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물병원도 예외 없는 채용 리스크, 채용절차법 밖에서도 걸린다

최수환 노무사의 인사노무칼럼 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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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물병원은 직원의 이직률이 높은 업종 중 하나다. 인사 담당자가 별도로 없는 소규모 병원에서는 원장이 직접 공고를 작성하고 면접까지 진행하는 경우가 대부분인데, 이 과정에서 법적 리스크를 인식하지 못하는 경우가 많다.

채용절차의 공정화에 관한 법률(이하 ‘채용절차법’)은 거짓 채용 광고 금지, 직무 외 개인정보 수집 금지, 채용서류 반환·파기 의무 등을 규정하고 있지만 적용 대상이 상시 근로자 30인 이상 사업장이어서 대부분의 동물병원은 해당되지 않는다.

문제는 이 법의 존재 자체를 모르는 원장도 많고, 적용 대상이 아니라는 이유로 채용 과정에 아무런 법적 제한이 없다고 오해하는 원장도 적지 않다는 점이다.

채용절차법이 적용되지 않더라도 개인정보보호법, 남녀고용평등과 일·가정 양립 지원에 관한 법률(이하 ‘남녀고용평등법’), 근로기준법은 사업장 규모와 무관하게 모든 사업장에 적용되며, 위반 시 과태료는 물론 형사 처벌까지 받을 수 있다.

이번 칼럼에서는 채용절차법의 주요 내용을 소개하면서 동물병원이 채용 과정에서 실제로 주의해야 할 다른 법률상의 금지 행위와 의무 사항을 실무적 관점에서 정리한다.

*   *   *   *

채용절차법은 사용자에게 네 가지 핵심 의무를 부과하고 있다.

첫째, 채용을 가장한 거짓 광고 금지(위반 시 5년 이하 징역 또는 2천만 원 이하 벌금)

둘째, 용모·키·체중·출신지역·혼인 여부·재산·직계존비속의 학력이나 직업 등 직무와 무관한 개인정보 수집 금지(위반 시 500만 원 이하 과태료)

셋째, 불합격자 채용서류의 반환 및 파기 의무

넷째, 채용 일정과 서류 반환 절차의 사전 고지 의무

현재 30인 이상 사업장에만 적용되지만 국민권익위원회는 2023년 고용노동부에 5인 이상 사업장으로 적용 범위를 확대할 것을 권고했고, 고용노동부 역시 2026년 업무계획에서 불공정 채용에 대한 분야별 집중 점검을 예고하고 있다. 법 개정이 이루어지면 동물병원도 직접 적용 대상이 될 가능성이 높다.

실제로 지난 3월 19일 경사노위 노동 정책 토론회에서도 채용 공고에 임금을 기재하지 않는 관행이 지적되었고, 정부 차원에서 임금 공개 의무화 방안이 논의된 바 있다.

   

동물병원 면접에서 가장 빈번하게 발생하는 법 위반 행위는 혼인 여부와 임신·출산 계획에 대한 질문이다. 소규모 병원일수록 장기 근속할 직원을 선호하는 경향이 강하고 여성 지원자 비율이 높은 동물보건사 직군의 특성상 “결혼 계획이 있느냐”, “남자친구가 있느냐”, “아이를 가질 생각이 있느냐”는 질문이 관행적으로 이루어지는 경우가 많다.

남녀고용평등법 제7조는 사업주가 근로자의 모집과 채용에 있어서 남녀를 차별하여서는 안 된다고 규정하고 있다. 같은 법 제37조 제4항 제1호는 이 규정을 위반한 행위에 대해 500만 원 이하의 벌금을 부과할 수 있다고 명시하고 있다. 이 법은 사업장 규모에 관계없이 적용되므로 직원이 5명인 동물병원이든 50명인 동물병원이든 동일하게 적용 대상이 된다.

다만 현실적으로는 구두 면접 질문만으로 과태료가 부과되거나 형사 처벌까지 이어진 사례는 많지 않다. 질문의 증거 확보가 어렵고, 질문과 불합격 사이의 인과관계 입증도 쉽지 않기 때문이다.

그러나 구직자가 고용노동부에 진정을 제기하면 해당 건에 대한 조사가 진행되며, 조사 과정에서 고용노동부가 병원의 존재를 인지하게 된다는 점 자체가 소규모 사업장에는 부담이 될 수 있다.

   

동물병원에서 채용 공고를 내면서 자체 이력서 양식에 사진 부착란, 키·체중 기재란, 가족 사항 기재란을 포함하는 경우가 적지 않다. 채용절차법 제4조의3은 30인 이상 사업장에서 직무와 무관한 신체적 조건이나 가족 정보의 수집을 금지하고 있지만, 30인 미만 사업장이라 하더라도 개인정보보호법의 적용을 피할 수 없다.

개인정보보호법 제15조는 개인정보를 수집할 때 그 목적에 필요한 최소한의 정보만을 수집해야 한다고 규정하고 있다. 제16조 제1항은 정보주체의 동의를 받는 경우에도 최소한의 개인정보 수집이라는 입증 책임을 개인정보 처리자에게 부과하고 있다.

동물병원의 수의사나 동물보건사를 채용하면서 키, 체중, 부모의 직업, 재산 상태 등의 정보가 직무 수행에 필수적이라고 입증하기는 사실상 불가능하다. 위반 시 개인정보보호법에 따른 시정조치가 이루어질 수 있으며 정보 주체가 민사상 손해배상을 청구할 수도 있다.

한편 이력서에 사진을 요구하는 것은 다수 사업장에서 아직까지 일반적인 관행이고, 30인 미만 사업장에서 사진 요구만으로 직접 제재를 받은 사례는 드물다. 다만 채용절차법의 적용 범위가 5인 이상으로 확대될 경우 사진 요구도 금지 대상에 포함되므로, 지금부터 직무와 무관한 사진 요구를 줄여 나가는 것이 바람직하다.

이력서 양식을 자체 제작하는 경우에는 성명, 연락처, 학력, 경력, 자격증 등 직무와 직접 관련된 항목만 포함하고 신체 조건과 가족 사항은 기재란에서 삭제하는 것이 안전하다.

   

동물병원에서 흔히 볼 수 있는 풍경 중 하나는 원장실 서랍이나 파일함에 과거 지원자들의 이력서가 수개월에서 수년간 보관되어 있는 것이다. 추후 인력 공백이 생겼을 때를 대비하여 보관해 두는 경우가 있다.

그러나 채용이 종료된 후 불합격자의 개인정보를 별도의 동의 없이 계속 보관하는 행위는 개인정보보호법 제21조의 파기 의무 위반에 해당한다. 개인정보의 보유 목적이 달성되면 지체 없이 파기해야 하며 이를 위반할 경우 3천만 원 이하의 과태료가 부과될 수 있다.

특히 최근에는 이력서를 종이가 아닌 카카오톡이나 이메일로 주고받는 경우가 많은데 디지털 형태로 저장된 개인정보도 동일한 파기 의무가 적용된다. 채용이 확정된 후 불합격자의 이력서는 즉시 삭제하거나 종이 서류의 경우 파쇄 처리해야 한다.

향후 인재풀 활용을 위해 보관하고자 한다면 반드시 해당 구직자로부터 별도의 보관 동의를 서면으로 받아야 하며 동의받은 기간이 경과하면 즉시 파기해야 한다.

  

동물병원에서 채용 공고에 “월급 300만 원, 주 5일 근무, 점심 제공”이라고 게시해 놓고 실제 입사 후에는 월급에 식대와 교통비가 포함되어 있다거나 격주 토요일 근무가 있다는 사실을 뒤늦게 고지하는 사례가 종종 발생한다.

근로기준법 제17조는 사용자가 근로계약 체결 시 임금, 소정근로시간, 휴일, 연차유급휴가 등의 근로조건을 명시하도록 의무화하고 있다. 같은 법 제19조는 명시된 근로조건이 사실과 다를 경우 근로자가 근로조건 위반을 이유로 손해배상을 청구할 수 있고 즉시 근로계약을 해제할 수 있다고 규정하고 있다. 근로조건 명시 의무를 위반하면 500만 원 이하의 벌금에 처해진다.

채용 공고 단계에서부터 실제 근로조건과 동일한 내용을 기재해야 하며 기본급과 제수당의 구성, 근무시간(점심시간 포함 여부), 주말·공휴일 근무 여부, 수습기간과 급여 조건 등을 구체적으로 명시하는 것이 분쟁을 예방하는 가장 확실한 방법이다.

   

동물병원의 특성상 채용 단계에서 건강검진 결과서나 결핵 검사 결과를 요구하는 경우가 있다. 업무의 특수성을 고려하면 합리적인 요구로 보일 수 있으나 채용 확정 전 단계에서 건강 정보를 수집하는 것은 개인정보보호법상 민감정보 수집에 해당하여 별도의 동의와 법적 근거가 필요하다.

건강검진은 채용이 확정된 이후 근로계약 체결 과정에서 요구하는 것이 법적으로 안전하며 채용 여부를 결정하는 심사 자료로 활용해서는 안 된다. 만약 특정 건강 상태를 이유로 채용을 거부할 경우 장애인차별금지법이나 남녀고용평등법상 차별에 해당할 소지가 있으므로 각별한 주의가 필요하다.

   

채용은 근로관계의 시작점이다. 이 시작점에서부터 법적 리스크를 관리하지 않으면 입사 후의 인사노무관리가 아무리 철저해도 근본적인 문제가 반복될 수밖에 없다.

채용절차법 적용 대상이 아니라는 사실에 안심하기보다는 사업장 규모와 무관하게 적용되는 개인정보보호법, 남녀고용평등법, 근로기준법의 채용 관련 규정을 숙지하고 실천하는 것이 병원의 법적 안전과 건강한 조직문화를 동시에 확보하는 출발점이 될 것이다.

데일리벳 관리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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