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문진료 동물병원 인터뷰7] 고양이 친화 병원 `다솜고양이메디컬센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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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asom_cat clinic

최근 우리나라 반려동물병원은 무한 경쟁에 직면해 있습니다. 수의사와 동물병원의 폭발적 증가, 신규 개원입지 포화, 보호자 기대수준 향상, 경기불황 등이 동물병원 경영을 점차 어렵게 하고 있습니다.

병원 경영 여건 악화는 비단 수의계만의 문제가 아닙니다. 의료계 역시 1990년대 중반 이후로 비슷한 문제를 겪으며 병원 경영의 차별화 전략을 고민하게 시작했습니다. 그러면서 ‘진료과목의 전문화’가 급속도로 이뤄졌습니다.

이미 내과, 안과, 피부과, 정형외과, 신경과 등 전문의 제도가 도입되어있는 인의 쪽에서도 ‘선택과 집중’ 전략을 통해 의료서비스를 점차 더 전문화하고 있습니다. 성형외과의 경우 지방흡입전문, 모발이식전문, 얼굴뼈 전문에 이어 다크서클 전문 성형외과까지 등장 할 정도입니다.

특정 전문 진료 과목에 초점을 맞춘 전문병원이 모든 진료과목을 다루는 종합병원보다 경영 효율성 개선에 훨씬 유리하다는 연구 결과도 많이 나와있습니다.

임상 수의계를 돌아보면, 아직 전문의 제도는 없지만 임상대학원에서 석사/박사 학위를 취득하는 수의사들이 많아졌기 때문에 사실상 특정 진료 분야 전문 수의사(전공의)가 있다고 볼 수 있습니다.

그렇다면 수의계도 이제 모든 진료과목을 다루는 동물병원보다, 자신이 잘 할 수 있고 자신있는 분야에 집중하여 그 진료 과목을 특화시킨 ‘전문진료 동물병원’ 에 대해 진지한 고민이 필요한 시점입니다.

이에 따라 데일리벳에서 특정 진료과목을 전문적으로 진료하는 ‘전문진료 동물병원’을 탐방하고, 원장님의 생각을 들어보는 ‘전문진료 동물병원 인터뷰’를 시리즈로 준비했습니다.

그 일곱번째 주인공은 고양이 친화 ‘다솜고양이메디컬센터’ 입니다. 다솜고양이메디컬센터는 고양이환자들의 스트레스를 줄이고, 진료 받는 고양이도 편하고, 진료를 보는 수의사도 편안하고 안전하게 진료할 수 있는 환경을 만드는 것을 목표로 지난해 5월 문을 열었습니다.

수의사분들과 병원 곳곳에서 고양이를 사랑하는 느낌이 강하게 들었어요.

데일리벳에서 고양이 친화 동물병원인 ‘다솜고양이메디컬센터’의 김성언, 최란, 박자실 선생님을 만나 고양이병원을 하게 된 계기, 고양이병원으로서의 특징, 고양이 전문의 등 고양이 임상에 대해 다양한 이야기를 나눠봤습니다. 인터뷰의 답변은 세 선생님의 이야기를 종합해 정리한 것입니다.

다솜고양이메디컬센터1

Q. 고양이전문병원을 하게 된 계기는?

우리 병원은 수의사들이 고양이 진료만 보긴 하지만 실제 고양이 전문의는 아니다. 그래서 고양이 전문 병원이라기보다 고양이만 진료하는 병원, 고양이 친화 병원이 더 정확한 말인 것 같다.

강아지, 고양이를 같이 진료 보다가 병원을 분리하여 고양이 병원을 만들게 됐다. 강아지를 보는 병원이 1층이고, 고양이 병원이 2층이다.

진료수의사 때 우연히 어린 고양이(아옹이)를 키우게 되면서 고양이에 관심이 생겼고, 고양이 진료를 많이 보는 병원을 거치다 보니 자연스럽게 고양이 진료가 점점 늘어났다. 그래서 병원에 캣타워도 설치하고, 고양이들이 놀 수 있는 공간도 만들고 했는데, 강아지 환자/보호자가 같은 공간에 있으니 아무 의미가 없더라. 그래서 고양이 환자들이 스트레스를 받지 않도록 해야겠다는 생각에 고양이 병원을 별도로 분리하게 됐다.

고양이 병원을 만들 때 목표는 진료 받는 고양이도 편하고, 진료를 보는 수의사도 편안하고 안전하게 진료할 수 있는 환경을 만드는 것이었다.

즉, 고양이 ‘전문’ 병원을 만들겠다는 것이 아니라 고양이 환자를 편하게 하여 병원을 꺼리지 않게 하고, 이를 통해 큰 질병이 생기기 전에 검진하고 예방하여 보호자분들과 고양이를 행복하게 만들고 싶었다. 그래서 병원이름에도 ‘전문’이라는 단어가 없다. 그냥 고양이만 진료하기 때문에 ‘다솜고양이메디컬센터’다.

Q. 정말 고양이 진료만 보는 것인가?

사실상 그렇다. 2층 다솜고양이메디컬센터에는 3명의 수의사가 근무하는 데, 병원을 분리하기 전 단골 손님이 찾아오면 드물게 1층 병원에서 강아지 진료를 볼 때도 있지만 거의 고양이 진료만 한다. 1층 다솜동물병원에 근무하는 수의사들은 100% 강아지 진료만 본다.

1층 병원과는 병원 명의부터 다르다. 별도 병원이다. 차트 시스템도 분리되어 있다.

다만, 가끔 귀여운 강아지 환자를 보거나 하면 강아지 진료를 놓는 게 조금 아쉬울 때가 있다. 강아지를 포기한 것이 과연 잘 한 것인가? 라는 생각이 들기도 하지만, 고양이 진료 보는 것이 좋다.

다솜고양이메디컬센터_대기실

다솜고양이메디컬센터3

 대기실 모습들. 다양한 보호자의 성향을 고려해 3가지 형태를 띠고 있다.

Q. 고양이 병원으로서 어떤 특징이 있나?

우선 고양이 환자와 보호자들은 병원에 들어올 때부터 나갈 때 까지 강아지 환자/보호자를 마주치지 않는다. 1층 병원과 입구부터 다르고, 별도 계단으로 통행한다.

대기실도 고양이 보호자들의 특성에 맞춰 3가지 형태를 띠고 있다. 혼자 있기를 좋아하는 고양이 환자/보호자들을 위해 독립된 공간도 있고, 여러 명이 같이 오는 보호자들을 위해 테이블도 몇 개 마련되어 있다. 그리고 뛰어놀기 좋아하는 활발한 고양이 환자들을 위해 놀이터 공간도 있다. 대기실에서 커피나 음료를 마시면서, 보호자분들끼리 약 먹이는 것에 대한 정보를 나누기도 하고, 대기하는 동안 이어폰으로 음악 들으시다가 본인 진료 순서를 못 들으시는 보호자분들도 있다.

입원실과 호텔도 신경 썼다. 입원실은 각방의 온도가 개별적으로 조절되고 환풍되게 했고, 검사실에서 나는 기계소리나, 전화벨소리, 사람들이 지나다니는 소리에 스트레스를 받지 않도록 입원실 전체가 방음되는 투명문을 설치했다. 또한 호텔의 경우, 높은 곳을 좋아하는 고양이의 특성을 고려한 캣타워 호텔과, 집에서 지내는 것과 비슷한 환경을 만들어 주기 위한 캣워크와 외부 창문, 그리고 보호자분이 앉을 수 있는 의자가 있는 호텔도 있다. 호텔의 조명도 밝기 조절이 가능한 조명이다.

진료실의 경우 수의사와 고양이가 직접 만나야 하는 공간임과 동시에 고양이 환자들이 가장 예민해지는 공간이라 가급적 친밀함을 느끼면서 안전한 공간이 되도록 했다. 특히, 진료실의 온열 테이블은 고양이 환자들이 좋아해서 배를 깔고 편아하게 자기도 한다. 그외에도 고양이와 관련된 사진, 장난감, 물건들이 있으며, 3개의 진료실 이름도 곧 수의사들이 키우는 고양이 이름으로 바뀔 예정( 아옹이, 흰둥이, 키키)이다. 그렇게 되면 각 진료실이 3마리 고양이의 사진으로 꾸며질 것이다(웃음).

이외에도 대기실, 진료실, 호텔, 입원실에 24시간 산소공급 시스템을 준비했고, 고양이 모양의 시계, 가습기 등을 준비해 보호자분들이 친밀함을 느끼도록 했다. 진료실에는 고양이의 스트레스를 줄여주는 제품 (플러그인 타입의 펠리웨이, 고양이 평온제)을 준비했고, 대기실에는 고양이 관련 보호자 교육자료(고양이를 편안하게 병원에 데리고 오는 법, 끈으로 된 장난감을 조심해야 하는 이유 등)를 비치하여 다음 내원이나 보호자분이 집에서 고양이를 돌보는데 필요한 정보를 주려고 했다. 그리고 가장 큰 특징은 고양이 진료에 관심 있고 지속적으로 공부하려는 마음을 가진 선생님들을 모셔온 것이다.

다솜고양이메디컬센터_호텔
다솜고양이메디컬센터의 호텔 모습.
캣워크, 창문, 보호자분이 앉을 수 있는 공간 등이 있으며
밝기 조절이 가능한 조명이 설치되어 있다.

Q. 강아지 병원과 고양이 병원을 분리한 뒤 달라진 점은?

경영적 측면에서 크게 효율적으로 바뀐 것 같지는 않다. 어떤 특정 진료과목을 특화한 병원이라면 다른 장비 등이 필요하지 않기 때문에 경영상 이점이 있겠지만 우리는 동물의 종을 특화한 경우이므로 모든 진료과목을 다뤄야 하기 때문에 큰 차이는 없는 것 같다.

하지만 분리 후 강아지 보호자와 고양이 보호자의 만족도가 모두 상승했다. 강아지와 같이 있으면 고양이도 예민해지고, 고양이 보호자도 예민해지는데 그런 부분이 사라졌다. 대기하는 동안 고양이가 받는 스트레스가 줄어드니 기다리는 시간에 대한 불만도 함께 줄었다. 또한 입원치료에 대한 순응도가 높아졌고, 고양이 보호자 분들의 내원, 방문 수가 눈에 보이게 증가했다.

Q. 해외에는 고양이 전문의가 있다고 들었다. 우리나라에도 고양이 전문의 제도가 생길 수 있을까?

Cat Specialist, Feline Specialist 라고 있다. 미국과 호주에서 딸 수 있으며, 전 세계적으로 고양이 스페셜리스트는 100명 정도 있다고 알고 있다.

고양이 스페셜리스트가 되기 위해서는 7년간 임상경험, 케이스리포트 2건 이상 등 기본 자격요건이 필요하며 그 뒤에 시험을 봐야한다. 캐나다의 경우 자체적으로 그런 자격을 만들려고 준비하고 있는 것 같다. 일본은 전문의 제도는 아니지만 인정제도를 준비하고 있다.

우리 병원의 최란 원장이 호주의 고양이 스페셜리스트가 운영하는 고양이 클리닉에서 6개월정도 근무한 경험이 있다.

우리나라의 경우에는 아직 시간이 필요해 보인다. KSFM(한국고양이수의사회)이 생겨서 활동 중이지만 KSFM 보다 먼저 생겨서 활동하고 있는 다른 연구회/학회에서도 아직 전문의를 만들지 못했다. 시간이 필요할 것 같다.

Q. 고양이 병원 수의사로서 어떤 노력을 하고 있나.

우리도 우리가 고양이메디컬센터를 할 자격이 있는지 늘 고민하고 노력한다. 3명의 수의사 모두 소동물임상을 하면서 고양이를 10년 정도 봐왔지만 지금도 서로 의논하고 열심히 공부하고 있다.

고양이의 스트레스를 줄일 수 있는 환경을 만들기 위해 행동학이나 여러 약물, 호르몬 제제, 아로마 제제 등에 대해서도 계속 공부하고 있으며, 최근에는 세계기준에 맞는 고양이친화병원이 되기 위해 ISFM(International Society of Feline Medicine)에  CFC(cat friendly clinic) 지원서를 제출하고 평가를 기다리는 중이다.

이외에도 ISFM과 AAFP(American Association of Feline Practitioners) 학회에 참석해 최신치료 경향이나 고양이 치료에 관한 최신 제품 정보를 얻는다. ISFM이나 AAFP 회원이 되면 보호자 교육에 필요한 정보를 쉽게 접할 수 있고, JFMS(Journal of Feline Medicine and Surgery)를 매달 구독할 수 있다.

또한, KSFM에도 가입하여 고양이에 대해 계속 공부하고 있고 국내에 맞는 프로토콜을 세우고 이를 시행하려고 노력하고 있다.

다솜고양이메디컬센터_소품
고양이 친화 병원답게 병원 곳곳에서
고양이에 대한 사랑이 느껴졌다

Q. 처음부터 고양이만 진료하는 병원이 가능할까?

쉽지는 않을 것 같다. 솔직히 우리병원은 기존 병원에서 고양이 환자/보호자를 분리하면서 독립된 고양이병원을 개원했기에 기존 손님이 있는 상태였지만 처음부터 고양이를 위한 고양이병원을 개원한다면 일반 동물병원보다 훨씬 더 많은 시간과 노력이 필요할 것 같다.

Q. 고양이 숫자가 많이 늘고 있다. 고양이 보호자들의 특징이 있다면?

고양이 환자는 일단 아픔을 잘 숨긴다. 그래서 병원에 처음 왔는데 중증환자가 많다. 고양이 보호자의 경우에는 잘못된 인터넷 정보에 의존하는 경향이 있다. 그런 잘못된 인식을 개선하기 위해 병원 자체적으로 보호자 세미나를 분기별로 개최하고 있다. 첫 번째 보호자 세미나의 첫 강의 주제도 ‘국내 집고양이 톡소플라즈마의 이병률’로 잡아 강의했다. 지금도 임신을 하면 고양이를 버리라는 말이 많은데, 너무 안타깝다. 이런 잘못된 인식을 깨고 바른 정보를 알려주고 싶다.

보호자 세미나는 100회까지 하는 것이 목표다. 목표를 채우려면 25년이 걸린다(웃음).

다솜고양이메디컬센터_보호자세미나
다솜보호자 세미나 장면.
4층에 마련된 세미나실에서 병원 자체
수의사교육과 분기별 보호자세미나를 실시하고 있다

Q. 고양이에 관심 있는 학생에게 가장 중요한 것이 무엇일까?

일단은 고양이를 키워보라고 권하고 싶다. 키우면서 습성, 성향을 공부해야 한다. 그리고 나서도 관심이 생기면 관련된 책을 보고, 고양이 진료 비율이 높은 병원에 나가서 실습을 해보면 좋을 것 같다.

Q. 고양이진료를 떠나, 앞으로 특정 진료과목을 특화하거나 특정 동물 종을 특화한 동물병원의 미래가 어떨 것이라고 생각하나.

인의처럼 전문의 제도가 도입되거나 일본처럼 인증의 제도가 도입되면 특화 진료 동물병원이 더 활발히 생겨날 것으로 보인다. 결국은 인의에서도 과가 전문화 되는 이유는 투자비용을 줄이고 좀 더 나은, 효율적인 의료서비스를 제공하고자 하기 위함이 아닐까?

수의사들은 평소에도 입원환자를 돌보거나 응급한 수술을 한다거나 하는 이유로 퇴근이 불규칙적인데다가, 그나마 쉬는 주말에도 학회, 세미나, 교육 때문에 쉬지 못하는 경우가 많다.

좋은 의료 서비스를 제공하기 위해 많은 시간을 쓰고, 거기에 가족의 희생까지 감수해야 한다.

특화 진료 동물병원이 생겨 진료 과목이 나뉘고, 야간 응급을 전문적으로 전담하는 동물병원이 지역별로 생겨난다면 수의사의 삶의 질도 상승하면서 더 나은 의료 서비스를 제공할 수 있을 것 같다.

다솜고양이메디컬센터_김성언_최란_박자실
왼쪽부터 김성언 대표원장, 최란 심장내과원장, 박자실 내과원장

Q. 앞으로의 계획이나 병원의 비전이 있다면?

‘함께해서 즐거운 동물병원!’

지금 병원 스텝들과 함께 병원을 오랫동안 재밌게 하고 싶다. 나 혼자 모든 걸 할 수는 없다. 마음 맞는 선생님들과 함께 재밌게 병원하고 싶다는 생각을 많이 한다. 그러다보니 선생님들과의 관계도 가족처럼 되어 가는 것 같다. 이상하게 들릴지 모르겠지만 남자 수의사들끼리 모여 영화보고 커피 마시는걸 즐긴다. 오히려 여자 수의사 선생님들과는 술을 자주 먹는다(웃음).

좋은 사람들과 오랫동안 함께 하기 위해서는 스텝들의 복지(휴가, 급여 등)에도 신경을 많이 써야겠죠?(웃음). 내 욕심을 조금 버리면 가능할 것 같다.

김성언 대표원장 프로필

경북대학교 수의과대학 수의학과 졸업

강원대학교 수의내과학 석사

2013 ISFM 고양이 학회 참가(홍콩)

호주 고양이 전문병원 연수

한국수의심장학연구회 정회원

강원대학교 수의학과 초빙교수

현)한국동물병원협회이사

 

박자실 내과원장 프로필

경북대학교 수의과대학 수의학과 졸업

경북대학교 임상병리학 석사

미국 UC데이비스 부속동물병원 탐방 및 실습

2011 ISFM 아시아 세미나 참석(홍콩)

2012 AAFM 고양이 학회 참가(라스베가스)

2013 ISFM 고양이 학회 참가(홍콩)

2013 AAFP 고양이 학회 참가(댈러스)

 

최란 심장내과원장 프로필

강원대학교 수의과대학 수의학과 졸업

강원대학교 수의내과학 석사/박사과정

2006 호주 시드니 WSAVA 참가

2008 대전 심전도 심포지엄, ECG강의

2010 호주 브리즈번 고양이 클리닉 연수

한국 심초음파협의회 심초음파과정 수료

2013 AAFP 고양이 학회 참가(댈러스)

[전문진료 동물병원 인터뷰7] 고양이 친화 병원 `다솜고양이메디컬센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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