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동물병원 진료비,타 국가에 비해 높지 않고 오히려 낮은 편

미국, 독일과 비교한 동물병원 진료비 연구용역 결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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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물병원 진료비가 비싸고 동물병원 간 진료비 편차가 크다는 얘기가 지속적으로 흘러나온다. 그렇다면 과연 우리나라 동물병원 진료비는 다른 나라와 비교했을 때 실제로 비쌀까? 결과부터 이야기하면 비싸지 않았다.

여러 가지 변수와 조사의 한계점이 있지만 미국, 독일과 비교했을 때 한국의 동물병원 진료비는 오히려 낮은 편으로 예측됐다. 단순히 가격 자체를 비교한 것이 아니라 시장환율, 구매력환율을 고려한 ‘상대가격수준’을 1인당 국민소득과 비교한 결과다.

최근 공개된 ‘반려동물 산업 활성화를 위한 소비자 진료비 부담 완화 방연연구 보고서’에는 한국의 동물병원 진료비 현황 분석 결과가 담겨있다.

우리나라 동물병원들의 진료비를 조사한 뒤, 독일과 미국 동물병원 진료비와 비교한 것이다.

우리나라 동물병원 진료비 자료는 2개의 자료원을 활용했다. 첫 번째 자료원(자료원 1)은 서울 7곳, 경기 4곳, 인천 1곳, 대전 1곳 등 13개의 동물병원과 서울 3곳, 경기 1곳, 비수도권 지역 2곳 등 6곳의 대형동물병원으로부터 조사한 진료비 자료다(총 19개 동물병원).

두 번째 자료원(자료원 2)은 공정거래위원회가 지난해 9월 서울시 소재 193개 동물병원을 대상으로 조사한 의료비자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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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구진은 자료원 1을 바탕으로 동물병원에서 가장 다빈도로 이루어지고 또한 동물병원간에 비교적 일관된 형태로 진료기록을 하고 있다고 판단되는 처치 항목 22개를 선정했다.

공정거래위원회의 동물병원 의료비 조사의 경우, 개 관련 치료항목 11개, 고양이 관련 치료항목 6개에 대하여 이루어졌으며 1차 자료원의 자료 추출을 위해 선정된 22개 항목과 총 5개 항목이 중복됐다.

동물진료 수가제 실시하는 독일, 2년마다 진료비 조사하는 미국

동물병원 진료비 비교대상으로 독일과 미국을 선정한 이유가 있다.

독일의 경우 동물병원 진료비 수가제를 실시하고 있기 때문에 수가집자료를 참고해 진료비를 조사했다.

현재 전 세계적으로 동물병원 진료비 수가제를 실시하고 있는 국가는 독일, 오스트리아, 불가리아 등 3곳이다. 과거 네덜란드, 벨기에 등에서도 수가제가 시행됐었으나, EU가 자유경쟁을 이유로 폐지시켰으며, 독일도 동물병원 진료비 수가제 폐지 압박을 받고 있는 상황이다.

미국의 경우 미국동물병원협회(AAHA)가 2년에 한 번씩 1만개 동물병원을 대상으로 설문조사를 실시하여 ‘동물의료서비스 비용 조사집(The Veterinary Fee Reference)’를 발행하기 때문에 이 자료를 참고했다.

상대가격 수준, 1인당 국민소득 고려

연구에서는 각 국가별 동물병원 진료비를 단순 비교하지 않고, OECD의 상대가격 수준(comparative price level)을 이용했다. OECD와 대한의사협회가 수행한 의료서비스 가격비교 연구에서 이 방식을 사용했기 때문에 똑같은 방식을 쓴 것이다.

상대가격 수준은 구매력환율(PPP)을 두 국가 간 시장 환율(market exchange rate)으로 나누어 수치화했다.

상대가격 수준이 1보다 크면 비교대상 국가에 비해 상대적으로 가격이 높다는 뜻이고, 1보다 작으면 가격이 낮다고 해석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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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리고 이렇게 산출된 동물병원 진료비의 상대가격수준을 각 국가의 1인당 국민소득과 비교했다. 모든 비용은 2016년으로 통일했으며, 미국 진료비 자료의 경우 2015년 자료이기 때문에 미국의료 물가지수를 이용해 2016년 비용으로 환산했다.

독일의 경우 2017년 7월 수가가 인상되었으나, 이 자료에 참고한 수치는 수가인상 전 자료다.

즉, 현재 독일의 동물병원 진료비는 이번 연구에서 참고한 것보다 더 높아졌다는 것이다.

또한, 독일의 동물병원 수가제는 하한가가 설정되었고, 하한가의 최대 3배 범위 내에서 동물병원이 자율적으로 진료비를 선택할 수 있기 때문에 세 배 범위의 중앙값을 이용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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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료원 1 기준 – 동물병원 진료비, 미국과 비교 결과

최종결과, 한국의 자료원 1의 결과를 미국과 비교하였을 때 상대가격 수준이 모든 항목에서 1보다 낮은 수치를 보였고, 이 상대가격수치를 한국과 미국의 1인당 국민소득 비율과 비교하였을 때 1보다 더 큰 항목이 총 16개 비교항목 중 5개 항목에서 나타났다.

16개 항목 중 3개 항목(종합백신, 광견병, 심장사상충 키트검사)에서 한국이 미국보다 비싼 것으로 나타났으며, 입원료와 주사마취는 수치상으로는 1보다 약간 높기는 하였으나 거의 동일한 수치였다.

자료원 1 기준 – 동물병원 진료비, 독일과 비교 결과

자료원 1로 독일과 비교하였을 때 상대가격 수준이 총 16개 항목 중 2개 항목을 제외하고 1보다 낮은 수치를 보였고, 이 상대가격수준을 한국과 독일의 1인당 국민소득 비율과 비교하였을 때 1보다 더 큰 항목이 미국과 동일하게 3개 항목에서 나타났다.

구체적으로 입원료, 혈구검사와 뇨스틱 검사에서 한국이 비싼 것으로 나타났으며 나머지 마취 관련 항목은 1.1 이하로 거의 비슷한 수준으로 나타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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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료원 2 기준 – 동물병원 진료비, 미국·독일과 비교 결과

자료원 2로 산출된 한국의 비용을 미국과 비교하였을 때에는 비교 가능한 5개 항목 중에 3개 항목에서 한국이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독일과 비교하였을 때에는 비교 가능한 3개 항목 중 1개 항목에서 한국이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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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의 동물병원 진료비는 타 국가에 비해 높지 않으며 오히려 낮은 편

연구용역 연구진은 “각 국가의 소득수준을 고려하였을 때에도 한국이 미국 혹은 독일보다 더 저렴한 진료항목이 비싼 항목보다 훨씬 높은 비율을 차지하고, 비싼 것으로 나타났던 항목은 약간 높은 수준인 반면, 저렴한 항목은 0.5 이하로 매우 낮은 수준임을 고려할 때 전체적인 방향성은 한국의 동물병원 진료비는 타 국가에 비하여 높지 않으며 오히려 낮은 편이라고 예측할 수 있다”고 결론 내렸다.

물론, 한계점도 있다.

우리나라의 경우 사람 진료비(급여)는 질병명이 표준화되어 있고 코드가 부여되어 있기 때문에 모든 병원해서 같은 진료 코드를 입력한다. 하지만 동물병원의 경우, 동물질병명이 표준화되어 있지 않고 코드도 없기 때문에 각 동물병원별로 질병명 설정이나 진료비 결정 방식이 상이하다.

결국, 동물병원 진료비 체계가 표준화되어 있지 않은 현 상황에서 동물 질병별로 신뢰도 높은 진료비 통계를 파악하는 것은 사실상 불가능하다. 이 때문에 이번 연구에서도 질병별 진료비 비교가 아닌, 진료행위별 항목을 비교하려고 노력했다.

또한, 진료서비스는 일반 재화와 같이 최종 생산되는 상품의 질과 구성이 동일할 수 없는 특성을 지니기 때문에 본 분석은 각 항목의 가격이 포함하는 범위가 국가마다 일치하는지, 진료의 질이 동일한지에 대한 더 정교한 조사가 필요하다는 한계점도 가지고 있다.

한국 동물병원 진료비,타 국가에 비해 높지 않고 오히려 낮은 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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