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4시간 동물병원에 수의사가 없다?

기준 없는 24시간 동물의료센터...상주 인력·체계 기준 마련 필요

등록 : 2018.07.27 16:43:55   수정 : 2018.07.27 20:53:14 이학범 기자 dvmlee@dailyvet.co.kr

“밤에 강아지가 매우 아파서 24시간 동물병원을 검색해서 데려갔더니 병원 문이 닫혀있었어요”

실제로 한 반려견 보호자가 한 말이다. 해당 동물병원은 포털에서 ‘24시간 동물병원’을 검색했을 때 검색되지만, 지난달부터 야간응급진료를 보지 않고 있다. 야간 당직 수의사 구하기가 너무 어렵다는 이유에서다.

국내 24시간 동물병원의 운영 형태와 진료 수준은 천차만별인 것이 현실이다. 이에 데일리벳에서 국내 동물병원의 24시간 운영 형태를 파악하기 위해 서울 시내 24시간 동물병원 70여 곳을 직접 조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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야간당직 수의사 구하기 어려워 24시간 포기하는 곳↑↑

24시간 동물병원 근무 형태 제각각

2014년 서울시수의사회 경영활성화위원회 설문조사에 따르면, 서울 시내 동물병원 중 24시간 운영하는 곳은 약 15%였다. 7개 동물병원 중 한 곳이 24시간이었던 것이다.

하지만, 2014년 당시 24시간 동물병원을 운영했던 병원 중 24시간 진료를 그만둔 병원도 많다는 것이 업계 관계자들의 공통된 의견이다.

실제로, 서울시 강남구 한 구역에는 2014년 당시 8개의 24시간 동물병원이 있었지만, 그중 4곳은 현재 24시간 진료를 그만뒀다. 이유는 다양하다.

야간 당직 수의사를 구하기가 어렵다는 이유가 가장 컸고, 그 외에 인건비 부담과 수의사의 삶의 질을 위해서 그만둔 예도 있었다. 실제로 야간에 근무하는 사람들에게 불면증은 물론, 암, 불임, 우울증이 더 많이 발생한다는 보고도 있다.

24시간을 운영한다 하더라도 24시간 동물병원의 운영 형태는 꽤 다양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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병원 이름에 ’24시간’ 단어 포함된 동물병원 중 22%는 ’24시간 진료 안 해’

야간당직 수의사 그만두면 ‘야간응급진료 중단’, 다시 채용하면 ‘야간응급진료 재개’

데일리벳에서 직접 동물보호관리시스템에 등록된 동물병원 중 병원 이름에 ‘24시간’이 포함된 서울 시내 동물병원 73곳의 야간진료 현황을 조사한 결과, 24시간 동물병원이라 하더라도 근무 형태가 병원마다 달랐다.

우선, 24시간 동물병원을 검색했을 때 나오는 73개 동물병원 중 16개 동물병원은 “더 이상 24시간 진료를 보지 않는다”고 응답했다. 24시간 진료를 그만뒀지만, 아직 병원 이름에서 ’24시간’을 빼지 못한 것이다.

24시간 운영되는 동물병원 중에서는 수의사와 수의테크니션이 24시간 상주하는 동물병원도 있었고, 수의사만 상주하는 곳도 있었다. 7개 동물병원은 ‘일요일 제외’, ‘수, 목, 금 제외’ 등 특정 요일에만 24시간 진료를 봤다. 1명의 야간 당직 수의사가 주 7일 근무할 수 없으므로, 최소 2명의 수의사가 있어야 주 7일 24시간을 운영할 수 있으나, 야간당직 수의사 채용이 쉽지 않아 일부 요일에만 24시간을 운영하는 것이다.

야간당직 수의사가 갑자기 그만두면 24시간 응급진료가 중단됐다가, 야간당직 수의사를 채용하면 다시 24시간 응급진료가 재개되는 병원도 있었다.

일부 동물병원에서는 1년 차 수의사(인턴)와 실습 중인 수의과대학 학생이 야간 당직에 투입되기도 한다. 1년 차 수의사가 당직을 보는 한 동물병원에서는 “수의사가 있으나 긴급 수술은 불가능하고 간단한 응급처치만 가능하다”고 말했다.

자다가 전화 받고 수의사가 병원으로 나오는 온콜(On Call) 시스템

24시간 직원이 상주하지만, 진료 안보고 입원환자만 관리하기도…

비수의사 스텝이 대기 하다가 보호자가 방문하면, 환자의 상태에 따라 수의사에게 전화를 거는 곳도 있었다(총 7곳). 당직 수의사가 밤부터 아침까지 집에서 잠을 자며 대기하고 있다가 전화가 울리면 병원으로 나오는 방식(일명 ‘온콜’ 형태)이다. 10분 이내에 수의사가 온다는 곳부터 1시간 이내에 진료 볼 수 있다는 곳까지 대기 시간은 다양했다.

직원은 24시간 상주하지만, 야간에는 진료를 받을 수 없는 곳도 있었다. 밤 9~10시에 진료를 마감한 뒤, 입원 동물 관리를 위해 직원 1~2명이 남는 방식이다. 동물병원에는 24시간 직원이 상주하지만, 입원 동물 관리만 할 뿐 보호자가 진료를 받을 수는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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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야간 응급동물환자의료센터 운영하려면 최소한의 인력 기준 갖춰야”

“야간당직≠응급”, “24시 동물병원과 응급센터 구분 필요”

우리나라 24시간 동물병원의 가장 큰 문제점은 인력, 시설기준이 없기 때문에 용어의 구분이 이뤄지지 않는다는 점이다. 수의사는 물론 보호자들에게도 혼란을 줄 수 있는 상황이다.

한국수의응급의학연구회 이혜경 회장은 “응급=야간당직이라는 예전의 인식으로 생각한다면, 외래 응급진료가 불가능한 인력, 시설, 장비로 운영되는 단순 24시간 동물병원도 응급진료가 가능한 동물병원으로 오인될 수 있다”고 말했다.

즉, 입원동물만 24시간 관리하는 병원과 응급/중환자 진료가 가능한 동물병원은 서로 구분되어야 한다는 것이다.

이혜경 회장은 “야간응급센터는 주로 ‘심야시간’에 응급진료가 가능한 수의사와 보조 인력이 상주하며 응급진료를 하는 곳이고, 24시 동물병원은 응급진료를 목적으로 하는 것이 아니라 야간에도 ‘일반진료(혹은 입원환자 관리)’를 하는 곳을 의미하며, 응급의료(진료)센터는 ‘24시간(주/야간) 응급진료’ 전담 수의사와 보조 인력이 상주하여 응급진료를 진행하는 곳을 의미한다. 현재는 세 가지 용어가 기준 없이 혼용되고 있으나, 본래의 의미에 맞게 사용되어야 한다고 생각한다”고 강조했다.

예를 들어, 24시간 동물병원에서 입원환자 관리를 위해 수의사와 테크니션이 야간 근무를 할 수 있으나, 교통사고가 난 응급환자는 대응할 수 없을 수 있으며, 이때에는 응급센터에서 진료를 받는 게 원칙적으로 맞는다는 것이다.

가까운 일본에는 30여 개 동물병원이 공동으로 하나의 ‘야간응급센터’를 운영하는 예도 있다. 야간응급센터는 낮에 운영되지 않고, 밤에만 운영되며 오전이 되면 입원환자를 30여 개 동물병원으로 각각 다시 돌려보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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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떤 환자 올지 모르기 때문에 모든 응급상황에 대처할 수 있는 의료진 대기해야”

“응급센터 유지 쉽지 않아…수의사협회든 정부 차원의 동물응급센터 지정·관리 필요”

2006년부터 응급중환자실을 운영해오다 최근 응급중환자의료센터로 조직을 확대한 해마루동물병원의 경우, 30명의 중환자 의료진이 365일 24시간 상주한다.

4개 조가 2교대로 하루 12시간씩 교대 근무하는데, 각 조는 수의사 2명, 간호인력 4명 등 6명으로 구성된다. 여기에 기타 보조 인력까지 포함하여 총 30명이 해마루 응급중환자의료센터에 근무한다.

김현욱 해마루 응급중환자의료센터장 역시 기준 마련과 명칭 정리, 협회·정부 차원의 관심을 촉구했다.

김현욱 센터장은 “어떤 환자가 올지 모르기 때문에, 모든 응급상황에 대처할 수 있는 진료진이 구성되어 있어야 하고, 응급환자에 대한 검사와 치료를 할 수 있도록 장비가 갖춰져 있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어 “응급센터는 사람이든 동물이든 운영이 어려운데, 사람의 경우에는 권역별 센터가 갖춰져 있기 때문에 권역별로 응급환자가 지정된 센터에 모이지만, 동물에는 그런 기준이 없어서 바람직한 형태의 응급센터 유지가 어렵다. 수의사협회든 정부든 일정 기준을 가지고 센터를 지정·관리하고, 동물 응급환자를 이송하는 체계를 갖추는 것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즉, 불필요한 출혈 경쟁 없이 제대로 된 응급·중환자 진료가 가능하도록, 정부나 수의사회 등이 협력하여 권역별 동물응급센터를 설립·지정하여 운영하는 것도 하나의 대안이 될 수 있다는 것이다.

이 경우, 과도한 24시간 동물병원 난립을 방지할 수 있고, 수의사의 삶의 질도 높일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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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에는 응급진료 동물병원 가이드라인과 인증제 시행 중 

우리나라와 달리, 미국에는 응급진료 동물병원에 대한 가이드라인과 인증제도가 있다. 

미국수의응급의학연구회(VECCS)가 승인한 ‘수의응급·중환자관리 시설 최소 기준’에는 인력, 가능한 진료, 의료기록 작성·보관, 의사소통방법, 교육, 진료 항목별 기준·검사, 장비 등 다양한 기준이 제시되어 있다. 

또한, 운영시간, 인력, 시설·장비를 기준으로 ‘응급 및 중환자 치료 시설 인증제도’도 시행 중이다. 

미국동물병원협회(AAHA) 역시 응급진료에 필요한 장비, 약물, 시설 등에 대한 기준을 제시하고 있으며, 리퍼를 보내는 병원과 리퍼를 받는 병원의 가이드라인까지 제공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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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혜경 한국수의응급의학연구회 회장은 “VECCS에서 1~3급의 응급 및 중환자 치료 시설 인증을 시행하고 있는데, 3급은 연중무휴로 야간에 응급/중환자 진료가 가능한 병원이고 1~2급은 연중무휴로 24시간 전문적인 응급/중환자 진료가 가능한 병원”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1~3급 시설 모두 최소 요건으로 2년 이상의 경력을 가진 응급/중환자 전담 수의사가 최소 1인 이상, 면허가 있는 정식 테크니션이 2인 이상 상주해야 하고, 응급 전용 공간과 중환자실, 격리실, 산소 공급 장치(모든 공간), 각종 검사 장비, 수액/약물, 투석기, 비상 발전기 등의 시설/장비가 필요하다. 1급 시설은 최소 요건에 더하여 응급/중환자 전문의와 응급/중환자 전문 테크니션이 상주해야 하고, 농축 적혈구 등 특수 제제, 내시경, 인공호흡기(ICU ventilator) 등이 추가로 필요하다”고 덧붙였다.

이혜경 회장은 마지막으로 “24시 동물병원과 응급/중환자센터의 구분이 명확하지 않은 현재 우리나라 상황은 전문 센터의 개념과 필요성에 대한 공감대가 형성되어 가는 과도기이고, 체계적인 시스템을 갖추는 과정에서 발생하는 당연한 현상일 수 있다”며 “비판만 하는 것은 대안이 될 수 없다”고 말했다.

이어 “응급/중환자 의학에 대한 저변 확대와 더불어 수준 높은 전문 진료 체계를 확립하기 위해 한국수의응급의학연구회가 함께 노력하겠다”고 전했다.

한편, 한국수의응급의학연구회는 응급진료 동물병원의 가이드라인을 제시하기 위해 준비 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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