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의사법 개정 성패, 지역 수의사의 풀뿌리 활동에 달렸다

지역구 국회의원 밀착 대응, 지자체 접점 확대..중앙회-지부수의사회 공조한 ‘대관’ 강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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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의사회의 핵심 업무 중 하나는 대관이다. 수의계 전반에 영향을 미치는 변화는 국회와 정부에서 일어나기 때문이다. 공익과 수의사 모두에 도움이 되는 법과 정책은 만들고, 이에 반하는 법 개정은 막아야 한다.

그러자면 대한수의사회 중앙회뿐만 아니라 지부·분회 수의사회와 일선 회원에 이르기까지 협력이 필요하다.

4월 18일(토)과 19일(일) 양일간 오송에서 열린 제28대 대한수의사회 첫 임원 워크숍의 첫 주제도 대관 역량에 초점을 맞췄다.

대한수의사회 우연철 회장

대수 중앙회 사무처에서 대관을 담당하고 있는 김동완 수의정책국장은 “성공적인 입법 활동을 위해서는 관련 국회 상임위, 그중에서도 간사실과의 유대가 특히 중요하다”며 해당 국회의원의 지역구와 연계한 지부·분회 수의사회의 적극적인 활동을 당부했다.

국회에서는 수의사법·가축전염병예방법·동물보호법을 소관하는 농림축산식품해양수산위원회, 약사법·축산물위생관리법·마약류관리법을 다루는 보건복지위원회가 핵심이다.

특히 수의사법은 수의사회가 찬성하는 개정안과 반대하는 개정안이 혼재되어 있다.

▲동물의료광고 사전심의제, 동물병원 진료 방해·폭행·협박 금지, 동물병원 내 진료 원칙 명확화(이상 서삼석 의원안) ▲수의학 교육 인증과 국가시험 응시자격 연계(이원택·김선교 의원안) ▲동물의 안락사는 수의사만 수행(송옥주 의원안) 등은 수의사회도 통과를 바라고 있다.

반면 ▲동물병원 진료부 공개 의무화(정청래·조경태 의원안) ▲동물 진료비 표준화(이수진 의원안) 등은 반대하고 있다.

법 개정은 국회가 심의하지만, 개정 여부의 핵심 요소는 주무부처의 의견이다. 법이 만들어지면 실행을 담당해야 할 중앙정부가 난색을 표하면 국회도 법 개정을 망설이게 된다. 농식품부가 반대하는 수의사법 개정은 어렵다.

이는 ‘진료부 공개 의무화’처럼 정부가 원하는 법 개정을 저지하기 어려운 이유가 되기도 한다. 수의사회가 반대하면서 ‘쟁점 법안’이 되면 심의가 늦춰지긴 하지만, 최근 들어 국회의 법안 심의가 예년보다 활발해지고 있어 안심하기 어렵다.

이날 임원 워크숍에는 대관의 열쇠를 쥔 지부수의사회 회장단도 참여했다.

우연철 회장은 “(수의사회가 반대하는 법 개정을) 일정 정도 억제할 수 있는 방안은 지역의 활동”이라며 “결국 지역에서 표를 받아야 하는 정치인”이라고 지목했다.

수의사 관련 법안 대부분이 정치적으로 쟁점이 되거나 개별 의원에게 큰 손익이 되지 않는만큼, 보다 적극적인 대관 대응만으로도 성과를 기대할 수 있다는 것이다.

우 회장은 “국회의원이 수의사 관련 법안을 대표발의한다면, 해당 지역구의 수의사회가 의원실을 찾아 발의 취지를 청취하고 수의사의 입장도 명확히 전달해야 한다”면서 “이는 굉장히 중요한 일”이라고 강조했다. 그 과정에서 의원실과의 라포도 만들어질 수 있다.

이제껏 일부 지부장이나 수의사회 임원의 개인 인맥에 기댔다면, 보다 다양한 의원실과의 접점을 늘리는 활동이 전국적으로 자리 잡혀야 한다는 지적이다. 일선 회원의 자발적인 후원도 도움이 된다.

우 회장은 “바로 지난주에도 수의장교·공중방역수의사의 복무기간 단축(3→2년) 법 개정안을 대표발의한 황희 의원을 면담해 취지를 듣고 수의병과 처우 개선 등도 건의했다”며 지역 회원들의 관심을 당부했다.

김동완 국장은 “지역에서 붙어주셔야 중앙회도 의견을 어필할 수 있다”면서 특히 법안심사소위 위원들의 지역구에 해당하는 지부수의사회의 활동을 강조했다.

현재 수의사법을 심의하는 농림축산식품법안심사소위 위원들의 지역구는 ▲경기도 화성시(갑)·여주시·양평군 ▲충북 증평군·진천군·음성군 ▲경북 영천시·청도군·고령군·성주군·칠곡군 ▲전북 정읍시·고창군 ▲전남 고흥군·보성군·장흥군·강진군·영암군·무안군·신안군이다.

올해 하반기로 예정된 제22대 국회 후반기 원 구성 이후 변동될 가능성이 있다.

필요한 정책·예산을 만드는 일도 대관 역량에 달려 있다.

소규모 소 사육농가 구제역 백신 접종 지원, 농장동물임상교육 지원, 가축질병치료보험 시범사업 등 기존의 성과도 있지만 단순히 ‘공익적으로 필요하다’는 것만으로는 부족하다.

브루셀라·결핵 관련 채혈비, 광견병 관납백신 접종비 등 기존 정책의 시술비를 인상하는 일도 마찬가지다.

가령 특정 방역사업의 시술비를 증액하고자 한다면 다각도의 접근이 필요하다. 중앙 정부의 공감대를 만들어 관련 지침 개정과 예산 추가 확보를 이끌어내야 한다. 주무부처인 농식품부뿐만 아니라 예산권을 쥔 기획예산처까지 뚫어야 한다.

여의치 않다면 예산 국회로 접근하거나, 지자체의 별도 조례·예산을 추진해볼 수도 있다.

우연철 회장은 현안 대응의 가르마를 강조했다. 법 개정이 필요한 문제인지, 법은 있지만 실행이 안되는 문제인지, 예산으로 먼저 접근해야 하는지 등을 잘 분류해 전략적으로 실행에 옮겨야 한다는 것이다.

발언하는 대한수의사회 남기준 농장동물정책위원장

남기준 농장동물정책위원장은 지역 단위의 대관 필요성도 강조했다. 남 위원장은 “지부장·분회장이 관할 지자체와 유대를 만들고, 민원 접촉을 자주 하는 것만으로도 큰 도움이 된다”고 말했다.

각종 사업이나 예산이 국회나 중앙정부 차원의 탑다운(top-down) 방식뿐만 아니라 일선 실무 부서의 필요에 기반해 바텀업(bottom-up) 방식으로 만들어지는 경우도 있는만큼 지자체와의 공감대를 만들어야 한다는 것이다.

이는 지역별로 공수의 수당이나 가축방역사업 관련 두당 채혈비의 규모가 다르다는 점에서도 드러난다.

남 위원장은 “브루셀라·결핵 채혈비의 경우 예산이 부족해 소진되면 방역본부로 넘어가는 방식으로 처리되는데, 이에 대해 충분한 근거와 숫자를 확보하여 관청이나 자치의회에 요구할 수도 있다”면서 “최소 분기별로는 가축방역이나 동물병원 관련 사업 현황을 파악하고 대화 채널을 유지해야 한다”고 말했다.

지자체장이 대거 교체되는 지방선거도 중요한 분수령이다.

최근 광주광역시수의사회가 전남광주통합특별시장 선거에 나선 민형배 후보를 지지하며 수의공중보건·동물보호를 위한 조직 강화 및 공직수의사 처우 개선, 동물의료산업 육성 정책 등을 제안하기도 했다. 경기도수의사회도 경선 단계부터 발빠른 접촉에 나섰다.

이날 임원 워크샵에서도 광주광역시수의사회의 활동을 우수 사례로 지목하면서, 전국적인 대응이 필요하다고 입을 모았다.

데일리벳 관리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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