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가진료로 치료시기 놓친 반려견, 신장 적출까지 악화

같은 증상 보였던 지난해 동물병원 아닌 약국 찾아 자가진료..결국 수신증으로 좌측 신장 적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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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가진료로 인해 치료시기를 놓친 반려견이 결국 신장 적출로까지 이어진 사례가 본지 동물 자가진료 부작용 공유센터에 제보됐다.

지난해 비슷한 증상을 보였을 때 조기에 대응할 수 있는 기회가 있었지만, 보호자는 동물병원이 아닌 약국을 찾았다.

‘다비(가명)’의 초음파 검사(왼쪽)와 CT검사(오른쪽)에서
좌측 신장의 심각한 수신증이 확인됐다


신장 문제 심각한데 보호자는 ‘유선염이니 약 달라’

검사 과정에서 수신증 발견..치료시기 놓쳐 적출로까지 이어져

7년령 암컷 말티즈 ‘다비(가명)’는 16일 수도권의 한 동물병원에 식욕절폐와 갈색유즙을 주증으로 내원했다.

‘다비’를 처음 진료한 A원장은 “보호자가 다비는 유선염에 걸렸다고 약만 조제해달라고 하더라”면서 “작년에도 비슷한 증상이 있었는데 약국에서 항생제를 지어 먹였더니 잘 나았다고 했다”고 전했다.

하지만 다비의 몸상태는 보호자의 주장과 달리 훨씬 심각했다.

난소나 자궁 이상 가능성을 두고 힘겹게 보호자를 설득해 초음파 검사를 실시한 A원장의 눈에 복강 속 덩어리(mass)가 포착된 것이다. 자궁수종으로 의심되는 자궁의 비후와 분비물도 관찰됐다.

초음파검사에서 보인 덩어리는 종양이 아니라 좌측 신장이었다. 좌측 신장 안은 이미 피질이 구별되지 않을 정도로 확장성 병변이 심각했다. 우측 신장에 비해 약 3배가량 커졌다.

원인은 요관결석이었다. 좌측 요관 원위부에 약 5mm의 결석이 확인됐다. 심한 요관결석으로 인해 빠져나가지 못한 오줌이 차오르면서 신장까지 부풀어오른 것이다.

좌측 신장이 수신증(hydronephrosis)으로 망가진 가운데 우측 신장도 성하진 않았다. 우측 신장도 신우신염과 만성신장병이 의심되는 상태로 혈액검사상으로도 만성신장병 2기의 수치를 나타냈다.

다비는 결국 신장 적출 수술을 받았다.
좌측 요관 원위부에서 확인된 결석의 모습.


결국 다비는 인근 대형동물병원으로 전원돼 CT검사를 거쳐 수술을 받았다.

이미 기능을 상실한 좌측 신장을 적출하고, 난소자궁절제술을 함께 진행했다. 수술과정에서 난소와 자궁에서도 혈액성 분비물이 확인됐다.

A원장은 “이제라도 문제를 확인하고 수술을 받을 수 있어 다행”이라면서도 “작년에 갈색 유즙이 나왔을 때 동물병원에 내원했다면 검사 과정에서 문제를 조기에 발견할 수 있었을 것이다. 이렇게 큰 수술로 이어지지 않을 수 있었다”며 안타까움을 토로했다.

남아 있는 우측 신장의 상태도 좋지 않은 것에 대해서는 “이제라도 관리를 잘 하는 수밖에 없다”고 덧붙였다.

사람이든 반려동물이든 질병은 가능한 조기에 발견해 치료할수록 치료율이 높고 후유증이 적다. 말 못하는 동물이 고통을 겪는 기간을 줄일 수 있다는 동물복지적 측면도 고려해야 한다.

하지만 반려동물 자가진료는 치료시기를 놓치게 만든다. 의약품 오남용으로 인한 직접적인 부작용도 문제지만, 질환이 악화될 때까지 방치하도록 만드는 것이 더 큰 위험이다.

‘동물병원에 가면 이것저것 검사하느라 비싸진다’며 약국을 찾은 대가는 보호자가 아니라 동물이 대신 치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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