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헤리티지로펌] 폰트 저작권 침해했다는 내용증명을 받았다면

동물병원에서 발생하는 저작권 관련 법적 이슈 ②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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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물병원에서 발생하는 저작권 관련 법적 이슈> 변호사·수의사 김성철

지난 기고문에서 동물병원 운영에 있어서 발생할 수 있는 저작권 분쟁에 대처하기 위하여 기본적으로 알아야 할 저작권법에 관한 기초지식을 살펴보았습니다.

이번 기고문에서는 타인이 저작권 침해를 주장하며 손해배상 등을 요구해오는 경우에 대한 대처법을 자세히 다루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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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에서 OO동물병원을 운영하는 원장님은 최근 한 법무법인으로부터 내용증명을 받았습니다.

해당 내용증명은 “귀 동물병원의 홈페이지에 OO폰트업체에서 만든 폰트가 사용되었는데, 이로써 저작권자인 OO폰트업체로부터 허락을 받지 않고 무단으로 저작물을 사용하여 OO폰트업체에게 손해를 발생시킨 사실이 명백하므로 귀 동물병원은 이에 상응하는 손해배상책임이 있다”라는 문구로 시작하네요.

“저작권법 제136조 제1항에 따라 저작재산권, 그 밖에 이 법에 따라 보호되는 재산적 권리를 복제, 공연, 공중송신, 전시, 배포, 대여, 2차저작저작물 작성의 방법으로 침해했고, 저작권법 125조에 의해 고의 또는 과실로 권리를 침해한 자에 해당하는 귀하에게 손해의 배상을 청구하고, 그 이익의 액을 저작재산권자등인 폰트업체의 손해액으로 추정한다”라는 법률 조항을 나열하면서요,

폰트 사용에 관한 라이선스 등록을 통하여 폰트 사용에 관한 비용을 지불하면 향후 소송 제기 등을 하지 않겠다는 내용으로 마무리하고 있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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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제로 구글, 네이버, 다음 등 포털사이트에서 ‘무료서체’ 또는 ‘무료폰트’로 검색하면 무료로 자유로이 사용할 수 있을 것 같은 폰트를 다운로드할 수 있습니다. 이용자는 해당 폰트를 PC에 설치하고, 문서 작업이나 영상 편집 등에 널리 이용할 수 있습니다.

하지만 일반적으로 서체(폰트)는 이를 제작한 폰트업체에서 저작권을 갖는 저작물로, 해당 저작물을 사용하기 위해서는 사용에 대한 허락이 필요합니다.

즉, 해당 폰트를 어떠한 경로로 입수하였건 간에 업무에 활용하는 것과 같은 상업적인 용도로 사용하려면 사용계약을 통한 허락을 득하여야 법적인 문제가 생기지 않습니다.

그러나 문제의 발단은 대다수 사용자가 이와 같은 폰트의 유료 사용에 관한 내용을 잘 숙지하지 않고 폰트를 사용하게 되는데 있습니다(이와 더불어 해당 폰트를 배포하는 폰트업체 스스로가 그와 같은 무단사용을 통한 저작권 침해를 방조하고 있다고도 여겨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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휴O서체, 윤O서체와 같은 특정한 모양의 글자 집합을 의미하는 글자체(서체 또는 폰트) 자체는 저작권법상 보호 대상이 아닙니다.

법원도 폰트 도안(圖案)에는 일부 창작성이 포함되어 있고 문자의 실용성에 부수하여 미감을 불러일으킬 수 있는 점은 인정되나, 그 미적 요소 내지 창작성이 문자의 본래의 기능으로부터 분리, 독립되어 별도의 감상의 대상이 될 정도의 독자적 존재를 인정하기가 어렵다고 하여 저작물로 인정하지 않습니다.

다만, 컴퓨터 등에서 글자를 나타내기 위해 글자체를 디지털화한 글꼴 파일(예를 들어, ‘휴O서체.ttf’와 같은 파일)은 컴퓨터프로그램 저작물로서 저작권법상 보호 대상에 해당합니다.

글꼴 파일은 저작권법상 보호 대상에 해당하므로 이용제한 등의 표시가 없다고 하더라도 해당 글꼴 파일을 저작권자의 허락 없이 무단으로 내려받아 설치·사용하는 행위는 저작권(복제권) 침해 행위가 될 수 있습니다.

 

한편, 일반적으로 동물병원의 홈페이지 제작은 외주 제작을 이용하게 됩니다. 외주 제작의 경우 도급계약에 따라 수급인(외주제작업체)이 독립적인 지위에서 자신의 재량에 의하여 저작물을 창작합니다.

그러므로 창작한 저작물에 저작권 침해 문제가 발생한다면 수급인에게 책임이 있는 것입니다.

이에 따라 외주제작업체의 저작권 침해만 문제가 될 것이고, 발주인 내지 도급인의 지위에 있는 동물병원장에게 저작권 침해에 따른 책임을 물을 수 없는 것입니다.

하지만 저작권 침해 내용증명을 받게 되면 상대가 법무법인이라는 점에 위압감을 느껴 전후 사정을 확인하지 않고 그들이 요구하는 대로 고가의 라이선스 구매권을 구입하게 되는 경우가 종종 있습니다. 폰트업체와 법무법인은 이 점을 노리는 것입니다.

 

이와 달리 동물병원에 고용된 직원이 작업하여 홈페이지를 자체적으로 제작하는 경우를 가정하여 볼 때, 직원이 특정 폰트를 무료 폰트라고 하여 폰트업체의 허락 없이 사용하였는데, 추후 유료로 정책이 변경되었다고 하면서 저작권 침해를 물어오는 사례가 있을 수도 있습니다.

이 경우에는 애초부터 저작권 침해에 대한 고의가 인정되기 어려워 형사처벌의 대상이 된다고 보기는 어렵습니다.

그러나 폰트 파일 무단사용에 따른 민사적 책임(손해배상)은 여전히 인정될 소지가 있으므로 무료 폰트라는 점만을 신뢰하고 무분별하게 온라인상의 폰트를 내려받아 사용하는 것은 지양하여야 할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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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쯤 해서 폰트업체를 대리하는 법무법인으로부터 저작권 침해에 관한 내용증명을 송달받았을 때의 법적 대응 및 조치에 대해서 알아보도록 하겠습니다.

먼저 문제의 폰트가 사용되어 제작된 동물병원 홈페이지 등에서 해당 폰트의 사용을 배제하고 무료로 자유로운 상업적 사용이 허락된 글꼴(예: 네이버 나눔고딕 등)로 대체하여 조속히 다시 제작하여야 할 것입니다.

한편, 폰트업체를 대리하는 법무법인에서는 동물병원에서 이미 저작권 침해한 점에 대해서 이미 채증(採證)을 완료하였을 것인 바, 상대방의 형사고소 내지 손해배상소송 제기에 앞서 합리적인 범위에서 상대방과 합의를 하는 방법으로 진행하시는 것이 바람직할 것입니다.

특히 대체 글꼴의 활용을 통한 재작업 등의 조치로 인하여 향후 침해 가능성도 없고, 문제가 되는 폰트의 사용도 필요하지 않다고 판단된다면, 상대방으로부터 혹시라도 있을 수 있는 수백만 원 상당의 글꼴 번들(Bundle) 구매는 피하시기 바랍니다.

또한, 내용증명을 보낸 법무법인 측에서 요청하는 저작권 침해 확인 통지에 대해서는 상대방이 녹취할 수 있다는 점을 유념하셔야 합니다.

불필요하게 저작권 침해를 인정하는 실수를 할 여지가 있으므로 유선상으로 답변을 하시는 것은 피하시고, 내용증명의 형식으로 서면으로 답변을 하는 것이 바람직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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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기에서 설명해 드린 분쟁의 상황이 발생하기 전에 사전에 예방하는 것이 효과적일 것입니다.

동물병원의 운영에서 발생할 수 있는 저작권 침해의 문제가 없는지 미리 자체적인 조사를 통하여 또는 법률전문가와의 상담을 통하여 확인하시는 작업이 꼭 필요할 것입니다.

평소에 동물병원을 운영하시는 원장님들께서는 위에서 설명해 드린 점을 숙지하시어, 저작권 침해에 따른 손해배상이라는 불측의 피해를 받는 일이 없도록 하실 것을 조언해 드리면서 글을 마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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