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준·절차도 없고 부작용 예방도 미흡’ 진료부 강제 공개 수의사법 개정안 허점 속출

농식품법안소위 졸속 심의..약사예외조항 선결 외면한 이중 잣대에 ‘분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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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한수의사회가 동물병원 진료부 공개 의무화 수의사법 개정안에 강경 대응하기로 한 가운데 국회 상임위 법안소위를 졸속으로 통과한 개정안에 대한 문제 제기가 이어지고 있다.

지난 25일(화) 국회 농림축산식품해양수산위원회 농림축산식품법안심사소위(위원장 윤준병)를 통과한 수의사법 개정안은 동물병원의 진료 기록 공개를 의무화한다.

동물 소유자가 동물병원에 진료받은 동물에 관한 기록의 열람·사본 발급 등 내용 확인을 요청하면, 정당한 사유 없이는 거부할 수 없도록 규정했다. 위반하면 과태료가 부과되는 강제 규정이다.

여기에는 추가 기재·수정된 경우 해당 기록과 수정 전 원본까지 모두 포함된다. 기존에도 수의사법상 기록·보관하도록 했던 ‘진료부’를 단순히 의무적으로 공개하도록 하는 것을 넘어, 사실상 동물병원이 진료와 관련해서 남긴 모든 기록으로 공개 대상을 확대한 셈이다.

대한수의사회는 지난 29일 부산에서 지부장협의회·임원 연석회의를 열고 강경 투쟁 노선을 확립했다. 이와 함께 다각도의 법률 자문을 통해 개정안의 문제점을 지적했다.

개정안은 분쟁 해결·권리구제를 위해서만 진료 기록을 요구할 수 있도록 목적을 제한했다. 발급 목적 외의 용도로 사용하거나 제3자 등에게 공개하는 것도 금지했다.

자가진료나 약물 오남용이 증가할 우려가 있다는 점을 검토 과정에서 고려한 결과물이었지만, 실질적으로는 별 효과를 기대할 수 없다는 지적이 나온다.

진료 기록을 요구할 수 있는 분쟁이 무엇인지, 동물병원이 이를 어떤 절차로 확인해야 하는지, 분쟁과 관련하여 어느 정도까지 진료 기록을 공개해야 하는지, 어느 것 하나 구체적이지 않기 때문이다.

한국소비자원의 피해 구제나 소비자 분쟁조정 절차, 법원의 민사소송·조정 등의 절차에 들어가야만 진료 기록 공개를 요구할 수 있는 ‘분쟁’이라고 볼 수 있는지도 불분명하다. 바꿔 말하면 고소장이나 분쟁조정 신청서 등 ‘분쟁 해결을 목적으로 한 진료 기록 공개 요청임을 증명할 수 있는 자료’를 요구할 수 있는 근거도 미흡하다.

그저 동물 소유자가 ‘분쟁 해결 또는 권리구제를 목적으로 한다’는 취지만 밝히면, 사실상 프리패스 수준으로 진료 기록을 내어주어야 할 공산이 크다.

정말 분쟁을 벌이려는 건지, 심장병 등 만성 질환에 대한 진료비 부담으로 자가진료를 시도하려는 건지, 동물병원으로선 가늠하기 어렵다.

이번 법률 자문은 이 같은 문제를 지적하면서 금융소비자 보호에 관한 법률(금융소비자보호법)을 예로 들었다.

금융소비자가 분쟁조정, 소송 수행 등 권리구제를 위해 금융상품 판매업자에게 기록 열람을 요구할 수 있게 하면서도, 하위법령을 통해 구체적인 열람의 범위 및 방법을 규정하고 있다는 것이다.

이에 기반한 ‘금융소비자 보호에 관한 감독규정’은 분쟁조정 신청 내역이나 소송 제기 내역을 제출하고, 해당 조정·소송과 열람할 자료와의 관계를 명시하도록 하고 있다.

의약품 오남용이나 진료기록을 외부에 공개할 여지를 ‘정당한 사유’라 주장하며 진료 기록 발급을 거부하는 것도 쉽지 않다.

이번 법률 자문은 의료법 판례에 기반해 이같이 조언했다. 진료비를 미납했거나, 해당 환자가 진료 기록을 인터넷에 공개하거나 악용할 우려가 있다는 사정만으로는 법원이 이를 진료 기록 발급을 거부할 수 있는 ‘정당한 사유’로 보지 않았다는 것이다.

진료 기록을 신청할 수 있는 동물 소유주가 맞는지 여부를 동물병원이 확인하기 어렵다는 점도 여전히 회색지대에 있다.

동물등록이 의무화된 ‘개’와 자발적으로 등록한 ‘고양이’ 보호자를 제외하면 동물의 소유자가 공식적으로 규명될 수 없다. 개와 고양이 보호자 모두가 등록한 것도 아니고, 동물병원이 개인정보보호법에 저촉되지 않는 선에서 신분증을 요청할 수 있는지부터가 불명확하다.

이번 법률 자문은 이 같은 소유자 규명 문제를 지목하면서도, 개정안이 구체적인 기준을 두고 있지 않은 만큼 동물병원이 어떠한 경우에 ‘신청인 자격 확인 불가’를 이유로 기록 제공을 거부할 수 있는지 알 수 없다고 선을 그었다.

그러면서 금융소비자보호법의 사례를 다시 지목했다. 금융소비자보호법은 기록 제공을 거부할 수 있는 요건을 명확히 규정하고 있다. 그중에는 ‘영업비밀’을 현저히 침해하는 경우도 포함되어 있다.

법안소위를 통과한 수의사법 개정안은 분쟁 해결을 위한 진료 기록 공개 의무화를 선언적으로 규정했을 뿐이다.

진료 기록 발급 목적에 대한 증빙이나 동물 소유자 확인 등 지적된 문제를 구체적으로 규정할 하위법령 위임조항조차 마련하지 않은 것으로 전해졌다. 수의사회가 법안 검토가 미흡했음을 지적하는 것도 이 때문이다.

하지만 위임조항을 만들어 하위법령을 구성한다 한들 자가진료 조장, 의약품 오남용 우려는 사라지지 않는다. 약사법의 약사예외조항은 여전히 살아 있고, 수의사 처방제를 위반한 불법적인 동물용 의약품 유통 행위는 13년째 방치되고 있다.

25일 법안소위에서 통과된 수의사법은 동물진료부 공개 의무화 법안 2건을 포함해 총 10건이다. 여기에는 동물 의료진에 대한 폭언·폭행 금지, 동물 의료광고 사전 심의제 도입 등 수의계가 통과를 원하는 법안도 일부 포함됐다. 하지만 수의사 국가시험과 수의학 교육 인증을 연계하는 법안은 포함되지 못했다.

이를 두고 수의사회 관계자는 “(대학 교육 관련 내용을 규정하는) 고등교육법을 먼저 개정해야 한다는 점이 지적됐다고 들었다”며 분통을 터뜨렸다.

동물병원 진료 기록 공개 의무화에 앞서 그로 인한 자가진료·의약품 오남용 우려를 원천 차단하려면 약사예외조항(약사법 제85조 제7항)을 삭제하는 약사법 개정이 선행되어야 한다는 것이 지난 9년간 법 개정에 반대해 온 수의사회의 줄기찬 요구였는데, 법안소위가 전형적인 이중 잣대를 들이댔다는 것이다.

대한수의사회는 9월 2일(수)로 예고한 집회에 앞서 발표한 입장문에서 이 같은 문제를 지적했다. 대한수의사회는 “소위를 통과한 수의사법 대안을 신중히 재논의하라”며 “자가진료의 전면 금지와 약사법상 약사예외조항의 정비를 선행 과제로 함께 처리하라”고 촉구했다.

데일리벳 관리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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