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문진료 동물병원 인터뷰5] 치과 전문 `동물병원 메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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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우리나라 반려동물병원은 무한 경쟁에 직면해 있습니다. 수의사·동물병원의 폭발적 증가, 신규 개원입지 포화, 보호자 기대수준 향상, 경기불황 등이 동물병원 경영을 점차 어렵게 하고 있습니다.

병원 경영 여건 악화는 비단 수의계만의 문제가 아닙니다. 의료계 역시 1990년대 중반 이후로 비슷한 문제를 겪으며 병원 경영의 차별화 전략을 고민하게 시작했습니다. 그러면서 ‘진료과목의 전문화’가 급속도로 이뤄졌습니다.

이미 내과, 안과, 피부과, 정형외과, 신경과 등 전문의 제도가 도입되어있는 인의 쪽에서도 ‘선택과 집중’ 전략을 통해 의료서비스를 점차 더 전문화하고 있습니다. 성형외과의 경우 지방흡입전문, 모발이식전문, 얼굴뼈 전문에 이어 다크서클 전문 성형외과까지 등장 할 정도입니다.

특정 전문 진료 과목에 초점을 맞춘 전문병원이 모든 진료과목을 다루는 종합병원보다 경영 효율성 개선에 훨씬 유리하다는 연구 결과도 많이 나와있습니다.

임상 수의계를 돌아보면, 아직 전문의 제도는 없지만 임상대학원에서 석사/박사 학위를 취득하는 수의사들이 많아졌기 때문에 사실상 특정 진료 분야 전문 수의사(전공의)가 있다고 볼 수 있습니다.

그렇다면 수의계도 이제 모든 진료과목을 다루는 동물병원보다, 자신이 잘 할 수 있고 자신있는 분야에 집중하여 그 진료 과목을 특화시킨 ‘전문진료 동물병원’ 에 대해 진지한 고민이 필요한 시점입니다.

이에 따라 데일리벳에서 특정 진료과목을 전문적으로 진료하는 ‘전문진료 동물병원’을 탐방하고, 원장님의 생각을 들어보는 ‘전문진료 동물병원 인터뷰’를 시리즈로 준비했습니다.

그 다섯번째 주인공은 수의치과 전문 ‘동물병원 메이’ 입니다. 데일리벳에서 전체 진료의 70~80%가 치과 진료인 ‘동물병원 메이’의 권대현 원장님을 만나 다양한 이야기를 나눠봤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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Q. 우리나라에 치과, 안과와 같이 전공이 세분화 되어있지 않았을 때부터 치과 공부를 시작했다고 들었다. 어떻게 준비했고, 어떤 활동들을 해왔나?

수의치과에 관심을 갖게 된 건 2005년부터였다.

미국 수의대에서 쓰는 수의치과 교과서를 아마존에서 구입해서 공부를 시작했다. 처음에는 책 한 장 넘기는데 3일씩 걸렸다. 그렇게 독학으로만 하다 보니 진도가 너무 안 나가더라. 그래서 책 네 권을 종합해서 강의 자료를 만들어 당시 근무하던 병원의 실습생을 대상으로 강의를 시작했다. 데드라인이 생기니 속도가 빨라졌고, 강의를 반복하다 보니 도움이 됐다.

그 후에는 자문을 구할 전문가가 필요했다. 그래서 인의치과 의사들의 치주수술도 참관하고, 치과대학 교수들을 찾아가기도 했다. “개한테 뭐 이렇게까지 고민하고 치료하느냐”라는 인의치과 교수의 말에 상처를 받기도 했지만 그가 환자의 뼈를 1mm라도 높이기 위해 치료하는 것과 같이, 개는 나에게 최대한 치료해야 할 환자였기 때문에 지속적으로 노력했다.

또한 국내 수의치과학에 대한 관심을 높이고자 지역별로 역량 있는 병원의 원장들을 모아 수의치과임상네트워크를 만들었다.

결성 초기에는 6개월동안 일요일마다 모여서 내가 강의를 진행했다. 그러다가 Dr. Anthony Caiafa (호주 NCVS수의치과 전문의/호주 인의치과 전문의)를 한국에 3번 초청해서 강의를 들었다.

수의치과임상네트워크는 이제 치과 학술교류 뿐 아니라 인간적으로 서로를 돕는, 친한 모임이 되었다. 현재는 많은 선생님들께서 수의치과학에 관심을 가져주고 계시고 그로 인하여 한국수의치과협회가 탄생했다. 수의치과협회는 매년 Dental forum과 Wet-Lab 강의를 통해 수의치과학의 정보를 공유하고 교류하려 노력하고 있으며, 나는 현재 협회에서 기획 및 교육이사를 맡고있다.

2011년 제주도에서 열린 WSAVA에서 치과와 안과 주제도 많이 다뤄졌다. 그 때 교정에 관한 포스터를 전시했는데, 이를 통해 지금은 내 멘토가 된 Dr. Steven E. Holmstrom(「Veterinary Dentistry」 의 저자)를 만나게 되었다. Dr. Anthony와 Dr. Holmstrom에게 2년 동안 내가 보는 모든 치과케이스를 pdf 파일로 만들어서 메일로 보냈다.

이후 2012년에는 시애틀에서 열린 덴탈포럼의 wet lab에서 고양이 발치 보조강사로 참여하기도 했다. 전문의들의 모임에 참석한 것을 계기로 지금 멘토는 총 5명이다.

한 케이스에 대한 내 생각을 여러 멘토에게 보내고, 그에 대한 답을 얻는 과정을 통해 굉장히 많이 배웠고, 배우고 있다고 생각한다. 같은 이론적 베이스를 가진 전문의라도 접근하는 방식이나 평가, 치료방법은 조금씩 다르다. 내가 전문의들과 비슷한 시각으로 바라보고 있음을 느낄 때 가장 큰 보람을 느낀다.

동물병원메이3_권대현원장님
동물병원 메이의 권대현 원장

Q. 인의치과와 다른점이 있다면?

동물의 치과질환의 기전과 예방 및 치료의 원리는 사람의 그것과 동일하다. 그러나 치아의 모양이 다르고 먹거리와 생활환경 및 방식이 상이하다. 현재 현실적으로 사람의 치과질환을 치료하기 위하여 개발되고 시판되는 제품들을 사용 할 수 밖에 없다. 그러나 사람을 위한 이러한 재료나 기구들은 동물치료에 한계를 가지는 것도 현실이다. 그러므로 수의치과학은 인의의 치과학과 그 뿌리를 같이 하나 치료를 하는 대상이 다르므로 분명 다른 학문이라 생각한다.

가장 큰 차이점이라면 사람에서는 미용을 위한 치과치료도 중요한 요소가 될 수 있을 것이나 수의치과에서는 통증이 없고 불편함이 없으며 기능적으로 중요한 치아를 잘 사용할 수 있도록 하는 것이 가장 중요한 요소라 생각한다. 더욱이 스스로 관리가 불가능함을 알고 차후에 보호자에 의하여 효율적인 관리가 용이하도록 디자인 해 주는 것 역시 수의치과의 중요한 고려사항이라 생각한다.

Q. 1차 병원이지만 치과 진료에 있어서는 리퍼 받고 오는 경우도 많다고 들었다.

개인적으로 신경치료가 가장 재미있다. 너무나도 다양한 근관의 상태와 모양으로 인하여 각각의 케이스를 어떻게 대처해야 할까, 진료해야 할까 머릿속에서 그리며 보이지 않는 곳을 상황에 맡게 대처하고 치료하는 학문에 무한한 재미를 느끼기 때문이다.

최근에는 단순히 신경치료가 술법만 쉽게 전파되는 경향이 있어 리퍼가 필요해지는 경우가 많은 것 같다. 다른 병원에서 신경치료에 실패하여 의뢰한 치료가 재치료를 통해 성공적일 때 희열을 느낀다.

Q. 요즘 새로 준비하는 진료가 있다던데.

토끼, 설치류에도 치과질환이 매우 많다. 이를 우리병원에서 진료하기 위해 안전하게 준비하고자 직접 토끼를 키우고 있으며, 에버랜드에서 오랫동안 근무한 경험이 있는 오석헌 수의사를 모셔왔다.

치과치료를 위해서는 우선 마취를 할 만큼 건강한가, 다른 전신적인 문제는 없는 가와 같이 전반적인 건강상태 체크를 할 줄 알아야 하지 않나. 토끼를 직접 키우면서 사양관리를 비롯한 토끼의 전반을 이해하고 준비하려 준비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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Q. 가장 중요한 치과진료과목을 꼽는다면?

보호자를 대상으로 하는 ‘구강건강 교육’이 가장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우리 병원에서는 무료로 교육을 진행하고 있다.

치과질환은 먼저 예방해야 한다. 초기에 발견하고, 치료할 수 있는 기회를 가져야 치아를 건강하게 유지시킬 수 있다.

두 번째로 진료 후 관리 방법이 바뀌어야 한다. 지금까지 보호자가 관리한 결과 질병이 발생했다면, 아무리 고가의 치료를 받는다 해도 또 같은 방식으로 관리 할 경우 다시 문제가 생길 수 밖에 없다.

구강질환 예방을 위한 ‘양치질’을 예로 들자면, 보호자가 사명감과 책임감을 갖고 달려드는 순간, 양치는 실패한다. 강아지와 보호자 모두에게, 스트레스 없이 매일 양치질하기 위해서 양치질은 즐거운 일이 되어야 한다. 이에 대한 자세한 내용은 우리 병원 강의를 들으면 알 수 있다(웃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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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물병원 메이 게시판에
붙여져 있는 ‘구강건강 세미나’ 안내

Q. 한국수의치과협회(KVDS)에서 기획이사를 맡고 계신데, 주요활동이 있다면?

일반보호자들을 대상으로 ‘반려동물 구강관리 교실’을 진행 중이다. 한국마즈에서 후원하는 이 교육은 서울에서 두 번, 수원에서 한 번 했고, 광주, 대전에서도 계획되어 있다. 이렇게 전국 여러 도시를 돌면서 더 많은 보호자들이 구강관리에 관심을 갖고 예방의 중요성을 알게 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 협회에서는 또한 수의사들을 대상으로 수의치과포럼 및 wet-lab도 개최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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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의치과협회의 보호자대상
반려동물 구강교실 모습

Q. 전문화된 병원들이 100% 해당 진료과목만 진료하는 것이 앞으로 가능하다고 생각하는지?

지금 우리병원은 70~80%가 치과진료로 운영되고 있다.

시애틀의 한 수의치과 전문의의 개인병원을 들렀던 적이 있다. 수술실 한쪽에 짐이 놓여져 있는걸 보고 궁금해서 물었는데 이런 답변이 돌아왔다. “10년 전까지는 중성화 수술을 했었고, 7년 전까지는 예방접종도 했었고, 그 이후로는 오로지 치과진료만 본다.”고.

당장 현실적으로 치과진료만 볼 수 있느냐? 그럴 수는 없다. 경기도 좋지 않고. 하지만 길게 바라보면 분명히 치과만 가지고도 운영할 수 있는 병원을 만들 수 있다고 생각한다.

“10년전까지는 중성화 수술도 하고, 5년전까지는 예방접종 했었는데, 이젠 안 한다” 이렇게 말할 수 있을 때를 목표로 하고 있다.

Q. 치과쪽에 관심있는 학생, 수의사에게 길을 제시해주시자면?

수의사는 말 못하는 동물을 진료하는 측면에서 소아과 의사와 같다. 소아과도 소아심장학과 같이 세분화 되지만, 기본적으로 전반적인 케어를 할 수 있어야 한다.

수의사도 마찬가지다. 치과를 진료한다고 해서 오로지 이빨만 본다면 동물진료를 제대로 할 수 있을까? 수의사는 종합예술인처럼 동물의 모든 것을 이해하고 유기적으로 관리 할 수 있어야 실질적인 전문가라고 생각한다.

 [권대현 대표 원장 약력]

동물병원 메이 원장

한국수의치과협회 기획이사

한국수의치과 임상네트워크 부회장

미국 수의치과협회 정회원

West Coast Veterinary Dental Service

Shoreline Veterinary Dental Hospital

American Veterinary Dental Forum

삿뽀로 의과대학 임상해부학교실 방문연구원

아주대학교 의과대학 임상해부학교실 조교

참고: 한국수의치과협회 보호자세미나 소식 http://www.kvds.co.kr/

 

[전문진료 동물병원 인터뷰5] 치과 전문 `동물병원 메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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