항생제 내성 위협, 수의사 대응 미룰 수 없다

세계수의사회 글로벌 원헬스 회담, 항생제 내성 대응 조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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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헬스, 뉴웨이브(One Health, New Wave)’를 표어로 내건 2017 인천 세계수의사대회가 항생제 내성 문제에 초점을 맞췄다.

29일 송도 컨벤시아에서는 원헬스 세션과 세계수의사회 글로벌 원헬스 회담이 연이어 내성 문제에 대한 대책을 조망했다.

유엔 식량농업기구의 메리 조이 고르돈칠로 박사
유엔 식량농업기구의 메리 조이 고르돈칠로 박사

유엔 식량농업기구(FAO)에서 아시아 지역 항생제 내성 대응을 담당하고 있는 메리 조이 고르돈칠로 수의사는 이날 “항생제 내성 문제야 말로 원헬스적 접근법이 필수적인 분야”라고 강조했다.

동물에게 투약되고 환경에 버려지는 항생제들로 인해 내성을 얻은 병원체들이 다시 인간을 위협하거나, 인간에서 발생한 항생제 내성균이 동물로 전염될 수 있기 때문이다.

고르돈칠로 수의사는 “항생제 내성 대응에 실패할 경우 2050년이면 개발도상국의 연간 축산생산량이 11%까지 감소할 뿐만 아니라 연간 1천만명이 사망하는 심각한 상황이 초래될 것”이라며 수의사들의 대응 참여를 호소했다.

2014년 영국의 항생제 내성 보고서에 따르면 2017년 연간 70만명으로 추산되는 항생제 내성 관련 사망자는 2050년 1천만명으로 늘어날 것으로 예상된다. 이와 함께 연간 GDP의 3.5% 저하, 100조 달러의 손실이 예견된다.

세계수의사회 글로벌 원헬스 서밋에서 발제에 나선 나다브 갈론(Nadav Galon) 이스라엘 CVO에 따르면, 동물에서의 항생제 사용량을 더욱 늘어날 전망이다.

2010년 연간 62,300톤으로 집계된 항생제 사용량은, 가축생산량이 폭증할 것으로 예상되는 중국을 중심으로 2030년 10만톤을 넘어설 것으로 추산된다.

나다브 갈론 수의사는 “이제는 항생제 내성 문제의 위험성을 이해하는 수준을 넘어서 행동에 옮길 때”라고 강조했다.


인간
·동물이 서로 책임 전가하는 ‘Blame Game’ 멈추자

고르돈칠로 수의사는 “1970년대만 해도 동물의 항생제 사용이 사람의 내성문제로 이어진다는 시각이 지배적이었지만, 이제는 서로 영향을 주고 받는다는 인식이 자리잡고 있다”고 말했다.

르네 칼슨 세계수의사회장도 “의사와 수의사가 서로를 비난하는 행태(Blame game)를 멈춰야 한다”며 “세계의사협회와 세계수의사회가 공동 개최한 원헬스 컨퍼런스에서도 ‘항생제를 책임 있게 사용하자’는 양측의 의지를 재확인했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이러한 인식이 각국의 수의사 및 의사단체 회원들에게 자리잡을 수 있도록 동참을 촉구했다.

글로벌 원헬스 회담을 주재하는 르네 칼슨 회장
글로벌 원헬스 회담을 주재하는 르네 칼슨 회장

정부 차원 로드맵, 규제시스템 전제..`수의사 처방 하에 책임 있는 사용을`

고르돈칠로 수의사는 “아직도 세계 각지의 많은 농가들이 자유롭게 항생제에 접근할 수 있다”며 “농장주 스스로 질병을 고칠 있다는 착각이 존재하는 한 수의사가 내성문제에 대응하기 어렵다”고 꼬집었다.

그러면서 항생제 내성 문제는 정부 차원의 로드맵과 규제 시스템, 수의사의 감독으로 접근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덴마크, 네덜란드 등의 항생제 내성 관리제도 성공사례를 소개한 나다브 갈론 수의사는 “수의사 진료로 성립되는 수의사-소유주-동물관계(VCPR) 하에서 항생제가 사용되어야 한다”며 “수의사가 항생제 처방을 줄이거나 제한을 둘 수 있도록 정책적 인센티브가 주어져야 한다”고 조언했다.

이를 위해서는 항생제 사용제한을 요구하는 소비자의 목소리가 커져야 한다고 전제했다. 소비자의 요구 없이는 업계의 변화를 이끌어낼 수 없다는 것이다.

이날 원헬스 세션을 주관한 윤장원 강원대 교수는 “한국은 WHO, OIE가 권고하는 항생제 내성 대응 움직임에 비교적 발을 잘 맞춰 나가고 있다”며 “개발도상국 입장에서는 선진국에 비해 제한적인 투자로도 내성문제에 대응할 수 있는 전략을 필요로 하고 있다”고 말했다. 

나다브 갈론 수의사가 소개한 이스라엘 하클라이트 소속 수의사 간의 항생제 사용량 차이
나다브 갈론 수의사가 소개한 이스라엘 하클라이트 소속 수의사 간의 항생제 사용량 차이

항생제 대안도 필요..질병관리 역학 DB, 수의사·보호자 교육 강조

핀란드에서 참가한 한 양돈수의사는 “양돈 분야에서 역학적 접근으로 질병 발생을 차단하여 항생제 사용량을 75%가량 줄인 경험이 있다”며 “전세계적으로 항생제 사용량을 줄이려면 병원체 감염이 어떻게 퍼져나가고 있는지에 대한 글로벌 데이터뱅크를 구축해야 한다”고 힘주어 말했다.

항생제를 쓰지 않고도 질병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기반을 만들어야, 항생제 사용량을 실질적으로 줄일 수 있다는 것이다. 여기에는 차단방역과 향상된 사양관리, 백신 등 예방의학도 포함된다.

내성 문제에 대한 수의사들의 인식부터 개선해야 한다는 지적도 이어졌다.

나다브 갈론이 이스라엘의 가축질병공제제도인 ‘하클라이트’ 내에서 수의사들의 항생제 처방경향을 분석한 결과, 비슷한 환경에서 같은 업무를 하는 수의사들 사이에서도 3배가 넘는 차이를 보였다.

고르돈칠로 수의사는 “일단 질병이 발생하면 항생제를 처방하고 보는 식의 전통적인 수의사 역할에서 벗어날 ‘패러다임 시프트’가 필요하다”며 예방의학의 중요성을 강조했다.

르네 칼슨 회장은 “특히 사람에서 사용되는 항생제 성분은 반드시 수의사 처방 하에 사용되어야 한다”면서도 “항생제를 사용할 때는 중단 없이 처방대로 투약하고, 남은 약을 마구 폐기해 환경에 노출되는 일이 없도록 보호자를 철저히 교육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작은 진전이라도 진전임에 틀림 없다”고 강조한 칼슨 회장은 “비전문가에게 무작위로 흘러가는 항생제 유통경로를 막아야 한다”고 덧붙였다. 

윤상준 기자 ysj@dailyv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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