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갑자기 나간다는 직원 때문에 피해가 큰데..무슨 방법 없을까요?”

최수환 노무사의 인사노무칼럼 16 : 무단 퇴사 직원에 대한 임금 지급 의무와 법적 대응의 실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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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물병원을 운영하며 원장이 겪는 가장 당혹스럽고 분노가 치미는 순간 중 하나는 직원의 예고 없는 무단 퇴사다. 다음 날 예정된 수술 스케줄과 예약 진료가 산더미처럼 쌓여 있음에도 불구하고 늦은 밤 문자 메시지 한 통으로 퇴사를 통보하거나 아예 연락을 두절하고 잠적하는 사례가 빈번하게 발생한다.

직원의 갑작스러운 이탈은 단순히 인력 한 명이 비는 문제가 아니라 남은 동료들의 업무 가중과 피로도 증가로 직결되며 이는 곧 의료 서비스의 질적 하락과 보호자들의 컴플레인으로 이어진다. 이러한 상황에서 원장은 배신감과 함께 병원 운영의 막막함을 느끼게 된다.

많은 원장이 병원에 명백한 업무 공백과 금전적 손해를 끼치고 나간 직원에 대해 급여 지급을 거부할 수 있는지, 혹은 강력한 법적 조치인 손해배상 청구를 통해 책임을 물을 수 있는지 질의한다.

그러나 노동법은 사용자의 억울한 감정과는 철저히 분리되어 냉정하게 작동한다는 사실을 인지해야 한다.

이번 칼럼에서는 무단 퇴사 시 발생하는 법적 쟁점을 면밀히 분석하고 병원에서 감정적 리스크 없이 취할 수 있는 현실적이고 실효성 있는 대응책을 상세히 서술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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직원의 무단 퇴사에 대한 보복 심리로 마지막 달 월급이나 퇴직금을 지급하지 않거나 유니폼 비용, 교육비, 식대 등을 일방적으로 공제하고 지급하는 경우가 드물지만 종종 발생한다.

결론부터 말하자면 이러한 행위는 그 어떤 사유로도 정당화될 수 없는 명백한 근로기준법 위반이다.

근로기준법 제43조는 임금 전액 지급의 원칙을 규정하고 있다. 제36조는 근로자가 사망하거나 퇴직한 경우 당사자 간의 합의가 없는 한 14일 이내에 임금, 보상금, 그 밖의 모든 금품을 청산하도록 강제하고 있다.

법은 사용자가 직원에 대해 가지는 손해배상 채권과 직원의 임금 채권을 사용자가 일방적으로 상계하는 것을 엄격히 금지한다. 설령 직원의 고의적인 무단 퇴사로 인해 병원에 막대한 금전적 손해가 발생했다 하더라도 그 손해배상은 민사 소송을 통해 별도로 청구해야 할 사안이지 원장이 임의로 급여에서 차감할 수 있는 성질의 것이 아니다. 억울함과 무관하게 근로자가 제공한 노동에 대한 대가인 급여와 퇴직금은 법정 기일 내에 전액 입금되어야 한다.

만약 이를 위반하여 해당 직원이 고용노동청에 임금 체불 진정을 제기하면 사용자는 노동청 출석 조사와 검찰 송치를 거쳐 형사 처벌을 받게 된다. 괘씸한 직원에게 본때를 보여주려던 감정적 대응이 오히려 원장에게 불이익한 결과로 돌아올 수 있음을 각별히 유의해야 한다.

   

형사적인 임금 지급 의무와 별개로 민사상 손해배상 청구 가능성을 타진하는 경우도 많다. 원칙적으로 고용 기간의 약정이 있는 경우 직원이 부득이한 사유 없이 계약을 해지하여 사용자에게 손해를 입혔다면 채무불이행에 따른 손해배상 책임이 인정될 여지는 있다. 그러나 실무적인 관점에서 동물병원이 무단 퇴사한 직원에게 손해배상을 받아내기는 현실적으로 매우 어렵다.

법원은 사용자가 주장하는 손해의 개념을 매우 엄격하고 보수적으로 해석하는 경향이 있다. 단순히 직원 부재로 인해 원장과 남은 직원들의 업무 강도가 높아졌다거나 병원 분위기가 저해되었다는 식의 추상적이고 정신적인 피해는 법원에서 배상해야 할 손해로 인정되지 않는다.

손해배상을 인정받기 위해서는 직원의 퇴사와 직접적으로 인과관계가 있는 구체적이고 객관적인 금전적 손해를 원장이 증거로 입증해야 한다. 예를 들어 예약된 수술이 취소되어 보호자에게 진료비를 환불해 준 명확한 내역이나 대체 인력을 급하게 구하기 위해 통상적인 수준을 초과하여 지출한 비용 등이 이에 해당한다.

더욱이 해당 직원의 업무가 단순 보조 업무이거나 대체 인력을 구하기 비교적 용이한 직무라면 법원은 직원의 퇴사와 병원의 손해 사이에 인과관계를 인정하지 않을 가능성이 높다. 소송을 진행하기 위해 투입해야 하는 수백만 원의 변호사 비용과 수개월에서 수년이 걸리는 소송 기간 동안 겪어야 할 스트레스를 고려했을 때 승소 가능성이 낮아 실익이 없는 경우가 대다수다.

   

무단 퇴사자에 대해 병원이 취할 수 있는 가장 합법적이고 실효성 있는 대응 방안은 퇴직 효력 발생 시기를 법적으로 늦추는 것이다.

민법 제660조에 따르면 고용 기간의 약정이 없는 근로자가 사직을 통보했을 때 사용자가 이를 즉시 수리하지 않으면 통보를 받은 날로부터 1월이 경과하거나 그 다음 임금 지급기가 지났을 때 비로소 해지의 효력이 발생한다.

병원은 이 법 조항을 전략적으로 활용하여 직원이 출근하지 않는 기간을 퇴직이 아닌 무단결근으로 처리할 수 있다. 무단결근으로 처리되는 기간에는 임금이 지급되지 않으므로 퇴직금 산정의 기준이 되는 평균임금이 대폭 낮아지는 효과가 발생한다. 평균임금은 퇴직 사유가 발생한 날 이전 3개월간의 임금 총액을 그 기간의 총일수로 나누어 계산하는데 무단결근 기간이 포함되면 분모인 날짜 수는 늘어나고 분자인 임금 총액은 줄어들기 때문이다. 결과적으로 직원이 수령할 퇴직금 액수를 합법적으로 감액할 수 있다.

이 전략을 실행하기 위해서는 사직서를 수리하지 않았으며 특정 일자까지 무단결근으로 처리됨을 내용증명이나 문자 메시지 등으로 명확히 통보하여 증거를 남겨두는 절차가 필수적이다.

다만 이 방법은 1년 이상 근무하여 퇴직금 지급 대상이 되는 직원에게만 유효하며 퇴직연금 DC형 가입자에게는 적용되지 않는다. 또한 평균임금이 통상임금보다 낮아질 경우에는 근로자퇴직급여 보장법에 따라 통상임금을 기준으로 퇴직금을 지급해야 하므로 감액에는 일정한 하한선이 존재함을 인지해야 한다.

  

일부 병원에서는 근로계약서에 무단 퇴사 시 1개월 분 급여를 반환한다거나 손해배상액으로 특정 금액을 지급한다는 조항을 포함하기도 한다.

그러나 근로기준법 제20조는 사용자가 근로계약 불이행에 대한 위약금이나 손해배상액을 예정하는 계약을 체결하지 못하도록 위약금 예정 금지를 규정하고 있다. 따라서 이러한 조항은 직원이 입사 시 동의하고 서명했다 하더라도 강행규정 위반으로 원천 무효가 된다. 이를 근거로 임금을 공제하거나 배상을 요구하면 근로기준법 위반으로 처벌 대상이 된다.

대신 근로계약서나 취업규칙에 퇴사 시 인수인계 의무를 구체적으로 명시하고 이를 이행하지 않을 경우 업무 방해에 대한 민형사상 책임을 묻겠다는 내용을 포함하는 것은 가능하다.

이는 금전적 배상을 강제할 수 있는 조항은 아니지만 직원에게 심리적 압박을 주어 원활한 퇴사를 유도하고 추후 실제 법적 분쟁이 발생했을 때 사용자가 성실히 관리 감독을 수행했다는 참작 사유로 활용될 수 있다.

  

무단 퇴사는 병원 운영에 막대한 차질을 빚고 원장에게 깊은 상실감을 주지만 현행 노동법 체계는 사용자에게 유리하게 설계되어 있지 않다. 순간적인 분노로 임금을 체불하는 감정적 대응은 원장을 전과자로 만들 수 있는 더 큰 법적 리스크를 초래할 뿐이다.

현실적으로 병원이 취할 수 있는 최선의 대응은 법의 테두리 안에서 움직이는 것이다. 억울하더라도 임금과 퇴직금은 기일 내에 정확히 지급하여 형사 처벌의 빌미를 제공하지 않아야 한다. 동시에 내용증명을 발송하여 사직 처리를 유예하고 무단결근 처리를 통해 퇴직금을 합법적으로 감액 정산하는 방식을 취해야 한다.

또한 채용 단계에서부터 평판 조회를 강화하여 성실성을 검증하고 평소 인수인계 매뉴얼을 철저히 문서화하여 특정 인력에 대한 의존도를 낮추는 것이 중요하다.

직원의 이탈에 감정을 소모하기보다는 어떠한 인력 변동에도 흔들리지 않는 견고한 내부 시스템을 구축하는 것이 병원 경영의 지속 가능성을 담보하는 길이다.

데일리벳 관리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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