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부실습도, 수의사 임상교육도 중단..‘카데바 구하기 어려워서’

안락사한 유기동물 사체, 수의학 연구·교육에 기증·활용하는 동물보호법 개정 절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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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수의치과협회가 매년 아시아수의치과포럼에서 병행하던 실습세션은 지난해부터 운영되지 않고 있다. 7일(일) 서울 SETEC 컨벤션센터에서 열린 올해 포럼 현장에서 그 이유를 묻자 ‘카데바 수급이 어려워서’라는 대답이 돌아왔다.

발치 등 일선에서 다빈도로 활용하는 치과 술기에 대한 실습교육 수요는 여전한데, 카데바를 확보하기 어렵다는 허들이 가장 높다는 것이다.

안락사된 유기동물의 사체를 수의대에 기증하여 수의학 교육에 활용할 수 있도록 하는 동물보호법 개정안에 대해 국회 검토보고서가 필요성을 인정했다. 다만 사체 제공과 관련한 오남용을 막기 위해 활용대상과 절차를 구체적으로 규정해야 한다는 점을 지목했다.

국회 농림축산식품해양수산위원회 전문위원실은 지난달 이 같은 내용을 담은 검토보고서를 내놨다.

2023년 진행된 아시아수의치과포럼 실습 세션. 이를 끝으로 아시아수의치과포럼의 실습 교육은 중단됐다.

이성윤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6월 대표발의한 동물보호법 개정안은 동물보호센터에서 발생한 동물의 사체를 수의학 연구·교육을 위해 제공(기증)할 수 있도록 한다.

동물의 사체(카데바)를 구하기 어려워 수의대생 및 수의사를 위한 임상술기 교육뿐만 아니라 수의학 교육의 기초가 되는 해부실습마저 파행에 이르고 있기 때문이다.

본지 학생기자단이 지난해 전국 10개 수의과대학의 수의해부학 실습 형태를 조사한 결과 카데바 부족으로 16명이 하나의 카데바로 실습하거나, 아예 카데바를 활용한 실습 자체가 사라진 경우까지 확인됐다.

대한수의사회는 “국내 수의과대학이 수의해부학 실습 관련 사체 수급이 어렵고, 수의사 평생교육과 관련해서도 임상실습을 위한 사체가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현행 동물보호법은 동물보호센터가 보호 중이던 유실·유기동물이 폐사하거나 인도적 조치(안락사)될 경우 동물장묘시설이나 폐기물관리법에 따라 처리하도록 규정하고 있다.

이 같은 사체를 수의학 연구·교육에 활용할 수 있도록 한다면, 카데바가 필요하다는 이유만으로 실험동물을 구입해 폐사에 이르게 하지 않을 수 있다. 실험동물의 양을 직접적으로 줄이는 것(Reduction)은 실험동물 복지를 위한 3R원칙에도 부합한다.

전문위원실은 “최근 수의과대학 현장에서는 해부학 실습 및 임상교육을 위한 실습용 동물 사체 수급이 어려워 교육의 질 저하가 우려되고 있다”면서 “별도의 실험동물을 사용할 경우 동물복지 관점에서도 부담이 있다는 지적이 제기되고 있다”고 지목했다.

2022년부터 2024년까지 3년간 구조된 유실·유기동물 중 인도적으로 처리된 개체는 연평균 1만9천여마리로 집계된다. 센터 내에서 자연사한 동물까지 포함하면 연간 5만여마리에 이른다.

전문위원실은 “이러한 사체 중 일부를 적절한 기준과 절차에 따라 교육·연구에 활용한다면, 수의학 실습의 현실적 문제를 완화하고 실험동물 사용을 줄여 동물복지 향상에도 기여할 수 있을 것”이라면서 수의학 교육의 질 제고와 실험동물 희생 최소화, 동물복지 정책의 연계 필요성을 인정했다.

다만 동물의 존엄성과 생명권 보호 측면에서 유기동물 사체 제공의 대상, 절차 등 제도를 보다 신중히 설계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사체 제공에 대한 관리 기준이 없으면 제공 대상이 자의적으로 확대되는 등 현장에서 부적절하게 운용될 수 있다는 것이다.

동물보호단체들이 안락사 남용으로 이어질 수 있다는 우려를 제기했다는 점도 지목했다.

개정안의 유기동물 사체 제공 목적을 ‘수의과대학 또는 공익 목적의 비영리 연구기관에서 실시하는 수의학 교육·실습 또는 동물복지 관련 연구’로 명확화하고, 구체적인 절차를 하위법령에 규정하기 위한 위임조항을 추가해야 한다고 제언했다.

농식품부도 개정안 취지가 타당하다고 지목하면서, 사체 제공의 대상 기관·절차·윤리 기준 등을 명확히 정할 필요가 있다고 덧붙였다.

데일리벳 관리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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