막연했던 꿈의 길, 그 위의 첫 걸음 [1부]

2026 실습후기 공모전 [대상] 전남대 우도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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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6 실습후기 공모전 [대상] 전남대 우도휘

작년 여름, 저는 손가락 하나를 잃었습니다. 말과 관련된 실습을 하던 중 말의 발굽에 손가락을 밟히는 사고를 당했고, 손상 정도가 너무 심해 결국 손끝을 절단하는 수술을 받게 되었습니다.

사고가 난 후에도 주변에서는 종종 “아직도 말이 좋아?”, “이래도 계속 말 수의사를 할 거야?”라고 묻곤 했습니다.

그럴 때마다 저의 대답은 늘 같았습니다. “응, 꼭 말 수의사가 될 거야.”

사실 저 또한 처음부터 말 수의사를 희망하며 수의대에 입학했던 것은 아니었습니다. 어릴 적부터 수의사가 되고 싶다는 마음을 쉽게 포기하지 못한 채 오랜 시간 입시를 준비했고, 그 끝에 학교에 들어오게 되었습니다.

주변 친구들보다는 다소 늦은 나이에 입학했지만, 학교에 들어오기 전까지 다양한 직군에서 일해본 경험을 바탕으로 내가 앞으로 어떤 환경에서 일하고 싶은지, 어떤 삶을 살고 싶은지 스스로 생각해볼 수 있는 시간을 가질 수 있었습니다. 그래서 수의학과에 진학한 이후에는 비교적 빠르게 제 진로를 말 수의사로 정할 수 있었고, 그 이후로는 하나의 목표를 향해 망설임 없이 나아갈 수 있었습니다.

제가 호주를 실습 장소로 선택하게 된 데에는 분명한 이유가 있습니다. 저는 2016년부터 2018년까지 약 2년 동안 호주에서 워킹홀리데이로 지낸 적이 있습니다. 당시에는 시골 지역의 공장에서 일을 했는데, 출퇴근 길마다 도로 양옆으로 펼쳐진 광활한 들판 위에서 여유롭게 풀을 뜯고 있던 소들과 말들을 보며 언젠가는 꼭 이곳에 수의학과 학생으로 다시 돌아오겠다고 다짐하곤 했습니다. 그때는 막연한 바람처럼 느껴졌지만, 시간이 지나도 그 생각은 제 마음속에 오래 남아 있었습니다.

수의대에 입학한 이후에는 언젠가 호주의 말 병원에서 실습하고 싶다는 목표를 계속 가지고 준비해왔습니다. 병원마다 약간의 차이는 있었지만, 대부분의 해외 병원들이 본과 3학년 이상의 학생들만을 주로 실습생으로 받는다는 사실을 알게 되었죠. 그래서 3학년이 되기 전까지는 국내에서 최대한 말과 관련된 경험을 쌓기 위해 노력했습니다. 과천 경마장 장제소 실습, 제주대 말 임상실습교육, 부산 경마장 마리동물병원 등 여러 현장실습에 참여하며 꾸준히 준비해왔습니다.

그 과정에서 제가 느낀 국내 말 수의학의 가장 큰 특징은, 대부분의 임상 케이스가 경주마에 집중되어 있다는 점이었습니다. 경주마의 특성상, 경기 성적이 좋은 말들 일부만 관절경 수술과 같은 적극적인 처치를 받을 수 있고, 그 외의 많은 말들은 대증치료 위주인 경우가 많다는 점도 느끼게 되었습니다. 물론 그 자체로도 중요한 임상이지만, 저는 그보다 더 넓고 다양한 말 임상 케이스를 직접 보고 싶다는 생각이 점점 커졌습니다. 이러한 이유로 자연스럽게 해외 실습에 관심을 갖게 되었습니다.

또한 저는 앞으로 대학원 진학에 대해서도 꾸준히 고민해오고 있었기 때문에, 단순히 실습을 넘어 호주 현지의 선생님들로부터 현재의 말 임상 환경에 대한 이야기를 직접 듣고 싶었습니다. 실제로 인턴 과정을 제공하는 병원은 어떤 곳인지, 스폰서 비자와 관련된 현실적인 정보는 어떤지, 그리고 제가 앞으로 어떤 과정을 준비해야 하는지에 대해 더 구체적으로 듣고 싶었습니다. 그래서 이번 실습은 단순한 현장 경험을 넘어, 제 진로를 보다 현실적으로 그려보기 위한 중요한 기회이기도 했습니다.

그리고 너무나 감사하게도, 방학 기간 동안 일본에서 손꼽히는 2차 말병원인 Shadai Horse Clinic에서는 매우 다양한 외과적 수술을 가까이에서 지켜볼 수 있었습니다.

이어 호주에서는 말의 번식과 산과 진료를 전문으로 하는 WestVETS, 응급과 방문진료를 전문으로 하는 All Horse Vet, 경주마 진료를 중심으로 하는 Advance Equine Vets, 소동물과 말 진료를 함께 보는 mixed practice인 Manly Road 24h Veterinary hospital, 그리고 마지막으로 ARH Canberra의 소동물 재활팀까지, 매우 다양한 분야에서 실습 할 수 있는 기회를 얻었습니다.

이처럼 이번 실습은 단순히 여러 병원을 방문해보는 경험이 아니라, 제가 오랫동안 막연하게만 그려왔던 “해외에서의 수의사”, 그리고 “호주에서의 말 수의사”라는 목표를 조금 더 구체적인 현실로 바꾸어준 과정이었다고 생각합니다.

*   *   *   *

일본 Shadai Horse Clinic

일본의 샤다이 병원의 경우 병원 홈페이지의 실습 지원양식(바로가기)을 작성하여 보내면 병원의 스텝(이시다 요시코 선생님)께서 메일로 추가적인 필요사항을 알려주십니다.

샤다이 병원은 일본 내에서도 실습을 오려는 학생이 많은 편이기 때문에 적어도 6개월 전에 연락하여 미리 날짜를 확정받는것이 좋습니다(최대 2주). 실습 가능한 날짜가 정해지면 메일로 CV(짧은 자기소개와 경력)를 첨부하여 일본 공항 도착시간을 알려드리면 됩니다.

샤다이 병원은 학생들에게 실습기간동안 공항픽업, 숙박과 식사(편의점 도시락)를 모두 제공하기 때문에 비행기 티켓만 끊으면 큰 부담없이 실습을 다녀올수 있는 장점이 있습니다. 병원 건물 2층에 실습생을 위한 방 3개와 샤워실, 휴게실이 있어서 최대 동성의 친구 3명과 함께 지원 하실수 있습니다.

호주 실습 지원서류

ARH 병원을 제외한 나머지 4곳은 모두 구글맵에서 검색한 병원의 홈페이지를 통해 이메일 주소를 찾아 지원서를 제출하였습니다. 제출해야 하는 서류들이 정해져 있는 것이 아니라서 저는 최대한 많은 서류를 보냈습니다.

-CV(이력서)

-Cover Letter(자기소개서)

-학교 재학증명서(영문)

-성적증명서(영문)

-(본인이 갖고있는)상해 보험 가입증서(영문)

-여행자 보험 가입증서(영문)

-추천서(영문) 3개

-**Professional Liability Waver 보험** 가입증서

WestVETS 실습지원 메일 : info@westvets.com.au 또는 callyp@westvets.com.au

All Horse Veterinary services 지원 메일 : allhorsesvet@bigpond.com

Advance Equine Vets 지원 메일 : admin@aevets.com.au

Manly Road 24h Veterinary Hospital 지원 메일 : ceed@manlyroadvet.com.au

ARH Canberra 지원 메일 : 재활 팀에서 근무중이신 김아영 선생님께 DM (인스타ahyoung523)

지원서를 보내실때는 모두 6개월 이전부터 미리 보내시는것을 추천드리고, 대부분의 병원들이 한번의 이메일로는 답장을 주지 않습니다. (이 분들께는 죄송했지만) 저는 답장이 올때까지 1~2주 간격으로 메일 제목 앞에 “Follow-up”이라고 덧붙여 5~10번씩은 이메일을 더 보냈습니다.

그리고 한가지 공통적으로 모든 병원에서 요구했던 사항중 하나는 Professional Liability Waver 보험 가입 여부였습니다. 말 병원에서는 특히 갑작스런 사고가 발생하기 쉽고 한번 사고가 발생하면 큰 부상으로 이어지기 쉽기 때문에 의료 과실에 대한 면책보험, 실습 중 상해에 대한 보험 가입 여부가 매우 중요합니다. 호주 학생들은 이 보험이 학교를 통해 자동적으로 가입되어 있지만 저처럼 해외 학생의 외국인 단기 면책보험을 찾기가 매우 매우 힘들었습니다(호주 내의 거의 모든 보험회사에 연락을 했던것같은데 겨우 한곳 찾아냈습니다-바로가기).

지원메일 보내실때 이 보험 가입 여부를 한번 더 언급해 주면 조금 더 실습을 잘 받아준다는 느낌을 받았습니다.

(이 보험은 실습을 시작하는 날의 30일 이전에는 미리 가입이 불가능하고 실습 직전에 가입할 수 있기 때문에 지원메일을 보내실 때는 ‘실습이 확정되면 추가로 서류를 보내주겠다’라는 식으로 말씀하시면 됩니다)

워킹홀리데이 시절에 호주에서 살았던 적이 있기 때문에 큰 어려움은 없었지만 이번 호주 실습의 경우에는 학교와 연계되거나 아는분을 통해서 간 것이 아니라서 모든 것을 저 혼자 해결해야 했습니다.

브리즈번의 경우 한인 커뮤니티(바로가기)가 비교적 활발하게 잘 이루어져있는 편입니다. 최근 집값이 많이 올라 주당 렌트비가 오르긴 했지만 시티 기준으로 주 250AUD(약 26만 원) 정도에 숙소를 구하실수 있습니다.

말 병원들이 대부분 도시 외곽에 위치하고 있고 주변에 대중교통이 없는 경우가 대부분이기 때문에 자동차는 선택이 아닌 필수입니다. 

호주는 운전석과 차도가 한국과는 반대로 되어 있기 때문에 만약 호주에서 운전을 하셔야 한다면 국내에서 운전경력이 있는분들이 가면 좋을것 같습니다. 렌트카 또한 한인커뮤니티를 통해 하루 약 30AUD(약 3만 원)정도의 가격으로 렌트를 하실수 있습니다(출국 전 국제 운전면허증을 발급 받고 가는것이 좋습니다).

먼저 첫번째로 방문했던 Shadai Horse clinic은 저에게 단순한 병원 참관 이상의 의미가 있었습니다.

평소에도 말 임상, 특히 정형외과와 파행 진단에 관심이 많았기 때문에 여러 자료와 수술 영상들을 꾸준히 찾아보곤 했지만, 실제 병원 안에서 하루의 흐름을 따라가며 진료를 보는 경험은 역시 전혀 달랐습니다. 짧은 기간이었지만, 그 안에서 본 장면들은 생각보다 더 또렷하게 남아 있습니다.

샤다이 병원에서의 하루는 아침 브리핑과 입원마 관리로 시작되었습니다. 수의사 선생님들이 모두 모여 하루 일정을 간단히 공유한 뒤, ICU에 입원해 있는 말들의 밴디지 드레싱과 교환을 함께 보며 하루가 본격적으로 시작되곤 했습니다.

큰 수술이나 정밀한 영상 진단만큼이나, 입원마를 매일 세심하게 관찰하고 관리하는 과정 역시 병원의 중요한 일과라는 점을 자연스럽게 알 수 있었습니다.

둘째 날에는 이런 입원 관리의 중요성을 조금 더 실감할 수 있었습니다. 산통 수술을 받고 입원해 있던 말이 이후 설사 증상을 보여 격리병동에서 관리되고 있었습니다.

단순한 수술 후 반응인지 감염성 원인이 있는 것인지 쉽게 단정할 수 없기 때문에 격리 상태에서 계속 지켜보는 모습이 인상적이었습니다.

ICU 입원마에 대한 드레싱(왼쪽), 격리병동(오른쪽)

실습을 하면서 특히 놀랐던 것 중 하나는 관절경 수술의 빈도였습니다. 관절경 수술 자체가 처음이었던 것은 아니지만, 샤다이에서는 하루에 적게는 2건, 많게는 3~4건 정도까지 있을 만큼 관절경 케이스가 매우 흔했습니다. 그만큼 관절경이 이 병원에서는 특별한 수술이라기보다는 아주 일상적인 진료 흐름 속에 들어와 있었습니다.

첫날 보았던 관절경 수술도 그 흐름의 한 부분이었고, 이후에도 종자뼈(sesamoid bone) 관절면을 다듬는 수술이나 앞발목뼈사이관절(intercarpal joint)에 대한 관절경 수술처럼 다양한 케이스가 이어졌습니다.

실습 첫날 참관한 관절경 수술

또 다른 날에는 관절경 수술을 참관하던 중 무릎관절 해부학 자료를 따로 받아볼 수 있었습니다. 단순히 수술장면만 보는 데서 끝나는 것이 아니라, 지금 보고 있는 병변을 해부학적으로 함께 이해할 수 있도록 설명해주신 점이 특히 좋았습니다.

실습을 하면서 “아는 만큼 보인다”는 말을 조금 실감했던 순간이기도 했습니다.

영상 진단 쪽에서는 말의 standing CT가 특히 인상 깊었습니다. 저는 이전까지 CT라고 하면 대부분 전신마취와 함께 이루어지는 검사라는 이미지가 더 강했는데, 샤다이에서는 진정한 상태에서 standing CT를 이용해 병변을 평가하는 과정도 볼 수 있었습니다.

실제로 하악 부종이 있는 말의 두부를 standing CT로 촬영하는 장면을 보며, 말에서도 마취 부담을 줄이면서 정밀한 영상을 얻을 수 있다는 점이 매우 흥미롭게 다가왔습니다. 말이 생각보다 안정적으로 촬영에 협조하는 모습도 인상적이었고, 이런 장비와 시스템이 실제 임상에서 매우 유용하게 활용되고 있다는 점도 새롭게 느껴졌습니다.

해부학 자료(왼쪽) standing CT 촬영(오른쪽)

또 정형외과 수술 중에서는 제1지골 골절 수술이 특히 기억에 남습니다. 골절 부위를 먼저 평가한 뒤, 수술 중에는 방사선 장비를 이용해 나사의 위치를 계속 확인하며 고정하는 방식이 인상적이었습니다.

평소에는 골절이라는 결과만 생각하기 쉬웠는데, 실제로는 그 고정 하나하나가 매우 세밀한 판단 위에서 이루어진다는 점을 가까이에서 볼 수 있었습니다.

이전에 수술을 받았던 어린 말의 플레이트를 제거하는 수술도 기억에 남습니다. 처음에는 수술이라고 하면 ‘고정하는 과정’만 먼저 떠올렸는데, 실제로는 회복 경과를 지켜본 뒤 필요한 시점에 임플란트를 제거하는 단계까지 포함해서 하나의 치료 과정이라는 점을 실감하게 되었습니다.

골절수술
플레이트 제거 수술

실습 중 강하게 기억에 남은 장면 중 하나는 산통 환자의 응급수술이었습니다. 산통 수술은 저도 이번에 처음 보게 되었는데, 생각했던 것보다 훨씬 더 큰 규모의 수술이었습니다.

장 안의 가스와 내용물을 빼내는 과정도 수의사 두 분이 동시에 움직이며 진행했습니다. 수술실 전체가 매우 긴장감 있게 돌아갔습니다. 그중에서도 가스가 가득 찬 장을 양손으로 껴안듯 조심스럽게 밖으로 꺼내는 장면이 특히 인상적이었습니다.

책으로만 볼 때는 막연히 “장 수술”이라고 생각했는데, 실제로는 말의 거대한 장관을 직접 다루며 가스와 장 내용물을 빼내는 과정이 훨씬 더 역동적이고 압도적으로 다가왔습니다. 왜 산통이 말 임상에서 그렇게 중요하게 다뤄지는지 그 수술 한 장면만으로 조금은 이해할 수 있었습니다.

산통환자 응급 수술

하악 부위 감염으로 인해 골조각을 적출하는 수술도 볼 수 있었습니다. 하악골 부위가 많이 손상된 상태였습니다. 단순한 국소 문제라기보다는 병변이 꽤 진행된 상태라는 점이 한눈에 들어왔습니다.

평소에는 사지의 파행이나 골절 쪽에 더 관심을 두고 있었지만, 이런 케이스를 보면서 말 임상은 생각보다 훨씬 넓고 다양하다는 사실을 다시 느끼게 되었습니다.

말 하악 감염 수술

샤다이에서는 ICU 입원마 관리로 시작해 관절경 수술, standing CT, 골절 수술, 어린 말의 교정 수술, 응급 산통 수술, 그리고 하악 감염 케이스까지 정말 다양한 외과적 증례들을 가까이에서 볼 수 있었습니다.

일주일이라는 시간이 믿기지 않을 정도로 많은 케이스를 접할 수 있었고, 그만큼 짧지만 매우 밀도 높고 소중한 실습이었습니다.

호주에서의 실습 후기를 담은 2부로 이어집니다 <편집자주>

데일리벳 관리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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