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료 오염 ASF 확산, 전화위복으로..민관 신뢰 기반 예찰 효율화, 수의사 역할 늘려야

아프리카돼지열병 방역체계 개선 국회 토론회 개최


1
글자크기 설정
최대 작게
작게
보통
크게
최대 크게

올초 돼지농장에서 발생한 아프리카돼지열병(ASF)은 사료 오염이 주 원인으로 지목됐다. 멧돼지와 관계 없는 전국 발생으로 큰 피해를 입었지만, 폐사체에 집중한 예찰 효율화와 민간 돼지수의사의 참여, 생산자 단체와의 신뢰 구축 등 전화위복의 전기를 마련했다.

아프리카돼지열병 방역체계 개선 국회 정책토론회가 6월 11일(목) 여의도 국회의원회관에서 열렸다. 김선교·문금주·임미애·정희용 국회의원(이상 가나다순)이 주최한 이날 토론회에서는 지난 ASF 방역 대응의 성과와 개선점을 함께 조명했다.

아프리카돼지열병 방역체계 개선 국회 정책토론회가 6월 11일 여의도 국회의원회관에서 개최됐다.

1월 16일 강릉 돼지농장에서 올해 들어 처음 확인된 ASF는 60일간 24건이 발생했다. 멧돼지와 상관 없이 전국적으로 발생하면서 초기 대응에 혼란을 겪었지만, 혈장단백질을 원료로 한 사료 오염 문제를 찾아내면서 전환기를 맞이했다.

숨어 있는 양성 농장을 찾아내기 위해 전국적으로 5천개소가 넘는 돼지농장을 대상으로 폐사체 혀끝 시료 전수조사를 3차례에 걸쳐 실시한 것도 효과를 발휘했다.

이날 토론회에서 민·관 모두 ‘신뢰’를 이번 ASF 방역의 성공 비결이자 성과로 꼽았다.

농식품부 김정주 구제역방역과장은 “구제역방역과장으로 4년차에 이르면서 얻은 교훈은 결국 ‘신뢰’다. 어떤 일이든 서로 믿지 못하면 진행이 안 된다”면서 “전국 일제검사를 3번이나 진행하면서 방역당국을 믿고 잘 참여해주신 덕분에 조기에 바이러스 감염을 색출할 수 있었다”고 말했다.

한돈협회 정병일 부장은 “생산자단체의 요구를 정부가 받아들여 약속하여 실제로 지키고, 농가도 적극적으로 응했다. 서로를 믿는 계기를 만든 역사적 조치”라고 평했다.

일제검사에 참여한 농장에 이동제한 기준을 완화하고, ASF가 검출되더라도 살처분 보상금을 감액없이 법정 최대 한도액(80%)을 지급해달라는 요청을 정부가 받아들였다는 것이다.

농식품부 김정주 구제역방역과장

문제가 있을 가능성이 높은 폐사체에 예찰을 집중한 점도 주효했다. 건강한 돼지의 피를 뽑아 봤자 질병을 찾을 수 없다. 농장 안에서도 초기에는 전파 속도가 느린 ASF는 더욱 그렇다.

이번 ASF 사태에서도 일제검사에서 양성 반응을 보였지만, 추가 정밀검사에서는 감염 개체를 찾아내지 못한 경우도 있었다. 그럼에도 지속적인 방역 관리 끝에 한 달여가 지나 농장 감염을 확정했지만, 민간의 돼지수의사가 전문가의 눈으로 의심축을 선별한 덕분이었다.

방역당국은 현재 ASF 전주기 방역관리 강화계획 수립을 준비하고 있다. 농장 예찰 체계 개선도 여기에 포함된다. 개선 방안도 ‘문제 있는 돼지’를 찾아내기 위한 효율화에 초점을 맞춘다.

기존의 무작위 채혈 검사는 숨어 있는 감염축 발견에 한계를 보였다. 대신 이번에 효과를 거둔 폐사체 검사나 민간병성감정 시료에 대한 검사로 무게추를 옮긴다.

채혈 검사는 ‘어떤 돼지에 하느냐’에 성패가 달린 만큼 민간 전문수의사가 참여하여 위축돈을 선별하는 방식을 도입할 전망이다.

경기도 이은경 동물방역위생과장도 “저희만큼 검사를 많이하는 곳이 없다”면서 폐사체 검사 중심의 효율화 필요성에 공감했다.

능동예찰뿐만 아니라 역학·출하·방역대 해제 등을 위한 검사까지 폐사체 위주로 전환하고, 폐사체 검사에서 놓치는 부분은 도축장 혈액검사로 확인할 수 있도록 관련 인프라를 확충해야 한다고 제언했다.

방역대의 대폭 수정을 건의하는 한돈협회 정병일 부장

방역대, 이동제한 범위를 줄이자는 제안도 이어졌다. 발생농장을 조기에 찾아낼 수 있다면, 수평전파 속도가 빠르지 않은 ASF 특성상 방역대, 역학농장도 효율화할 수 있다는 것이다.

이미 경기, 충남 등지에서는 지방가축방역심의회를 통해 기존의 반경 10km 방역대를 3km나 그 이하로 줄였다. 방역업무 부담도 줄이고, 방역대 이동제한으로 인한 농가의 경제적 피해도 완화하기 위해서다. 방역대를 좁혔지만, 그로 인한 주변 수평전파 징후도 관찰되지 않았다.

정병일 부장은 “최근 경북 고령에서 발생한 멧돼지 ASF에 따른 방역대를 처음으로 축소 적용했지만, 현재까지 별다른 문제가 없다”면서 “행정력 낭비와 농가의 경제적 피해를 고려해 개선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한돈협회 측은 현행 10km인 방역대 반경을 300m로 97% 축소하자는 과감한 제안을 내놓기도 했다. 이은경 과장도 방역대를 반경 3km 수준으로 축소 조정하면서, 방역대에 포함된 농장에게 관련 정보를 자동으로 알려 차단방역을 자율적으로 점검할 수 있도록 유도해야 한다고 제언했다.

도축장 역학도 문제로 지목됐다. 정병일 부장은 “도축장 역학은 발생 1건당 300~1,000호에 달한다. 이번 전국 ASF 사태에서 도축장 역학에 걸리지 않은 농장이 없을 정도”라고 꼬집었다.

시·도 행정경계로 돼지나 분뇨가 넘나들지 못하게 하는 반출입 금지에 대한 성토도 이어졌다. 양돈산업 특성상 자돈 생산은 충남에서, 비육은 경북에서, 도축·가공은 경기에서 하는 등 지역적으로 나뉘는 경우가 적지 않은데 시도 반출입 금지가 시행되면 경제적 피해가 클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가축전염병예방법상 이 같은 규제로 인한 피해를 보상할 수 있는 소득안정 지원 근거도 있지만 ‘할 수 있다’는 식의 임의 규정에 그치는 데다, 지자체가 해당 규정을 근거로 실제 보상에 나선 사례도 없어 방역 규제가 남발되고 있다는 것이 한돈협회의 지적이다.

정병일 부장은 “과도한 시도간 반출입 금지 조치를 견제할 수 있도록 관련 보상 규정을 ‘의무 규정’으로 개정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전남대 수의대 유대성 교수는 과학적 근거와 신중한 접근을 당부했다.

유 교수는 “방역대와 차량 이동제한 등은 줄여나가야 할 필요가 있지만, 구체적으로 어느 정도가 적정할 지는 추가 연구가 필요하다”면서 “(현재 진행하고 있는) 각종 방역 노력이 없이도 ASF 전파가 느릴 것이라 기대하는 건 좋은 전략은 아니다”라고 조언했다.

전남대 유대성 교수

올해 전국적인 ASF 사태를 촉발한 혈장단백질 유래 사료 오염의 원인은 지난해 당진 발생 건으로 올라간다.

해당 농장이 ASF 의심 신고를 접수한 것이 11월 24일이다. 그전 수개월여간 폐사 증가 등의 증상이 있었음에도 ASF를 의심하지 못한 채 민간병성감정기관에만 검사를 의뢰했다. 당시로선 ASF 검사 권한이 없었던 민간병성감정기관은 아예 검사조차 할 수 없었다.

이날 토론 패널로 나선 충남도청 김성환 동물방역팀장은 “당진 농장이 ASF 확진되기 전에 돼지를 도축장에 출하했고, 그 혈액이 혈장단백질 등 사료 원료로 활용되면서 확산된 것으로 추정된다”고 말했다.

늦게나마 ASF를 의심해 신고를 접수한 것도 민간 돼지수의사가 현장을 진료하면서다. 현장 진료 후 신고를 이끌었던 윤성훈 원장은 올초 대한수의사회 공로패를 수상하기도 했다.

김성환 팀장은 “사료 외에도 예측 불가능한 원인이 생길 수 있는 만큼 현장 상황을 잘 아는 돼지 전문 수의사와의 많은 협조가 필요하다”면서 수의사 공조에 필요한 예산도 함께 마련해야 한다고 제언했다.

한국돼지수의사회장을 역임했던 발라드동물병원 고상억 원장은 “농장에서 이상 징후를 확인하고 신속하게 공유할 수 있는 시스템이 구축되어야 한다”면서 “수의사가 농장과 함께 생산성을 향상시키면서 질병 현황을 확인하고, 전염병이 확산되지 않도록 하는 협조자가 될 수 있다”고 말했다.

고상억 원장은 “교육이 중요하다”면서 농장뿐만 아니라 사료, 출하, 물류의 관련 기업과 일선 담당자까지 방역의 중요성을 알고 실천할 수 있게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왼쪽부터) 김성환 충남 동물방역팀장, 이은경 경기도 동물방역위생과장, 고상억 발라드동물병원장

김정주 구제역방역과장은 곧 발표될 전주기 방역관리 강화계획안을 소개했다.

외국인 노동자를 매개로 한 해외 유입 위험을 낮추기 위해 최초 입국 시 교육과 유예기간을 늘린다. 특히 위험요인으로 지목되는 해외 축산물 불법 반입을 두고서는 “적발 시 추방까지 하는 방안을 법무부와 협의하고 있다. (외국인 노동자의) 구매 수요를 없애지 않는 한 불법적인 수입·유통을 근절하기 어렵다”고 말했다.

혈액 원료를 공급하는 도축장에 대한 전수검사는 현행대로 유지하되, 혈장단백질 사용을 계속 허용할 지 여부를 두고서는 “다양한 기관의 의견을 들어 8월까지 결정하겠다”고 예고했다.

돼지생식기호흡기증후군(PRRS) 등 소모성 질병과의 연계에도 주목했다.

김정주 과장은 “내년부터 분기별 검사를 통해 PRRS 전국 현황을 파악하고, 이동제한은 하지 않으면서 농가가 지역 단위로 개선을 추진할 수 있도록 하겠다”고 말했다.

이동식 방역정책국장(CVO)도 지난달 대한수의사회 임원 워크숍에서 이 같은 추진 방향을 제시한 바 있다. 농가의 실질적인 이익에 직결된 소모성 질병을 막기 위해 방역을 개선하면, 이는 ASF를 막는 데에도 똑같이 적용된다는 것이다.

이은경 과장은 “이미 이번 (ASF) 일제검사 시료를 활용해 도내 523개 농장에 PRRS 검사를 진행한 바 있다”며 향후 ASF 예찰에 소모성 질병 대응을 연계해야 한다고 제언했다.

사료 오염 ASF 확산, 전화위복으로..민관 신뢰 기반 예찰 효율화, 수의사 역할 늘려야

Loading...
파일 업로드 중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