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의사가 수의사의 지식재산권을 안 지켜주면 어떻게 하나요?

수의사·수의대생 웨비나 내용, 블로그에 무단 게재

등록 : 2020.04.27 18:04:23   수정 : 2020.04.29 17:05:42 이학범 기자 dvmlee@dailyvet.co.kr

한 수의사가 수의대생·수의사 대상 웨비나 강의 자료를 무단으로 캡처한 뒤 블로그에 게재해 논란이다. 수의사들부터 스스로 동료 수의사의 지식재산권을 보호해야 수의사들의 권리도 지킬 수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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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당 블로그에 게재됐던 글 내용 일부. 저작권 표시를 잘라낸 강의 자료는 물론 약물 용량까지 자세하게 소개되어 있었다. 글은 현재 삭제된 상황이다.

애니답 웨비나 내용, 블로그에 무단 게재

UC데이비스 수의과대학 동물행동의학 레지던트 김선아 수의사에 따르면, 해당 수의사는 얼마 전 진행된 ‘애니답’ 무료 웨비나 시리즈 강의 내용을 자신의 블로그에 무단으로 게재했다. 

‘애니답(Anidap)’은 다양한 수의학 관련 정보와 진단툴, 웨비나 등을 제공하는 플랫폼이다.

지난 3월 말, 애니답에서는 ‘집콕하는 수의대생을 위한 무료 웨비나 시리즈’를 개최했다. 코로나19 확산으로 집에 있는 수의대생을 위해 ‘좋은 취지’로 무료 웨비나가 진행된 것이다. 수의대생은 물론 수의사들도 무료로 강의를 시청할 수 있었다.

김선아 수의사의 ‘동물행동의학’ 특강을 시작으로 ▲역학으로 쉽게 전염병 이해하기 ▲강아지 뒷다리 이해하기(정형신체검사) ▲영양학의 기본 ‘사료 라벨’부터 이해하기 ▲미국수의사, 어디까지 알고 있니? 등의 강의가 진행됐다.

이규영 수의사(UC데이비스 수의역학 박사과정), 김아영 수의사(콜로라도주립대 수의과대학 수의재활의학과 레지던트), 양바롬 수의사(양바롬 펫푸드클리닉), 박수정 수의사(Virginia-Maryland College of Veterinary Medicine Teaching Hospital) 등 미국과 우리나라에서 활약 중인 수의사들이 ‘좋은 취지’에 공감하여 무료 강의에 나섰다.

논란이 된 수의사는 이 강의 내용들을 자세하게 자신의 개인 블로그에 올렸다. 수의사와 수의대생들에게만 공개된 강의 자료가 무방비로 노출된 것이다. 약물 용량 등 반려동물 자가진료에 악용될 수 있는 정보를 포함해 대부분의 강의 내용이 거의 그대로 공개됐다.

강의 슬라이드도 무단 캡처해서 게재했는데, 강의 슬라이드 아래에 표시된 저작권 표시(ex. © 2020. Sun A Kim all rights reserved.)를 잘라내고, 출처도 밝히지 않았다.

이번 웨비나 시리즈를 기획하고 직접 강사로까지 나섰던 김선아 수의사는 큰 실망을 표하며 법적 대응을 시사했다. 수의사와 수의대생을 위해 노력했는데, 오히려 동료 수의사가 지식재산권을 침해했기 때문이다.

김선아 수의사는 “수의사와 수의대학생들만 모이는 플랫폼이기에 믿고 웨비나를 했다”며 “수의사들이 더 진료를 잘하기를 바라는 마음으로, 하나하나의 질문도 소중하게 다 답변하며 예정된 시간을 훌쩍 넘겨 진심으로 제 지식과 경험을 나눠드렸다”고 설명했다.

이어 “저는 수의사임에 자부심이 있고, 자존감이 강한 수의사다. 그리고 수의사의 자부심과 정체성을 지키려 노력했다. 하지만, 수의사가 수의사의 지식재산권을 지켜주지 않는다면, 누가 우리의 권리를 지켜줄까”라며 아쉬움을 토로했다.

이번 사건으로, 4월 30일 진행될 예정이었던 ‘동물행동의학 웨비나 재방송’과 추후 예정되어 있던 ‘분리불안증 진단과 치료’, ‘소리(천둥번개) 공포증 진단과 치료’ 웨비나는 모두 취소됐다.

한편, 블로그에 글을 올렸던 수의사는 “선의를 가지고 강좌를 준비한 분들에게 마음의 상처를 드렸고, 동료 수의사분과 학우분들께도 고통과 누를 끼쳤다”며 “머리 숙여 진심으로 사죄한다”고 입장을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