다..한중일 협력 기대

최근 한국에 번역 출간된 [저 바다에 고래가 있어]의 저자 다지마 유코 박사(사진)도 이날 컨퍼런스에 연자로 참여했다.

다지마 유코 박사는 고래보전 활동의 장벽을 묻는 질문에 “(고래를) 보전의 대상이 아닌 자원으로만 보는 시각도 있다”며 “개별 연구기관들이 깊은 역사를 갖고 있지만, 상호 간 협력은 아직 부족하다”고 말했다.

이에 대해 한겨레 남종영 기자는 남방큰돌고래 ‘제돌이’ 방류를 계기로 한국에서 고래에 대한 인식이 크게 달라졌다고 진단했다.

남방큰돌고래에 생태법인 자격을 부여하자는 논의로까지 확장되고 있고, 미래 세대인 어린이들은 과거세대와 달리 고래에 큰 관심을 갖고 보전의 대상으로 여긴다는 것이다.

국제적인 협력 필요성에도 공감대가 있다. 특히 한중일 3국은 바다와 해양포유류를 공유하고 있다. 중국 랴오둥반도에 서식하는 점박이물범은 한국 백령도에도 있다.

이영란 대표는 황해보전워킹그룹에 상괭이를 비롯한 해양포유류도 포함시켜 서식정보, 혼획, 좌초 등을 공동 연구하자는 비전도 제시했다.

지안나 민튼 IUCN 해양포유류 보전 전문자문관은 “고래에 대한 대중의 인식이 바뀌고 있다는 점이 고무적”이라며 “아태지역에서 고래보전에 다양한 기술을 적용하고 문서화하려는 활동이 위협에 놓인 고래들을 보전하기 위한 의미 있는 노력이 될 것”이라고 기대했다.

‘사냥감에서 보전해야 할 바다환경의 지표로’ 국내 고래연구 기반 만들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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