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일리벳 학생기자단 프로젝트] 어서 와,미국 레지던트는 처음이지?

등록 : 2018.09.12 08:33:00   수정 : 2018.09.11 15:45:21 하진욱 기자 cjsgkwlsdnr@dailyvet.co.kr

졸업하면 무슨 일을 하고 싶은지 진로를 정하셨나요? 수의대 졸업 후 다양한 직업을 가질 수 있다는 건 알고 있지만, 각 분야에 대한 정보가 부족하신가요? 졸업 직후 당신의 모습을 상상할 수 있나요?

진로선택에 어려움을 겪는 수의대생들을 위해 데일리벳 5기 학생기자단이 특별한 인터뷰 기사를 준비했습니다.

졸업 후 여러분이 겪을 현장을 생생하게 전하는 <어서 와, OOO은 처음이지?>시리즈! 학생 신분을 벗어나 사회에 발을 내디딘 사회초년생 수의사들이 후배들에게 들려주는 내 직장의 장단점과 그들의 희로애락을 만나보세요!

이번에 만나볼 분은 미국 UC Davis에서 동물 행동 의학 전문의과정(레지던트) 중이신 김선아 수의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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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먼저 자기소개 부탁드립니다. 

안녕하세요. 동물 행동 의학 전문의과정을 하고 있는 김선아입니다. 저는 충남대학교 98학번이고 2008년에 서울대학교 신남식 교수님 대학원에서 석사와 박사를 수료하였습니다. 그리고 2017년 8월 1일부터 UC Davis 부속동물병원의 Clinical Behavior Service에서 레지던트를 시작했고, 2020년 7월 31일 오후 5시에 마칠 예정입니다.

- 동물 행동 의학 전문의가 되겠다고 결심한 계기가 있으신가요? 

예과 1학년이던 1998년에 신남식 교수님께서 ‘인간 생활과 동물’이라는 시리즈로 10편의 칼럼을 대한수의사회지에 기고하셨습니다. 그 글을 읽고 ‘동물의 유대관계 (Human-animal bond)’에 대해 관심을 갖게 되었고, ‘동물’뿐만 아니라 ‘사람’을 위해서도 일하고 싶다고 생각했습니다.

그리고 1999년 예과 2학년 때 충남대 수의대에 새로 부임하신 이영원 교수님께서 강의 시간에 미국 코넬대 수의대 이야기를 해주셨고 전문의과정 소개도 해주셨습니다. 그 이야기를 들으며 어떤 과목을 전공하든지 꼭 ‘전문의’가 되어야겠다고 결심했습니다.

그러다가 제가 키우던 웨스티 ‘초롱이’가 아토피가 심해서 특히 피부과에 관심을 갖게 되어서 본과 4학년 때 UC Davis 피부과에 externship을 가게 되었습니다. 피부과 바로 옆방이 동물행동의학과였는데, 피부과에 내원했던 환자 중에 행동문제가 있는 경우 동물행동의학 컨설팅을 같이하는 것을 보면서 동물행동의학에 대해 알게 되었습니다. 그러면서 동물의 정신과인 ‘동물행동의학’이 너무 멋진 학문이라고 생각되어 그 이후에 계속 관심을 갖게 되었습니다.

게다가 본과 3학년 여름방학 때 실험동물센터에서 실습한 이후에 ‘피’를 보는 것이 심리적으로 불편하다가 결국 실험동물의 피만 보면 쇼크로 쓰러지는 지경까지 이르렀습니다. 그래서 피를 보지 않으며 진료를 하는 행동학이 더욱 좋았습니다.

동물행동의학을 더 공부하게 되면서, 질병으로 인한 사망을 제외한 반려동물의 사망 원인 1위는 ‘안락사’라는 것을 알게 되었습니다. 또한, 안락사의 이유 중 가장 큰 문제는 ‘행동문제’였습니다. 그렇기 때문에 제가 행동치료를 함으로써 제가 내과나 외과를 하는 것보다 더 많은 생명을 살릴 수 있겠다는 생각도 했습니다.

-레지던트란 정확히 무엇인가요?

레지던트란 ‘전문의’가 되기 위한 ‘수련의 과정’이라고 설명하면 될 것 같습니다.

동물행동의학은 3년의 수련과정을 거치지만, 전공에 따라서 기간이 다릅니다. 영양학과 방사선종양학과는 약 2년으로 수련기간이 비교적 짧은 편이고 영상진단학과는 4년으로 긴 편입니다. 대부분 레지던트 과정은 평균적 3년입니다. 대부분의 전공은 매칭 프로그램(AAVC’s Veterinary Internship and Residency Matching Program)을 통해 지원하지만, 극소수를 뽑는 동물행동의학의 경우 직접 학교에 지원해서 선발합니다.

미국의 레지던트 과정은 미국의 전문의가 되는 과정이라 미국수의행동학회가 요구하는 조건인 일정 수 이상의 진료 케이스를 멘토링을 받으면 진료, 연구 후 논문 출판, 케이스 리포트 3개 쓰기 등의 조건을 갖춰야만 레지던트 과정 후에 전문의시험을 볼 수 있습니다.

하지만 3년의 수련과정을 거쳤다고 해서 모두가 전문의시험을 칠 수 있는 자격을 갖추게 되는 것은 아닙니다. 일부의 경우는 3년 이내에 필요조건을 충족시키지 못해서 수련과정을 마치고 수년 후에 전문의시험을 칠 자격을 갖추기도 합니다. 저처럼 대학교 부속동물병원에서 전문의과정을 하는 경우에는 학교에서 요구하는 조건도 추가로 갖춰야 합니다.

학교 부속동물에서의 레지던트의 역할은 여러 가지입니다. 수업을 듣고 공부를 하고 멘토 교수님께 수련을 받는 수련의이며, 환자를 진료하는 진료의며, 학생들을 가르치고 특히 곧 졸업하게 될 4학년 학생들의 임상 실습을 지도하는 멘토이기도 합니다. 그래서 학생의 신분이 아닌 피고용인으로서 월급을 받습니다. 휴가는 1년 동안 24일이 있고 학회 참석은 개인 휴가를 사용하지 않습니다. 병가도 12일까지 쓸 수 있으며 학회에 참석할 수 있는 지원금도 나옵니다. 월급은 좀 적지만 복지는 좋은 편이라고 생각합니다. 

-하루 일과는 어떻게 되나요? 

보통 8시까지 출근하고 오전 진료가 시작되기 전에 학생들과 케이스에 대해 라운드를 하고, 전날 본 진료에 대해 학생들이 쓴 진료 기록에 대해 조언도 해준 후에, 오전 진료를 12시까지 봅니다. 그리고 점심을 먹고 가볍게 산책을 하거나 휴식시간을 가진 후에 1시부터 오후 진료를 합니다. 오전과 마찬가지로 진료 전에 학생들과 케이스 라운드를 하고 진료를 마치고 나면 4시 정도입니다. 그 날 본 진료에 대해 다시 한번 라운드를 하고 학생들이 궁금해하는 주제에 대해 1시간 정도 토픽 라운드를 합니다. 라운드가 끝나면 보호자들에게 온 이메일 답장을 하고 처방전도 발급한 후 5~6시 정도에 퇴근합니다. 수업이 있을 땐 수업을 가기도 하고 멘토 교수님과는 주 1회 정도 오전 진료 전에 라운드를 합니다. 

-행동치료는 어떻게 진행되나요? 

레지던트의 중요 과정 중 임상심화실습 학생을 가르치는 일이 있는데 이 과정을 간단히 알려드리겠습니다.

보호자가 진료 예약을 하면서 약 12페이지의 설문지와 환자 행동과 거주 환경에 대한 영상 자료를 미리 제출합니다. 이 자료를 바탕으로 진료 전에 학생들과 케이스에 대해 라운딩을 합니다. 환자가 도착하면 테크니션이 환자와 보호자를 진료실로 데려오고, 그리고 학생들만 진료실에 가서 30분 정도 추가 문진을 합니다. (동물행동의학과가 아닌 다른 과에서는 이때 학생들이 미리 기본검사나 신체검사를 꼼꼼하게 합니다). 이 과정은 제가 사무실에서 CCTV로 모니터링을 합니다.

문진 후에 학생들이 다시 사무실로 돌아오면, 학생들과 환자에 대한 진단과 예후 평가를 하고 치료계획을 짭니다. 이 과정 또한 제가 진료를 하는 과정이면서, 학생들을 교육하는 중요한 시간입니다. 그리고 학생들과 제가 진료실에 같이 들어갑니다. 저는 진단과 치료계획 수립까지 마친 후에야 처음으로 보호자와 환자를 직접 대면하게 됩니다. 돌아가서 제가 진단과 예후 평가에 대해 보호자에게 설명하고 학생들이 치료계획을 설명합니다. 추가로 보충할 내용이 있으면 제가 더 보탭니다.

그리고 훈련사가 들어와서 제가 지시한 필요한 교육을 하는 동안 저는 약 2~4페이지가량 되는 퇴원지시서와 처방전을 작성합니다. 퇴원지시서에는 당일 진료에서 다루어진 모든 내용을 기록해서 전달해야 합니다. 환자에게 약이나 처방전 그리고 퇴원지시서를 주고 퇴원을 시킵니다. 그리고 다시 학생들과 당일에 본 케이스들에 대해 마무리 라운드를 합니다. 퇴원지시서를 제외한 의료기록은 4학년 학생들이 작성하고 다음 날 아침 그 기록을 살피며 제가 조언을 하고 수정하면서 교육을 실시합니다. 이렇게 곧 수의사가 될 4학년들을 교육하는 것이 레지던트의 중요한 역할 중 하나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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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일반 임상 수의사와 비교하여 행동 의학 전문의의 장점은 무엇인가요?

제가 졸업한 후 대학원을 가기 전에 일반 임상 수의사로 일한 적이 있습니다. 임상을 하면서 가장 많이 받은 질문은 질병에 관한 것이 아니라 반려동물의 ‘행동’에 관한 질문이었습니다. 동물은 말을 하지 못하기 때문에 행동을 통해 의사 표현을 합니다. 즉, 행동이 동물에게는 정말 중요한 언어입니다. 행동학을 배움으로써 이러한 동물의 언어를 읽는다는 것이 매우 즐겁습니다.

그리고 일반적인 병에 걸린 반려동물을 키우는 것도 사람을 힘들게 하지만 행동문제가 있는 개를 키우는 것은 사람의 삶의 질을 매우 떨어뜨립니다. 보호자들이 하는 말씀이 있습니다. ‘이건 같이 살아보지 않고선 모르는 고통이다.’

이러한 행동문제가 개선되면서 사람들이 ‘이제야 좀 살만하다’는 말을 할 때마다 큰 보람을 느낍니다. 또 다른 병원들처럼 응급이나 입원 환자가 없다는 것도 좋습니다. 

- 그렇다면 단점은 뭐가 있나요? 

먼저 한 케이스당 진료시간이 오래 걸립니다. 보통 한 케이스를 진료하는데 2~3시간 정도가 걸립니다. 특히 보호자들께서 잘못 알고 있는 지식 때문에 보호자를 다시 설득하기 위해서 말을 많이 해야 합니다.

인터넷 등에서 잘못된 정보를 얻고 훈련해 문제가 심각해져서 오는 경우도 많고요. 그래도 제가 좋아하는 일을 하고 있어서 그런지 단점을 찾기가 힘드네요. 하하. 

-한국이 아닌 UC Davis를 택한 이유가 무엇이며 어떻게 뽑히셨나요? 

UC Davis는 세계 수의과대학 순위에서 4년 연속 1위를 할 만큼 학교도 좋고 시스템도 굉장히 좋습니다. 그리고 전 세계에 수의행동학 전문의가 80명 정도가 있는데 이분들 중에 4분의 1이 UC Davis 출신이거나 거쳐 간 적이 있는 분들입니다. 이왕 전문의를 할 거라면 최고의 학교에서 트레이닝을 받고 싶었기 때문에 UC Davis를 선택했습니다.

그리고 요즘은 미국학교에도 행동학 레지던트 과정이 많이 없습니다. 30개의 미국 수의과대학 중 동물행동의학 레지던트 과정이 있는 학교가 4개뿐입니다. 모든 학교가 3년에 1~2명 정도 뽑기 때문에, 매년 미국 전역을 통틀어 매년 선발되는 레지던트는 1~2명입니다. 그래서 경쟁률이 아주 높습니다.

제가 들어올 때는 UC Davis와 UPenn에서 한 명씩 뽑았는데 UPenn은 외국인을 받지 않았기 때문에 UC Davis에만 지원할 수 있었습니다. 그리고 미국을 포함한 전 세계의 많은 경쟁자를 제치고 제가 합격했습니다. 레지던트 지원할 때는 자기소개서, 추천서, 토플 성적을 준비해야 하고 직접 미국에 가서 이틀 동안 심층 인터뷰를 진행합니다. 아침부터 저녁까지 모든 진료와 라운드에 참석하여 시간을 같이 보내고 질의응답을 하면서 인터뷰를 진행합니다. 끊임없이 진료, 라운드, 질문과 답이 반복됩니다.

- 우리나라의 동물행동학 교육여건은 여전히 부족한 편입니다. 그래도 과거에 비해 발전한 부분이 있다면요?

서울대 수의대의 경우 미국에서 전문의를 하신 마미교수님께 배운 학생들이 많습니다. 그리고 저도 서울대와 충남대에서 강의하며 학생들에게 행동학을 알리려고 노력했습니다. 이렇게 배운 학생들이 행동학 문제가 임상적인 문제가 별개가 아니라 임상적인 ‘정신과 문제’라는 것을 알게 되었습니다.

TV에도 출연하고 수의사뿐만 아니라 보호자를 대상으로 강의도 하고 책도 쓰면서 많은 행동문제들이 단순한 습관이 아니고 훈련으로 교정되는 문제가 아닌 치료가 필요한 정신과적 ‘질병’이라는 것을 알리려고 애쓰고 있습니다. 

- 애견 훈련사들이 행동적인 문제를 교정해줍니다. 훈련사가 아니라 수의사가 행동 진료를 볼 때 더 좋은 점이 있을까요? 

단순히 교육이 안 된 문제라면 훈련사들이 해결할 수 있습니다. 하지만 질병이라면 얘기가 달라집니다.

동물들의 행동문제나 변화가 있을 때는 꼭 건강문제를 확인해야 합니다. 동물들이 아프면 행동이 변하고, 행동이 바로 언어이고, 행동의 변화가 표현이기 때문입니다. ‘왜?’ 이런 행동을 보이는지 이해를 해야 하고 몸이 아파서 그런 것은 아닌지 꼭 확인해야 합니다.

건강의 문제가 아닐 때 훈련이 효과가 있습니다.

예를 들어 7살 저먼 셰퍼드가 갑자기 사람을 문다면 정신과 문제가 아니라 통증의 문제일 수 있어요. 이런 경우 단순한 훈련으로 고칠 수 없습니다. 또 다른 환자 중에서 배변 문제로 왔으나 방광염이나 관절염이 있는 경우도 있고 공격성이 심해서 왔지만, 치주염과 다른 질병이 있었던 경우가 있습니다. 이렇듯 원인이 되는 질병을 치료하면 당연히 행동문제까지 개선이 되는 거죠. 이런 것은 수의사밖에 할 수 없습니다. 그래서 저는 이런 제 직업이 너무 자랑스럽습니다. 

- 한국에서 수의행동학 전문의의 미래는 어떨까요? 

엄청 밝다고 생각합니다.

사실 밝은지 안 밝은지 저는 모릅니다. 그냥 제가 그 길을 밝혀가고 있는 거죠. 제가 좋아하는 일을 하는 거니까 제가 그 길을 밝혀가다 보면 미래는 밝아지지 않을까요? 동물이 살아있는 한 ‘행동’을 할 것이고, 행동을 하는 한 행동치료 수의사가 할 일은 있을 것입니다. 저는 이 자리까지 오기 참 오래 걸렸고 힘들었지만, 후배들은 덜 고생하고 따라올 수 있었으면 좋겠습니다. 

- 마지막으로 학생들에게 한 말씀 부탁드립니다. 

재미있는 TV 프로그램을 찾기 위해서는 부지런히 채널을 돌려야 합니다. 재미있는 웹툰을 찾으려면 1화를 열 편 정도는 봐야 합니다. 마찬가지로 내가 재밌어하는 일, 좋아하는 일을 하기 위해서는 부지런히 여기저기 찔러보아야 합니다.

강의실에만, 방 안에만 앉아있으면 절대 찾을 수 없습니다. 최대한 많이 싸돌아다니셨으면 좋겠습니다. 여기저기 많은 곳을 다녀보고 많은 사람을 만나보세요. 재밌고 즐거운 진로를 찾는 것은 진단과정과 같습니다. ‘Rule in’이 아니라 ‘Rule out!’이라고 생각합니다.

만약 진로를 확정지었다면 그 진로가 아닌 다른 분야 실습을 꼭 나가보세요. 확정된 진로를 졸업 후 50년 넘게 할 수도 있는데 학교 다니는 동안이라도 다른 분야를 경험해보세요. 혹시라도 수의행동학, 동물행동의학, 동물 정신과를 전공 하고 싶으신 분들은 저에게 연락하시면 최대한 도움을 드리겠습니다. 제가 전문의를 마친 후에 아시아 출신 전문의들과 함께 아시아수의행동학회를 만들어서 아시아 전문의제도를 만들 거니 많은 관심 부탁드립니다.

하진욱 기자 cjsgkwlsdnr@dailyv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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