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토클로프라미드 등 착유우서 금지‥수의사회 `협의 없었다` 유감

검역본부, MRL 미설정 약물 단계적 사용금지 `강수`..`대체약물·금지 실효성` 지적도

등록 : 2017.09.26 18:54:09   수정 : 2017.10.10 11:34:22 윤상준 기자 ysj@dailyvet.co.kr

농림축산검역본부가 잔류허용기준(MRL)이 없었던 동물용의약품 성분의 휴약기간 조정에 나섰다.

아미노피린 성분 해열진통제나 메토클로프라미드 제제 등 흔히 쓰는 약물들이 착유우에서 원천 금지되면서 현장에서 문제를 일으킬 전망이지만, 추진 과정에서 수의사회와의 사전 협의는 없었던 것으로 드러났다.

대한수의사회는 “동물용의약품의 사용 당사자인 수의사가 추진과정에서 배제됐다”면서 검역본부에 재발방지 당부를 포함한 유감을 표했다.


우유 잔류기준 없는 약은 젖소에 쓰지 말라..다빈도 성분도 포함

가축에 쓰이는 동물용의약품은 가축이 생산하는 식육이나 달걀, 우유 등 축산물에서의 잔류허용기준을 세우고 그에 맞춘 휴약기간을 지켜 사용된다. 휴약기간이 3일인 약을 썼다면, 이후 3일간 생산된 우유는 납유하지 않는 식이다.

하지만 잔류허용기준이 마련되지 않은 성분도 있다. 대부분 관련 기준 없이도 품목허가를 받을 수 있었던 예전 시절에 등록됐던 약품들이다.

이처럼 국내에서 품목 허가돼 사용되고 있으나 잔류허용기준은 없는 동물용의약품 성분에 대해 0.01mg/kg의 일률기준을 적용한다는 것이 식약처의 방침이다.

2015년부터 다섯차례에 걸쳐 식품의 기준 및 규격 고시를 개정해, 잔류허용기준이 없던 동물용의약품 57개 성분에 일률기준을 적용했다.

검역본부도 이에 맞춰 지난달 7일 이들 성분 중 36종 93개 품목 동물용의약품의 휴약기간을 신설하거나 조정했다.

문제는 이중 상당수가 착유우나 산란계에서의 사용이 아예 금지됐다는데 있다.

착유우에서 사용이 금지된 약물은 총 17개 성분으로, 메토클로프라미드나 아미노피린 주사제 등 현장에서 자주 쓰이는 약물들도 포함됐다. 육계(1종), 산란계(8종), 식용 소(1종), 식용 말(4종)에도 사용금지 성분이 추가됐다.

이는 식약처가 새로 적용한 일률기준이 식육(근육)에 초점을 맞추고 있어 우유나 달걀에서의 잔류허용기준이 따로 없는 경우가 있기 때문이다. 잔류허용기준이 없으면 휴약기간도 설정할 수 없다. 우유에 얼마나 남는지 기준이 없는 약은 젖소에 아예 쓰지 말라는 식이다.

사용금지된 동물용의약품 성분 (자료 : 대한수의사회)

사용금지된 동물용의약품 성분 (자료 : 대한수의사회)


현장은 아직 금시초문 `대체제 없는 성분도 쓰지 말라니..`

이러한 조정이 이뤄진 지 한 달이 넘게 지났지만, 아직 일선 현장의 소 임상수의사들에게는 제대로 전달되지 못한 것으로 드러났다.

소 임상수의사 A원장은 “착유우에서 사용이 금지된 약물이 생겼다는 소식은 금시초문”이라면서 “(금지성분들이) 농장주들이 직접 구입해 자가진료에 쓰는 약물들도 많은데 어떻게 관리할 수 있을지 의문”이라고 되물었다.

금지성분 중 일부에는 별다른 대체제가 없다는 점도 지적된다.

또 다른 소 임상수의사 B원장은 “메토클로프라미드의 경우 임신했거나 장 염전이 의심되는 상황에서는 대체할 만한 소화기 제제가 딱히 없다”면서 “식육에만 잔류허용기준이 있다는 이유로 아예 사용하지 못하게 하는 조치는 납득하기 어렵다”고 지적했다.

항생제를 포함해 식육보다 우유에서 휴약기간이 더 짧은 경우도 많은데, 한우에선 써도 되고 젖소에선 쓰면 안 된다는 방침이 불합리하다는 것이다.

금지조치가 현장에 제대로 적용될 지에도 의문부호를 띄웠다.

대체제가 마땅치 않은 상황에서 농장주들이 자가진료가 가능한 약품을 외면할 수 있을지도 문제지만, 현행 잔류물질검사가 항생제 검출에 초점을 맞추고 있다 보니 잡아내지 못할 수도 있다는 것이다.


검본, `소비자 입장서 잔류 관리해야 원칙`..MRL 설정이 선결과제

검역본부는 소비자 입장에서 잔류물질을 엄격히 관리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살충제 계란사태로 홍역을 치른 만큼 우유에서도 MRL 미설정 의약품이 검출되면 안전성을 둘러싼 후폭풍이 이어질 것이란 우려다.

검역본부 관계자는 “의약품 잔류문제가 발생하면 몇 농가의 일탈로 그치지 않고 업계 전반에 악영향을 미칠 것”이라며 잔류약품 관리에 협조해달라고 당부했다.

잔류검사에서는 내년부터 조정된 금지약물 범위를 본격적으로 반영할 전망인 것으로 내다봤다.

아울러 최대한 우유, 달걀 등에서의 잔류허용기준 설정을 앞당겨야 한다는 방향도 제시했다.

식약처가 일률기준을 적용하거나, 업계에서 관련 자료를 제시하는 등 MRL 문제가 먼저 해결돼야 휴약기간이나 허용 여부도 조정할 수 있다는 것이다.

이 관계자는 “2015년부터 관련 내용을 동물용의약품 업계에 안내해왔다”며 더 이상 미룰 수 없다는 점을 강조하면서도 “연구사업이나 동일 성분 병합심사 등을 통해 MRL 설정을 앞당길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고 덧붙였다.


동물약품 사용금지 정책에 수의사는 뒷전..수의사회 `사전 협의 없었다`

대한수의사회는 “관련 추진 과정에서 배제돼, 오히려 생산자단체와 동물약품협회를 통해 관련 정보를 얻었다”며 분통을 터뜨렸다. 휴약기간이 조정된 것은 지난달 7일이지만 이달 20일이 되어서야 검역본부가 관련 소식을 통보해왔다는 것이다.

취재 과정에서 접촉한 소 임상수의사 중 금지 사실을 알고 있었던 수의사의 사정도 별반 다르지 않다. 수의사나 당국 채널이 아닌, 집유업체가 계약농가에게 통지한 소식을 전해 들었던 것이다.

수의사회 관계자는 “잔류허용기준, 휴약기간과 관련한 과학적 정책결정은 존중할 수 있다”면서도 “약품 사용의 당사자인 수의사를 무시한 것은 당국이 동물용의약품 관리를 바라보는 관점 자체가 잘못됐다는 점을 반증한다”고 꼬집었다.

농가가 자가진료하는 약물이라는 인식이 은연 중에 깔려 있다 보니, 금지조치에 따른 수의사의 진료공백이나 대체약물 문제는 뒷전으로 밀려났다는 것이다.

대한수의사회는 “수의사가 약품을 우선적으로 공급 받을 권리는 수의사법으로 규정된 법적 권한”이라며 “사용 금지조치가 동물질병 치료에 미치는 영향을 고려해 임상수의사와의 협의와 교육이 선행됐어야 한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관련 업무 진행에 이러한 사태가 반복되지 않도록 유감을 표명했다.

검역본부는 “식약처의 MRL 일률기준 설정에 따른 휴약기간 재조정이 아직 끝나지 않은만큼, 남은 과정에서 수의사회의 의견수렴에 철저를 기하겠다”며 “수의사회 요청이 있을 경우 단체교육 강사파견 등 지원할 계획”이라고 해명했다.

윤상준 기자 ysj@dailyv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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