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물검역사 신설 확정..‘업무 효율화’ 한다지만 검역관들은 “수의사 검역관 충원 우선해야”
가축전염병예방법 개정안 국회 통과..이르면 내년 하반기 현장 도입
동물검역관 업무를 보조하는 ‘동물검역사’ 자격 신설이 확정됐다. 동물검역사 채용 근거를 포함한 가축전염병예방법 개정안이 10월 1일(목) 국회 본회의를 통과했다.
이르면 내년 하반기부터 현장에 도입될 동물검역사는 동물과 그 사체를 제외한 축산물 등의 검역 업무를 보조한다. CIQ에서의 개봉 검사나 축산관계자 소독·신고 등 단순 업무를 맡겨 결원이 상시화된 동물검역관의 업무를 효율화한다.
하지만 현장에서는 기대감을 확인하기 어려웠다. 비(非)수의사 복수직이든 신설될 동물검역사든 수의사 검역관의 업무 부담을 줄이는데 한계가 있고, 오히려 처우개선 동력을 낮추는 것 아니냐는 우려도 나온다.

동물검역관 결원율 20% 상시화
동물검역사 신설로 업무 부담 효율화 겨냥
동물·사체 검역은 검역관 전담으로 유지
동물검역관은 가축전염병예방법에 따라 살아 있는 동물이나 사체, 동물에서 유래한 축산물 등에 대한 수출입 검역을 수행한다.
살아 있는 반려동물이나 가축이 공항만을 통해 해외를 오갈 때 육안·정밀검사를 벌이거나 수입이 금지된 축산물에 대한 단속과 반송·폐기명령, 검역증명서 발급, 국내로 수입되는 축산물 작업장에 대한 위생감시 등을 맡는다.
이처럼 가축전염병 유입 방지의 최전선에 있는 전문가이지만 수의직 공무원 부족을 피해갈 순 없었다. 동물검역관의 결원도 상시화됐다.
검역본부에 따르면, 2022년부터 2024년까지 3년간 동물검역관(6·7급)의 결원율은 평균 19.6%를 기록했다. 226명 안팎이 정원인데 통상 40~50명이 결원으로 유지되고 있다.
같은 기간 연간 40~56명의 수의직(6·7급)이 퇴직·휴직한데 반해, 수의7급의 신규 채용률은 14~35%에 그쳤다. 나가는 사람만큼 채우지 못하고 있던 셈이다.
검역본부는 대책 마련을 위해 2024년 ‘동물검역관 제도개선 및 검역인력 운용방안 마련’ 연구용역을 벌였다. 국내외 동물검역 제도를 비교 분석하고, 일선 검역관 대상 설문조사도 진행했다.
그 결과 동물검역관의 자격 조건은 수의사 면허자로 유지하되, 이를 보조하는 ‘동물검역사’를 신설해 업무 부담을 줄이는 방향으로 가닥을 잡았다. 수의사여야 하는 가축방역관이나 축산물 검사관에는 이미 보조직역인 가축방역사, 축산물 검사원이 제도화되어 있고, 최근 신설된 야생동물검역관에는 이미 ‘야생동물검역사’가 있다는 점에 주목했다.
공항만에서 여행객 휴대품이나 우편물에 수입 금지 축산물이 없는지를 개봉 검사하거나, 축산관계자들의 소독·신고를 처리하는 등의 단순 업무는 ‘동물검역사’가 맡을 수 있을 것으로 분류했다.
반면 살아 있는 동물이나 사체에 대한 검역, 수출입 축산물 검역의 최종 판정, 해외작업장 관리 등 전문적인 업무는 수의사인 동물검역관이 해야 하는 업무로 구분했다.
국회 심의 과정에서는 신설될 동물검역사의 업무 보조 범위를 축소 조정했다. 영미권 선진국들이 수의사 동물검역관을 보조하는 인력을 함께 두고 있지만, 동물이 아닌 축산물 대상 검역 보조로 역할을 제한하고 있다는 점을 반영했다.
국회 농림축산식품해양수산위원회 전문위원실은 관련 검토보고서에서 “동물 검역의 경우 축산물 등의 검역에 비해 국민 건강과 안전에 미치는 영향 및 중요성이 크다”면서 “미국 등 해외의 경우에도 보조인력이 일부 수입축산물에 대하여만 수의사인 동물검역관을 보조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이르면 내년 하반기 현장 도입한다지만..
일선 검역관들 반응은 ‘글쎄’
1일 국회를 통과한 개정 가축전염병예방법은 동물검역기관에 검역관의 업무를 보조하는 동물검역사를 채용하여 배치할 수 있도록 했다. 다만 ‘동물과 그 사체’는 동물검역사가 검역 업무를 보조할 수 있는 대상에서 제외하여, 해당 지정검역물에 대한 검역은 수의사 검역관이 전담하도록 유지했다.
이에 따른 동물검역사는 공무원 중 담당자를 위촉하는 방식이 아니라, 별도 인력을 확보하는 형태다. 기존에도 검역탐지견 운용 인력은 전문경력관으로 입직하는데, 이와 마찬가지다.
개정법은 공포 후 6개월 후에 시행된다. 자격요건, 담당 업무 등을 규정할 하위법령 정비를 거쳐 이르면 내년 하반기부터 동물검역사 채용·배치가 진행될 전망이다.
하지만 일선 동물검역관들 사이에서 동물검역사 신설로 인한 업무 여건 개선의 기대감을 확인하긴 어려웠다.
이 같은 반응은 이미 예견된 측면도 있다. 2024년 연구용역이 진행됐던 당시에도 일선 동물검역관들은 ‘수의사 공무원에 대한 처우 개선이 우선되어야 한다’는데 입을 모았다. 동물검역관이 부족해 벌어지는 문제는 결국 동물검역관이 채워져야 해결된다는 것이다.
한 일선 동물검역관 A씨는 “(검역 업무 중에서) 입국장 동물검역, 수출동물검역 등의 부담이 큰 편”이라며 “지금도 수의직 결원을 복수직으로 채우다 보니 남은 수의직의 업무 부담이 심해지고 있는데, 복수직을 동물검역사로 대체한다면 큰 효과는 없을 것”이라고 꼬집었다.
수의직이 부족하다 보니 수의직과 비(非)수의직 공무원이 모두 올 수 있는 ‘복수직’ 자리를 만들었는데, 사람이 아예 없는 것보다는 낫겠지만 복수직이든 신설될 동물검역사든 동물검역관 자체가 부족해서 벌어지는 업무 부담을 더는 데는 한계가 있다는 얘기다.
추후 기존 복수직 자리가 동물검역사로 대체된다면 오히려 후퇴하는 것이란 점도 덧붙였다. 수의사 검역관 부족을 기정사실로 만드는 셈이기 때문이다.
또다른 동물검역관 B씨도 “지금도 수의직 검역관 정원이 모두 차기만 하면 할만 할 것이라고 다들 이야기하지만, 실제로 정원이 차는 일은 없다”고 말했다. 동물검역관 인력 부족이 더 심한 지방공항에서도 검역사보다는 검역관이 더 필요하다는 것이다.

수의7급(수의주사보)도 33명 모집에 67명이 지원했다.
특히 CIQ 업무가 포함된 인천공항 휴대품검역부서의 경쟁률이 높다.
CIQ에서의 휴대품 검사 업무 등을 검역관 업무에서 제외한다는 방향에 대해서도 달갑지 않은 반응이 나왔다. 단순업무이긴 하지만 3교대·추가 수당 등 업무 내용 외적으로는 사실상 더 선호되기 때문이다. 올해 검역본부 경력경쟁채용에서도 CIQ 업무가 포함된 인천공항지역본부 휴대품검역 부서의 경쟁률은 4.6대1에 달했다.
단순업무를 하든 수의사가 해야 할 전문업무를 하든 승진이나 급여 측면에서 차이가 없거나 오히려 안 좋다 보니, ‘효율화’를 명분으로 한 업무 조정이 반갑지만은 않은 셈이다. 6급으로 20년을 보내야 할 정도로 승진 적체가 심각한 가운데 이미 김천 본원이나 지역본부 근무로 이어질 수 있는 승진이나 인사발령을 적극적으로 기피하고 있는 실정이다(본지 2026년 2월 11일자 ‘6급으로 20년’ 극심한 승진 적체에 국가직 수의사 공무원 부글부글..“망조가 들었다” 참고)
동물검역관 B씨는 “처우를 개선해서 수의사가 더 오게 하기보다는 다 같이 힘들어지는 방향으로 가는 것 같다”며 안타까움을 전했다.
동물검역관 A씨는 “복수직 자리를 수의직 검역관으로 채우려는 노력이 없다. 올해처럼 지원자가 많으면 해볼 법도 한데, (수의직 충원 없이) 검역사로 대신한다면 처우 개선의 의지가 없는 것”이라고 비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